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44화 (44/132)

44화

“평탄하네.”

지옥. 이름 그대로 살벌한 곳이지만 태천에게는 너무나도 평탄한 곳이었다.

크워어어!!!!

키 10m가 넘는 거대한 곰이 태천에게 달려왔지만 태천의 앞에 나타난 아수라의 주먹에 맞고 곰이 높이 뜨자 아수라의 등에서 수백개의 황금의 주먹이 나타나며 곰의 전신을 난타한다.

계속 이런 식이다. 어떤 몬스터가 나와도. 결국은 다 아수라가 처리한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밤에는 다른 몬스터들을 소환하지만 그래도 낮에는 아수라 하나만 있어도 전혀 문제없었다.

“흐음. 15만이라. 상당히 높았습니다. 마스터.”

“결정체는?”

“있습니다. 이걸로 15만 포인트 획득이군요. 이렇게 하면 올해 안에 1000만 포인트 모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전에 12레벨 몬스터부터 살거야. 신들은 나중에 어차피 사도 소환도 못하는걸 뭐. 거기다가 기존에 있는 녀석들을 좀 더 잘 활용해야지. 아. 아수라 저거 실어.”

뻗어버린 곰의 시체에서 에테르 결정체만 쏙 하고 빼낸 사의를 바라보며 태천이 말하자 아수라의 몸에서 또 다시 황금색의 팔들이 나오며 곰의 모습의 몬스터의 시체를 들더니 몰고 다니는 캐리번의 짐칸에 살포시 놓았다.

“얼마 찼어?”

태천의 말에 사의가 ‘잠시만요.’ 하고는 차에 다가가 계기판을 보더니 말했다.

“이제 148톤입니다. 역시 덩치가 커서 그런지 상당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군요. 이것 식용이라고 했었죠?”

“그렇지. 몬스터의 시체들 중에서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뭐 건강에 좋다고들 하는데 좀 비싸야지. 어지간한 요리사는 조리도 할 줄 모르고.”

몬스터의 시체는 다 돈이다. 뼈나 가죽은 말하면 입 아프고 몇몇 몬스터는 그 고기마저 돈이 된다. 특히 지구에 있는 일반 생물의 형태의 몬스터는 확실하게 돈이 된다. 그 고기가 사람이 먹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리고 몬스터는 에테르 결정체를 품고 있는 존재. 그 고기는 당연히 일반 사람들이 먹으면 건강에 도움을 준다. 동시에 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먹으면 조금 기를 더 빠르게 모을 수 있게 해준다.

에테르 자체를 먹어도 기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나 실험을 했지만 그 힘을 인간이 버티지 못 하기에 사실 상 불가능 하다.

하지만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죽은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물론 이 에테르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 이곳에 온지 이곳의 시간으로는 한 30일이 흘렀나요?”

“그렇지. B급 몬스터는 시체를 버리고 A급 몬스터 시체만 챙겨서 그런지 조금 차는 속도가 느리네.”

“그래도 에테르 걸졍체는 모두 수집하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너의 그 수법을 보면 참 부럽다니까.”

“후후. 이런 거라도 잘 해야죠. 그래도 일단 8레벨의 몬스터랍니다. 이 정도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죠. 이렇게 강하게 에너지를 내뿜는데 찾는 것도 문제없고 그 부분의 살만 도려내서 빼내는 거야 전혀 어려울 것 없습니다. 저 같은 현술사에게는 말이죠.”

사의의 무기는 줄. 당연히 평범한 줄이 아닌 강철도 두부처럼 잘라 버리는 줄이다. 그 줄을 가지고 몬스터의 몸 안에 있는 에테르 결정체를 빼낸다.

물론 아직도 도대체 어떻게 어떤 몬스터는 이것이 있고 어떤 몬스터는 없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사의도 도저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그보다 정말로 연옥에 안 가실 겁니까? 차라리 저는 그곳에서 잡는게 더 낳을 것 같은데요.”

“S급 몬스터만 아니면 거기서 잡았지.”

“어지간히 강한 모양이군요.”

“겁먹었다고 할 것 같았는데 아니네?”

“겁이라는 것은 대적 불가한 적이 저를 죽이려고 했을 때 생기는 것이 겁이고 지금과 같은 경우는 스스로의 실력을 알기에 잠시 몸을 피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시간만 지나면 이길 수 있는 상대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그러니 지금은 그냥 잠시 몸을 피한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입니다. 작전상 후퇴라는 말도 있고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도 있죠.”

“그 사이 책 많이 읽었구나.”

“이 지구의 전략과 전술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제가 있던 곳과는 격이 다를 정도로 발달되어 있더군요.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기를 사용했던 저희와 다르게 이쪽은 군대와의 싸움에서는 그런 것들을 딱 사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략과 전술이 훨씬 발달되어 있어요. 뭐 전부 제가 사용했던 것들이지만요. 종종 하나, 둘 정도는 새로운 것들도 보이기는 합니다.”

스스로 자랑하는 것 같지만 사의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태천은 넘어갔다. 사의가 깐 복수 계획만 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태천과 다르게 아주 제대로 단계별로 되어 있다.

물론 이 세계에 대한 막대한 지식이 없기에 자세한 것들은 그때그때 바꿔야 하지만 그래도 이런 큰 줄기라도 만든 것이 태천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하죠. 슬슬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네.”

“그보다 오늘 것들까지 다 하면 얼마나 모였습니까?”

“포인트?”

“예.”

“다 해봐야 알지만 대충 500만 정도?”

“흐음... 역시 12레벨을 하지 말고 바로 13레벨의 신으로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 싶군요.”

“에이. 무리지 아직은. 무엇보다 나 지금 상태로 10레벨의 몬스터를 소환해도 정신력 소모가 가득 찼을 때를 기준으로 한 30~40%정도 소모된다고. 여기서 13레벨의 몬스터 소환은 절대로 무리지.”

“그 정신력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는 군요.”

“미안하지만 이건 단기간 성장시킬 수 있는게 아니야. 내 육체처럼 말이지.”

“알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죠. 마스터. 단지 아쉬워서 그러는 것뿐이니까요. 그러면 11레벨은 넘어가시는 겁니까?”

“빛과 어둠의 용기사 피니트 카드만 사고 12레벨 가야지. 흑염룡이 있으니 이것도 사야 하지 않겠어?”

“흐음... 그러면 저도 추천해드리고 싶군요. 지금 마스터가 가진 카드 목록을 쭉 보고 생각해낸 조합들입니다. 틈틈이 적었는데 한 번 보시죠. 그 동안 저는 노숙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의는 태천에게 공책 하나를 주었는데 그것을 받은 태천은 일단 한쪽에 대충 앉아서 사의가 준 공책을 받아서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과연. 머리가 좋다는 건 아니 전략을 잘 짠다는 것은 이렇게 응용이 되는 건가?”

사의가 짠 전략. 아니 조합은 확실히 굉장했다만 딱 거기까지다. 이미 모두 태천의 머리에 있는 조합들이다. 사의가 대단한 전략가라고 하지만 듀얼 몬스터즈에 대해서는 태천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의도 그것을 알고 그냥 혹시 빠진 것이나 참고할 것 아니면 쓸만한 것이 있나 싶어서 그냥 준 것이다. 태천이 이들의 주인이자 왕으로 뽑힌 이유가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듀얼리스트로서의 능력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네. 웬만한 고수들이라면 모두 혹할 정도의 조합들이야. 아니 나만 아니면 이 중 하나는 확실히 쓸만한 것을 찾을 것 같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고 태천은 공책을 접어서 노숙 준비를 끝낸 사천에게 공책을 주면서 말했다.

“쓸 만한 것들이지만 딱 거기까지야. 다 생각하고 있던 것이거든.”

“흐음. 역시 그렇습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드렸는데 조금 서운하기는 하군요. 하나 정도는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 정도로 나를 놀라게 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그보다 내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조합을 알려주도록 할게. 그것들을 보고 더욱 좋은 조합이나 혹은 더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알려줘. 현실에서 덱을 만드는 건 처음이라서 아직 여러 가지로 부족하거든.”

“그런 명이라면 언제든지 기쁘게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계신 명단은...”

“아 잠깐만. NC에 있는데 내가 따로 적어서 줄게.”

“예.”

“그러면 이제. 듀얼. 소환. 다이아몬드 드래곤, 흑염룡. 다이아몬드 드래곤.”

2마리의 다이아몬드 드래곤과 1마리의 흑염룡. 9레벨의 몬스터 2마리와 10레벨의 몬스터 한 마리. 이 정도면 S급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당할 리 없는 조합이었다.

“습격하는 몬스터들을 처리해. S급이다 싶으면 도망치게 미리 연락하고.”

태천의 말에 3마리의 드래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공중도 있기에 1마리씩 돌아가면서 공중도 정찰한다.

“그럼 슬슬 정리하고 자야지.”

잠을 자도 4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 하지만 아수라로 인해 강화된 육체를 가진 태천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렇게 또 지옥에서의 하루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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