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더럽게 크네.”
“그러게 말입니다.”
직경 700m. 지름 700m의 껍데기를 가진 거북이의 등장이었다. 눈알 하나가 태천의 키보다 더 컸으니 그 크기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저런 걸 혼자서 잡는다고?”
“일단 지켜보시죠. 시동은 켜져 있으니 걱정 마시길 바랍니다.”
“그래.”
그렇게 둘이 한하게 이야기 할 때 성녀로서는 크나큰 자존심의 상처를 받았다. 그래도 한 때 가이아의 유일한 성녀로 불렸으며 세상의 온갖 존경을 받았던 그녀다. 아무리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이건 그녀의 자존심에. 나아가 가이아의 이름에 먹칠이었다.
“오늘 일진이 안 좋다고 생각하세요. 거북이.”
“글쎄다...”
태천의 중얼거림에 성녀가 다시 태천을 째려보더니 서서히 다가오는 거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보세요. 이게 바로. 신의 힘 입니다!”
그리고 성녀가 지팡이를 내려찍자 갑자기 거북이가 있던 땅이 푹하고 꺼지더니 거북이가 사라졌다. 이에 태천과 사의는 놀랐다. 어수룩하게 생긴 그녀지만 무려 1km정도 되는 땅을 일순가에 파버렸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흥!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요!”
그리고 한 손을 들어 올리자 하나의 커다란 돌기둥이 솟구친다. 그 손을 이리 움직이고 다시 땅으로 내리자 놀랍게도 돌기둥이 마치 고무처럼 휘더니 거북이가 사라진 땅을 향해 맹렬하게 뻗어나갔다.
쿵!!!!
거대한 소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괴기스러운 모양으로 휘어진 거대한 돌기둥. 확실히 이 정도의 힘이라면 어지간한 A급 몬스터는 바로 순삭이었다. 아니 S급 몬스터라고 해도 저 돌기둥의 무게와 속도를 생각하면 쉽게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쿵!!!
그때 다시 한 번 울리는 땅에 성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단단한 모양이네요.”
쿵! 쿵! 쿵!
서서히 커지는 소리에 태천은 설마 하면서 바라보았는데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놀랍게도 아까의 커다란 거북이는 사라지고 그 거북의 반도 안 되는 크기의 거북이가 돌기둥을 부수며 나타난 것이다.
“과연. 이게 본 모습이라는 겁니까? 하지만 그래봐야 거북이! 물이 아닌 지상에서 힘을 쓸 수 없을 겁니다!”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거북이를 향해 뻗자 아까 와 같이 거대한 돌기둥이 이번에는 2개가 나타나며 또 다시 도저히 돌기둥이 휠 수 없는 방향으로 휘며 거북이를 마치 파리 잡듯이 양쪽에서 찍어버렸다.
“여기다가!”
아까 들었던 손을 다시 하늘로 들자 이번에는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손이 땅에서 솟구쳤다.
“이러면 어떨까요!”
그리고 돌기둥을 아예 주먹으로 쥐듯이 쥐자 돌기둥이 부서지며 손은 점점 더 강하게 움츠러들었다. 저것만 봐도 아까의 거북이는 형태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뭉개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천과 사의지만 한편으로는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성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마무리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상당히 작은 돌로 만들어진 창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본 태천은 전신의 신경이 곤두 서는 것을 느꼈다. 크기는 작지만 지금까지 했던 공격들 중에서 제일 위험해 보이는 공격이었다.
“받아보시죠!”
성녀의 외침과 함께 돌로 만들어진 창은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하며 돌로 이루어진 주먹을 관통하며 사라졌다. 작은 구멍이지만 저 창은 확실하게 그 거북이를 관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흥. 끝났군요.”
그리고 지팡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흔들자 돌로 이루어진 기둥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땅으로 돌아갔고 손 또한 서서히 무너져 내리며 그들의 앞에는 돌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언덕이 만들어졌다.
“과연... 이 정도면 자신 가질 만하지.”
신이 아니지만 보여준 힘은 신에 버금가는 능력이었다. 정말로 굉장했다. 특히 마지막에 보여준 창은 태천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고 막아야 할 정도로 굉장했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시체는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글쎄다.”
그렇게 말하며 태천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확실히 굉장했다. 하지만 저 정도의 위력에 죽을 정도였다면 아수라가 처리하지 못 했을 리가 없었다.
콰아앙!!!
돌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언덕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돌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그 폭발의 중심지에서는 더욱 크기가 작아진 거북이 형의 몬스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저거 이제 보니까 자신의 몸의 크기를 점점 줄이면서 공격을 피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러면서 동시에 더욱 강해지는 것 같고. 측정기는 얼마로 나와? 사의.”
“40만입니다.”
“S급이 확실하네.”
그리고 그 둘이 이렇게 한 가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 성녀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확실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살아 있었다. 그것도 생생하게 말이다.
“이제 이 정도가 되면 가이아님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군요.”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자애의 여신의 성녀라고 믿기 어려운 진중한 분위기와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고작 괴물 주제에 저를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하다니. 칭찬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제 더 이상 장난은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성녀가 손에 들고 있던 돌로 이루어진 지팡이를 강하게 쥐자 그녀의 악력 때문이지 돌로 이루어진 지팡이에 금이 가더니 곧 그녀의 손에 의해서 부서지자 환한 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그 녹색의 빛은 검은색으로 바뀌며 성녀의 몸을 한번 크게 휘감아 움직이다가 다시 성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가이아님의 성녀로서 진정한 가이아님의 힘. 똑똑히 알려드리죠.”
그리고 땅이 움찔거렸다. 무언가가 튀어나오듯이 움찔거리던 땅에서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해골이었다. 사람의 모습은 아닌 몬스터의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해골이 천천히 나타나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것은 한구가 아니었다. 거북이 몬스터를 중심으로 수십개의 해골들이 천천히 땅에서 솟구치며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죽음과 생명은 종이 한 장 차이죠. 사용하기에 따라서 죽음도 생명이 되고 생명이 죽음도 되니까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며 성녀가 거북이를 향해 손가락을 뻗자 거북이의 주위에 있던 모든 돌들이 일제히 솟구치며 거북이를 향해 쏘아졌다.
퍼퍼퍼퍼퍽!
하지만 S급 몬스터는 고작 저런 돌무더기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저 추돌하면서 전부 부서질 뿐이었다.
소리 없는 외침. 해골들의 소리 없는 외침과 함께 그들도 거북이를 향해 돌진했다. 이 모든 상황에서 거북이는 묵묵히 이제는 지름 20m정도로 줄어든 크기에서 자신의 껍질안에 몸을 넣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단단하다고 하지만 결국은 생물체의 껍질. 대지 보다 단단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조각조각 나 버린 이제는 돌맹이라고 할 수 있는 조그마한 돌맹이들을 모은다.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뭉치면서 하나의 거대한 창이 된다.
“이대로 꿰뚫어 드리죠.”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창. 15m정도 될 듯한 거대한 창을 보며 태천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 했던 소름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처음 만든 그 평범한 크기의 창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늘한 기분이었다.
“엄청나군요. 무감각한 저라도 저것이 위험하다는 건 알 수 있겠습니다.”
사의도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성녀가 만든 창을 보며 감탄했다. 그리고 그건 S급 몬스터도 마찬가지였다. 저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도망치고자 하지만 근처에 있는 해골들이 그 몬스터를 가만히 묶어두었다.
“가이아님의 이름으로. 평온한 죽음을 내려드리죠.”
성녀의 말이 끝나고 창은 또 다시 음속을 돌파한다. 그 증거로 소닉 붐이 일어나며 창은 순식간에 거북이의 등을 완전히 꿰뚫어 땅에 들어간다. 흘러나오는 피가 제대로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주제를 알아야죠. 고작 괴물 주제에.”
12레벨의 몬스터의 힘. 그것은 태천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강했다. 그리고 생각되는 것은 처음에 만난 그 환각을 사용하는 몬스터였다.
“... 저게 S급이라고 한다면 그건... SS급이라는 건가..”
헌터들 사이에 떠드는 SS급 몬스터의 존재. 그리고 그 존재를 태천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 존재했다. 이 연옥 어딘가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