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52화 (52/132)

52화

“오늘이네.”

그렇게 말하며 태천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다시 자신의 복장을 점검했다. 오늘. 바로 오늘이 태천이 잡은 2마리의 S급 몬스터의 시체와 40만이라는 지금까지 나온 에테르 결정체 중 가장 수치가 높은 에테르 결정체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날이다.

경매 장소는 누나인 희선의 도움을 받아서 빌린 어느 대학교의 강당이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대부분이 기자들.

그리고 그들이 있는 전면에는 이미 S급 몬스터의 시체들이 있었다. 그 크기만 해도 20m가 넘는 거구들이다 보니 상당히 큰 크기였으며 그들이 보는 화면에는 결정체 수치가 계속 측정되고 있었다.

“떨리니?”

강당의 뒤편에서 옷맵시를 점검하고 있던 태천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자신의 어머니가 있었다.

“조금은.”

“후후. 하긴 우리 아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것은 처음일 테니까.”

“그렇지. 엄마는 이런 적 있어?”

“엄마도 없단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이제 익숙해져야지.”

“내가? 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는 날이 많아질 거야. 이제 평범한 헌터도 소환사도 아닌 세계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몬스터가 습격이 온다면 가장 먼저 찾을 사람은 너란다. 그러니 이런 것에는 이제 익숙해 져야 될 거야.”

“노력 하도록 할게.”

“응. 그래야 엄마 아들이지. 그럼 잘 갔다 오렴.”

“응. 돈 많이 벌고 올게.”

그리고 강단으로 태천이 나아가자 그의 어머니는 그저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이제 아들이 다 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태천이 강당에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태천에게 쏠렸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으니 서론은 넘어가고 바로 본론으로 가겠습니다. 나온 몬스터의 시체는 각각 38만과 40만의 에테르 수치를 가진 몬스터 시체입니다. 그리고 40만 수치의 에테르 결정체가 있습니다. 일단 시작 가격은 시체의 경우 각각 2조 원과 3조원. 그리고 결정체는 4조원부터 시작합니다.”

태천의 말이 끝나자 한국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옆에 있는 통역사들이 친절하게 통역을 해주었다. 그것들을 모두 보고 이제 모두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한 태천이 말했다.

“금액에 재한은 없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 조금씩 올리는 것 또한 없습니다. 원하는 금액을 부르시고 그것보다 높게 부르지 못 하면 이 물건들은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사람들에게 갑니다. 참 그리고 혹시 짜고 치는 것 같으면 당장 경매 취소하고 시체들을 죄다 갈아버리고 에테르 결정체는 부숴버릴 겁니다. 저는 또 구할 수 있으니까요.”

태천의 말에 기자들이나 태천의 말을 들은 이들은 웅성거렸다. 또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웅성거리는 것이다. 갈아버리는 것? 문제 없다.

그들은 이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또 구할 수 있다는 것. 즉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비록 세계에서 국력이 6번째로 강하다고 불리기는 하나 많은 전 세계의 헌터들은 대한민국의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부른다. 전투민족이라고.

그들은 싸우는 것에 있어서 격이 다를 정도로 재능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각국에 1명도 없는 S급 헌터가 8명의 헌터들이 인구가 5천만도 안되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나왔다.

그 뿐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A나 B급 헌터들도 매우 많으며 그 이상으로 그 이하의 헌터들도 많다. 거기다가 에테르 결정체 수출국가로서는 전 세계에서 당연히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 나라에서 혼자서 S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헌터가 나타났다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말하기를 일본과 중국이 목소리에 힘주는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이 무서워서라고 말한다. 그들이 이 나라를 여러 가지로 침범하고 정복을 했지만 결국은 번번이 쫓겨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씨를 말리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밞으면 밞을수록 강하게 반발하며 종국에는 그들을 단순히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을 모조리 죽일 정도로 강해진 적도 있다.

그렇기에 이 두 나라는 대한민국에서 손을 땐 거다. 그냥 힘을 과시하며 겁을 주는 것이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다. 진짜 겁먹은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말이다.

“그러면 이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죠.”

태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양인이 손에 들고 있는 숫자가 적힌 푯말을 들며 말했다.

“시체는 모두 10조씩. 그리고 결정체는 12조. 모두 한화로.”

순식간에 강당이 조용해졌다. 치열한 경쟁도 없다. 순식간에 올라간 금액이었다.

[성격이 급하군. 여기는 몬스터의 경우 11조씩. 그리고 결정체는 14조에 사고 싶군.]

이번에는 금발의 중년 서양남성이 푯말을 들고 영어로 말했다. 그러자 또 다른 동양인이 푯말을 들고 말했다.

[시체는 20조 결정체는 40조.]

그리고 이번에는 중국어였다. 그의 말에 강당에 술렁임이 금액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처음에 손을 들었던 사내가 그 중국인을 바라보며 중국어로 말했다.

[돈이 많나 보군. 하긴 요즘 돈 좀 벌고 있지?]

[그러는 너희는 돈을 다 쓴 모양이군. 하긴. 요즘 들어서 자금이 서서히 마르고 있지? 우리 때문이기는 하지만.]

[난 아직 더 부를 수 있다.]

[이쪽도 마찬가지야. 얼마든지 말을 하라고.]

둘의 기싸움에 태천은 담담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어리지만 그래도 역시 S급 몬스터를 홀로 잡을 정도의 그릇을 가진 헌터라고 생각했다. 거의 100조에 가까운 돈이 나오는데 태연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뭐라고 시불시불 거리는 건지 원... 한국에 왔으면 한국어를 사용하라고.’

그는 중국어를 모른다. 영어도 잘 모른다. 토종 100%의 순수 국내산 한국인이었으니 말이다.

[시체 30조. 결정체 40조. 모두 일시불로 드리죠. 지금 당장.]

헉!!!

영어를 사용하는 금발 중년인의 말에 강당은 헛숨을 들이켰다. 무려 100조. 정말로 100조가 나와 버린 것이다. 이건 개인이 감당할 돈이 아니다. 나라 단위라고 해도 결코 쉽게 말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우리 미국을 두고 돈 자랑이라니. 우습군 둘 모두. 우리는 이번 경매를 위해서 300조의 예산을 가지고 왔네. 그러니 끝까지 가볼 생각이면 단단히 준비하게나.]

그러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하나 같이 역시나 미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300조가 말이 좋아서 300조지. 대한민국 같은 경우는 1년 국가 예산이 300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 국가의 1년 예산이었다.

[작정했군.]

[작정했지. 그러니 물러나게나. 아니면 끝까지 가던지.]

[칫. 돌아간다.]

그리고 중국인 사내가 일어나자 그를 따른 수행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도 하나 둘씩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300조를 가진 미국의 아성에 도전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끝난 모양이네요.”

이제 미국에서 온 사람만 남아있게 되자 태천이 그를 향해 말하자 그의 옆에 있는 통역관이 태천의 말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가 통역관에게 말했다.

“이 거래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 군요. 그리고 다음에 또 S급 몬스터의 시체가 생긴다면 그 또한 구입하고 싶다고 합니다. 가격은 언제나 최고로 쳐준다고 하더군요.”

“좋다고 전해주세요. 하지만 매번 경매를 할 겁니다. 한 쪽과의 거래는 저에게 좋지 않으니까요.”

태천의 말을 그대로 전한 통역관의 말에 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영어로 말했다. 하지만 역시 태천은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저 진지하게 비싸기는 하지만 번역 프로그램을 NC에 설치해야 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연하다고 하더군요. 그럼 바로 거래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돈은 통장으로 넣어드릴 테니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아. 그러네요. 제 계좌번호는요.”

그리고 이런 날을 위해서 자신의 누나가 추천한 은행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자 그 계좌번호와 은행을 들은 미국 사내는 조금 놀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통역관이 말했다.

“벌써 이 S은행에 계좌를 만들었을 거라고는 몰랐다고 합니다. S은행에 계좌를 만들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는 말도 하시는 군요. 그러면 그곳으로 돈을 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 2분안에 처리가 된다고 합니다.”

“그럼 저것들은 알아서 챙겨 가시라고 하세요.”

“돈 들어 온 것은 확인하지 않습니까?”

“알아서 하겠죠. 이번에는 그냥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S급 몬스터는 또 잡으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럼 거래 잘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태천은 다시 강당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런 태천을 바라보는 미국인 사내가 말했다.

“놀랍군.”

능숙한 한국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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