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54화 (54/132)

54화

<12. 여난? 여복?>

“이게 전부야?”

손에 들려 있는 종이를 보며 차를 마시는 여인. 비단보다 고와 보이는 긴 녹색의 머리카락. 가지런한 손과 기품넘치는 모습. 수수한 옷을 입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인의 미모를 전혀 가리지 못 했으며 오히려 더욱 품위 있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예. 그것이 전부입니다.”

“흐응~ 그래?”

그리고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들고 있던 종이를 탁자위에 올린다.

“김태천. 23살. 서울 강동구 xx동에 살고 있고 그녀의 가족은 엄마와 누나 한명 여동생 한명. 동시에 듀얼 몬스터즈를 소환하고 얼마 전 S급 몬스터를 사냥함. 모두 시시한 정보야. 알고 있겠지?”

“예. 하지만 그의 누나와 동생을 생각하면 이것이 최대 한계입니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아직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거야. 안 그랬다면 무능하다고 하고 바로 처분이니까.”

여인의 말에 여인에게 보고를 하고 있던 중년의 아랍남성은 전신에 솟구치는 소름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 되었어. 이만 가봐.”

“예. 그럼.”

그리고 사내가 나가자 여인의 뒤에 서 있는 여성용 정장을 입은 보라색이라는 특이한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여성이 말했다.

“역시... 처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하군요. 인터넷만 뒤지면 알 수 있는 정보들입니다.”

“아니 괜찮아. 애초에 이럴 거라고 예상했어. 그 둘이 그렇게 꼼꼼하게 숨기는데 우리라고 별 수 있겠어? 그보다. 그레이스.”

“예.”

“역시 그가 듀얼킹이겠지?”

“99.9%의 확률입니다. 주인님.”

“하아. 코앞에 두고 찾지를 못 했네. 일단 준비나 해둬.”

“직접 가시는 겁니까? 그러지 말고 직접.”

탁!

여인이 가볍게 탁자를 두들기자 그레이스라고 불린 여성이 입을 다물었다.

“그레이스. 나는 준비하라고 했어.”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래. 나는 너를 매우 신용해. 주위의 벌레나 쓰레기들과 다르게 쓸모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래서 귀여워 해주고 있고. 그렇다고 주제를 파악하지 못 하면 곤란해 그레이스. 너는 내 도구고 장난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단지 유용해서 사용하고 있을 뿐이지.”

여인의 말에 그레이스가 황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찍으며 외쳤다.

“부디 용서를!”

“아아. 너무 그러지 마. 그냥 확실히 자신이 어떤 처지라는 것인지 알려주려는 거야. 벌주지 않아. 벌이라고 해도 너는 이미 내가 괴롭히면 그것도 쾌감으로 느끼잖아? 그러니 소용도 없지. 그러니 그냥 얌전히 가서 준비나 해. 그레이스. 그 동안 한 일들을 생각해서 이번일은 눈감아 주겠지만 두 번은 없어.”

“예! 주인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하게 방에서 나가자 여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갈아치워야 하나? 흐음.”

그 말과 함께 여인이 옆에 있는 종을 가볍게 흔들자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정장을 입은 노인이 들어 왔다.

“부르셨습니까?”

“응. 쓸만한 장난감 있어?”

“어떤 것으로 말입니까?”

“그레이스 같은 걸로.”

“질리셨습니까?”

“아니. 그 정도는 흔치 않잖아? 잘 가지고 놀고 있지만 오늘 내 말에 자기 의사를 표하더라고.”

“... 처리하겠습니다.”

“아니야. 한 번 용서해줄 생각이야.”

“정말이지 자비로우십니다. 저는 그것이 걱정입니다. 주인님의 넘치는 자비에 벌레들이 붙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어쩌겠어. 이렇게 태어난 것을. 너무 착하게 태어났어. 그렇지?”

“그렇습니다. 전의 그 패배자들도 살려주시고.”

“그래도 일단 부모인데 죽이면 쓰나. 그냥 기억만 지워버리면 되었지.”

“후우... 역시 너무 자비로우십니다. 그런 패배자 쓰레기들은 바로 처분하시는 것이 주인님의 명에 누가 되지 않습니다.”

“후후. 뭐 그 문제는 넘어가고. 어때? 쓸만한 거 있어?”

“찾아보겠습니다.”

“응. 그리고 선물 좀 준비해야 겠어.”

“선물이요? 그분을 만나시러 가실 겁니까?”

“응. 가야지. 갑자기 사라진 이유도 궁금하고. 내 남편이 될 지도 모르는 남자니까.”

“준비하겠습니다.”

“응. 아 혹시 모르니 장난감 더 챙겨나. 아직 그의 취향은 모르니 골고루 챙겨. 남자의 취향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모르니까. 같은 남자인 집사가 그나마 좋지 않겠어?”

“허허. 저라고 해서 다 알겠습니까? 단지 다양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응. 그럼 가봐.”

“예. 그럼.”

그리고 노인이 밖으로 나가자 여인은 허공의 손가락을 움직인다. NC의 화면을 조종하는 것이었다.

- 호오. 무슨 일이지?

“이번에 그를 만나러 갈 생각이야.”

- 그래?

“너도 같이 가지.”

- 나도?

“그래. 너도. 너도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 흐음. 그건 그렇지. 그래도 갑자기 말하니 이거...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군.

“장난감이라면 내가 챙겼어. 너는 다른 것을 챙기면 될 거야.”

- 그런가? 그럼 그러도록 하지. 그런데 그는 평범한 사람이야. 장난감들을 보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상황 봐서 할 거야. 좋아하면 주면 되는 것이지. 남자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 아니 인간이면 당연하지. 그 증거로 너도 상당히 취향이 독특하니까.”

- 여자를 가지고 노는 너에게 들을 말은 아니군. 여자면서. 나는 그래도 최소한 남자들을 가지고 있어.

“남자는 재미없어. 거기에 비해서 여자는 가지고 놀기 정말로 좋거든. 그리고 나는 심미안이 높아서 그런 무식한 것들을 만지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도 않고.”

- 쿡. 하긴 나도 별로 아니기는 하지. 그래 알아서 준비하도록 하지.

“그리고 이집트에 있는 그녀에게도 연락 해주게나.”

- 하! 결국 다 모이는 건가? 이거 치열해지겠는 걸?

“치열은 무슨. 그의 정부인 자리는 나야. 이미 이야기 끝났을 텐데? 아니면 또 다시 전쟁이라도 할 생각인가?”

- 노노. 흥분하지 말라고. 단지 둘째나 세 번째라고 해서 첫 번째 보다 더 사랑받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과거 왕조의 역사를 봐도 알 수 있고.

“흥. 남자 하나 내가 어떻게 하지 못 할 것 같나?”

- 평범한 남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어떻게 하지 못 하니까 남편으로 삼을 생각일 텐데? 나나 그녀나 너나 모두 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그런 쓰레기가 아니야. 그와 같이 왕이 될 남자를 원하는 거지. 그럼 남자야 말로 여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니까.

“쓸데없는 소리를...”

- 부정해서 바뀌는 것은 없어. 애초에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던 우리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서 스스로 여자라는 자각을 했을 뿐이고. 그것이 기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랑이라는 것이 되었지.

“그리고 싸웠지. 그는 모르지만.”

- 어쩔 수 없지. 그가 평범하다는 것을 알고 최대한 우리를 숨겨야 하니까. 뭐 그의 누나나 동생은 만만치 않을 것 같지만.

“결혼은 본인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 우리 정도의 위치면 그도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하지만 그는 평범하니까.”

- 쿡. 그렇지. 그는 평범하지. 이제부터 바뀌겠지만. 뭐 일단 알았으니 거기서 보도록 하지.

“그래.”

그리고 영상통화를 끝낸 여인은 다시 찻잔을 들어서 차를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식었군.”

그 말과 함께 다시 종을 흔들자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젊은 여인이었다.

"차가 식었다. 다시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주인님."

"아. 그리고 과자도 가져오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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