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자세한 건 사의에게 물어봐. 나는 좀 피곤해서 먼저 씻고 잘 테니까.”
태천의 말에 희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어서 가서 쉬어.”
“응.”
그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태천을 보던 희선은 NC를 조작하며 전화통화를 하였다. 그리고 당연히 그 대상은 사의였다.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의의 말에 희선이 말했다.
“정말이야?”
- 예. 어디까지 이야기 하셨나요?
“단지 일이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것 정도?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너에게 연락하라고 하더군.”
- 그럼 간략하고 최대한 빠르게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거기! 똑바로 측정 안 합니까!!!
사의의 외침에 희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할까?”
- 하하. 아닙니다. 이렇게 한 번씩 소리치기만 하면 그만이거든요. 그러면 중요한 이야기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직접 오는 게 좋은 것 같아. 이런 식으로 통화하면 도청당하기 쉽거든. 나도 큰일 하나를 치루고 와서 좀 상황이 바뀌었다고 할까?”
- 흐음. 그렇습니까? 그러면 잠시 가디려 주십쇼. 여기서 일을 다 처리하는 데로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
- 예.
그리고 희선은 통화를 종료하고 저택의 안으로 들어가 손님을 접객하는 접객실 안에 들어갔다. 평범한 접객실이지만 보안은 이 저택의 어느 방 보다 뛰어나게 되어 있다.
심지어 태천이 자는 태천의 방 보다 이 접객실의 보안이 더 뛰어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이 방에 들어 온 희선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첫 번째 능력. 양지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를 다루는 힘. 이로 인해서 뇌후로 불리지만 그녀의 진짜 무서운 능력은 음지의 능력이라고 부르는 시간을 조정하는 힘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또 하나의 능력. 그녀 스스로도 이 능력을 개화한지 1년도 안 될 정도로 능력을 개화시킨 지 얼마 안 되는 능력이지만 앞의 두 능력 보다 어떻게 보면 더욱 무서운 능력이었다.
“도대체 왜 계속 나에게 이런 힘이 생기는 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희선은 가볍게 손을 뻗자 책장에 있는 책 하나가 쏙 빠져나오며 희선의 손에 들어왔다. 염력? 아니다. 희선의 능력은 그 보다 더 고차원적이며 단순한 힘이다.
“인력과 척력이라...”
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 단순하다. 하지만 이 단순한 힘이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아직 희선의 능력으로는 거기까지 못 하지만 그녀만의 비밀 수련장에서 해 본 바로는 최대 100톤의 무게도 밀어 낼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은 1년 만에 매우 많이 발전해 있었다.
“이것에 대해서 태천이랑 정수에게 이야기해야 하나...”
시간을 조정하는 힘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이 인력과 척력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들을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은 좋지 않았다.
“후우.”
그리고 몇 번 책을 밀어서 다시 책장에 꼽고 다시 당겨서 빼고를 반복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희선은 곧 능력 사용을 멈추고 말했다.
“들어와.”
그러자 문이 열리며 사의가 들어 왔다. 사의는 들어와 문을 닫고 문 옆에 있는 숨겨진 단추 하나를 누르자 곧 이상한 철컥 소리가 들리더니 창문에 방범 셔터가 내려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시계를 보면 알 거야.”
“하하. 죄.. 송?”
사의와 희선이 전화 통화를 한 것은 3시 20분. 그리고 사의는 3시간 하고도 30분이 더 지난 6시 50분에 이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접객실에 걸려 있는 시계는 이제 3시 2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슨...”
“내가 가진 또 다른 능력이지. 시간을 조정하는 힘. 이 방안의 시간을 전체적으로 느리게 한 거야. 즉 이 방은 2분이 흘렀지만 밖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는 거지. 얼마나 걸린 거야?”
“... 3시간 30분입니다.”
“1분당 105분인가... 5분 늘었네.”
“초능력은 하나가 아닙니까?”
“아니지. 단지 나와 같이 하나 이상의 초능력자가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것뿐이야. 그리고 아마 시간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는 내가 최초 일 것 같고.”
“굉장하신 분이군요. 왜 다른 헌터들이 당신을 두려워하는지 알겠습니다.”
“거기까지 조사한 거야?”
“하하. 이 세계의 통신체계와 정보관리는 참 재미있더군요. 효율적임과 동시에 너무나도 취약하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딱 털기 좋았습니다.”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내 정보나 S급 헌터들의 정보는 단순히 컴퓨터에서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 아닐 텐데?”
“가디언 협회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하나하나 개개인 적으로 했습니다.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시간을 투자한 보람은 있었습니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우리 마스터의 누나이신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거죠. 한 명 빼고요. 아 이런 것들은 저의 개인적인 근거로 추리한 겁니다. 물론 지금의 것으로 확실하게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악마의 전략가라고 불릴만하네. 그러면 이 능력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해 줄까?”
“하하 괜찮습니다. 적도 아니고요. 그보다 이제 다시 이야기를 해야 겠군요. 제가 먼저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의는 가이아가 태천에게 한 이야기들을 하였다. 동시에 바뀐 계획 중 하나로 중국에 S급 몬스터를 풀어 놓는 것까지 모두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희선은 조금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일이 엄청 커지는 군. 그것도 빠른 순간에. 이렇게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 오히려 그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어차피 결국은 힘이 전부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아니라 희선님 차례군요. 큰 일이라는 것이 뭡니까?”
“천신문이라고 알아?”
“...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군요.”
“그 천신문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는?”
“리셀 아브라함이 미국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면 천신문은 모든 무인들의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동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거의 그들의 손에 있다는 것까지가 제가 알고 있는 정보입니다.”
“거의 다 알고 있네. 맞아. 그 천신문. 우리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하지.”
“천신문이 마스터의 아버님의 가문입니까?”
“응. 단지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아. 우리 어머니는 조금 평범한 헌터인데 반해서 아버지는 아니었으니까. 천신문에서도 역대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고 불렸던 분이야. 당연히 문주인 할아버지인 작자가 거는 기대가 컸지.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하기 위해서 가문을 나왔어. 그 덕에 우리나 어머니는 아주 죽일 놈, 년이 된 거지. 하지만 어머니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 할아버지라는 그 놈을 만나러 갔지. 물론 도와달라는 부탁은 거절당했고 나는 화가 나서 조금 화를 내고 왔지.”
“단순히 말로 하고 온 것 같지는 않군요.”
“내 능력에 대해서 완벽하게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명이야. 제대로 협박하고 왔어.”
“그러면 천신문도 적이 된 거군요. 확실하게.”
“아마 지금 쯤 열심히 움직이고 있을 거야.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무효화시키기 위해서.”
“무효화라고 하시면?”
“내가 노리는 것은 그들에게도 타격이 크니까. 자신의 입맛대로 고위층을 두고 있는데 그들을 모두 치워 버리면 타격이 없을 수는 없지.”
“일이 복잡해지겠군요. 천신문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 못 합니다만...”
“괜찮아. 너는 네가 한 계획대로 움직여. 내가 거기에 맞춰서 움직일 테니까. 천신문이라고 해도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 우리 아버지 정도 되는 재능을 가진 실력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기본 이상은 할 것 아닙니까?”
“기본 이상은 하겠지. 애초에 그들을 무너트리는 일이 쉬울 리가 없잖아?”
“마스터가 들으면 싫어할 이야기군요.”
“그렇겠지. 그곳에서는 큰일 없었어?”
“SS급 몬스터가 실존한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 거기에 대해서 자세히 좀 이야기 해줘.”
“흠. 그렇군요. 저희가 그 괴물을 만난 것은 지옥에 들어 와서...”
그리고 밤을 새며 이야기를 통해 서로간의 정보를 교환하는 사의와 희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