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70화 (70/132)

70화

“조용하네.”

자신의 방에 누워있는 태천이 중얼거렸다. 다른 계약자 6명이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긴장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긴장은 풀리고 있었다.

물론 그녀들이 기습한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태천이 모르기에 장담할 수 없었다. 가이아는 6명 전부가 자신을 노린다고 했다.

그리고 태천이 아는 그녀들은 결코 성급한 행동을 하는 위인들이 아니다. 자신의 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기에 분명 그 3명을 포섭해서 6명이 동시에 덤빌 것이다.

“아직 포섭 단계인가?”

그렇다면 조용한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태천이 걱정하는 것은 포섭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들도 나머지 3명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성녀가 말했다. 그녀들의 재능의 한계는 카드 100장이라고. 하지만 그 100장이면 충분하다. 태천도 지금 사실 상 사용하는 카드는 아수라와 아수라의 장비카드인 천수천안. 그리고 천지만신검과 가이아의 성녀를 비롯한 12레벨의 몬스터 3마리. 그리고 악마의 전략가 사의. 이것이 전부다.

거기다가 심지어 아수라의 경우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하데스가 그의 특유의 능력으로 아수라의 영혼을 빙의시킨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즉 이것을 제외한 상황에서 다시 보자면 태천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카드는 10장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100장이라고 하면 충분하고도 넘친다.

“게임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걱정은 걱정이네. 한 턴씩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선빵 때리는 놈이 장땡이니까.”

게임에서는 한 턴씩. 서로 번갈아 가면서 기회를 잡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것 없다. 그냥 먼저 치는 놈이 장땡이다. 당장 자신이 소환한 몬스터만 봐도 쉬지도 않고 몬스터를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게임의 규칙. 그것은 현실로 와서 거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것으로 인해 더욱 좋아지기도 했지만 안 좋아진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큰 것은 자신에게만이 장점이 아니라 적들에게도 그것이 장점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하게 불리하게 된다. 가뜩이나 1:1도 아닌 6:1로 싸워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기기는 하겠지만 역시 조금은 걱정은 걱정이다.”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질 수도 없다. 아수라와 천지만신검. 이 2가지만 하더라도 상대가 100명의 S급 헌터라고 해도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천개의 손을 지닌 아수라는 최강의 방패가 될 것이며 신의 카드라고 불리는 EX급을 넘어 초월급에 도달한 천지만신검은 최강을 넘어 무적을 자랑하는 검이 되었다.

최강의 방패와 무적의 검.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는 태천이다. 이 상황에서 진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그냥 수련이나 하러 가야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여유시간에 휴식을 취하고 컴퓨터를 즐기던 태천이지만 헌터가 된 후 일상이 상황이 모든 것이 변화하였다.

‘싫은 변화는 아니지만.’

그리고 태천은 다시 수련장으로 향했다. 요즘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천지만신검의 수련을 위해서...

* * * * * * * * * * *

“언제 움직일 거야?”

- 아직은 무리지.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강점이 있다고 하지만 그가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 그의 강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리셀이 잘 알지 않나요? 비록 그때는 게임이라고 하나. 4번이나 당신을 이긴 사람이니까요.

“잘 알지.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만 할 거야.”

- 하지만 그렇다고 개죽음 당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야.

“그 준비만 하다가 끝나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할 거야.”

- 그렇다고 아트리아의 말 대로 이대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상황에서 싸우면 100번 싸워도 100번 패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애초에 싸우자는 말을 하지 말던가.”

- 설마 내가 아무런 준비도 안할 것 같아? 이미 준비는 하고 있어.

“준비?”

- 천신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천신문이 나오자 리셀이 인상을 찌푸렸다. 슈퍼파워라고 불리는 미국의 실질적인 주인인 아브라함 가문. 그리고 그 가문의 주인인 리셀. 그녀는 실질적으로 이 지구를 지배하는 여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하지 못 하는 유일한 곳이 딱 2곳이 있다. 하나는 천족과 마족이 개입되어 있으며 자체적으로도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가디언 협회. 그리고 또 다른 한 곳이 바로 천신문이다.

미국이라는 곳이 강하기는 하지만 감이 유럽과 아시아 전체를 상대로 싸울 정도는 아니다. 당장 중국만 해도 무섭게 미국을 따라오고 있으며 일본은 중국에게 밀렸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3번째로 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순수한 국력. 즉 힘이라는 면에서만 보자면 가장 최강은 대한민국이다. 사상최강의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린다. 헌터의 등장 이후. 전 세계의 모든 이목은 단 한번도 이 조그마한 나라를 떠난 적이 없다.

언제나 최강의 헌터들이 나왔으며 언제나 강력한 무인들이 나왔으며 자신들 보다 수십배나 강한 이들을 상대로 언제나 최종적인 승리를 취해왔다.

전투민족. 수많은 대국의 핍박에도. 끝까지 버티며 결국은 살아남았으면 끔찍한 내전에서도 차후 복구에 100년. 발전을 위하면 2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세계의 유명한 학자들의 말을 비웃듯이 불과 20년 반에 복구를 그리고 총 60년에 걸쳐서 세계 경제 순위 10권 안에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대한민국의 지배자이자 아시아를 넘어 유럽마저 손에 넣어 버린 세계 최강의 세력. 천신문. 아브라함 가문이 채 200년도 안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천신문은 무려 1만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비교도 안되는 괴물 중의 괴물이다.

“그래서?”

- 그들의 수장이 우리를 도와주기로 했다.

“우리를 도와줘? 천신문의 문주가?”

천신문의 입장에서 리셀 아브라함이나 아트리아 이시스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미국도 파멸 시켜버릴 수 있다. 그런 그들의 도움이라면 확실히 믿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덮친다. 이건가?”

- 뭔지는 모르지만 김희선 그녀가 어지간히 그의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야. 같이 제거 하자고 하더군. 물론 일단은 본보기로 김태천을 삼는다고 하고.

“천신문의 도움이라...”

솔직히 이 정도면 이제 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 천신문이 나선 이상.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 했다. 김태천의 죽음은 확정된 것이다. 단지 어떻게 얼마나 버티고 죽느냐. 그것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이지?”

김태천은 죽는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로 해야 했다.

-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공작을 눈 감아 준다고 하더군. 물론 이것도 도를 넘으면 안 되지만 어느 정도는 다 눈감아 준다고 하더군. 그리고 김태천에 관한 모든 정보는 자신들이 가진다고 한다. 모든 힘의 파편이나 재산까지 모두.

“그건 상관없지. 그들이 도와주는 전력이 어디까지 인지가 중요하다. 아트리아.”

- 물론이지. 검신대 전원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검신대 전원?”

아트리아의 말에 이번에는 리셀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신문이 자랑하는 8개의 무력 부대 중 한 곳이 바로 검신대. 이 곳에 속해 있는 대원 한명이 최소 A급 헌터와 대등한 힘을 가진 검사다. 대원은 총 200명. 이 인원이 움직인다고 하면 일은 자연적으로 커진다.

- 물론 뒷 공작은 그들이 알아서 한다고 했어요. 그저 우리는 그를 죽이는 것만 신경쓰면 그걸로 충분해요.

이시스의 말에 리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짜를 잡으면 연락해라.”

- 그럼 나중에 보자고.

- 예. 그럼 편안하시길.

통화가 끊어지자 리셀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노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천신문이 움직인다고 하더군.”

“천신문이 말입니까?”

노집사가 정말로 깜짝 놀라며 말했다. 천신문이라는 이름은 그 만큼의 가치가 충분했다.

“허어... 이거 일이 너무 커지고 있습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김희선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파고들어 볼까요?”

“되었어. 천신문이 그 사실을 알고 기분 나빠서 인상 쓰면 우리는 울 수도 있으니까. 슈퍼파워라고 불리는 미국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를 지배하는 천신문에 비하면 애들이나 마찬가지지.”

“그럼... 그분은.”

“아마 죽겠지.”

담담히 말하는 리셀을 바라보며 노집사가 말했다.

“이대로 두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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