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79화 (79/132)

79화

“어.. 어떻게....”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명의 사내를 중심으로 부는 조용한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인간을 초월했다고 불리는 화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의 강력한 강기도. 수십 명이 힘을 겹쳐서 만든 절세의 진법도 그 어떠한 것도 저 바람을 막을 수 없었다. 강력한 강풍이라면 말도 안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살랑이는 바람보다 조금 더 쌘 바람. 선풍기 보다도 약한 바람이다.

하지만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어떠한 존재도 어떠한 것도 한 줄기의 바람 앞에 미약하게 무너진다.

“본래 그런 거야. 세상이라는 것이 자기가 다 최강이고 짱인 것 같지만 언제나 더 대단한 놈들이 나타나기 마련이지. 단지 살아 있을 때 나오느냐 아니면 죽은 후에 나오느냐. 그 차이야. 그보다 1만년씩이나 해왔으면 이제 슬슬 물러날 때도 되지 않았어?”

“네 이놈!!!!!”

그때 주위에 있는 전가들을 흔드는 커다란 외침과 함께 한 노인이 허공답보를 밞으며 지상에 내려오고 있었다.

“자.. 장로님이왔다!!!”

““““와아아아아!!!!””””

주위의 사람들의 환호에 태천은 그저 담담히 장로라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허공답보 굉장한 경지에 이른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태천도 할 수 있다. 1분만에 배웠고 마스터 했다. 장삼봉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금 태천이 주 전력으로 사용하는 몬스터들 중에서 고작 그 정도 실력도 안되는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귀찮은 놈.”

그리고 다시 한 번 바람이 분다. 이에 그 동안 수많은 공포를 느낀 이들은 급히 뒤로 물러났고 무언가 불안함을 느낀 장로도 허리에 있던 검을 그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 던진다.

“이기어검!!!”

“결국은 도달하셨구나!!”

현경에 이른 자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하다는 이기어검에 많은 이들이 이번에야 말로 저 기묘한 공격을 깰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채채채챙!

바람앞에 검이 부서진다.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산산조각 나며 사라지고 바람은 장로의 몸을 한번 휩쓸고 지나간다. 그리고 장로는 사라졌다. 시체도 심지어 피 한 방울도 없이 완벽하게 증발했다.

“이기어검이니 뭐니 해봐야 결국 인간의 기예. 신조차 초월한 힘 앞에는 무용지물이지.”

태천의 말을 들은 이들은 이를 악물며 오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만큼 강하기에 뭐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것은 정말로 신을 초월한 힘이라는 것이다.

천지만신검. EX급의 백신검이 강화되어 초월급이라는 새로운 급에 도달한 사상최강의 카드. 신의 카드라고 불리는 EX급 장비 카드를 뛰어 넘었으니 신을 초월한 힘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

“그럼 계속 해볼까?”

일단 확실하게 밞아야 했다. 물론 너무 밞으면 안되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곳에 있는 이들의 80%정도는 죽여야 제대로 경각심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태천은 다시 천지만신검을 사용한다.

화르르륵!

이번에는 불이었다. 불로 이루어진 거대한 대검 5개가 태천의 주위에 나타난다.

“자.. 자연경이라는 건가!”

한 노인이 말하는 것에 주위의 다른 이들이 모두 놀란다.

“자연경? 들어 본 적 없어서 모르겠네. 뭔지는 모르지만 헛소리야.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아 모르겠구나. 그냥 다짜고짜 때리고 봤으니까. 뭐 이미 충분히 시간도 끌었으니 잠시 쉬어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도록 할까? 그럼 자기소개부터 하도록 하지. 김태천이라고 하고 일단 최초의 듀얼 몬스터즈의 카드를 현실로 사용한 인간이고 너희가 인질로 잡아간 한 여인의 아들이기도 하고 이 천신문의 문주인 늙은이의 손자라고 할까?”

“닥쳐라! 이놈!!!!”

사방에서 울리는 커다란 목소리에 많은 이들이 귀를 막았다. 사방에서 들리는 목소리. 육합전성이라고 불리는 초고급의 기예로서 허공답보보다 더욱 힘든 것이다.

“누가 네놈 같은 놈의 할아버지라는 것이냐!!!”

이번에도 허공답보로 나타나는 노인. 아니 노인들을 바라보며 태천이 말했다.

“나도 당신 같은 할아버지 둔 적 없어. 우리 아버지는 고아거든. 단지 피로 따지면 어쩔 수 없다는 것 뿐이야. 누가 너 같은 할아버지 두고 싶을 것 같아?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거잖아. 그러니 어쩔 수 없지. 그보다 천신문이라는 이름이 울고 있어. 한다는 짓이 고작 힘도 없는 여인을 납치하는 건가? 천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주제에?”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놈!!!”

“내 말이 틀렀어? 여기 우리 엄마 있던데. 지금쯤이면 다시 내 집에 있겠지만.”

태천의 말에 노인이 살짝 놀라며 급히 감각을 퍼트려서 태천의 어머니가 있는 곳의 기척을 느껴보자 확실히 하나의 기척이 비었다.

“... 혼자 온 것이 아니로군.”

“장삼봉이라고 들어봤어? 일단 듀얼 몬스터즈의 12레벨 몬스터야. 게임에서는 모르지만 현실로 부르니까 좋더라. 진짜 장삼봉 같거든. 모든 무공을 다 알려주더라고. 보여줄까? 태극혜검. 상당히 관심 있어 하는 것 같은데.”

“헛소리! 고작 컴퓨터가 만든 프로그램 나부랭이로 무도를 논하겠다는 것이냐!!!”

노인의 외침에 태천은 어깨를 으쓱 한다. 저렇게 말하면 할 말 없다. 듀얼 몬스터즈가 컴퓨터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확실한 것은 신. 13레벨의 몬스터.

신들은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 정도? 물론 이건 저들에게 백날 설명해 봐야 이해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며 태천은 다시 손을 저으며 5개의 불의 대검을 노인들이 있는 공중으로 겨누었다.

“뭐 백날 말해봐야 당신이랑 나랑 의견이 좁혀질 리가 없지. 늙으면 오로지 고집만 남는다고 하잖아? 나는 애초에 당신을 설득하는 것을 기대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 어서 일이나 보자고. 어차피 엄마도 없겠다. 아무 마음껏 날뛰어주지. 그래도 일단 할아버지기도 하니 최소한 죽이지는 않을게. 대신...”

5개의 대검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쏘아지며 전각에 충돌하더니 거대한 폭발과 함께 전각을 완벽하게 날려버렸다.

“이곳은 완벽하게 부셔버릴 거야.”

“천신문의 이름으로 적을 말살하라!!!!!!!!!!”

““““““존명!!!””””””

“존명은 무슨.”

피식 웃으며 태천은 다시 불꽃의 대검을 만든다. 저들이 강하다고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인간들끼리의 싸움에서의 이야기. 신조차 초월하는 검을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는 의미 없었다.

“개미 수천마리가 있다고 해서 화염방사기를 가진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자신에게 달려드는 천신문의 무인들을 바라보며 태천은 양손을 활짝 펄치자 불꽃의 대검 20개가 그들을 향해 쏘아진다.

“승부는 옛날에 결정된 거야.”

콰콰콰쾅!!!!

* * * * * * * * * *

“후아. 이거 정말로 너무 강해져버렸네.”

주위에 있는 것은 오로지 까맣게 타버린 시체들. 예상 이상의 반항과 거기에 자신의 힘에 대한 기쁨. 이 두 가지가 어울려지자 태천은 자신도 모르게 아낌없이 퍼주는 나무처럼 아낌없는 공격을 퍼부어 버렸다.

“이래서야... 쥐가 고양이 물게 생겼네.”

전멸. 천신문 본단에 있는 모든 이들을 다 죽여 버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좀 도망이라도 칠 것이지 왜 다 달려드냐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태천은 걸음을 옮겼다. 일단 다 죽였다고 하지만 이곳은 천신문의 본단이다. 당연히 여러 가지 귀한 것들이 잔뜩 있는 곳이다.

“어디 보자....”

아무리 강하고 위험한 함정이 있고 절세의 진법이 있어도 신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태천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으며 천개의 손이 지키는 태천을 해할 수 없었다.

“듀얼. 소환. 가이아의 성녀.”

오랜만에 나타나는 마법진과 함께 가이아의 성녀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무사하신 모습을 보니 다행이에요. 왕님. 그보다 여기는..”

“천신문 본단. 우리 엄마를 납치해서 다 쓸어버렸어.”

“... 잘 죽었네요. 그보다 그러면 저는 왜 부른 거죠?”

“이곳에 있는 보물들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잖아? 나 없던 재능도 생겼으니 이제 무공이라도 좀 파고들어가 볼까 생각중이거든. 조언자도 든든하게 붙어 있으니 소일거리 삼아서 해볼 생각이야.”

“나쁘지 않아요. 여차 할 때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니까요. 그러면 어디 있나요?”

“이 밑에.”

지금 서 있는 곳의 발 밑을 톡톡 태천이 건드리자 성녀가 발 밑에 있는 땅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에 있군요.”

“응. 땅 움직여서 가져가자.”

“상당한 크기네요.”

눈을 감으며 지하창고의 크기를 느낀 성녀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천도 천수천안보살의 눈을 통해서 본 창고의 크기게 솔직히 기가 질렸으니 말이다.

“1만년 동안 더럽게 많이 모았지. 다 옮길 수 있겠어?”

“가능은 하겠지만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 해요. 흔들리지 않게 신경써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천천히 와 천천히.”

“다른 곳은요?”

“그 정도는 남겨둬야지. 다 가져가면 미안하잖아. 나는 적에게도 자비를 배푸는 착한 놈이거든.”

“푸훗. 그도 그렇군요. 그러면 바로 갈까요?”

“어. 가자.”

“예.”

15분. 1만년의 역사와 전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천신문의 본단이 태천의 손에서 완전히 전멸당한 시간. 그리고 53초. 이것은 태천과 성녀가 천신문 최고의 비밀 창고 천무고를 통째로 털어 가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후우. 신작 야구 소설을 투수로 잡고 쓰는데... 힘드네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야구 소설. 그래도 책을 샀으니... 이 책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쓰는 중입니다.

그렇다고 이 걸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도 2편 썼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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