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80화 (80/132)

80화

천신문의 본단에서 출발해서 태천이 집에 도착하는데는 4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성녀가 지하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천무고 때문이다. 지금의 천무고는 모든 정리가 다 되어 있는 상태. 이 상황에서 천무고가 흔들리며 영약이나 책이 쏟아지면 그야 말로 난감한 상황.

속도를 포기하고 천천히 가고 있기에 늦어 질 수밖에 없었다. 해가 뜨고 하늘이 서서히 푸른색으로 변해가고 있을 때 집에 도착한 태천은 문앞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누나?”

“왔구나.”

“뭐 하고 있어?”

“혼자 적의 본진에 쳐들어간 동생을 걱정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지.”

희선의 말에 태천이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혼자는 아니지. 그리고 엄마가 인질로 잡혀 있는데 여유롭게 누나랑 이야기 하고 있을 시간은 없잖아?”

“내가 같이 가서 역으로 공격당하지 않을까 싶어서 데려가지 않은 것은 아니고?”

“설마. 우리 누나가 얼마나 강한 여성인데.”

“말은 잘하네. 그래서 그냥 온 거야? 선물은 없어?”

“선물이라고 한다면 천신문을 내가 괴멸 시켰다는 것 정도? 그 할아버지라는 양반도 실수로 태워버렸어. 생각 이상으로 약하더라고. 그리고 천무고라는 곳을 털어왔지.”

“천무고? 거리를 털어서 왔다고?”

“똑바르게 말하면 털어 왔다는 것 보다는 아예 통째로 가져왔지. 지금 우리 발 밑에 있어.”

“... 설마.”

희선의 말에 태천과 성녀는 그저 미소 지었다. 가이아의 성녀. 그녀의 힘으로 땅 밑에 공간을 두고 그 공간을 통해 땅 밑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희선은 이미 알고 있다. 즉 지금 태천은 아예 천무고 자체를 들고 왔다는 것이다.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멍청한 질문이겠지. 가능하니까 그 사실을 나에게 말한 것일 테니까.”

“후후. 그렇지. 그러면 성녀. 창고 내가 말한 곳으로 잘 옮겨놔. 길도 만들어 놓고. 그리고 거기 안에 있는 것들 상하지 않게 잘 좀 해줘.”

“장삼봉의 도움이 필요하니 그도 데리고 갈게요.”

“그래.”

그리고 성녀가 총총총 어딘가로 걸어가자 그것을 보고 있던 희선이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까지 보고 있니?”

“응? 뭘?”

“너도 무슨 목적이 있을 것 아니야. 사의가 자세한 것들을 계획한다고 하지만 그도 아직 너의 최종적인 목표는 모른다고 했어. 복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복수는 이미 사실 상 거의 끝이 보이고 있어. 이제 터트리기만 하면 그걸로 끝이야.”

“그건 그렇지. 누나가 모은 정보가 많으니까. 나는 이제 곧 명성을 얻으러 갈 생각이고.”

“그러니 묻는 거야. 그 후에는 뭘 할 거야?”

“글세... 딱히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태천은 가이아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세상을 지배할 힘이라...”

태천의 중얼거림에 희선은 놀라며 태천을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네. 응. 좋아. 앞으로는 다른 걸 목표로 움직여야 겠어. 이왕 이렇게 된 것 까지 것 세상한번 손에 넣어봐야지. 신들도 도와주겠다는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세상을 지배하겠다고?”

“지배라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그저 절대적인 위치에 오르면 나머지는 그들이 알아서 길거야. 그런 상황을 만들 생각이야. 시작은 이제 슬슬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할 S급 몬스터의 중국에서의 난동부터 시작해야겠지.”

“... 갑놀이야?”

“하하하. 그렇게 말하면 너무 천박하다는 느낌이 들잖아 누나. 이왕이면 그냥 세상을 지배하려고 한다고 해줘. 이게 좀 더 뭔가 있어 보이잖아.”

“오히려 더 유치해 보여.”

그리고 희선이 태천의 양볼을 잡아 당겼다.

“아으타우니자투지.”

태천의 말에 희선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 누나 하면서 이 누나 뒤만 졸졸 쫒아 오던 귀여운 아이가 언제 세상을 이야기 할 정도로 컸을까.”

“아파.”

희선이 손을 놓아주자 태천이 양 볼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런 태천을 보며 희선은 미소 지었다. 불과 약 8개월 전만 해도 그냥 평범한 인생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은 태천.

솔직히 희선은 그간의 태천의 성격이나 행동을 봐서는 이 변화에 잘 적응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태천은 생각 이상으로 잘 적응했다.

아니 이제는 스스로 목표도 나아갈 길도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태천이 다 컸네.”

“그러면 내가 아직도 애인가? 나도 나이가 이제 24살이야. 옛날 같으면 애가 있을 나이라고.”

“그러네. 그러면 피곤할 테니 이만 들어가자.”

“응.”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태천이었다. 그런 태천을 보던 희선은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컸네. 진짜로.”

오늘 따라서 유난히 커 보이는 동생의 등을 보며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는 희선이었다.

* * * * * * * * * * *

“천신문 본단이 전멸이라고?”

“지금 농담하는 거지?”

미국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리셀이 크게 놀라며 말했고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태천의 고모도 놀라며 이 소식을 가져 온 노집사를 바라보았다.

“예. 완벽하게 전소되었다고 합니다. 산 하나가 아예 사라졌으니 뉴스에 나오지 않을 리가 없죠. 살아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항시 최소 10명의 현경의 고수와 2명의 생사경의 고수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야! 거기다가 진법이나 기관들은..”

“상대가 인간이 아니니 어쩌겠어. 신을 상대로 인간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은 리셀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노집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정말로 그가 13레벨의 신을 소환했다고 보십니까?”

“발록을 그렇게 쉽게 죽이기 위해서는 더욱 강해야 해. 같은 12레벨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즉 한 단계 위인 몬스터. 신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어. 우리는 한명의 신과 계약하였지만 그는 몇 명의 신과 계약했는지 알 수 없어. 무엇보다 그는 듀얼킹이야. 듀얼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도 그를 따라갈 수 없어.”

“하지만 이건 현실입니다.”

“현실이라도 마찬가지지. 듀얼 몬스터즈의 카드를 사용하잖아? 그럼 듀얼 몬스터즈야. 나도 그렇게 보는데 그라고 아닐까봐? 신을 소환한 이상 이 세상에서. 천족과 마족을 포함시켜도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어.”

“그래봐야 카드게임이야.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다고.”

태천의 고모가 말하자 리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12레벨 몬스터면 혼자서 S급 몬스터를 최대 3마리까지 잡을 수 있어. 내가 소환한 투마왕 발록은 최대 5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고 하더군. 물론 본인의 말이니 확답은 못 하지만 그래도 혼자서 S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지. 고작 1의 차이라고 하지만 당신도 무인이니 알거야. 높은 경지에 있을수록 고작 하나의 경지 차이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그것과 같아. 나는 발록의 힘을 직접 본 적이 있어. 발록 혼자서 그 곳을 쓸어버리는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 보다 강한 신이라면 가능하지. 무엇보다 태천. 그도 이상한 힘을 사용하지. 그 돌로 이루어진 검이나 묘한 바람. 이 2가지의 힘도 무시할 수 없어.”

리셀의 말에 이번에는 태천의 고모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모두 사실이다. 그녀도 발록을 직접 봤다. 그리고 그 발록이 얼마나 강한지 그 힘을 느껴보았다.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자신은 가볍게 죽일 수 있는 괴물 중의 괴물.

그것이 그녀가 본 투마왕 발록이다. 하지만 그 발록은 단 일수에. 단순한 공격 한 번에 죽었다. 아무리 장삼봉이라는 전설적인 무인과 싸우는 중이라고 하지만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

그것은 그 만큼의 격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제 끝났군. 이 세상도.”

“무슨 뜻이지?”

“미국이 지배하던 세상이 끝났다는 거다. 이제 곧 그 남매가 이 세상을 지배할 테니까. 지금 우두머리가 비어 있는 천신문이다. 그리고 김희선 그녀는 따지고 보면 적통중의 적통이지. 죽어버린 천신문 문주의 아들의 딸이니까. 천신문 문주가 되기 위한 최우선의 조건은 강함. 그렇게 보자면 김희선 그녀는 완벽한 문주 후보지.”

“헌터로서는 천신문의 문주가 될 수 없어. 초능력을 무시하는 않지만 그 능력의 한계는 명확하니까.”

“그녀의 능력에 대해서 잘 모르는 군. 그녀는 모든 S급 헌터들 중에서도 최강을 자랑하는 이유는 단순히 뇌전 하나의 능력 때문이 아니야. 그녀의 능력은 하나가 아니라는 거지.”

“능력이 하나가 아니라고? 그런게 가능 한가?”

“그러니 S급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면서 다른 헌터들이 덤빌 엄두를 내지 못 하고 있는 거야. 그 능력이 뭔지는 나도 모르지만 피터에게 대충은 들었지. 전 세계의 모든 S급 헌터를 상대로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있다고 하더군. 그런 그녀라면 충분히 천신문의 문주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보는데. 틀리다고 생각하나?”

“그건...”

“그리고 그녀가 안 되면 김태천 그가 직접 나서면 되는 문제야. 이래저래 천신무은 그 남매의 손에 들어갈 확률이 높지. 아니 거의 들어간다고 보면 되는 거야.”

“그럼 이제 너는 어떻게 할 거지?”

“나는 그냥 좀 더 상황을 지켜 볼 생각이야. 태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앞으로의 행동이 바뀔 테니까. 그 전까지는 대기다. 그리고 어차피 너도 할 일 없을 텐데?”

“... 그건 그렇지.”

“그러니 거기에 대해서 신경쓰지 말고 이야기나 좀 더 해달라고. 그의 과거에 대해서.”

“후우...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냥 동생의 자식들이 신경 쓰여서 간간히 살펴보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태천의 고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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