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85화 (85/132)

85화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어. 이제 곧. 그들은 사회에서 매장될 테니까. 그 후에는 평생 감옥에서 살도록 해야지. 이미 그럴 자료나 증거도 충분하니까. 고소만 하면 되는데 이번일은 다 해결한 후에 하는 것이 좋겠어.”

희선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찬성이야. 지금은 내분보다는 외부의 적을 더 신경써야하지. 벨페고르야 이미 한 번 사냥해 본 기억이 있으니 잡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

태천은 자신 있었다. 벨페고르가 강하다고 한다. 강할 것이다. 일부로 그런 몬스터를 노려서 사로잡아서 이곳에 풀어 놓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12레벨 몬스터만 있을 때에도 충분히 사로잡았던 S급 몬스터다. 지금은 신이라고 불리는 13레벨의 몬스터와 태천 본인도 매우 많이 강해진 상태. SS급 몬스터라고 해도 때려잡을 자신이 있었다.

“나도 알아. 단지 마음에 안들어서 그렇지.”

“그보다 이제 그만 떠들고 가자. 이제 슬슬 비행기 시간이야.”

“알았어.”

“아. 이번에 면세점에 가면 뭐 사올까?”

“어머니 가방이나 사다드려. 가방 다 떨어졌더라.”

역대 최강의 S급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 가는 길이지만 이 삼남매에게서 긴장감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흔히 말하는 강자의 여유였다.

* * * * * * * * * *

“후우...”

“한숨이라. 너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군. 피터.”

“그러는 그쪽이야 말로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데. 좀 앉지. 보내는 이쪽이 어지럽다.”

피터의 말에 피터의 앞에서 왔다갔다 하던 여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냐?”

“그러는 너는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리셀 아브라함.”

두 사람의 기싸움에 조금 떨어져서 그 둘을 보고 있는 노집사는 한숨을 쉰다. S급 몬스터. 코드네임 벨페고르. 그 사냥을 위해서 미국의 헌터들을 이끌고 온 두 사람.

S급 헌터이자 공식적인 최강의 헌터. 피터. 미국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듀얼 몬스터즈의 카드들을 사용할 수 있는 계약자. 리셀 아브라함.

미국을 움직인다고 할 수 있는 두 최고의 권력자가 동시에 움직였다. 사냥을 위해서? 아니 이건 그들에게 있어 허울 좋은 명분에 불구하다. 진짜 목적은? 어이없게도 사랑이다.

피터가 김희선을 좋아하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김희선 본인이 모른다는 사실이 더 의아할 정도로 상당히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고 리셀 아브라함. 잔인하며 냉정한 폭군이 사랑을 해서 소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몇몇 사람만 아는 최고기밀이다. 사랑이 약점도 될 수 있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최고기밀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명이 피터다. 둘은 서로의 처지가 어이없지는 않다. 하지만 피터가 리셀을 리셀이 피터를 보는 눈은 뭐하는 놈인가 하는 눈이다. 자신들의 행동은 전혀 깨닫지 못 하고 말이다.

‘동족혐오라는 것이군.’

리셀과 피터. 닮았다고 하면 닮은 둘이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지극히 닮았다. 당당한 인간 최고의 헌터도. 세계 최고의 권력을 쥔 여황도. 모두 사랑하는 이들 앞에서는 그냥 첫사랑을 하고 있는 10대 소년, 소녀가 되어 버린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로 무섭구나.’

김가 3남매. 김희선, 김태천, 김정수. 이 삼남매의 능력은 완전히 빼고도 김희선은 지구 최강의 헌터가 사랑하는 여인이며 김태천은 세계를 움직이는 여황이 사랑하는 남성이다.

김정수는 아직 별 것 없지만 이 둘을 건드리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둘을 보호하는 이들의 힘은 막강하다.

더더욱 무서운 점은 이들이 좋아하는 희선과 태천의 힘이 이 둘을 훨씬 더 상회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똑똑.

그때 들리는 노크소리에 노집사는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기습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당할 인물은 이 방안에는 없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리고 문을 열고 보이는 인물에 노집사는 살짝 당황하며 문을 열며 말했다.

“어서오십쇼.”

노집사가 그 인물을 방안으로 들이자 리셀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 소리 하려는 것을 들어 온 인물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피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터?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헤에.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네. 공식 세계 랭킹 1위 S급 헌터.”

“흐.. 희선?”

당황한 피터의 말에 희선은 담담히 피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도 S급 헌터이니 만나러 올 자격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차 한 잔도 안주는 건가? 리셀 아브라함.”

“험. 집사.”

“예.”

“들었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부엌이 있는 곳으로 사라지는 노집사를 보던 리셀이 희선과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은 좀 앉지. 서서 이야기 할 것도 없으니까.”

“그게 좋을 것 같군. 앉아라.”

‘알지?’

‘알고 있다. 잠시 휴전이다.’

지금은 서로 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둘 모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 피터는 옛날부터 정했지만 리셀은 최근들어 자신의 마음을 정해서 오히려 피터보다 더 급한 처지였다.

“그럼 실례.”

“그나저나 너희 둘이 올 줄은 정말로 몰랐어. 조용히 들어 왔다고 하던데. 리셀 때문인가?”

“그렇지. 그녀는 쉽게 나오면 안 되는 인물이니까. 그래도 이번에 태천과 같은 계약자로서 나올 거다. 그래도 곧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다 알려지겠지만.”

피터의 말에 희선이나 태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CIA도 무섭지 않은 일명 NTCIA. 네티즌CIA. CIA보다 더 무서운 이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이들이 알아내고자 할 때 못 알아내는 것은 솔직히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나 기밀 사항에 대해서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가지만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버리면 안된다.

할 일없는 해커가 국방부를 털어버려서 그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한 적도 있고 그것이 특히 심한 곳이 바로 미국과 중국이다. 열심히 막아보려고 하지만 이들을 모조리 막는 것은 불가능 했으니 말이다.

“적당히 파기를 바래야 겠네.”

“그렇지. 그건 그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거야. 도를 넘어버리면 그때는 이쪽에서 손을 쓸 테니까.”

“죽이는 거야?”

“물론.”

당당하게 사람을 죽인다는 리셀의 말에 태천이 인상을 찌푸리자 리셀은 빠르게 말을 더하였다.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렇게 심심하면 사람을 죽이거나 하지 않아. 그냥 단순하게 조금 협박하거나 그 자료들을 모조리 날려버릴 뿐이다. 아니면 어딘가로 여행을 보내던가.”

‘지루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년이 잘도 말하는 군.’

‘역시 미래의 태천이의 신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여자는 현재로서는 리셀인가?’

그런 리셀의 말에 피터와 희선은 서로 다른 생각을 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리셀이 지금 내숭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고 느낀 것이었다.

“그보다 한국이 조금 시끄럽던데. 그건 네가 한 일인가?”

“에이. 내가 뭘 했다고. 나는 그냥 납치된 우리 엄마를 구했을 뿐이야. 나머지는 그냥 지들끼리 치고박고 있는 거고. 그리고 한국이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지금 유럽, 아시아 전부가 시끄럽잖아. 그건 내 잘못이 아니지.”

‘역시 천신문 본단을 괴멸시킨 것은 태천이었구나.’

‘... 희선의 동생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 피는 어디 가지 않는 군.’

“아. 그러고 보니 피터.”

조용하던 희선이 피터를 부르자 피터는 잠깐 움찔하더니 곧 평소의 모습으로 담담히 희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 왜 그러는 거지?”

물론 그건 순전히 본인의 생각이다.

“이번에 S급 헌터들 중에서 받아먹은 놈들은 몇 명이지?”

“아직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잡는 것은 좋지만 그 만한 활약을 해야 하니까. 그들도 머리가 있다면 어느 정도 화약을 한 후에 뇌물을 먹이겠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라. 몬스터의 강함이 가장 큰 문제야.”

그리고 자리에서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는 피터가 손을 크게 한번 휘젓자 태천과 희선 그리고 리셀의 NC에 피터가 보낸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그 영상을 모두 확인해 봐. 이번 싸움은 결코 쉽지 않아. 우리라도 목숨이 위험할 정도니까.”

피터의 말에 3명은 모두 동영상을 확인한다. 그것을 본 리셀과 희선의 표정은 단단하게 굳었다. 특히 태천이 더욱 굳어버렸는데 그 이유는 태천이 잡았을 때 보다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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