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이게 S급 몬스터라고?”
“그럴 리가 없지. 나도 2번 잡아봤어. 이건 절대로 S급 몬스터가 아니야.”
동영상을 모두 본 리셀과 희선의 말에 피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쪽 요원이 자체적으로 조심히 에테르 수치를 측정한 결과. 74만이라고 나오더군.”
“... 74만?”
“얼마 전에 최대 측정 수치를 100만까지 늘리는 것에 성공했다. 기밀이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실전 실험도 할까 싶어서 투입했는데. 결과는 성공. 문제는 74만이라는 무식한 수치를 가진 이 몬스터를 어떻게 해결하냐는 것이지.”
“그 정도면 SS급이라고 불러도 되겠는 걸?”
리셀의 말에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가디언 협회에 이 사실을 이야기 하고 SS급 몬스터에 대한 기준도 잡을 생각이야. 에테르 수치는 60만으로 잡으면 되겠지.”
“그 기계 비싸겠지?”
태천의 말에 피터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비싸게 팔지도 못 한다. 아마 거의 재료값만 받을 수 있겠지. 이 측정기는 우리가 만들기도 했지만 주축 기술은 가디언 협회에서 나온 것이니까. 그저 약간의 프리미엄만 받을 수 있다. 그래도 그 재료값은 상당하니 가격은 결코 싸지는 않겠지. 하지만 A급 이상의 헌터들은 구입하는데 그렇게 큰 무리는 없을 거다. 뭣 하면 내가 선물로 주도록 하지.”
“감사하게 받도록 하죠.”
“너만 주기도 그러니 3개를 주지. 너희 남매가 쓰면 된다.”
“그 또한 감사하네요. 그보다 이 정도로 강하다면 A급도 별로 소용없을 것 같은데요?”
태천의 말대로. 벨페고르는 너무나도 급격하게 강해졌다. 태천이 사로잡을 때만 해도 결정체 수치는 50만 정도였는데 지금은 갑자기 70만이 넘어 버린 SS급 몬스터가 되어버렸다.
SS급 몬스터가 얼마나 괴물 같은지 이미 싸워봐서 태천은 잘 알고 있다. 제대로 싸우지도 못 하고 도망쳤지만 그래도 그 재생력은 정말로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벨페고르 또한 SS급 몬스터라고 하면 그런 특수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특수 능력이다. 하지만 태천은 대략적으로 짐작이 가능 했다.
50만에 있던 몬스터가 순식간에 75만의 SS급 몬스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그 이유는 에너지를 흡수하였기 때문이다. 벨페고르가 급격하게 강해진 시기는 헌터들과의 싸움에서 강해졌다.
헌터들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장비들은 에테르 결정체가 들어가 있다. 이것들을 자신의 힘으로 흡수했다면 급격하게 강해진 벨페고르의 성장이 설명이 가능해진다.
‘단지 확신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론. 실제 능력이 뭔지는 태천도 모른다. 직접 만나서 싸워봐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내가 아는 정보부터 말해야 겠네. 저 녀석이 SS급 몬스터가 되었다면 엄청나게 주의해야 해.”
태천의 말에 다른 3명이 태천을 바라본다.
“SS급 몬스터는 능력이 있어. 아니 권능이라고 볼 수 있는 힘이지. 가히 절대적이야. 내가 만난 SS급 몬스터는 회복이 뛰어났지. 나는 재생력이라고 부르고 있어. 뇌가 터져도 심장이 사라져도 모두 금세 재생하며 죽지를 않아. 조각조각 내고 싶지만 그 몬스터의 가죽은 S급 몬스터의 가죽보다 단단하면 단단했지 약하지는 않았어. 그것을 감안해서 보자면 저 벨페고르의 몸에 S급 헌터라고 해서 쉽게 상처 줄 수는 없을 거야. 또한 그 권능이라고 볼 수 있는 특수능력이 뭔지도 모르고.”
“... 그럼 너는 어떻게 SS급 몬스터를 잡았지?”
“못 잡았지. 뇌를 부셔도 심장을 터트려도 죽지 않는 녀석을 무슨 수로 잡아? 그냥 움직임을 막고 도망쳤어. 그것이 내 최선이었지. 지금은 다르겠지만.”
“지금은 잡을 수 있다 이건가?”
“가능 할 거야. 아마도?”
피터의 말에 태천 스스로 의문을 품으며 말했다. 과연 잡을 수 있는지. 여기에 대해서는 태천도 자신할 수 없다. 그 재생력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천수천안보살이 있으니 절대로 지지 않지만 문제는 그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느냐. 이것이다.
“그러면 이번에 모인 헌터들에게 따로 이야기를 해둬야 겠군.”
“천족과 마족 지원군은?”
희선의 말에 리셀이 대답했다.
“오고 있는 중이야. 차원을 이동한다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니까. 갑작스러운 준비로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더라고.”
“그래...”
“어찌되었든 이번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아. 그 녀석은 계속 강해지고 있고 더더욱 난폭해지고 있어. SS급이라는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몬스터의 첫 등장. 그리고 그 힘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력하지. 이번에는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할 거야. 지금 중국은 여차하면 핵까지 생각하고 있으니까.”
“자국의 땅의 핵이라... 미쳤군.”
태천의 말에 리셀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틀린말은 아니지만 권력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의 목숨과 자신의 권력이지 민간인들의 피해는 관심이 없다.
‘이런 건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일단 S급 헌터들이 모이는 데로 긴급회의를 진행할 생각이다. 그러니 둘도 참석해주었으면 좋겠어.”
피터의 말에 태천과 희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조금 소소한 이야기를 끝으로 태천과 희선은 자신들에게 배정된 방으로 향했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 온 태천은 대충 집을 던져두고 침대에 누워서 말했다.
“SS급이라.... 괴물이겠지?”
- 그래봐야 미물.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하긴. 천지만심검으로 벨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지가 강해봐야 목 잘리고도 버티겠어?”
- 그녀석의 무서운 점은 자신이 잡은 대상의 힘을 흡수하는 것. 그것만 주의하면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역시 내 예상대로 힘의 흡수였나 보네.”
- 지금 그 미물의 몸은 과포화 상태나 다름 없다. 닥치는대로 흡수하고 있지. 미련하게 말이야.
“그래서 수치가 더 높게 나온 거야?”
- 아니다. 오히려 낮게 나왔다고 할 수 있지. 힘을 아직 다 손에 넣을 수 없으니 그 힘을 그냥 몸 안에만 두고 있다. 이건 그 기계로 측정할 수 없을 거야.
“그런가... 그래도 우리가 이기겠지?”
- 당연한 말이로군. 왕의 검으로 베지 못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어가 문제지만 그것은 내가 도와주면 된다. 지금까지 한 수련을 믿어라. 그것들은 결코 간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쉽게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러면 지금 그 녀석 어디쯤에 있어?”
- 평범한 인간의 걸음으로는 상당히 먼 거리지만 그 미물이라면 늦어도 3일 정도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더 빨라질 수도 있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금에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점점 더?”
-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천수천안보살과의 감각을 연결시킨 태천은 직접 그 문제의 몬스터. 벨페고르를 보았다. 내가 알던 모습도 다 사라졌다.
염소 얼굴은 맞다. 뿔은 6개로 바뀌었으며 인간의 몸은 거의 사라졌다. 상체는 인간이지만 가슴을 제외하고는 털이 가득했고 하체는 인간이지만 발은 염소의 발이었다. 등에 있는 10개의 박쥐 날개까지.
그야 말로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악마의 모습.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강해졌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더 해서 지금도 헌터나 그 장비들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게 보였다.
“심각하네.”
본래의 몸으로 돌아 온 태천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싸우면 이길 자신은 확실하지만 문제는 그 피해다. 절대로 쉽게 이길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천수천안보살을 너무 사용할 수도 없었다.
천수천안보살이 움직이는데 거의 정신력이 소모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예 소모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체력도 소모되고 있었다.
“한방에 처리 할 수 있어?”
- 불가능하군. 그렇게 한다면 너의 몸이 버티지 못 해. 정신력과 체력. 둘 모두 바닥이 나버린다면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까.
“... 그럼 숫자로 해야 하나...”
- 신 한명을 더 소환할 것인가?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일단 12레벨 몬스터라도 도움이 되니까.”
- 이번에는 힘들 거다.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 저 괴물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그렇게 큰 도움은 안 될 거야. 도움이라고 해도 단순히 이 괴물이 하는 공격을 방어하는 정도니까 말이야.
“... 그럼 지금의 상황으로는 방법이 없다는 거네.”
- 방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지금 동원되는 인간들이 많으니까. 그들을 모조리 동원시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지.
“흐음.. 그래도 일단 12레벨 몬스터부터 다 소환할 수 있을 때까지 소환해야 겠네.”
- 최대한 빠르게 그 괴물을 잡아야 한다. 안 그러면 계속해서 더 강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