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 결국은 이렇게 모였군. 솔직히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아. 애초에 몬스터도 소환이 가능한 거였나?”
“지금 보고 있으니 이제 가능하다고 해야지. 지금까지 많은 유형의 몬스터가 있었지만 지금 상대하는 몬스터가 사상 최악이야. 에테르 결정체를 흡수해서 강해지면서 동시에 다른 몬스터를 소환한다? 벨페고르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잘지었어. 악마야. 악마라고.”
거대한 원형 테이블에 10명의 존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명의 천족과 3명의 마족. 그리고 4명의 인간. 모두 천족과 마족 인간을 대표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이번에 우리가 당연히 나서지만 이제 솔직히 더 이상 막는 것은 무리야. 한계에 도달했어.”
지금 대화를 이끄는 것은 3명. 천족으로서는 신이. 마족에서는 마왕이. 그리고 인간은 세계 최고의 헌터라고 불리는 피터가. 사실 상 이 3명이 대화를 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수행원정도가 된다. 단지 예외라면.
“태천이가 움직인다고 했어요. 준비는 다 끝났다고.”
김희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현 세계 최강자. 천족과 마족을 통틀어도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아니 그녀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평가가 내려진 비공식 최강의 헌터였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이들도 있던데. 그들은?”
“별 도움이 안될거예요. SS급이 넘는 벨페고르와 싸우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요. 그래도 그 몬스터가 소환하는 다른 잡종 몬스터들은 어느 정도 퇴치할 수 있겠죠. A급이나 B급들이 대부분이니까요. S급 몬스터는 태천이가 처리한다고 했어요.”
“... 12레벨 몬스터 혼자서 최대 3마리라고 했던가?”
신의 말에 희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관측된 S급 몬스터는 5마리니까 충분해요. 태천이가 소환한 12레벨 몬스터만 해도 5마리니까요. 1:1로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벨페고르에게 총공격을 한다고 하더군요. 단지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그 싸움의 여파겠지?”
마왕의 말에 피터가 말했다.
“S급 몬스터가 날뛰면 그 여파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아실 겁니다. 그리고 그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S급의 힘을 가진 헌터들이 공격하면 그 여파 또한 만만치 않죠. 이번에는 SS급 몬스터와 최초의 SS급 헌터의 싸움. 그 여파가 가벼울 리가 없습니다. 어중간한 이들이라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죽기 충분하죠. 그러니 최대한 소수정예로 가야 합니다. 동시에 S급 헌터들 중에서도 하위급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제외해야 겠죠. 벨페고르의 사냥에서.”
“흐음... 이거 아무리 회의를 해도 답은 역시 소수정예인가? 상황이 좋지 않군. 다른 몬스터들도 있는 상황에서 소수정예라니..”
“그러지 말고 힘 좀 써주라고. 네가 힘을 쓰면 이 상황이 간단하게 해결되는데.”
그렇게 말하며 마왕은 희선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마왕이 말하는 힘이라는 것은 희선이 사용하는 시간을 조종하는 힘이었다.
“그걸 사용하라는 건가요? 그건 저의 비장의 카드에요. 지금 이 회의장 안에서도 그것에 대해서 아는 존재는 두 분을 포함하고 피터까지 해서 3명에 불과하죠. 그런 상화엥서 저의 비장의 카드를 꺼내고 싶지 않아요.”
“그럼 우리가 너무 힘들어지는데?”
“죽지만 않으면 되겠죠.”
“죽으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죠. 어차피 후계자 문제도 다 처리되었으니까 별로 걱정없잖아요?”
“끙... 냉정하네.”
“그럼 할 수 없지. 그나저나 태천은 더 이상의 전력 증가는 불가능 하다고 하던가?”
“예. 소환한 상태에서 유지하는 것에도 정신력은 소모되니까요. 지금이 딱 적당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더 이상 소환하면 이제는 정신력이 회복되지 않고 소모만 되어서 싸우지도 못 하고 먼저 뻗어나간다고 했어요.”
“흐음... 그럼 정말로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군.”
“역시 어쩔 수 없이 미사일 포격을 한 번 해야 하겠군. 에테르 결정체가 조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이들이 회의를 통해서 내린 결론은 총 3단계다. 먼저 폭격. 이것은 에테르 결정체를 사용한 미사일을 벨페고르가 있는 곳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것이다. 자잘한 몬스터는 사라지지만 핵이 아닌 이상 A급 몬스터부터는 별 타격을 줄 수 없지만 지금 이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2단계. 이것은 이제 헌터들의 투입이다. 살아남은 몬스터들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것. 동시에 에테르 결정체도 최대한 빠르게 회수하는 것인데 이때 태처은 최대한 벨페고를 묶어야 했다. 더 이상 힘을 키우는 것을 막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 3단계. 공격. 그리고 후퇴. 이는 정말로 몇몇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원은 뒤로 물러나고 소수정예로 벨페고르를 공격하는 것이다.
물론 주 공격은 태천이 하고 나머지는 보조다. 이 공격에서 벨페고르를 처리하지 못 할 경우는 핵을 사용하는 것. 물론 핵은 최후의 수단이다. 방사능을 떠나서 그 위력이 너무나도 강했다. 물론 핵으로도 벨페고르를 확실하게 죽인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후우... 작전일은 예정대로 내일 오후 1시야. 모두 단단히 준비하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고 회의는 끝났다.
* * * * * * * * *
“.... 저건 확실하군요.”
“벌써 이렇게 된 건가?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빠르게 끝났네.”
“그들도 급했다는 거지. 그래도 그들의 판단은 옳았어. 확실히 우리는 이제 힘의 거의 대부분을 회복했으니까. 거기다가 새로운 신들도 나타나고 있어.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재능이라고 할까?”
“하지만 가이아. 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이상 우리도 이제 그만 테스트를 하고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해. 이 상황에서 저 인간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데스의 말대로다.”
붉은색 갑옷을 입고 있는 치우의 말에 가이아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나설 수는 없어요. 무엇보다 한계가 분명하잖아요. 우리가 나설 수 있는 한계가.”
“그러지 말고 우리가 약간 장난을 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그때 한 소녀가 가이아와 하데스 치우 사이에 나타나며 말했다.
“장난?”
치우의 말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들이 하려는 짓을 알아서 왔거든. 어차피 그 이상한 괴물은 죽어. 확실히 그 녀석들이 손을 써서 강해지기는 했지만 결국은 그래봐야 괴물이지. 신을 이길 수는 없어. 그리고 그 녀석들이 원하는 일이 터지겠지. 하지만 이왕 터질 거 우리도 거기에 더 손을 쓸 수 있잖아.”
“우리가?”
“그 녀석들은 지금 자신들의 힘을 사방에 퍼트릴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동시에 하면 되잖아.”
“우리도 힘을 사방으로 퍼트리자고?”
“지금 인간들의 재능도 나쁘지 않지만 좀 더 더해준다고 나쁠 것 없잖아? 안 그래도 초능력자들의 숫자는 적은 상황에서 좀 더 늘려서 나쁠 것 없지.”
“그건 우리가 참견할 문제가 아닐 텐데요?”
“에이. 너무 그러지 말자고. 어차피 지금 저 차원은 완전 엉망이잖아. 거기에 우리가 좀 더 엉망으로 한다고 어떻게 변하지 않는다고.”
“좀 더 엉망으로 한다는 사실이 걸리는 군요. 이 상황에서 더 많은 초능력자를 만든다면 범죄율은 터무니 없이 올라갈 겁니다.”
“우리가 인간 정치가야? 그런것 신경쓰지 말자고. 어차피 천족이나 마족애들은 초능력을 정말로 지극히 희귀하게 타고나잖아? 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지. 그것을 완전히 지우고 인간에게 몰아주겠다는 건데 어디 나쁠 것 없잖아? 어차피 저들이 한 대로 하면 우리가 거들어 주지 않는 이상 지금 저 지구상에 있는 인간들 중 살아남을 인간은 전체에 50%도 안된다고. 50%도. 뭐 그렇게 되면 축제를 벌일 놈들이 몇 인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저를 보지마세요. 아테나. 따지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당신도 저승과는 관계 있을텐데요?”
가이아의 말에 소녀. 아테나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헤헤. 그건 그렇지. 어찌되었든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네가 우리들의 양심이고 머리잖아. 우리는 전적으로 너의 의견을 따를 거야. 지금과 같은 문제는 우리 개개인이 하는 것 보다 항상 네가 한 판단이 다 결과가 좋았으니까. 모두 만족할만 했고.”
“... 이럴 때만 저를 믿어주는 군요. 당신은.”
“어쩌겠어. 지혜의 여신인걸.”
“지혜가 이럴 때 쓰이는 단어가 아닐텐데요?”
“에이. 그냥 넘어가고. 어서 결과만 말해줘. 더 이상 오래 끌면 이 기회마저 놓칠테니까.”
“.... 하세요. 후우. 하라고요. 마음껏 해요. 당신의 말대로 여기서 더 망가져 봐야 별 차이도 없겠죠. 이미 갈때까지 갔으니까요.”
“호호호! 좋은 선택이야. 가이야!”
“가이아입니다!!!”
가이아의 외침을 뒤로 하고 아테나가 다른 신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제군들. 모두 힘 좀 써보라고. 그 동안 충전 많이 했지? 그것 좀 쓰자고. 아 하지만 몇몇 놈들은 쓰지마. 너희들 능력 퍼지면 골치아프니까.”
그 말게 몇몇 신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모두 준비하시고!!!”
아테나의 말에 신들의 몸에서 여러 색의 기운들이 솟구친다. 그리고.
“쏘세요!!!”
아테나의 몸에서 나오는 푸른색 기운을 선두로 알록달록한 색들의 기운들이 어느 한 곳을 향해 쏘아진다. 결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기운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