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92화 (92/132)

92화

태천이 바니를 만난 것은 1년 5개월 전. 리셀의 생일파티에서였다. 당시 리셀에게 별로 관심 없었기에 태천은 리셀의 저택에서 홀로 놀고 있었다.

파티가 시작된 후 회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테라스에 나와서 그냥 홀로 조용히 와인이나 홀쭉이고 있을 때 한 사내가 나타나 태천의 옆에 서서 말했다.

“Hey.”

영어였다. 하지만 간단한 영어라 태천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한국인입니다. 영어는 못 해요.”

한국어로.

“호오. 그런가? 다행이 내가 할 수 있는 언어로군. 그럼 다시 말하도록 하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bro.”

친근성이 참 좋다고 생각하며 태천은 자신에게 말을 건 사내를 바라보았다. 짧은 근발에 뚜렷한 이목구비. 정형적인 금발미남이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슈트가 절로 멋있다고 말할 정도로 멋진 남성이었다.

“그냥 멍때리고 있는데?”

“쯧쯧쯧. 틀렸지. 틀렸어.”

그리고 사내. 바니는 태천의 몸을 돌려 시선이 밖을 향하던 태천의 시선을 파티가 한창인 회장으로 돌렸다.

“자 보라고. bro. 뭐가 보이지?”

“등 따스고 배부른 놈들의 파티?”

“쯧쯧. 그건 당연한 거고. 여자들을 봐. 어때? 무엇을 느끼고 있지?”

“... 모르겠는데?”

“bro. 혹시나 물어보는데 게이나 고자인가? 아 한국어로 이 뜻이 맞나 모르겠군.”

“맞아. 그리고 둘 다 아니야.”

“그런데 저 여성들을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하겠다고 잘 보라고! 적당히 술이 들어가서 개방된 여성들을! 화려한 드레스! 그리고 하나 같이 수준이 높잖아! 거기다가 저 가슴들!!!!”

유독 가슴이라는 부분에서 크게 외치는 바니를 보며 태천은 뭔가 이 미친놈은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남자로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걸?”

“문제? 무슨 문제?”

“하아... 이거 정말로 심각하군. 이봐. bro. 발기는 되나?”

“... 신체 건강한 20대 청년이야. 그보다 그 브로라는 말좀 그만하지?”

“마음에 안 드나? 그러면 뭐라고 불러줄까?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군. 나는 바니 스티슨이라고 하지. 편하게 바니라고 부르면 그걸로 충분해.”

“김태천.”

“흐음... 태천이라. 그렇게 부르도록 하지. 좋아 태천. 지금 저 여자들은 살짝 정신줄을 놓고 있는 상태야. 그렇지 않은 여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런 상황이지. 이런 상황에서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살짝만 손을 쓰면 금새 같이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원나잇?”

“하하. 이런 좋은 날에 고작 원나잇? 밤이 얼마나 긴데 고작 여자 한명으로 만족하는 거지? 최소 4명은 해야지. 뭐 잘 보고 있으라고. 이 바니 스티슨이 얼마나 대단한 남자인지 직접 보여주지.”

그 말과 함께 화려한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에게 간 바니는 곧 그 여인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깔깔호호 웃는 두 남녀는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그 와중에 바니는 태천을 바라보며 윙크 한 번과 함께 여성이 못 보도록 손으로 OK표시를 하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아니 대충 감은 잡히지만 태천은 그냥 무시했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또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두들기자 태천은 다시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그곳에는 옷이 좀 흐트러진 바니가 있었다.

“하아... 좋군. 음. 뭐라고 할까? 보는 모습 그대로 정열적이라고 할까?”

“... 그 사이에 하고 온 거야?”

태천의 말에 바니가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2시간이면 충분하지. 자 그럼 내가 어떻게 하는지 시범을 보였으니 이번에는 그쪽이 해볼차례야. 내가 윙맨이 되어 줄테니 걱정말고 가보라고.”

“윙맨?”

“허어. 이봐. bro. 올해 나이가 몇 살이지?”

“... 먹을 만큼 먹었어.”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 군. 앞으로 나를 보며 많이 배워야 할 거야. 이 바니가 책임지고 오늘 여자와 잘 수 있게 해주지. 아 그보다 혹시나 싶지만 동정?”

“나쁜가?”

“... 바니 스티슨이라는 이름을 걸고 오늘 기필고 섹스를 하게 해주지. 자 가자고 형제.”

“하나로 통일해.”

이것이 바니와 태천의 첫 만남이다. 태천은 자신이 누군지 알고 접근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예상 밖으로 바니는 태천이 누군지 몰랐다. 그냥 외로운 사내가 보이기에 구원하고자 했던 것 뿐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 동안 보아 온 바니의 행동을 보면 태천은 100%로 확실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정말로 여성편력이 심한 사람이 바로 바니였으니 말이다.

“왜?”

- 여. 형제. 잘 지내고 있나?

“이제는 그걸로 아예 굳어버렸군. 뭐 일단 바로 본론으로 갈까? 왜 전화 한 거야?”

- 왜 라니. 섭섭하군. 형제. 우리 같은 BF에게 굳이 무슨 이유가 있어야 연락하는 건 아니잖아? (바니. 뭐 하는 중이야?) 아아 잠깐 상관이랑 통화중이야. 내일 조용하게 지옥으로 가야 하니까.

“... 너 또 여자한테 사기 쳤지.”

바니의 여자를 꼬시는 방법. 간단하면 간단하고 어렵다고 하면 어렵다. 바로 거짓말이다. 항상 강조하는 슈트. 그것도 고급 정장을 입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빰치는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나오는 거짓말.

여기에 80%는 넘어가 버린다. 나머지 20%가 실패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80%는 성공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여자들에게 제대로 먹히는 것을 했을 거다. 알몸이니까.

- 내가 문득 떠올라서 말이지. 형제. 그녀랑 잤나?

“.... 끊는다.”

- 허어. 농담하는 거겠지? 그런 미인을 코앞에 두고 그냥 보고 있는 다고? 진짜 진심으로 진지하게 상담 받아 보라고. 형제. 다 형제를 위해서 하는 조언이니까. 내가 당장 옆에 있는 우리 영희에게 물어볼까?

참 대중적인 이름의 여성이지만 그 여성에게 바니가 현재의 태천과 리셀의 관계를 이야기 하자 여성이 살짝 놀라면서 말했다.

- 고자 아니에요?

여성의 말에 태천은 그저 입을 다물었다. 비록 NC로 하는 것이라서 제대로 통화가 안되었지만 그래도 목소리는 들린다. 그리고 얼굴 표정도 상상된다.

“헛소리 그만하고 무슨 일이야?”

- 하하하. 그럼 이제 나도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이번에 재미있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재미있는 움직임?”

바니 스티슨. 별것 없는 그냥 여자만 후리는 파렴치한 놈으로 취급될 수 있지만 실세는 전 세계의 여러 거물들 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정보회사의 사장이다.

그들의 모든 치부를 알고 있기에 그들에게 절대적인 보호를 받을 수도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씩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물론 그렇게 나와도 나른 거물들이 바니를 보호하겠지만.

- 천신문에 대해서 최근에 조용했잖아?

“그렇지. 아니 그보다 여력이 전혀 없잖아. 2년간 세계는 엉망이었다고.”

- 그렇지. 하지만 조금 숨통이 틔였는지 다시 움직일 기미가 보이더라고. 조심하라고 미리 말해주는 거야.

“...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너는 여자 옆에서 하냐?”

- 하하하. 괜찮아. 우리 자기는 내 비밀을 지켜줄 거거든. 그렇지? (물론이야~ 바니~)바니의 말에 더욱 불안해지는 태천이었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이다.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야 했다.

- 어찌되었든 조심하라고. 그들의 목표는 너희 누나니까.

“네가 우리 누나 걱정도 해주고 큰일이네.”

- bro 코드를 모르는 군. 형제의 친가족은 절대로 노리는 것이 아니야. 아무리 미인이라고 해도 말이지.

“네가?”

- ... 솔직히 너희 누나는 이미 임자도 있고 무엇보다 너무 무섭거든. 그러니 사양할게.

태천을 클럽에 데려가려고 했던 바니. 이 사실이 희선의 귀에 들어갔고 희선은 자신의 귀엽고 착하고 순진한 남동생의 악영향을 준다고 바니를 죽일뻔 한 적이 있다.

진짜로 시간까지 멈춰가며 죽일려고 한 것을 태천이 겨우 뜯어 말렸다. 물론 지금도 호시탐탐 그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렇기에 바니가 손을 쓰지 못 하는 것일 것이다. 정수도 마찬가지고 리셀의 경우는 오히려 사이가 좋다. 여자를 좀 더 알아야 한다는 것이 리셀의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바니가 작업을 걸지는 않는다. 바니의 목숨은 하나였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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