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도시를 완벽하게 설계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3개월이다. 오래 걸린 것 같지만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하철 설계부터 시작해서 상수도까지.
이런 세세한 부분들까지 모두 한 번에 설계를 해서 합치고 그 모습을 보다보니 3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짧게 걸린 것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 모든 것을 진행하는 사람이 단 한명이기 때문이다. 그 한명에 마음에 들면 그걸로 끝이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그랬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하고 있는데...”
공사의 시작.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일단 주거지인 아파트였다. 학교도 동시에 공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학교의 경우는 낮에만 작업을 하였고 아파트는 밤에도 야간 조를 투입해서 하루 종일 공사를 하고 있다.
동시에 이에 대한 자금 소모는 엄청났다. 지금 태천의 땅에 공사하는 인부들의 총 숫자는 20만명.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밤낮 없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하루에 10만원씩만 준다고 가정을 하였을 때 태천이 하루에 소모하는 돈은 무려 200백억이다. 즉 100일만 지나도 2조원이라는 돈을 소모한다는 것이다.
돈 잡아먹는 하마가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태천이 헌터들을 위로하기 우해서 뿌린 돈도 상당하기에 은행에 있는 자금이 순식간에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걱정인 것은 심상치 않은 지옥의 상태였다. 돈이 떨어지기 시작한 후. 돈이나 더 벌기 위해서 지옥으로 들어갔는데 태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치겠군. 이것도 그 악신들의 영향이야?”
밤과 낮. 이 두 가지가 지옥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밤 밖에 없었다. 그것도 빛이 지극히 희미한 밤. 달도 없는 별빛만 조금 있는 밤 하늘.
하지만 그것보다 더 태천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이제 완전히 사라진 지옥의 경계였다. 지옥문. 지옥. 연옥. 이렇게 3단계로 나누었던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이 곳은 오로지 연옥 뿐. A급 몬스터들도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이 S급 몬스터. 그리고 SS급 몬스터와 이제는 SSS급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악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 그들이 힘을 많이 회복한 모양이군. 여기서 몬스터들을 키우고 나갈 생각인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위험하다는 것은 내가 말로 하지 않아도 알겠지?
천수천안보살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몬스터의 강함도 대단하지만 그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태천이 열심히 혼자서 잡는 것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였다.
“미치겠군.”
이런 지옥의 변화는 전혀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악신을 찾아가자니 태천으로서는 그들을 잡을 자신이 없었다.
“신을 소환한다고 해도 그 다음에 내가 뻗어버리니 원...”
그 동안의 준비가 헛되지 않았는지 얼마 전에 태천은 신을 소환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신을 유지할 수 있을 정신력이 없다.
무엇보다 완전하게 기절해 버리면 지금 소환중인 다른 몬스터들도 모두 역소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수 있기에 소환하자마자 바로 역소환을 해서 신을 본래 있던 곳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 역시 그만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내가 괜히 한 번 오자고 한 것 같아.
도시를 건설하는 일로 바쁜 태천을 이곳으로 오라고 한 것은 천수천안보살이었다.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그녀가 이곳에 한 번 탐색이나 하기 위해서 오자고 했는데 그 불길함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아아. 돌아가야지. 그리고 노는 것도 끝났네.”
상황은 매우 심각해졌다. 이곳에 몇 명의 악신이 있는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지옥은 이제 진짜 제대로 된 지옥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태천이라고 하지만 사방에서 몰려드는 S급 몬스터를 상대로 천년만년 싸울 수는 없다. 체력의 정신력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음에 올 때는 최소한 신을 한 명 소환해서 유지할 수 있어야 겠어.”
- 그러면 그들도 움직일 거다.
“한 명만 왔으면 좋겠네. 그래도 좋은 점도 있어.”
- 좋은 점?
“돈이 굴러 들어오잖아?”
달려드는 몬스터를 보며 바람으로 만든 천지만신검으로 몬스터를 조각조각 낸 태천이 말했다. 사방에서 미친 듯이 돌진하는 몬스터는 태천에게 아주 좋은 돈줄이었다.
“그럼 이제 그만 가자. 오랜만에 상점을 뒤져서 정신력 소모를 감소시킬 수 있는 몬스터나 장비를 찾아봐야 겠어. 솔직히 그 동안 너무 늘어졌지.”
-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움직인다니 우리로서는 환영할 일이로군.
“너무 좋아하지마. 움직인다고 해도. 일단 내 학교도시가 먼저야.”
그리고 태천은 다시 지구로 돌아 왔다. 그리고 모아 두었던 에테르 결정체를 다 처분했다. 또한 태천은 한 가지를 결정했는데 바로 S급 에테르 결정체의 가격이었다.
기존의 에테르 결정체 가격 측정과 S급 에테르 결정체의 가격은 다르다. S급 에테르 결정체는 매우 희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시 경매로 진행되었지만 태천은 그것은 귀찮았다. 무엇보다 이제 한두 마리가 아니라 사방이 S급 몬스터만 있는 지옥이다.
A급 몬스터 찾는 것이 정말로 힘들어진 곳이다. 그러니 이제 S급 에테르 결정체의 가격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 * * * * * * * * *
- SS급 헌터 김태천. S급 에테르 결정체 가격 결정!
- ‘지옥에는 이제 A급 몬스터가 거의 사라지고 S급 몬스터만이 남아 있다. 이제 그곳에서 몬스터가 나온다면... 인류와 천족 그리고 마족은 정말로 멸망할 수도 있다.’ 지옥이 진짜 지옥이 되었다는 김태천.
-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제 정말로 진지하게 그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미국의 S급 헌터 피터.
지옥에 대해서 태천은 어떻게 공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모든 사실을 언론에 발표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불안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것은 헌터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 두 마리의 S급 몬스터라면 모를까 수백의 S급 몬스터가 나온다면 정말로 3종족은 멸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화엥서의 유일한 희망은 김태천이었다. 현 상황에서 지옥을 토벌하고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가져온 수십개의 S급 에테르 결정체가 태천의 말을 더욱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믿지 못 하는 이들을 이끌고 피터가 직접 갔다. 그곳으로 말이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나타나는 S급 몬스터를 보며 10분도 안되어서 물러난 것은 정말로 그곳이 지옥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가 되어 버렸다.
“후우.”
인류 멸망설이 가득 돌고 있는 세상과 다르게 태천은 조용히 자신의 집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이라고 해도 이것들은 모두 신에 대한 자료들. 이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을 태천은 닥치는 대로 구하였다.
- 아직 부족하다.
태천의 머리에서 울리는 위엄이 느껴지는 여인의 목소리. 천수천안보살의 평온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알고 있다고.”
지금 태천이 열심히 공부를 하며 소환하려고 하는 신은 일본의 최고의 신으로도 유명하며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다. 그녀의 가진 힘은 태천에게 매우 필요하다.
특히 그녀의 불꽃은 신의 불꽃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들어갈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태천이 그녀를 가장 중점으로 공부하는 이유는 처음으로 만난 악신. 주작을 떠올려서다.
- 역시 본녀가 직접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제일 빠를 것 같구나.
“그러고 싶지만 정신력이 받쳐주지 않아. 정신력 소모를 감소시켜주는 다른 카드들을 열심히 찾았지만 아직 그 효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고.”
- 소환하고 있는 12레벨의 잡것들을 없애라.
“개들이 내 돈줄이거든?”
태천이 찾은 정신력 소모를 감소시키는 카드. 총 3가지였다. 하나는 토트의 안경. 발명의 신인 그의 안경은 정신력 소모를 40%감소 시켜주었다. 다른 부가적인 능력도 있지만 그렇게 대단한 능력은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가이아의 목걸이. 이것은 정신력의 소모를 30%감소시켜주며 동시에 회복속도를 대폭 증가시켜주는 물건이었다.
마지막은 하데스의 반지. 정신력 소모를 70%나 감소시켜주는 물건이다. 다른 기능은 없지만 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물건이었다.
듀얼리스트의 혼으로 99.9%가 처음으로 감소된다. 그럼 소모되는 정신력은 0.1%. 여기서부터 이제 차례대로 하데스의 반지로 인해서 다시 70%. 다음으로 토트의 안경의 40%. 마지막은 가이아의 목걸이로 30%가 감소된다.
이렇게 줄어들어도 지금 태천은 12레벨 몬스터를 25마리밖에 소환하지 않는 이유는 신을 소환할 때의 여유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이제 소환까지는 무난하다. 하지만 소모되는 정신력은 여전히 많았다.
그 속도를 감안해야 하기에 더 이상 12레벨 몬스터를 늘릴 수 없었다.
“후우. 그래도 여기 있는 몇권만 더 보면 다 보는 거니까. 그때 과외하자고.”
- 그러니 역시 본녀를 제일 우선으로 해야 했다. 왜 가이아를 선택한 거지?
“가이아는 힐러잖아. 힐러. 파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 흥. 신에게 그런 상처 치유쯤이야 일도 아니다. 본녀도 할 수 있다. 태양은 불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재생따위 어려운 일도 아니지.
“동시에 그녀는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거든? 적을 학살하는 것도 좋단 말이지. 전천후의 능력을 가져서 가장 먼저 했어. 그러니까 너무 화내지 말라고.”
- 그렇다고 본녀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도 너 기분 맞춰주려고 한 말은 이제 끝이야. 더 이상 또 똑같은 질문하면 그때는 다른 녀석들부터 할테니까 알아서 해.”
- .. 남자가 쪼잔하구나.
“본래 소시민이었거든.”
- 흥. 두고보지.
그리고 무언가가 떠난 것을 느낀 태천은 한숨을 쉬며 다시 책을 보았다. 일단 최우선 사항은 한 마리라도 악신을 처리하여 지옥을 어느 정도 지금보다는 좀 덜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급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