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위험하군.”
주작의 등을 찌르는 얼음의 검을 보며 검은색의 로브를 푹 뒤집어 쓴 무언가가 말했다.
“저건 신의 힘이 아니야. 그 보다 훨씬 더 강해 보인다. 치우의 검도 저 정도는 아닐 거야. 단지 아직 저것을 다루는 이가 미숙하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완벽하게 다루었다면 우리는 옛날에 다 죽었을 테니까.”
이번에는 거대한 동양에서 나오는 용이 말했다. 검은색 비늘에 푸른색의 빛이 나는 비늘로 전신이 덮인 흑청룡이었다.
“저 녀석만 처리하면 끝나는 문제 아닌가? 어차피 신을 소환하는 것도 저 녀석이니까.”
흑청룡의 머리 위에 있는 사내의 말에 어둠뿐인 곳에서 푸른색의 안광과 함께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처리할 자신은 있나?]
“하! 이 몸께서 고작 저런 인간 하나를 처리하지 못 한다는 건가? 우리보다 조금 일찍 부활해서 힘 좀 키웠다고 기어오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는데? 서열 정리 다시 한 번 할까?”
[그도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것은 너무나도 거대한 투구를 쓴 무언 가였다. 투구를 통해서 나오는 푸른색의 안광. 그것만이 어떤 존재가 저 투구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많이 컸네. 잡귀 따위가.”
그리고 사내의 전신에서 황금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자 투구를 쓰고 있는 존재는 더욱 강력한 어둠을 뿜어내고 있었다.
“거기까지다.”
그런 둘 사이에 돌연히 나타난 여성. 평범하게 생긴 인간의 여성이었지만 그 미모만큼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틈이 있다면 한 명이라도 가서 신이라도 한 명 더 죽이는 것이 어때? 아니면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하나?”
여성의 말에 흑청룡의 머리 위에 있던 사내가 혀를 치더니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갈거야. 우리 몫을 가로챌 생각 하지 말라고.”
“우리가 만든 규칙을 잊지 마라.”
그리고 사내와 흑청룡이 사라지자 곧 투구를 쓰고 있는 존재도 어둠과 함께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아름다운 여인과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는 존재. 이 둘 뿐이었다.
“그래. 네가 도와줬는데도 이것 밖에 안된다는 것은 주작이 병신이라는 것 아니면 그들이 그 만큼 강했다는 뜻인데. 어때?”
“정확히 말하면 저 인간이 강했다. 주작이 아마테라스를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단지 인간들에게 피해라도 주라고 보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버릴 줄은 몰랐다.”
“역시 저 인간이 문제라는 거네.”
“처리할 방법은 솔직히 없군. 네가 직접 나선다면 가능성은 보인다만.”
“미인계라도 하라는 거야?”
“천수천안보살이 항상 같이 한다면서도 그런 농담이 하고 싶은가?”
“그럼 나보고 직접 나서서 죽이라고?”
“네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이들은 불가능 해. 나도 물론 무리다.”
“그렇겠지. 저 정도의 검이라면 공간따위 가볍게 베어버릴 것 같으니까. 일단 저 두 멍청이나 잘 보고 있어. 죽으면 알지?”
“확실하게 회수해 오도록 하겠다.”
그리고 공간을 가르며 사라지는 로브를 뒤집어 쓴 자를 바라보며 여인은 미소 지으며 아름다운 여인과 열심히 섹스를 하고 있는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과연 어떨까? 지금까지의 이들과는 다를까? 아니면... 너도 결국 그런 놈들과 같은 분류일까?”
그때 돌연 황금빛과 함께 천수천안보살이 보이자 여인이 슬며시 웃으며 손을 저어보고 있던 화면을 없앴다.
“하여튼. 이 년도 참 골치 아프다니까. 몰래 엿보기도 못하겠어.”
* * * * * * * * * *
“하아.. 하아...”
“후아. 정말이지 오자마자 바로 달려들지 말라고. 리셀.”
“수개월이나.. 떨어져 있었잖아... 외로웠다고. 천.”
리셀의 말에 태천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리셀의 몸을 가볍게 안아주었다.
“나도.”
“더 이상은 못 하니까 그만 세워.”
“보통은 남자가 먼저 뻗지 않아?”
“5시간이나 했으면 충분히 많이 한 거야. 10번 넘게 쌌는데도 아직도 그렇게 커지는 천의 정력이 비정상적인거라고. 나는 지금 손 가락 하나 까딱 할 힘도 없어.”
“그럼 내가 그냥 움직이면 되겠네.”
“하지마. 진짜로 화 낼거야. 여기서 더 하면 진짜로 큰 일나.”
“그렇게 말하니 더 하고 싶어지는데?”
“진짜로 화낼 거야. 하지 마.”
싸늘해진 리셀의 시선에 태천은 어깨를 으쓱거린 후 리셀의 비부에 문지루고 있던 자신의 물건을 치웠다. 정말로 화낼 것 같으니 그만두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거야.”
“나에게 물어도.”
“그러니까 내가 여자들 좀 줄 테니 개들에게 물을 좀 빼라고 했잖아. 최대한 천의 취향대로 뽑아 줄 테니까.”
“... 보통 여자라면 자신의 애인이 다른 여자랑 하면 화부터 내거든. 리셀.”
“그런 고기덩어리들과 하는 건 그냥 당순한 자위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태천과 있으면서 리셀이 예전에 비해서 정말로 많이 인간다워 지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느끼며 태천은 한숨을 쉬었다. 남자로서 싫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건 이것 대로 문제가 있었다.
“역시 너는 아직 멀었어.”
“보통 남자들은 이러면 좋아하지 않나?”
“그건 대가리에 섹스 밖에 없는 놈들이고. 나는 아니잖아. 내 성욕정도는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폼으로 생사경에 오른 줄 알아?”
“그건 그렇겠지. 그렇다고 이렇게 하면 곤란해.”
그 말과 함께 리셀은 자신의 비부에 손가락을 살짝 넣어서 벌리자 그곳으로 태천의 백탁이 넘쳐 흘러나왔다.
“보라고. 이것이 평범한 인간이 쌀 수 있는 양인지.”
“허험..”
“그걸 정말로 혼자서 하지 않는 이상은 같이 하는 여자 입장도 헤아려주었으면 좋겠어. 분명 내가 먼저 달려들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으니까.”
“쩝. 표현을 해도..”
“직설적인 것이 내 매력이라고 한 건 내가 아니라 천. 너야.”
“그 말 취소할게.”
“거절하지.”
그리고 다시 둘 사이의 말이 없어졌다. 리셀은 태천과의 섹스의 여운으로 피곤했고 태천은 잠시 할 말이 없었다.
“천.”
“응?”
“나 지금부터 잘거야. 자는 동안 멋대로 내 몸에 그거 넣지마.”
“넣으면?”
“각방이야.”
“... 다른 여자 만나면?”
“제발 그렇게 해줘. 나도 평범하게 즐기고 끝낼 수 있게.”
“안 할게.”
“그래야지.”
그리고 리셀이 눈을 감자 태천이 한숨을 쉰다. 태천 본인도 자신이 왜 이렇게 정력이 좋아졌는지 모른다. 대략적인 예상은 가지만...
- 일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왕이여.
그때 황금빛의 구체가 나타나며 천수천안보살의 목소리가 태천의 귀에 들려왔다.
“무슨 말이야?”
- 악신들이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방금. 그들이 왕을 지켜보는 것을 내 힘으로 저지하였다. 역으로 어디 있는지 알아내고자 하였지만 그것은 실패했지. 그래도 그들이 이제 왕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기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좋지 않지.
“공격이 온다는 거야?”
- 그럴 것이다.
“쯧. 예쁜 애인도 있고 돈도 있고 해서 좀 오순도순 잘 살아보려고 하는데 여기서 저기서 태클이네.”
- 이들만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의 왕의 앞을 가로 막는 이들은 없을테니까.
“알았어.”
그리고 태천도 눈을 감았다. 리셀은 눈을 감자마자 잠들었는지 태천과 천수천안보살의 대화를 전혀 듣지 못한 것 처럼 보였다.
“그만 좀 바빴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 말과 함께 태천도 잠을 청했다. 내일부터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더욱 더 바빠질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