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 엉망이군. 엉망이야.”
자신의 저택에. 지구에 도착한 태천은 NC를 통해서 현재의 상황을 확인해 봤다. 그러고는 확인한 것은 엉망이라는 것 정도. 유럽-아시아 대륙의 30%가 날아가 버렸다.
사라진 나라는 수십 개다. 그 거대했던 중국의 그리고 인도의 인구가 반 이상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이건 정말로 상황이 심각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어느 정도 땅을 되찾았다는 것 정도.
물론 그래서 30%가 엉망이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50%가 엉망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가디언 협회에서 모든 전력을 동원하였기에 어느 정도 수복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계라는 거구나. 하긴 인간이 어떻게 신과 싸우겠어. 나 같이 특별한 놈이 아닌 이상 무리겠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태천은 쑥스러워 했다. 특별하다니. 본인이 그렇게 생각했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물론 특별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쑥스러웠다.
“그럼 바로 가자마자 어디부터 해야 하는 거야?”
- 어디부터 할 것이 없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2레벨의 모든 몬스터들을 불러 모아서 동시에 진격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신을 상대할 수 없어.”
- 그러니 신도 소환해야지. 2명만 소환하면 된다. 나머지 한 마리는 왕이 직접 상대하면 그걸로 문제 없다.
“이게 마지막이 될까?”
- 아마도. 최소한 이번 전투가 끝나면 2번 안에 악신과의 전쟁이 끝날 것이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 할 것도 많은데 말이야.”
그리고 태천은 지금 소환되어 있는 모든 12레벨의 소환수들을 역소환 시켰다. 그것을 알아차린 각국은 당황했지만 동시에 그것은 태천이 등장했다는 것. 순식간에 인터넷에서는 태천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퍼졌다.
태천이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가디언 협회에서도 탄력을 받고 헌터들의 사기도 상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천은 일단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히드라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동유럽 쪽에 자리 잡은 히드라. 그는 독을 마구 내뿜고 있었다. 히드라를 퇴치해도 수백 년은 그 곳에서 생물이 살 수 없는 독지가 되어 버린 곳이나 다름없다.
“모조리 태워야지. 모조리.”
염풍검을 만든 태천은 정면을 바라본다. 울창한 밀림. 1개월도 안되어 이런 밀림이 생겼다는 것을 보면 역시 인간의 짓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불타라!!!!!!”
거대한 화염의 파도가 만들어지며 전방을 태워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역소환되어 있던 12레벨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중동과 중국에서 나타난다.
“모두 움직여라!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때가 왔다!!!!!”
중국에 나타난 이. 태양의 가호를 받으며 태양의 신이라고 불리며 일본의 최고의 신. 아마테라스가 10채의 12레벨 몬스터를 이끌었다.
“시작인가.... 뒤처리를 확실히 하도록. 길은 내가 연다.”
중동에 나타난 것은 세계 최고의 전신이나 무신. 인간의 몸으로 신의 좌에 오르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 신들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절대적인 힘의 상징. 전신 치우.
두 신과 함께 반신이나 다름없는 12레벨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진격한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 삼아서 헌터들도 돌진. 순식간에 거대한 전쟁의 시작되었다.
* * * * * * * * * *
“이야. 빠르네.”
“어서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시니까요.”
“그래도 이건 조금 무리한 감이 있어. 저대로 괜찮은거야?”
“자신이 있을 겁니다. 보살이 옆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히드라는 벌써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 없어요. 보세요. 늪지의 75%가 사라졌어요.”
가이아의 말에 로키가 피식 웃었다. 단 한 번 휘두른 염풍검. 그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의 파도. 그것으로 히드라가 지난 수십일 동안 만든 독지의 75%가 사라졌다.
“상성이 안 좋은 거지. 불에게 독은 힘을 전혀 쓸 수 없으니까. 이거 너무 빨리 끝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그래서 리퍼를 보내지 않았나요?”
“소용없어. 내가 출입구를 막아버렸거든.”
한기가 드는 미소를 지으면서 로키가 말하자 가이아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제 필요 없죠.”
“아아. 필요 없어. 그러니까 그냥 여우도 내가 처리하면 안 될까?”
“처리가 아니라 고문이겠죠.”
“그냥 좀 여흥이지. 한 번쯤은 듣고 싶지 않아? 그 여우의 비명소리.”
“당신은 역시 좋지 않군요.”
“큭큭큭. 나야 어둠이고 악이니까. 빛이고 선인 너와는 다르다고?”
“균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역시 당신이 만들어진 것은 좋지만은 않군요. 그 분도 그것을 아셨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필요하니까 만들었지.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그만 떠들고 어떻게 할까? 여우 보낼까?”
“아뇨. 그녀에게는 그녀가 그렇게 원하던 것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꼬리 하나를 주겠다고? 그러면 이제 나라고 해도 쉽게 처리할 수 없다고? 아니 오히려 내가 당할 수도 있어.”
“당신이야 그렇죠. 하지만 우리들의 주인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도 치우의 힘은 알 텐데요.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력으로 싸워 본 적이 없습니다.”
“알지. 어떤 면에서 보면 나는 그 녀석이 제일 무섭다니까? 이번 전쟁 끝나면 나는 반드시 숨어 있어야지. 그 녀석에게 걸리면 나 100%로 죽을 것 같으니까.”
“그렇겠죠. 구미호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그는 당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틀린말도 아니고요.”
“하하하. 그렇지. 그러니까 잘 숨겨달라고 가이아.”
“예. 저도 좀 더 힘을 내도록 하죠.”
“하여튼 저 놈들은 다 끝났어. 그럼 나는 이만 여우에게 가보도록 하지. 네 말대로 꼬리 하나를 더 달아주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예. 그러면 나중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가면을 벗고.”
“기다리고 있을게. 가이아.”
“예. 로키.”
* * * * * * * * * *
“쯧. 어리석구나. 인간들은 언제나 어리석어.”
그렇게 말하며 아마테라스는 가볍게 손을 젓으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인간을 죽인다. 인간이라고 해도 황금색의 피부를 가진 이상한 인간이었다.
“황룡. 상당히 컸구나.”
“큭큭. 이거 태양의 여신님에게 그렇게 들으니 황송하네.”
“그래서 언제까지 이런 쓰레기들로 이 나의 앞을 막을 생각이지?”
“글세.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특별히 만들었다고? 단지 제우스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온다는 것은 조금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놈들이지.”
“허허.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거대한 바람과 함께 나타나는 노인. 그가 선 땅에는 선명하게 새겨진 태극문양이 있었다.
“그러는 너야 말로 어리석어. 왜 고작 거기서 만족하는 거지? 거기서 더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은가?”
“황룡이여. 우리는 깨달음을 얻었네. 단순히 욕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의 한계를 알고 그 한계까지 채운 것이지. 그렇기에 초탈했다고 할 수 있는 거야. 그대가 지금 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는 것이네.”
“본분에 만족하라? 웃기지도 않는군. 고작 인간 따위가 신이 되었다. 그런데 이 내가 고작 신수 정도로 만족하라고? 그럴수는 없지. 암 그럴수 없고 말고.”
“치우와 너를 같게 보는 건가? 치우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 한 모양이군.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에게는 결코 닿을 수 없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아마테라스.”
“아아. 그렇지. 그렇기에 나는 지금의 상황을 만족하고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는 나보다 강하다. 압도적으로 강하지. 이런 인정이 중요한 것이다. 황룡. 너는 괜한 욕심으로 무리로 인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죽게 될 테니까.”
“하하하. 이것 참 나도 엄청 무시당하고 있군. 고작 신 한명하고 반쪽자리인 놈들에게 이 내가 당할 것 같은가?”
“그렇다면 어쩔 것이냐?”
“후후후. 뭐 한 번 해보면 알겠지.”
그리고 천천히 황룡의 몸이 거대해진다. 구름을 뚫고. 하늘을 뒤덮는 것은 거대한 황금색의 몸을 가진 용. 황제의 상징이자 사성수의 대장이라고도 불리는 용. 황룡.
“해보자꾸나. 아마테라스!!!”
“어리석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