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딱히 악감정은 없어. 미리 말하는 거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말아줘.”
염풍검을 손에 들고 어느새 거의 다 사라진 독지. 그리고 그 조금 남아 있는 부분에 있는 거대한 괴물. 9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히드라. 불사의 상징이기도 한 괴물을 바라보며 태천이 말했다.
“재수 없군. 정말로...”
히드라는 의외로 담담히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포기한 거야?”
“흥! 이기지 못 한다고 해서 포기할 것이라면 신들에게 싸움을 걸지도 않았다!!!”
9개의 입이 동시에 열리면서 마시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독수로 만들어 버릴 엄청난 독기가 방출되었지만 태천은 가볍게 염풍검을 휘둘러서 그곳에서 나오는 불꽃으로 그 모든 독기를 태워 버렸다.
“상성이 안 좋잖아. 독이 아무리 강력해도 불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지. 모조리 태워 버리면 그걸로 끝이니까.”
“큭으....”
태천의 말대로 히드라와 태천은 상성이 좋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염풍검을 들고 있는 태천과의 상성이 최악이었다. 독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불에는 약한 법이다. 불 조차 녹여 버리는 독이 있기는 하다.
히드라도 그런 독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불꽃이고 그 불꽃도 모든 것을 태워 버릴 정도의 힘이 있다면 역시 독은 불을 이길 수는 없었다.
“고통은 없을거다.”
태천은 다시 한 번 염풍검에 힘을 모은다. 그리고 크게 휘둘러서 히드라를 통째로 재로 만들어 버리려고 할 때 무언가가 태천의 불꽃을 반으로 가르며 히드라를 구하였다.
“늦지 않았군.”
검은색의 로브를 뒤집어쓰고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존재. 그림 리퍼. 리퍼들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우두머리를 하고 있는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리는 이였다.
“리퍼.”
“어떻게든 공격은 막아 볼 테니 중독만 시켜라. 그럼 우리가 이긴다.”
“그럼 쉽지.”
그리고 입을 열어 이번에는 독기를 여전해 내뿜지만 조금 다른 점은 사방으로 퍼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태천은 다시 염풍검을 휘둘러서 독기를 태우려고 하지만 그림 리퍼의 공간을 절단시키는 힘에 무력하게 막힌다.
“저거부터 처리해야 겠네. 보살. 오랜만에 어때?”
-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리고 태천의 몸에서 황금 빛과 함께 모든 모습을 완벽하게 드러낸 천수천안보살이 그림 리퍼를 바라보고 있었다.
“잊고 있었군....”
그림 리퍼도 이번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태천 한 명만 상대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 밖의 복병의 등장이었다.
“이 길고 긴 전쟁의 끝을 낼 때가 왔구나. 그림 리퍼.”
천수천안보살의 말에 그림 리퍼는 자신의 낫을 강하게 쥐며 대꾸도 하지 않고 휘둘렀다. 공간을 자르는 힘. 그것이 천수천안보살의 상체를 겨두고 사용되었지만 그녀는 이미 그 곳에 있지 않았다.
“그런 공격을 맞을 거라고 생각 하는 것은 아니겠지?”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그림 리퍼도 공간을 이동하였다. 하지만 이동 함과 동시에 그림 리퍼는 자신의 정면을 가득 매우는 황금빛을 볼 수 있었다.
“커억!”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거다. 그림 리퍼.”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 그것들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구원하는 보살. 그것이 천수천안보살이다. 공간이동으로 공격은 피하지만 그녀의 눈은 피할 수 없었다. 완벽하게 숨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크우오오오오오!!!!!!
그 사이 거대한 불꽃의 기둥과 함께 히드라의 몸이 재로 변해 사라진다. 그것을 본 그림 리퍼가 급히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움직이지만 어느새 나타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손이 그림 리퍼의 로브를 붙잡고 있었다.
“나를 상대로 한눈을 팔다니... 죽고 싶어서 별 짓을 다 하는 구나.”
“이익!!”
푹!
그 팔을 자르기 위해서 낫을 휘두르려고 할 때 그림 리퍼의 가슴이 있는 부분에 염풍검이 뚫고 나왔다.
“이걸로 두 마리.”
“제에에에엔자아아앙!!!!”
전신이 불에 타며 사라지는 그림 리퍼. 그런 그를 보며 천수천안보살이 말했다.
“이로서 남은 것은 2마리구나.”
“황룡과 뱀파이어 퀸이라고 했던가? 그 들도 도우러 가야.”
말을 하는 도중 거대한 붉은색의 참격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보며 태천이 다시 말했다.
“황룡만 잡으면 되겠다.”
저 붉은색의 참격. 치우가 제대로 전력을 다해서 공격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타나는 것이다. 저것을 받고도 살아남아 있다면 그것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치우가 승리한다는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고작 요괴가 무신의 일격을. 신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신의 일격을 막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황룡도 끝났다.”
천수천안보살의 말에 태천은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태양을 볼 수 있었다.
“어이어이. 저거 저대로 떨어져도 괜찮은거야?”
“상관없지 않은가? 어차피 이 주위에 살아있는 인간은 없다. 그렇다면 아예 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차후를 위해서 더 좋을 것이다.”
“하여튼 신님들은 과격하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태천은 멀찍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환했던 몬스터들도 모두 역소환 하였다. 치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마테라스만 남겨두고 모든 몬스터들을 역소환하였다.
크워오오오오!!!!
황룡의 외침과 함께 수많은 번개들이 태양을 향해 내려치고 공격하지만 소용없다. 고작 저 정도의 번개들로 어떻게 될 공격이 아니다. 태천이 봐도 저 태양은 태천 본인도 막으라고 하면 방패를 사용해야 할 정도의 공격이었다.
“이걸로 남은 건 둘이로군.”
천천히 떨어지던 거대한 태양이. 드디어 폭발한다. 일순간 시야가 흰색으로 물든다. 뒤돌고 있음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그 빛이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그저 까만 재만이 남아 있는 공간이었다.
후에 안 것이지만 이 공격으로 유럽-아시아 대륙의 15%정도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 폭발은 우주에서도 관측되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둘?”
검은색의 땅으로 변해 버린 지상을 바라보며 태천은 혀를 치고 있을 때 천수천안보살이 말했다.
“구미호와 악신들의 우두머리이자 치우와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악신인 로키. 이 둘이 남아 있다.”
“구미호와 로키라... 강하겠지?”
“구미호의 경우는 치우가 알아서 할 것이다. 그녀와 그는 처리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으니까.”
“사적인 문제야?”
“그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내가 이야기 할 것은 아니니까.”
“사양할게. 그 검에 다시 맞고 싶지 않아.”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았다. 왕.”
“그렇다고 그 압박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 지옥이 더 작았다면 그 일격으로 반으로 갈라졌을 수도 있어. 달 정도는 반으로 가를 수 있다고 한 양반이잖아.”
“그렇기에 최강이라고 불리고 있지.”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냐? 다 끝냈으면 도 와줄 생각을 해야지.”
그때 나타난 아마테라스. 몸은 그렇게 멀쩡하지는 않았다. 곳곳이 그을려 있었으며 머리의 일부는 살짝 뻗어있었다.
“고생했어.”
“쯧. 망할 지렁이놈. 최후의 최후까지 저항하더군.”
“그렇겠지. 죽고 싶지 않을 테니까.”
“어찌되었든 나는 좀 쉬러 가야겠다. 한 동안 부르지 말도록. 방금 그것으로 상당히 힘을 썼다.”
“푹 쉬라고. 어차피 이제 2마리 밖에 없다고 하니까 그건 이쪽에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할게.”
“한 마리다. 구미호는 치우가 처리할 테니까.”
“너도 알고 있어?”
“사적인 이야기다. 내가 이야기 할 것이 아니지. 그러면 한 10년 정도 뒤에 보지.”
그 말과 함께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아마테라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