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23. 마지막.>
“때가 되었다.”
거대한 어둠이 몸을 일으킨다. 거대한 어둠. 그것은 흰색의 털을 가지고 있던 구미호가 10번째의 꼬리를 얻으며 새롭게 여우들의 신이라고 불리는 십미호가 되며 얻은 새로운 몸. 아니 몸이라고 부리기도 힘든 것이다.
그냥 어둠 그 자체가 지금 십미호의 몸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여어. 기분은 어때?”
로키의 말에 구미호. 아니 십미호는 자신의 몸인 어둠을 움직여 로키를 포위하였다.
“응? 어이어이. 이건.”
“흥!”
어둠이 로키를 집어 삼키고 곧 풍선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납기는. 네가 뭐가 좋았는지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네. 앙칼진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러면 남자에게 인기 없다고. 그보다 기분이 어떤지 물어봤는데 꼭 이런식으로 표현을 해야 해?”
분명 터져서 죽어야 할 로키지만 태연하게 십미호의 어깨 부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러자 십미호는 고개를 돌려 로키의 몸보다 더 거대한 눈으로 로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은 언제나 이런 기분인가?”
“가자기 신이 되어서 그런 기분이 드는거야. 익숙해지면 그 또한 상관없어. 평범하게 되거든. 그보다 그 뜻은 기분이 좋다는 거야?”
“최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보다 더 기분 좋은 적은 없었어.”
“그럼 다행이네. 바로 갈 거야?”
“아니. 그래서는 안 되지. 아직 이야. 아직 좀 더 힘을 가다듬어야 해.”
“그럼 언제 쯤 갈 거야? 너무 오래 기다리면 그쪽에도 시간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좋지만은 않다고.”
“알고 있다. 10일이다. 10일만 더 있으면 된다. 그 때쯤이면 이 힘을 완벽하게 나의 것으로 할 수 있다.”
“그 동안 기다리지. 부디 빨리 해달라고 십미호양. 이제 서서히 끝을 봐야 하니까. 지금까지 충분히 놀았잖아? 내 자식 놈들도 이제 한계야.”
“고기나 먹여라.”
“이야. 그러고 있는데 말이지. 알다시피 내 자식은 내가 애지중지 키웠잖아? 애가 입이 고급이 되어서 말이지. 그래서 특별식을 원한단 말이야. 신과 같은 특별식을.”
“... 최대한 빨리 해보지.”
“그래주면 고맙겠어. 알다시피 내 자식이기는 하지만 우리 셋 중에서 누가 가장 강하냐고 물어본다면 내 자식이 제일 강하니까 말이야.”
로키의 자식. 신을 물어 죽인다는 늑대. 펜릴. 펜릴의 경우 신들조차 아니 살아 있는 생명체를 포함해 그 이빨과 발톱에 닿는 모든 것을 죽여 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앞에 어떠한 것도 남아나지 않으며 어떠한 존재도 버틸 수 없다. 오히려 그런 펜릴이 왜 아직도 로키의 말에 따라주느냐가 신기할 정도로 펜릴은 매우 강하다.
“기대하지. 십미호.”
“그냥 구미라고 불러라. 그게 더 익숙하니까.”
“큭큭큭. 그러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사라지는 로키. 그리고 어둠으로 이루어진 몸을 살펴보는 십미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최대한 빠르게 이 힘에 익숙해져야 했다.
* * * * * * * * *
“오는구나...”
신들의 공간. 우주의 배경이 아닌 드넓은 푸른 초원에 있는 하얀색의 멋진 건물. 신들의 힘이 어느 정도 원상 복귀대면서 이 공간을 꾸미기 시작한 것. 물론 이것은 태천의 힘이 증가한 것도 큰 이유가 되었다.
“가이아. 느껴지는 거야?”
아테나의 말에 가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시작이다. 마지막 전투가. 이 길고 긴 신과 악신들의 전쟁의 마무리가. 동시에 새롭게 창조되어 버린 우주의 길고긴 혼돈의 끝이.
“로키가 나타났습니다. 장소는 조금 곤란하군요.”
“어디에?”
“서울입니다. 고생 좀 할 것 같군요. 우리들의 왕이.”
“에에? 거기서 날뛰는 거야? 십미호라며? 거기다가 로키에 펜릴이라고. 적당히 날뛰는 걸로는 모잘라. 아니 적당히 날뛰더라도 거기는 사라질 거야. 정말로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거야? 로키의 장난이라고 거짓말까지 하고. 나중에 왕한테 혼난다고? 가이아.”
아테나의 말에 가이아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로키의 장난. 로키의 힘. 그것으로 신들의 소환을 막는다. 이건 불가능 하다. 한 명도 아니고 10명도 넘는 신을 모두 간선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가이아가 강제로 그렇게 한 것이다. 치우가 신들중의 최강인 것은 맞다. 그렇기에 가이아는 치우를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다른 신들까지 어떻게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신들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해두었다. 이 모든 것은 신들의 왕이 될 태천을 위한 시험이자 시련이라고. 거기에 신들은 동의했다. 그들로서도 로키 정도는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물론 치우의 경우 구미호가 아직 남아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소환되는 걸로 하였지만 그 이외의 신들은 모두 쉬는 걸로 소환을 거부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에 가이아는 편하게 로키의 이름을 들먹였고 천수천안보살도 이제 슬슬 태천의 몸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몸에서 나오면서 로키의 짓이라고 말해 두었다.
모든 것은 로키의 짓으로. 그것이 가이아가 생각한 방법이었다. 물론 다 거짓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로키는 적이기에.
‘조금은 그에게 미안한 짓을 한 것 같지만... 어차피 로키로서의 그는 죽어야 하니...’
로키. 다름 이름으로 보자면 최초의 가이아와 로키의 주인이었던 그가 남긴. 그의 의지. 빛이며 어둠. 선과 악이면서도 동시에 세상의 균형을 위해서. 그리고 차후에 자신의 환생을 위해서.
“하지만 조금 걱정이기는 하네. 그래도 일단 펜릴 또한 초월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
“같은 건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펜릴의 경우 신과 초월. 그 사이에 존재하고 있고 왕의 경우는 완전히 그 초월에 올라와 있으니까. 무엇이더라도 초월 할 수 있기에 초월입니다. 펜릴은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끌게 되면 위험할 겁니다.”
“위험?”
“로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갑자기 초월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불가능 할 겁니다. 하지만.. 로키니까요. 그는 홀로 우리 신들 전부와 싸워서 여기까지 우리들을 몰고 온 신입니다. 얕보면 곤란하죠.”
그래 곤란하다. 로키가 가지고 있는 최후의 수단. 스스로 자살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그것을 사용하는 순간. 펜릴은 매우 강해진다. 일시적이지만 초월이라는 단계에 도달할 정도다.
거기서 태천은 정말로 최후의 실험을 취러야 한다. 진정한 초월의 경지에 올라야만 그 펜릴에게서 살아남고 펜릴을 죽이고 진정으로 이 길고 긴 전쟁이 끝나고 최후의 시험이 끝나는 것이다.
‘부디 무사하기를...’
* * * * * * * * * * *
서울. 대한민국의 수도. 김태천이라는 걸출한 인재. 아니 오로지 그 하나만 존재할 수있는 전 세계를 상대로도 싸울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사람 단 한 명으로 인해서 최근 엄청나게 부흥기를 타고 있는 나라의 수도다.
하지만 지금 그 수도가 무너지고 있었다.
“재미없군. 역시 인간들은 전혀 재미없어.”
“끄아아악!!!!”
자신에게 공격을 하려고 했던 헌터들을 모조리 어둠으로 집어삼켜 죽인 십미호는 여유롭게 거대한 고개를 움직이면서 이 거대한 도시를 수도를 바라보았다.
“전부... 부질없는 것이지.”
그리고 커다란 10개의 꼬리를 휘두르자 도시가 무너져 내린다. 단순히 무너지고 부서지는 것이 아니다.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신의 힘. 그것은 구미호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신선하고 정말로 즐거운 것이었다.
“호호호호! 이대로 모두 지워버리겠다!!!!”
크게 웃으면서 다시 꼬기를 휘두르려고 할 때 거대한 붉은색의 참격이 십미호의 꼬리를 노리자 급히 꼬리를 움직여서 그 참격을 피하였다.
“... 왔군. 치우.”
십미호가 고개를 돌리자 붉은색의 가면에 도깨비 가면을 쓴 사내가 있었다. 자신의 키만한 거대한 검을 든 상태로 말이다.
“결국 이렇게 된 건가?”
“결국은 이렇게 된 건가? 말하는 투가 영 아니로군. 무슨 불만이 있는 거야. 치우.”
십미호의 말에 치우는 담담히 십미호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던 흰색의 털은 완전히 사라지고 악을 상징하는 검은색 털만이 남아 있다. 치우가 보기에도 무서울 정도다.
“그딴 눈으로 보지 말라고!!!!!”
치우를 바라보던 십미호의 외침과 함께 힘의 파장이 사방으로 퍼지며 빌딩들이 무너져 내렸다.
“왜 아직도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거야!!!!”
십미호의 외침에 치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알고 있다. 저렇게 말하는 이유를 모를 바보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