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3 서장 - 다른 세계의 새끼 고양이- =========================================================================
심쿵~
20리터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꽉 채워 집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심장에 안좋은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아기고양이 큐비가 침대위에서 발라당 뒤로 엎어진체 잠들어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아기고양이가 꼼지락거리며 잠들어 있는모습은 사진으로 찍어서 영구보관 하고싶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역시 고양이는 최고야!
"꾸~웅... 강한이 이제서야 돌아왔냥...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버렸다냥..."
내가 문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깨었는지 큐비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로 앞발로 눈을 비미며 일어나려고 꿈지락 거렸다.
...모에 모에 큐웅...
"쓰레기는 잘 주워왔냥?"
"...아, 으응. 20리터 꽈악 채워왔어."
나는 이제껏 우리동네에 그렇게 쓰레기가 많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동네 구석구석은 물론 길 한복판에도 담배꽁초가 수두룩 했다. 뭔가 열이 올라서 담배꽁초로만 종량제 봉투 반을 채우고 나니 5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덕분에 심장을 저격당하고 말았지."
"응냐? 무슨 구경 말이냥?"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그보다 빨리 아바타 시스템인지 뭔지 기동시켜 봐야지."
일단 쓰레기를 줍긴 했지만, 에너지가 모인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제대로 에너지가 모였을려나?"
"이미 계약을 완료했기때문에 조건만 만족한다면, 에너지는 자동적으로 시스템으로 집하될거니까 걱정하지 마라냥."
"그럼 다행이고."
아무래도 실감이 안나서 빨리 시스템을 기동시켜 보기로 했다.
"그럼 기동시킨다냥. 아바타 시스템, 기동이다냥!"
큐비가 예의 석판의 앞면을 조그마한 앞발로 내리치면서 외치자 석판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어디서 들어본것 같은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바타 시스템에 접속하신걸 환영합니다.]
"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귀가 아닌 뇌에 직접 울리는듯한 목소리였다.
"아바타 시스템에 내장되어있는 목소리다냥. 필요할때마다 안내를 해줄거다냥."
큐비에게도 들리는것 같다. 큐비가 머리를 두손위에 걸치고 별거 아니라는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 접속하신 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합니다. 아바타를 생성 하시겠습니까?]
"여기서는 예, 라고 하면 되는거지?"
"알면서 일일이 묻지마라냥."
큐비가 머리를 좀더 깊숙히 파묻었다. 자는거 아니지? 이리저리 꿈틀대며 귀여움을 뽐내고 있는 큐비에게 가는 시선을 억지로 되돌리며 시스템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생성에는 플러스 에너지가 500 포인트 필요합니다. 진행 하시겠습니까?]
"예!"
처음부터 그럴려고 애써 모아온 에너지인데 당연하지.
[총 1950포인트의 에너지중 5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아바타를 생성하기에 앞서 사용자의 정확한 신체능력을 측정합니다.]
석판에서 빛이 쏟아져 나를 비추었다. 엑스레이 검사라도 하는것 같은 기분이다.
[분석이 완료 되었습니다. 사용자의 현재 상태를 수치로 표현하여 나타냅니다.]
체력 30
기력 10
힘 3
지력 5
방어 4
민첩 5
저항 7
장비 : 맨몸 lv 1
오! 이게 나의 능력치 라는 거구나? 그런데 어떻게 보는거지?
"체력은 생명력이다냥. 0이되면 죽는다냥. 기력은 스킬을 사용할수있는 포인트다냥. 나머지는 알테고, 저항은 마법에대한 저항력을 말한다냥."
"강한거야 약한거야?"
느낌상 약한것 같지만 확인삼아 물어보았다. 그러자 큐비가 약간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보통 5가 정상이다. 많으면 좋은거고, 적으면 모자란거다냥."
"지력이 정상인게 어디야."
바보는 아니라는 뜻이므로 신나서 말했지만, 큐비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다시 머리를 묻었다.
"장비가 맨몸이네? 뭔가 무기는 없는거야?"
설마 맨몸으로 헌터를 하라는건 아니겠지? 맨손으로 오크를 잡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물어보았는데 다행이다 그건 아니란다.
"저쪽 세계로 넘어가면 나와 계약을 맺은 상인이 있다냥. 그에게서 구하면 된다냥."
"계약? 나랑 맺은것과 같은 계약?"
이중계약한거 아니겠지?
"단순한 매매계약이다냥."
다행이네, 법정싸움으로 가지않아도 되겠다. 이계에 법정이 있을때의 이야기겠지만. 쓸때없는 생각으로 희죽 웃고있을때 다시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용자의 능력치에 보정수치를 적용합니다. 보정된 수치를 표시합니다 ]
체력 300
기력 50
힘 15
지력 15
민첩 15
방어 15
저항 20
"숫자가 엄청 늘어났는데?"
약간 차이를 보였던 숫자들이 모두 15가 되었고 원래 높았었던 저항이 20이 되었다.
"저쪽 세상에 넘어가서 허무하게 죽지 말라는 개발자의 배려다냥. 15가 최소 수치다냥. 올리는데 고생 좀 할것 같다냥."
큐비가 다시한번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쩌라고, 네가 나를 선택한 거잖아.
나는 큐비를 당당한 시선으로 한번 바라봐 주고는 다시 시스템에 집중했다.
[이어서 시스템 스킬을 표시합니다.]
에널라이즈 lvMax
베이스캠프 lv1
아공간 lv1
타운포탈 lvMax
마법 lv1
강화 lvMax
"...음 큐비? 설명좀 부탁해도 될까?"
"싫다냥."
"아니, 왜?"
"귀찮다냥."
"......"
"......"
내가 고양이에게는 거의 처음으로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나서야, 큐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에널라이즈는 상대의 능력을 수치로 표현해주는 스킬이다냥. 베이스캠프는 일종의 안전지대로 설정된 지역이다냥. 베이스 캠프에 있으면 체력과 기력이 자동으로 회복된다냥. 레벨을 올리면 회복속도가 더 빨라지고, 피로회복 효과도 부여된다냥. 캘록, 캘록"
큐비가 너무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좀 아픈지 기침을 몇번 하고서는 나를 잠시 째려보고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베이스캠프는 강한이 너만이 볼 수 있다냥. 다른 사람들은 존재 자체를 모른다냥."
"만약 내가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간다면?"
"그럴때는 그 사람 역시도 베이스캠프에 들어갈 수 있다냥."
참고해 둬야겠다. 나중에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큐비에게 계속 설명을 부탁했다.
"아공간은 생명을 제외한 어떤것이든 담을 수 있는 4차원의 주머니다냥. 레벨1이라면 100kg까지 담을 수 있고 레벨을 올리면 담을 수 있는 무게가 올라간다냥."
"아공간! 그거 현실에서도 쓸 수 있는거야?"
"그렇다냥. 단, 저쪽 세상에 한번 다녀와야지 사용할 수 있다냥."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니! 계약하길 정말 잘한것 같다. 이건 현실 세상에서도 정말 쓰임세가 넘쳐서 꼭 필요한 기능이다.
뜻밖의 횡재에 만세를 부르며 좋아하는 나를 흘끗 바라보고는 다시 팔에 머리를 늬고는 귀찮다는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타운포탈은 특정 장소와 베이스 캠프를 이어주는 차원의 통로를 만드는 스킬이다냥. 단 이 스킬은 전투중에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한번에 한 장소에만 만들 수 있다냥."
"급할때 베이스캠프로 도망칠 수 있는거구나?"
"전투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걸 잊지말아라냥."
전투중에 타운포탈을 사용하려면 일단 전투를 끝내거나 도망쳐야 한다는 이야기네. 뭣 모르고 전투중에 타운포탈을 쓰려고 하다가 공격 당할 수 있으니 꼭 기억해 두어야 겠다.
"마법은 사용 가능한 마법의 레벨을 나타낸다. 아셀탄트에는 1부터 6까지의 마법이 있다냥."
보통 마법은 9레벨까지 있다던데, 아셀탄트는 특이한 동네구나. 소설속 이야기 한정이지만. 나혼자 속으로 납득하고 있을때, 큐비가 지친표정으로 마지막 힘을 내어 설명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강화는 약 3분동안 모든 신체 능력을 2배로 울려주는 스킬이다냥. 단, 막대한 플러스포인트를 소비하게되니, 사용할때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해야한다냥."
설명이 다 끝나고 큐비가 이제야 후련하다는듯이 몸을 축 느러트렸다. 설명하는게 그렇게 귀찮았나?
"설명이 길어지면 지친다냥. 이런건 나한테 안맞는다냥."
"궁금한걸 그냥 넘어갈 수 는 없잖아."
귀찮은 일을 시켜서 미안해진 내가 축 늘어진 큐비를 쓰담쓰담해주니까 큐비가 기분좋은 듯이 그르릉 거린다. 이럴때는 역락없이 귀여운 아기 고양이 라니까?
나는 큐비의 기분좋은 털의 감촉을 즐기면서 시스템의 다음 설명을 기다렸다.
[현재 남아있는 플러스에너지는 1450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마이너스에너지는 1 입니다.]
"그런데 마이너스 에너지 1은 뭐야? 나 다른사람 괴롭힌적 없는데?"
마이너스 에너지는 다른사람을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개미라도 밟았나 보다냥."
그런걸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거야? 개미를 밟아 죽일까봐 틈이 넓은 짚신을 신고 다닌다는 스님들의 이야기가 생각나네.
[이상으로 첫 아바타시스템 사용을 위한 절차를 모두 마칩니다.]
시스템의 안내목소리를 끝으로 석판의 빛이 수그러 들었다.
"대기 상태로 들어갔다냥. 언제든 이용하고 싶을때는 석판에 손을 올리면 된다냥."
대기모드도 있구나. 편리한 기능이지 대기모드.
아바타 시스템의 일종의 튜토리얼을 끝내고 나는 큐비에게 아셀탄트로 넘어갔을때의 있을 일에대해 물어보았다. 특히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큐비는 뭔가 마음에 안드는 것이 생각났는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말했다.
"길드라고 하는 모험가들의 집단이 있다냥. 그들은 던젼을 공략해서 안정화 시킨후 국가에 그 던젼을 파는 일을 한다냥."
"던젼을 팔아?"
"던젼은 매우 가치있는 곳이다냥. 몬스터로부터 부산물을 얻을수 있을뿐 아니라 공략을 완료하여 안정화 시킨면 지하자원의 생산지가 되어준다냥. 그리고 전략적 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냥."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안정화는 또 뭔데?"
"던젼의 주인을 제압하는것을 말한다냥."
"던젼의 주인?"
"그 던젼에서 가장 강한 마물이다냥."
큐비가 내게 바라는게 마물사냥이라고 했었지. 결국 던젼을 안정화 시키길 원했던 일이였나?
그나저나 길드라니... 그럼 차원을 넘어가서 던젼을 탐색하다보면 이 길드라는 자들과 마주치게 되는것일까? 갑자기 덤벼들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길드가 있다면 굳이 나를 필요로 하는이유가 뭐야?"
설마 내가 호구라서 싸게 먹힐것 같아서 나를 이용하려는건 아니겠지, 큐비야?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였던것 같다. 큐비는 길드에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길드는 우리가 필요로하는 던젼에서는 아무 도움도 안돼. 오히려 방해만 될뿐이야."
응? 큐비의 말투가 바뀐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무슨 뜻이지? 방해만 되다니?"
내 질문에 큐비는 대답을 하지않고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직은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다냥. 나중에 이야기 해주겠다냥."
무언가 있다고 직감이 이야기 해주고 있지만 일단 수긍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길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고 우선은 큐비를 믿기로 했으니까. 이렇게 귀엽고 깜직한 아기고양이가 날 위험에 빠트리거나 속일리가 없잖아? 응, 고양이는 정의 그 자체야!
"그런데 내가 가야하는곳이 던젼이랬지? 아무던젼이나 골라서 보내주는거야?"
"아니다냥. 처음에는 '야만의 던젼'만 선택 가능하다냥, '야만의 던젼'을 안정화 시킨다면 다른 던젼도 선택가능하게 된다냥."
게임으로 치면 첫번째 스테이지라는 샘이네. 난이도도 가장 쉬우려나? 그러나 큐비는 고개를 저었다.
"첫번째 던젼이라고 마물들의 수준이 낮거나 그런건 없다냥. 단지 순서의 문제일 뿐이다냥."
"순서의 문제?"
반드시 '야만의 던젼'부터 공략해야하는 이유라도 있는건가? 어떤 이유가 있을것 같았지만 큐비는 그 이유를 들려주지 않았고, 나도 굳이 그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다만 머릿속 한켠에 이 대화를 기억해 두기로 했다.
"이걸로 아바타 시스템은 다 살펴봤으니까, 이제는 실전이다냥. 첫번째 목표! '야만의 던젼'으로 출발이다냥!"
응? 너무 급한거 아니야? 무려 차원을 넘어가는 일이라고! 무슨 소풍가는것처럼 이야기 하고있는거야, 이 고양이는.
"자, 잠깐!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설명하는것도 귀찮다냥. 그런데 아직 설명해야 할게 많이 남았다냥. 빨리빨리 끝내자냥!"
말릴틈도 없이 큐비가 아바타 시스템의 대기모드를 해제하고는 차원이동을 위한 절차를 진행 시켰다.
"우와아아!"
동시에 아바타 시스템에서 환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와 나를 감쌌다. 영혼이 빨려나가는 느낌과 동시에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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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지적 부탁드립니다.
개연성 태클 대환영입니다.
발암없는 소설 쓰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