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1 1 장 - 와일드포스 야만의던젼 - =========================================================================
다른 어느때 보다 의욕이 충만해 있는 나는 고블린 진영 뒤쪽에 설치해둔 포탈을 타고 녀석들을 습격했다. 원인모를 텐션업의 효과도 있고 해서 몇 변 치고 빠지는 식의 전투를 반복한 끝에 진영에 남아있던 32마리의 고블린을 모두 제거할수 있었다. 그리고 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고블린 토벌 200마리 달성으로 고블린에대한 공격과 방어에 10%보정이 가능해 졌습니다.]
"고블린에대한 보정치가 생겼네?"
-뭐, 그렇게 죽이고 다녔으니까 자연히 너에대한 공포가 생기지 않겠냥?
아무튼 앞으로 고블린 상대하기가 좀더 수월 해진건 사실이다.
토벌이 끝난 고블린징영을 둘러 보았다. 뚫을때 고생했기 때문에 텅빈 진영을 바라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 앞은 좁지만 뒤는 넓다. 전력을 전방에 투사하기 좋은 위치이다.
여기저기의 고블린들이 머물면서 사용한듯한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널려져 있다. 침구류로 사용된것 같은데 그녀석들도 잠은 자는 모양이다.
고블린들이 깔고 누워 뒹군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기분나뻐져서 파이어 에로우를 사용해 다 태워버렸다. 위력이 약해서 불쏘시개정도의 효과밖에는 없는 공격마법이지만 깨끗하게 불이 잘 붙었다.
"이 나뭇가지랑 이파리들 굉장히 잘 타내. 화석연료 대응으로 쓸수 있을까?"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어진 큐비의 말에 생각을 접었다.
-이곳이 건조해서 수분이 없으니까 잘 타는거다냥. 연료로는 못쓴다냥."
"그렇지? 그냥 한소리야. 요즘들어 돈이 될만한거 없나 하고 찾고있거든."
-폴에게서 화폐를 교환받기로 하지 않았냥?
"포인트가 전혀 안모이니까 그렇지! 모아도 쓰기 바쁘고."
-점점 나아질거다냥.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요즘들어 내 경제적 사정이 나뻐지는 주 원인중 하나가 큐비니까. 참치캔을 하루에 5통은 먹는 큐비. 진지하게 돈벌이를 궁리해 보아야겠다.
진영에 남아있던 고블린들을 마무리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획득한 포인트가 어느정도 쌓여져서 새로운 스킬을 익혀보기로 했다.
랭크를 올리는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스킬을 구하는것도 중요했다. 감당하기 힘든 적을 만났을때 통상공격과 방패술만으로 어디까지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를일이다. 그러니 적당한 가격의 스킬을 찾아서 익히기로 했다.
엑티브 스킬중에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정도로 강력해 보이는 스킬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획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어마어마하게 높았고 사용기력양도 높아서 지금은 습득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패시브 스킬인 3연격을 얻은것이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남은 포인트로 전에 획득가능하게 되었던 왕국검술의 엑티브스킬 3종류 중에 하나인 '크로스소드'를 습득했다. 이 스킬은 내가 사용하고있는 왕국검술의 횡베기를 엑티브 스킬로 만든것 같은데 자세를 낮추면서 전방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길게 횡베기를 시전하는 스킬이었다. 공격범위가 넓어서 적이 전방에 위치해 있다면 5마리까지 한번에 공격할수 있을것 같았다. 무엇보다 소비기력 5이면서 공격배율이 2배였기 때문에 고블린은 무조건 원샷이다.
-이제는 계곡길을 따라서 앞으로 가는것만 남았다냥. 필드에 남아있는 고블린도 거의 없다냥.
"응. 그래도 조금이라도 포인트를 얻어두고 싶으니까 보이는데로 알려줘, 큐비.
-맡겨둬라냥.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나는 다시 탐색을 시작했다. 아마 던젼입구쪽에 마지막 남은 고블린들이 몰려있을거라 예상되는데 가는길에 걸리는 고블린들은 그야말로 극소구였다. 5마리이상 모여있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긴장감이 조금 부족하기는 했다. 언제보아도 경이로운 던젼풍 그랜드캐년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미리 말해둘게 있다냥.
내가 경치구경에 빠져있을때 큐비가 말을 걸어왔다.
-최종 장소에는 '플로어 마스터'라고하는 녀석이 존재한다냥. 이곳뿐만 아니라 모든 이 아래에 있는 모든 층마다 플로어 마스터는 존재한다냥.
"그녀석은 다른녀석들보다 강한거야?"
-그렇다냥. 그렇지만 중요한건 그것이 아니다냥. 플로어 마스터는 반드시 강한이 네가 쓰러트려야 한다냥. 지금은 이곳 던젼에 강한이 너 밖에는 없지만 앞으로 던젼이 공개되면 길드녀석들도 들어올거다냥. 그녀석들이 플로어 마스터를 쓰러트리면 큰일난다냥.
"만약에 내가 놓치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
-플로어 마스터는 그야말로 포인트 덩어리다냥. 그걸 남에게 빼앗기고 싶냥?
"다른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없는건 아니지만 중요한게 아니다냥. 포인트다냥, 포인트가 중요하다냥.
"...알았어. 되도록 내가 처리하도록 할께."
-꼭이다냥!
나 이녀석한테 뒤통수 맞는거 아니겠지? 전부터 언동이 조금 수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여즘들어 그게 더 심해진 느낌이다. 방심하지 말아야겠다. 다만 모습이 보이지 않는 지금은 냉정해지지만 얼굴보고 이야기하면 경계심이 무너지는게 문제란 말이야. 고양이는 그것도 새끼고양이는 너무 귀여워서 큰일이야.
대화를 끝낸 나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곡을 따라 한참을 움직인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머리위에는 길을 안내해주던 빛이 떠있었고 그 바로 밑에는 거대한 규모의 고블린 마을이 있었다. 역사시간에 배운 신석기나 청동기 시대 인류가 살던 모습과 흡사해 보였다.
"저기에 플로어 마스터가 있다는 말이지? 저 마을에 고블린들은 몇 마리나 있니, 큐비?"
-100마리정도 되는것 같다냥.
"100마리라... 강화스킬을 사용해야 하려나?"
-플로어 마스터를 고려하면 최후의 최후까지 강화스킬은 아껴둘 필요가 있다냥. 쿨타임이 있으니까냥.
강화나 회복스킬은 한번 사용하면 이곳 시간으로 하루동안 사용할수 없다고 한다. 강화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할수 있다면 좋은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저나 100마리의 고블린 플러스 플로어 마스터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걸까? 부락안에서의 싸움은 확실히 내가 불리한데.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씩 조금씩 끌어내서 싸우는 방법이지만 이곳 던젼의 몬스터 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다. 던젼안에 몬스터드은 하나의 세력안에 들어가 있기때문에 통제가 되어있다. 얼마전에 계곡입구의 고블린 진영앞에서 아무리 용을써도 안에있는 고블린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었다. 이 부락에있는 고블린들도 마찬가지 일테지.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고민고민 해 보았지만 도저히 좋은방법이 또오르지 않았다. 아바타 시스템이 지식은 올려주지만 지혜는 올려주지 않는다.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좋은 방법 없을까, 큐비야?"
-생각중이다냥.
큐비에게 기대를 해보았지만 큐비도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것 같다.
그렇게 머리싸매고 고민하다가 문득 전방의 고블린 부락을 바라보고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닭았다. 부락의 뒤편으로 제법 높은 언덕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큐비, 부락 뒤편 언덕, 오를수 있는 길이 있니?"
-지도로는 확인이 안된다냥. 직접 가봐야 알수있을것 같다냥.
"그래? 그럼 한번 가보자."
나는 부락을 우회해서 오를수있는 길이 있나 찾아보기위해 왔던길로 되돌아갔다. 그러다 옆으로 빠질수있는 샛길을 발견할수 있었다.
"여길 통해서 저 언덕으로 올라갈수 있을것 같은데, 어때?"
-잠깐만, 지도를 살펴보겠다냥...
큐비는 개방한 맵핑스킬로 던젼의 전체지도를 파악할수 있었다. 나는 큐비가 길찾기를 완료할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큐비가 밝은 어조로 말했다.
-있다냥. 분명 샛길이 이어지고 있다냥. 틀림없이 언덕에 도착할수 있을거다냥.
"좋아!"
높은언덕에서 부락을 내려다 보면 뭔가 방법이 생각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이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최대한 노력할수밖에 없다. 나는 계곡에난 샛길을 따라서 이동했다.
길은 굉장히 험했다. 식물은 거의 없고 바위나 모래투성이인 이곳이지만 특히나 더 거칠은 지형이었다. 그러다 어느정도 앞으로 전진하자 주변의 환경이 달라졌다. 바위투성이에서 벗어나 숲으로 들어선것이다. 이 던젼에 들어와서 숲은 처음보는것 같다. 사실 숲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나무나 식물이 적었지만 대부분이 바위나 모래로 이루어진 이곳 환경을 생각하면 이정도 규모의 숲은 달리 없을것 같다.
"이 숲이 언덕으로 이어지는건가?"
-그럴지도 모른다냥. 길은 분명히 이어져 있다냥.
큐비는 꽤나 넓은 지역을 탐색할 수 있다고 하니까 큐비가 확신한다면 문제 없는거다. 나는 마음 편하게 길을 따라 걸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걷고있다가 숲의 한편에서 처음 보는 종류의 꽃을 발견하였다. 지구에서 볼 수 없었던 종류의 식물들을 이곳에서 보는 경우가 처음은 아니였지만 단지 처음본다고 눈길을 잡은것은 아니였다.
꽃자체는 보통의 다른 꽃들처럼 적당히 아름다웠고 적당히 향기로웠다. 그러나 잘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어떠한 기운 같은게 느껴졌다. 내가 보고있는 꽃을 큐비도 발견했나보다.
-아르메디아!
"아르메디아? 이 꽃의 이름이니?"
-그렇다냐! 굉장히 희귀한꽃이다냥!
이른바 득템을 한건가? 운이 좋네.
"어떤 기능을 하는건데?"
나름 기대하면서 물어보았다. 능력치가 영구히 상승한다던지, 아니면 특수 능력이 생긴다던지. 그런것들 말이다. 하지만 큐비의 대답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마법사들이 마법연구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희귀해서 가치가 높다냥.
"아, 그래?"
나한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그냥 꽃이였구나. 여기서 돈 벌어 봤자니까.
나는 꽃의 향기를 다시한번 맡아보고는 계속해서 길을 걸어갔다.
그렇게 한없이 걸어갔을때 큐비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냥! 진행방향 전방에 적 발견! 8마리!
큐비의 말대로 8마리의 고블린이 나무와 씨름을 하고있었다. 날카로움이 전혀 충분하지 않은 돌도끼로 나무의 밑둥을 사졍없이 내리찍었다. 나무를 베고있는게 아니라 패고있는데? 고블린들 중에서도 일꾼인것 같다. 그냥 놔두면 이쪽이 발견될 수 있기때문에 없애버리기로 했다.
"하앗!"
짧은 기합과 함께 롱소드를 손에 쥐고 달려들었다.
슥! 슥! 슥!
순식간에 3연격이 이어지고 고블린 세마리가 쓰러졌다. 역시 롱소드로 바꾼후 공격범위가 넓어져서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던 세마리를 3연격으로 쓰러트릴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옆에있던 한마리를 두번의 공격만에 쓰러트렸을때 나머지 4마리의 고블린들이 내게 덤벼들지 않고 부락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놓치면 안된다냥!
"알고있어!"
놈들이 부락으로 돌아가서 나에대해 알리게되면 경계가 강화되어 귀찮아질수도 있었다. 어떻게하든 잡아야한다. 다행이 도주방향이 같아서 흩어질 염려는 없어보였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고블린부락은 바로 지척인것 같아서 초조해졌다.
하지만 스킬없이 평타로 잡으려니 시간이 지체될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전력으로 도망가는 상황에서는 등을 노린다고 해도 크리티컬이 터지지 않는것 같다. 범위공격기인 크로스소드보다 대인공격기를 선택할걸 하는 후회가 잠깐 들었다. 간신히 2마리를 잡았을때는 고블린부락이 얼핏 보이기 시작했다.
"젠장! 왕국검술 오의! 크로스소드! 닿아라!"
최후의 방법으로 앞에 두놈에게 엑티브스킬 크로스소드를 사용해 보았다. 위치는 비슷했지만 서로 간격이 너무 벌어져 있어서 크로스소드로도 닿을까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스확!
"쿠엑!"
"쿠에엑!"
간신히 두마리다 잡을수 있었다. 생각보다 크로스소드의 횡으로의 공격범위가 놀라울정도로 넓었다. 아까 후회한다고한말 취소다.
그리고 아까 내가 왕국오의 어쩌고 하면서 부끄럽게 외친건 내 의지가 아니다. 이놈의 시스템이 스킬명을 외치지 않으면 발동이 안되게 말들어졌다.
"휴우~"
-수고했다냥. 어떻게 걸리지 않고 넘어가는데 성공한것 같다냥. 부락에서의 움직임은 없다냥. 하지만 이녀석들이 부락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해서 경계가 강화될거다냥. 지체할 시간이 없다냥.
큐비가 말한대로다. 나는 길을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