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0 1 장 - 와일드포스 야만의던젼 - =========================================================================
아리의 노예문서를 찟었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녀는 아직 내 노예다. 바로 아바타시스템에 묶여있기 때문인데, 내가 소환을 하면 세상 어디에서 든지 소환된다는 뜻이다. 뭐, 이미 자유를 주기로 한 이상 그런짓은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녀가 시스템에 묶여있으므로 해서 그녀에게는 특별할 몇가지 일들이 생기게 된다.
첫째로 장비. 그녀가 입고있는 간호사복과 비슷한 형태의 갑옷과 지팡이, 그리고 너스캡등 모든 장비의 랭크가 내게 의존한다. 즉, 내가 장비를 랭크3으로 올리면 그녀의 장비도 3으로 올라가는것이다.
둘째로 스탯 시스템. 다른 사람들의 경우 스탯은 신체능력을 알려주는 정도이지만, 그녀의 경우 나와 마찬가지의 스텟을 가진다. 그녀도 체력이 0이 되기전에는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부활스킬로 체력이 0이 되어도 다시 살려낼수가 있다. 어마어마한 일이지 않는가?
아무튼 슬레이브 시스템은 이렇게 유용한 시스템이지만 나는 그녀를 노예신분에서 해방시켜 주었고 대신 직원으로 고용할 생각이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그녀에게 의견을 물어보자, 그녀는 별 생각할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의지로 결정했다기 보다는 내가 그렇게 하라니까 한다는 모습이다. 언제부터 노예였는지 모르지만 노예에대한 취급이 극히 좋지않은 이곳 세상에서 노예로 살아왔기때문인지 굉장히 수동적이다. 뭐, 언젠가는 좋아 지겠지.
나는 그녀에게 내 수입의 5%를 주기로 했다. 내가 얼마나 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사체와 장비를 판 돈만으로도 엄청난 액수가 될테니, 나중에 그녀가 독립할때 집한채, 땅마지기 하나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계약 기간은 내가 이곳 야만의 던젼을 제압 할때까지. 큐비의 말에 의하면 이 던젼을 제압하기 전까지 나는 이곳을 벗어나서 아셀탄트의 다른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고 한다. 아직 노예티를 벗기지 못한 아리를 혼자서 바깥 세상으로 내 보낼수는 없기때문이다.
뭐, 고용계약서 같은건 작성하지 않았다. 난 계약서 같은걸 작성해 본적도 없고, 그녀는 그런걸 요구하지도 않았다. 순전히 양심에 맡기는건데 나는 약속을 지킬거다. 그러니 계약서 같은건 필요 없잖아?
나는 아리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준뒤에 시스템을 불러 새로운 스킬을 익혔다.
바로 대망의 필살기! 게임의 필수 요소!
무려 2만 포인트나 필요했던 이 기술은 직선거리로 7m 앞으로 이동하면서 적을 공격하는 기술인데, 시스템의존 기술이기때문에 굳이 약점을 노릴 필요가 없다. 그냥 마음 속으로 기술의 모션을 떠 올리면서 기술명을 외치면 발동이 되는데 상대의 방어태세나 위치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데미지를 입히는 기술이다.
특징은 전투중에 쓰러트린 적의 수의 비례해서 데미지가 오른다. 1명 쓰러트리면 10% 증가해서 100명을 쓰러트리면 1000%, 10배의 데미지를 입히게 되는 어마무시한 스킬. 소비기력도 50으로 그렇게 큰 편도 아니다.
"이제야 조금 게임스러워 지네."
-여태까지는 아니였냥?
"게임의 완성은 필살기야."
-영문을 모르겠다냥.
큐비가 혀를 쯧쯧차는것이 느껴졌지만 처음으로 필살기를 익힌 나는 지금 기분이 최고로 좋았다. 이거라면 아무리 플로어마스터가 강하다고 해도 충분히 공략 가능할것만 같다.
"첫번째 일이야. 따라와."
나는 아리를 데리고 포탈로 들어갔다.
포탈을 빠져나온 그녀는 신기한듯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아마 포탈마법을 본적이 없는것 같다. 그리고는 사방에 깔려있는 수많은 오크들의 시체를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광경을 만들어낸 나도 보기힘든 광경인데, 그녀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리고 아마도 지금부터 무슨일을 해야하는지 알게되면 다른 의미로 창백해 지겠지.
"지금부터 여기저기 널려있는 무기들을 챙겨서 여기 포탈 안으로 던져 넣으면 돼. 알겠지?"
아무래도 꽃띠처녀에게 오크시체를 운반하라고 시킬수는 없어서 사체는 내가 챙기기로 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의외로 그녀는 힘포인트가 12인지라 무거운 무기도 번쩍번쩍 들어서 날랐다. 군말없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일하는 그녀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복잡한 심정이다.
그렇게 몇 시간의 작업끝에 300구가 넘는 오크시체와 장비품들을 베이스캠프로 옮길 수 있었다. 베이스캠프 구석에는 이미 옮겨놓은 시체들 포함해서 400구가 넘는 시체의 산이 생겨났다. 밖에서 돌아다닐 나는 상관없지만, 이곳에서 먹고 자고 해야 할 아리는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체 되도록 시선을 주지 않기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되도록 숙영지에서 멀리 오크시체를 옮겨놓는 와중에 드디어 루이스의 길드가 입구에 도착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내가 자신보다 먼저 입구에 도착해 있자 무척 놀란 얼굴이었다. 나는 별말없이 오크시체들을 넒기기 시작했다. 처음 한두구에 희희낙낙하던 루이스의 얼굴이 30구를 넘어가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100구를 넘어서자 졸도할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너무 많습니다, 칸님! 이걸 저희가 다 처리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300구 정도 남아있는데요?"
"헉..."
"무기랑 방어구도 있어요."
"......"
이 아저씨 선채로 기절을 하는 재주가 있으시네.
아무튼 길드원들이 열심히 부산물을 뽑아내는 작업을 시작했을때 나와 루이스는 서로 계약서를 나누어 가졌다. 신용을 담보로 거래 하고 싶었던 나와 달리 루이스는 종이로된 약속을 꼭 갖고싶어했다. 계약 내용은 내가 몬스터시체와 장비류를 제공하고 루이스의 길드에서는 그것들을 팔아서 내게 금이나 보석류로 넘겨주는 것이었다. 이곳의 화폐단위인 골드는 말 그대로 금화인데 순도 90%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 세계로 가져가야하는 나는 이런 일률적인 화폐형태의 금화를 가져갈 수 없는 노릇이라,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현물들로 받기로 한것이다. 물론 이곳에서 사용할 금액과 아리에게 지급할 금액은 골드로 받았다.
"운송비와 보관비는 필요경비에 포함시키고 순수익의 75%를 제가 받겠어요."
나는 중소길드 연합의 사람들이 성토하던것을 떠올리고 내 몫을 줄였는데 루이스는 처음에는 난감해하면서 거부하다가 나중에는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나는 아리를 불러서 루이스에게 소개 시켜 주었다.
"앞으로 제가 없을때는 이 아이가 거래를 담당 할겁니다."
아리가 꾸벅하고 루이스에게 인사했다. 루이스는 모르겠지만 나를 제외하고는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아리가 더 강하다. 루이스는 아리를 내 애인쯤으로 생각하는 듯 했는데 나쁜 기분은 아니라서 그냥 내버려 뒀다. 혹시라도 내가 없다고 아리를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을것 같기도 해서다.
그렇게 우리는 계약서를 주고 받았고, 길드원들은 열심히 해체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베이스캠프에 몬스터 시체를 쌓아두고 싶지는 않아서 무리를 시켜서라도 작업을 계속하게 했고, 루이스는 부상당한 인원을 밖으로 보내고 수례와 인원을 보충해 오도록 지시했다.
"직업을 바꿔도 될것 같군요."
계속해서 늘어나는 오크시체를 바라보는 루이스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40대의 루이스가 헌터를 계속하는것 보다는 나을것 같기도 하다.
나는 아리를 베이스캠프로 돌려보내 놓고 사냥을 하러 간다는 말에 하얗게 질린얼굴로 오크시체의 산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는 루이스를 뒤로하고 북쪽으로 돌아왔다.
엔트런스로 향하기 전에 중소길드 연합에서 뭐 하고있나 확인해보고 싶어서다. 렐리 길드가 돌아갔고, 발바롯사 길드는 중앙구역 점령후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엔트런스를 제압할만한 세력이라고 하면 나 아니면 중소길드연합밖에는 안남았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중소길드연합을 왜그렇게 신경쓰는거냥?
큐비가 이해 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정작 이해할 수 없는건 내쪽이다.
"무슨소리야? 만약에 그들이 플로어마스터를 쓰러트리면 어떻게 하고?"
언제나 플로어 마스터는 반드시 내가 쓰러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큐비답지 않은 생각이다. 큐비가 단언했다.
-그들에게 그런힘은 없다냥.
얘가 단체의 힘을 모르나 보네? 원래 쪽수에는 장사 없는거다. 아무튼 나는 그들을 찾아나서기로 하였다.
전에 그들을 만났던곳으로 일단 가보았 지만 이미 어디론가 향한뒤였다.
"큐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겠니?"
-적어도 맵으로 확인되는 곳에는 없다냥.
그렇다는 소리는 아직 내가 맵을 작성하지 않은곳. 즉, 맨처음 오크궁수들이 나를 유인해 가려던 장소로 추측되는 곳이다.
"만약에 그곳에서도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중소길드연합은 결성하자 마자 해체되는거다냥.
냉정한 소리이지만 확실히 중소길드연합의 전력으로는 그 많은 수의 오크들을 상대할수 없을것 같았다. 특히나 그놈들은 아무것도 없는곳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그런 기습을 중소길드연합이 버틸 수 있을리가 없다.
"그래도 머릿수가 그렇게 많은데 누군가가 오크들의 유인작전이라고 간파하지 않을까?"
오크들의 행동은 명백하게 수상했다. 조금만 조심하면 당할리가 없는 그런 함정이다.
-선입관.
큐비?
-이곳의 사람들은 선입관이 있다냥. 오크들에게는 사람을 유인해서 함정에 빠트릴 지성이 없다고 여기는 선입관.
있을법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인원수가 200명이 넘는다. 누군가는 올바르게 판단 했을것이다. 난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나는 서둘러서 중소길드 연합을 쫓아가기로 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정의의 사도가 되기로 하셨냥.
"왠만해서는 내가 죽을일이 없을것 같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부터."
나는 지도상의 10시 지점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주변이 온통 나무뿐인 곳이라 달리기에 적합한 지형은 아니였지만 최대한 서둘렀다. 그렇게 달려가던중 중소길드 연합의 일원으로 보이는 이가 나무에 기대어 쓰러져있는것을 발견했다.
"이봐요, 괜찮아요?"
나는 그남자에게 다가가 몸상태를 살펴 보았다. 여기저기 상처는 많이 있었지만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큰 상처는 없었다. 그때 그남자가 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보며 말했다.
"헉... 헉... 이, 이 앞에 엄청난 수의 오, 오크가..."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탈진 상태인듯 몸이 떨리고 있었다.
"길드연합은 어떻게 되었나요?"
"다, 다들 주, 죽어, 죽었어..."
아무래도 늦은 모양이다. 나는 생존자가 더 있을지 몰라서 일단 그 남자를 눕혀 놓은뒤 더 깊숙한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
그곳은 끊임없이 펼쳐진 시체의 강이었다. 필사적으로 도망가다가 당했는지 하나같이 등 뒤에 큰 상처를 입고 죽어있었다. 모두 중소길드 연합의 사람들이다.
"영문을 모르겠어."
왜 이사람들은 목숨을 버려가면서 이런 일을 하는거지? 나와는 다르잖아. 실제로 죽는거잖아, 이렇게.
주위를 둘러보니 못 잡아도 100명은 넘는것 같다. 모두 죽어있었다.
"큐비야,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하는거니?"
-글쎄다냥...
가슴이 답답하다. 이 사람들은 왜 헌터가 되었던걸까? 자신들이 약하다는걸 몰랐나? 누군가 일어나서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꼭 해야되는 일이었다고.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개죽음 이잖아..."
누군가가 게임으로서 플레이 중인 세상에서 맞은 개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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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 입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