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1 1 장 - 와일드포스 야만의던젼 - =========================================================================
동시에 출발했지만 도착은 내가 조금 더 빨랐다. 나는 전에 쓰러트린 두마리의 고기방해물을 뛰어 넘어서 앞에있는 트롤의 목을 자르고, 바로이어지는 돌도끼 공격을 살짝 피한뒤에 트롤의 뚱뚱한 몸땡이에 2회의 공격을 가했다. 검술랭크의 향상으로 공격속도가 전보다 2배가 상승한 상태라서 2회연속으로 공격하는것은 별 시간이 들지는 않았다.
아바타시스템의 보정을 철저히 이용해서 약점을 노리는 공격이 아닌 체력을 0으로 만드는 전투를 시도했다. 솔직히 트톨의 약점이라고 해 봐야, 목이나 머리를 날리는건데, 내 키로는 점프공격이 아닌이상 보통으로 검을 휘둘러서는 닿지도 않는다.
첫번째 공격을 적중시키고 바로 2번째 공격을 이어가기 전에 다음 목표로 정한 트롤을 공격하기 쉬운 포지션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2번째 공격으로 트롤의 체력을 0으로 만들면서 다음 트롤에게 첫번째 공격을 가하는 식이다. 덕분에 트롤의 피는 내게 거의 튀지 않았고 나는 깔끔하게 공격을 이어가면서 차근차근 다리를 건너갔다.
물론 민첩성이 따라주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다리를 건너고 있지만, 내 옆의 녀석은 그런 나보다도 오히려 조금 더 빨랐다.
랄프는 나보다 도착이 조금 느렸지만, 녀석의 무기인 대검의 사정거리를 충분히 이용해서 트롤의 목을 노려갔다. 랄프의 키는 190cm에 육박하기때문에 대검의 길이와 합해져서 3m에 가까운 트롤의 목을 정확하고 빠르게 날리고 있었다.
녀석도 익스퍼트이기 때문에 오러를 품은 그의 대검은 한번에 한마리씩의 트롤의 목을 날려버렸고, 덕분에 나는 랄프보다 조금 뒤쳐저 버린것이다. ... 내키가 20cm만 더 컸다면!
아무튼 우리들은 거의 무인지대를 가르는듯한 속도와 기세로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제법이잖아! 역시 내 소중한 돈을 가져갈 자격은 되는것 같은....데!"
랄프는 트롤과 싸우는 와중에도 여유가 있었다. 한번에 한마리씩이니, 움직임도 별로 없다. 트롤의 돌도끼 공격이 들어와도 돌도끼와 목을 한번에 날려버린다.
그에반에 나는 빠른 움직임으로 2회공격을 해야했기 때문에 랄프에 비해서는 바빴다. 거기에 피가 튀던 어쩌던 상관없이 전진하는 랄프에 비해서 나는 트롤의 피를 피바다군에게 전부 양보하고 있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움직임이 많아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여유가 없는건 아니였다.
"내게서 돈을 되찾고 싶으면 좀더, 열심해 해야, 할거야. 후욱. 지금, 상태로는, 아마도, 나를, 이길 수, 없을 걸?"
나는 한시도 다리를 쉬지않으면서 랄프에게 지지않고 말했다. 그말은 진심이다. 지금은 내가 뒤쳐저 있지만, 나에게는 랄프가 갖고있지 못한 비장의 한수가 있다.
랄프는 내 장담에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는 바로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웃기지마! 이기는건! 바로 나야!"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 그냥 되는데로 휘두르고 있는것 같은데 정확하게 트롤의 모가지를 날리는 랄프. 내 도발의 영향인지 움직임이 조금 빨라진것 같다.
우리가 거의 다리의 2/3을 건너고 있을때, 그동안 쓰러트린 트롤의 사체가 우리의 뒤로 궤적을 그리듯 늘어서 있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쓰러트린 트롤의 수를 계산해 보았다. 얼추 35마리정도 쓸어트린것 같다. 지금 놈으로 36마리! 랄프는 나보다 조금 앞서는 곳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거리는 약 2m 정도? 변수가 없는 한 내 승리는 거의 확실 해 보인다. 나는 방심하지 않고 차분하게 움직이며 트롤들을 사냥하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트롤을 말그대로 밀어버리면서 다리를 건넌끝에 이제 10m를 남긴 지점에 도착했다. 랄프는 이미 5m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 앞에는 트롤 2마리뿐이었다. 랄프도 자신과 나의 거리 차이를 아는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눈앞에 트롤을 쓰러트리고는 속으로 타이밍을 재어갔다.
그리고 랄프가 마지막 트롤을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고 하는 바로 그 타이밍에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외쳤다.
"라인어택!"
내 몸이 빛으로 변하여 앞에 남아있던 트롤 3마리를 관통하고 다리의 건너편에 정확히 도착했다. 공격을 받은 트롤들이 검은 연기를 내 뿜으며 쓰러졌고, 나는 여유있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이제 막 마지막 트롤을 쓰러트리고는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랄프를 바라보았다. 그의 다리는 아직 다리위에 있었다.
"대승리!"
내가 랄프를 향해 외쳤을때 랄프가 괴성을 질렀다.
"말도안돼! 뭐야, 그게?! 사기잖아!"
처음으로 내 공격기를 목격한 랄프가 상황이 이해안된다는 듯이 괴성을 질러댔다.
"이상하잖아! 마스터도 아니면서 그런 기술을 사용하다니!"
어라? 설마 마스터는 공격기 와 비슷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는건가? 아무튼 패배한 개가 뭐라고 짖어대던 승리는 내거다. 그리고 이 다리도 내거다.
"정말 두사람 모두 대단했어. 뒤에서 보니까 마치 해일같더라."
"흥!"
파라가 둘 모두를 칭찬했지만 패배자는 기분이 상한듯이 팔짱을 낀 상태로 고개를 돌렸다.
"고마워."
승리자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응대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강력한 공격을 하면서 그런 몸 움직임이 가능한거야?"
파라가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신기한 물건을 바라보듯이 내몸을 흝었다. 이 애도 가까이서 보니까 귀엽네.
"우와, 정말 피가 하나도 안뭍었어! 랄프는 저꼴인데."
그 말에 랄프가 발끈해서 소리쳤다.
"이거야말로 남자의 싸움이지! 피뭍는게 무서워서 싸움을 어떻게 하냐?"
싸움이 아니라 사냥이지만, 저말은 공감이다. 랄프가 전투하는 모습은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었다. 역시 남자는 양손 대검인데...
어쨌든 전투결과 우리는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있었고, 내가 먼저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결국 중앙구역은 내 소유가 되었다. 나는 다리에 '이 다리는 칸이 먹음'이라고 적어 놓았고, 랄프는 분한듯이 땅을 발로 찼다.
트롤의 사체는 레너드 길드에서 가져가기로 했다. 아티펙트를 함부로 공개 할 수 없는 입장에서 이 사체들을 전송 시킬수는 없었고, 수입금을 분배 받는 조건으로 몽땅 넘긴것이다.
뜻밖에 수확에 파라와 길드원들은 무척 기뻐했고, 랄프는 발이 묶이게 생겼다며 시큰둥 했다.
"그럼 랄프는 칸을 따라서 계속 탐색을 하도록 해. 우리는 이 근처에 숙영지를 편성하고 트롤의 피를 뽑아내는 작없을 할테니까?"
"그래? 그럼 그럴까?"
랄프가 신나서 파라에게 확인을 구했다. 무슨 그런 큰일날 소리를! 랄프가 자꾸 한판 붙자면서 덤비는게 부담스러운건 물론이고, 포탈도 이용하기 힘들어 지는데, 동행은 무리다. 나는 차분히 랄프를 설득했다.
"혹시 욕심많은 놈들이 이 트롤을 노리고 덤벼들면 어떻할꺼야? 이 던젼에는 발바롯사도 있잖아."
"아, 그 욕심많은 돼지새끼."
랄프도 발바롯사에게 악감정이 있었나 보다. 그는 잠시 고민해 보더니, 파라곁에 남기로 했다.
"뭐야, 날 못믿는거야?"
파라가 자신을 무시하는거냐고 화를 내자 랄프가 쿨하게 대답했다.
"파라는 약하니까."
퍽!
파라가 랄프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언제 보아도 사이가 좋아보인다.
오랜만에 현실로 돌아왔다. 토요일 오후에 지은양과 봉사활동 동아리멤버들과 함께 소외가정을 대상으로 한 도배 봉사활동을 했다. 저번에는 연탄나르기를 했는데 플러스 에너지는 거의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않고 있는건 마찬기지고. 그런데 왜 봉사활동을 하냐고?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건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일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그 감정이 기분이 좋아서 포인트 획득이 별로 안되는 일에 이렇게 나서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강한아, 좀 쉬었다가 해."
남들보다 월등한 체력과 힘으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집전체를 도배해 나가던 내게 지은양이 황송하게도 음료수를 내밀었다. 전에는 세리스를 보면서 지은양을 떠 올렸는데 이제는 지은양을 보니 세리스가 떠오른다. 아주아주 부끄러운 과거와 함께.
"고마워, 이것 까지만 마무리하고."
나는 지은양에게서 음료수를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는 도배작업을 계속했다. 지은양을 보면 세리스와 흑역사가 떠올라 얼굴을 마주볼 수 없어서 작업에 몰두하기로 한것이다. 그런데 지은양이 내 일을 돕고 나섰다.
"그럼 나도 도와줄게, 빨리 끝내자."
이 아가씨는 뒤에서 노려보고 있는 악귀들의 찌를듯한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건가? 설마 나를 이대로 죽일생각?
아무튼 지은양과 가까이 있어서 내 정신적으로나 저들의 정신적으로나 좋은일이 없는건 분명하니 되도록 빨리 끝내기 위해서 서둘러 작업을 진행했다.
"강한아, 내일 시간있니?"
쿠광~
나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그들의 움직임도 딱 멈추었다. 이 분위기는 위험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진의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무슨... 일인데?"
자, 그녀에게서 어떤 말이 나올 것일까? 그녀의 한마디에 앞으로의 내 학교 생활이 걸려있다.
"내일 내가 자주가는 고아원에 가려고 하는데, 봉사활동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하거든. 그래서 시간이 있으면 강한이도 어떤가 해서."
음... 미묘하다. 봉사활동인듯 봉사활동이 아닌듯 판단이 안서는 발언에 나와 그들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때 지은양의 발언이 이어졌다.
"... 둘이서만..."
와르르르르
내 학교생활의 평화는 그렇게 무너지는 듯 했다.
심숭생숭한 기분으로 침대위를 뒹궁고 있다가 저녁 8시 40분이 되어서 텔레비를 켰다. 마침 방송이 시작하는 참이었기 때문에 나는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던 오천원 짜리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제와서 그런거 사서 뭐하냥?"
"취미활동이야."
이제는 제법 안정적인 수입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복권당첨을 바랄 이유는 없다. 조그만한 금붙이 몇개를 팔아서 큐비용 참치캔과 내가 먹을 음식들도 비축해 두었다. 하지만 아직 복권에 당첨되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복권을 사는일이 일종의 습관이 되어 버렸다.
-여러분에게 매주 행운을...
이윽고 방송이 시작되었고 6개의 공이 결정되었다. 물론 결과는 당연히 꽝이었다.
"큐비야, 지금 플러스 에너지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수 있겠니?"
"약 천 포인트가 올랐다냥."
"오늘 도배봉사활동 결과는?"
"약 900포인트 얻었다냥."
...힘겹게 일한것보다 5000천원짜리 종이한장으로 얻는 포인트가 더 많다니. 아마 처음 복권을 샀을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포인트를 얻었을 것이다. 줄어들어서 이정도인거다. 이래도 되는건지 모르겠네.
"그럼 돈으로 포인트를 사는 결과가 되잖아."
"그래도 그 돈으로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있다냥. 기부가 나쁜것은 아니잖냥."
나는 지은양처럼 직접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일이 더 보람차고 좋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포인트 벌이 방법을 알아냈는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다음날은 무척이나 날씨가 좋았다. 오늘은 지은양과 무려 단 둘이서 고마원을 가기로 한날이다. 조금 설레이는 마음으로 약속한 장소로 향한 나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은양과... 내친구 찬영이와 지은양의 베프인 한나은을 보게되었다.
그리고...
빵빵~
"늦었지 않나, 서민. 이몸을 기다리게 하다니 100년은 빠르다!"
그녀석과 우리과 남학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은양을 바라보니 뭔가 복잡한 얼굴로 웃고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찬영이에게 물어보자, 찬영이는.
"어제 과톡방에 공지 떳더라. 오늘 여기서 모이기로 했다고."
... 좋은 봉사활동의 시간이 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