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6 1 장 - 와일드포스 야만의던젼 - =========================================================================
세리스의 스승이자 렐리길드의 길드장인 마스터 렐리는 생각외로 젊은 여인이었다. 붉은 색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길게 따은 스타일에 청색계통의 갑옷과 방패, 그리고 붉은색의 세검을 장비하고 있었다. 갑옷은 세리스와 비슷해 보이는것이 렐리길드의 여성진은 모두 저런 스타일에 갑옷을 입고있는것 같다.
렐리 길드의 인원은 마스터 렐리 이외에 세리스와 또다른 여성 익스퍼트가 한명있었는데 주황색의 단발머리에 마찬가지로 렐리길드 특유의 복식을 갖추고 있었다. 신장이 약간 작았지만 얼핏보이는 발육상태는 세리스를 월등히 능가하고 있었다.
세리스와 마주칠 용기가 안나서 왠만하면 다른곳으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마스터 렐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조용히 정찰을 시도했다. 물론 큐비가 그들의 대화를 중계해 주었다.
-으응? 의외인걸 벌써 5계층을 돌파한거야?
렐리의 말에 세리스가 반응했다.
-설마, 벌써요? 전에 저희가 이곳을 떠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확실한걸. 내 힘이 온전히 발휘되고 있어.
렐리는 5랭크급 마스터라고 들었다. 5층계가 개방된 이상 힘의 제약은 없을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주황색 단발머리가 세리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세리스언니, 이 던젼에 마스터가 들어왔었나요?
-글쎄, 적어도 내가 떠나기 전에는 마스터가 없었어.
-하이레딘이 다녀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건 상당히 오래전 이야기고.
-무카파는 다른 던젼을 공략중이라고 했지?
-네.
흐음. 저 주황색 단발머리 여자는 세리스의 동생인가? 머리카락 색깔은 전혀 다르지만.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지자 렐리가 나서서 정리를 했다.
-뭐, 5층계로 가보면 과연 누가 신화계를 열었는지 알 수 있겠지. 가자, 세리스, 라냐.
-네, 사부님!
세사람의 뒤를 약 30여명의 길드원들이 따랐다. 저들이 렐리길드의 정예들인것 같다.
-전원 오러유저 상급이다냥.
하지만 렐리 본인이 마스터여서 그런지 길드내의 여성비율이 많구나. 파를로는 꽃밭에 둘러싸여 살았겠구나. 그러고 보니 파를로가 안보이는데 부상이 아직 낫지 않은 모양이다.
던젼안쪽으로 이동을 시작한 렐리 길드의 인원들은 곧바로 걸음을 멈추어섰다. 던젼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하이레딘과 그의 길드원 들이었다.
-호오, 렐리인가?
-하이레딘.
렐리와 하이레딘. 두 마스터의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후 렐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역시 이 던젼을 노리고 있는건가?
-겸사겸사. 오늘은 다른목적이 있지.
하이레딘이 뭔가가 생각났는지 씨익 웃었다.
-발바롯사와 그 길드원들을 일 수에 제압한 놈이 있다더군."
-발바롯사를... 알겠군. 네녀석의 목적은 그자와 겨루어 보는것이겠군. 싸움광 같은녀석.
렐리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하이레딘에게 발바롯사의 이야기가 흘러들어간 모양이다. 발바롯사 길드원 중에 생존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대단한데?
-하지만 곤란하게 되었군. 네녀석이 노리는 자가 아무래도 세리스의 생명의 은인인것 같은데.
-그런가? 그래도 상관없다. 난 그놈과 꼭 겨루어볼 생각이니까. 멋하면 2대 1 이라도 상관없겠지.
렐리가 말하는 이 역시 아마도 나이겠지. 언젠가 예상했던 대로 렐리가 나서서 나를 보호하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그럴필요는 없다. 나도 이제 마스터이니까.
지켜보고 있는 세리스가 조금 걸리지만, 나는 여기서 나서기로 했다.
"당신이 발바롯사의 의형인 하이레딘 이군요."
나는 마치 지금 도착한 마냥 태연하게 걸어나갔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고 있다. 특히나 세리스의 시선이 가장 뜨겁다. 하아~ 흑역사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야.
"칸!"
세리스가 나를 보고 소리쳤다. 나는 태연하게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지금은 세리스와의 대화보다 다른게 중요하니까, 흑역사와의 조우는 잠시 미루어두자.
하이레딘이 걸어나온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네놈이냐. 발바롯사를 보냈다는 녀석이."
"맞습니다만, 복수를 위해 오신겁니까?"
하이레딘이 씨익 하고 웃음지었다.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복수를 해줘야지. 그래도 의동생이라고 했던 녀석인데. 하지만 그건 네놈이 약한 놈이었을경우에만 해당한다."
녀석이 자신의 대검을 툭툭 건드렸다.
"만약 네놈이 이 페르시온을 뽑게만들 가치가 있는 놈이라면, 그건 복수가 아니라 승부가 되겠지."
저 대검의 이름이 페르시온인가보다. 자세히 보니 대검이라기 보다는 바스타드 소드에 가까워 보인다. 곧이어 하이레딘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전혀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 놈이군. 네녀석 정말 인간이냐?"
반반이다. 안은 틀림없는 인간이지만, 겉은 그냥 분신체에 불과하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대답은 확실하게 해 주었다. 내 기세를 탐지 못하는건 당신 사정이고. 하이레딘이 잠시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특이한 놈이지만 실력이 있으니까 발바롯사를 처리했겠지. 좋아, 그럼 이곳 던젼 6층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자신있나?"
자신의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6층계에서 승부를 보자는 하이레딘. 하지만 6층계로 가기 위해서는 5층계의 플로어마스터를 먼저 쓰러트려야 하는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의 계획이었는지 하이레딘이 이어서 말했다.
"네녀석이 6층계를 개방할때까지 기다려 주지. 나와 승부할 자격이 있는지에대한 시험이다. 그래, 일주일의 시간을 주지. 만약 그안에 6층계를 열지 못한다면, 나는 발바롯사의 의형으로서 네놈을 지울것이다."
일주일 인가? 그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레딘은 나를 다시한번 쳐다보고는 그의 길드원들과 함께 던젼 안쪽으로 사라졌다.
"흥, 자기 할말만 하고 사라지는군, 예의없는 녀석."
렐리가 그런 하이레딘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나를 향해서 다가왔다.
"만나서 반갑군. 그대가 세리스와 파를로를 구해주었다는 칸인가?"
"그렇습니다."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흩어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한듯 말했다.
"정말로 아무런 기세가 느껴지지 않아. 특이한 자라는건 확실하군."
그리고는 조금 진지한 어투로 말을했다.
"그대가 원한다면 하이레딘으로부터 그대를 보호해 줄수도 있다. 제자들을 구해준 은혜는 꼭 갚아야지. 개인의 실력으로는 내가 밀리겠지만, 길드의 힘은 우리가 녀석들을 압도한다."
굉장한 자신감인데? 하이레딘의 길드원들도 만만찮아 보였는데. 하이레딘의 부하로 보이는 카스트로라는 검은수염의 익스퍼트도 있었고.
"괜찮습니다. 하이레딘과의 승부는 저도 원하는 일이니까요."
뭐, 무섭지 않으면 거짓말 이겠지만 사실 내가 질것 같지는 않다. 실력의 차이는 있지만 나에게는 아바타시스템이 있으니까. 승부에서는 지더라도 시합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렐리는 그런 나에게서 상당한 자신감을 엿본 모양이다. 그녀는 대뜸 한마디 했다.
"역시 마스터인가?"
그렇지 않다면 감히 하이레딘과 승부해볼 생각을 했겠는가?
"그렇습니다."
"말도안돼!"
라냐라고 불렸던 세리스의 동생뻘인 주황색 단발머리 여자가 소리쳤다.
"나랑 나이차가 많이 나보이지 않는데 마스터라니!"
옆에서는 세리스도 엄청 놀란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분명 강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마스터였다니..."
아니, 그때는 오히려 너보다 약했어, 세리스. 검술면만 놓고 보면말이야.
렐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해라. 단, 우리도 던젼을 노리는 길드다. 그렇게 쉽게 5층계 엔트런스를 빼앗길 생각은 없다. 그러고보니, 이것도 좋은 시험이 될것 같군. 우리에게 엔트런스를 빼앗긴다면 그대는 하이레딘과 겨룰 자격이 없게되는것이니까 말이야."
렐리는 내게 나중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는 길드원들과 함께 던젼 안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세리스만이 남아서 내게로 다가왔다. 자, 참혹했던 과거와의 대면인가?
"오랜만이예요, 무사하신것 같아 다행이네요."
오랜만에 만난 세리스는 여전히 나그나긋한 태도였다. 나는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체로 먼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렇군."
목소리가 떨리는걸 눈치챈건 아니겠지.
"후훗, 이제는 조금 솔직해 지신건가요?"
음, 이아가씨가 뭔가 오해를 하고있는것 같다. 그때는 상황이 꼬여서 다른 인격을 연기한것 뿐이지, 솔직하지 못한 성격으로 츤츤되었던건 절대 아닌데말이다.
"딱히..."
음...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그런지, 이제는 정말 솔직하게 말이 안나온다. 곤란한 일이다.
"하지만, 마스터라니 언제 그렇게 강해지신거죠?"
마스터의 경지를 이야기하는 세리스의 눈이 굉장히 반짝거렸다. 그녀도 마스터를 목표로 하는 무인이라 그런지 그런이야기에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무인과는 궤를 달리하는 나로서는 그녀에게 해 줄말이 없었다.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내가 한거라고는 그것 밖에는 없다."
죽어라고 몬스터를 쓰러트렸다. 나보다 강한 녀석도 기를 쓰고 상대하면서 겨우겨우 쓰러트려 왔기때문에 나는 마스터가 될 수있는 포인트를 모을 수 있었다.
"그렇군요. 마스터가 되는 길에 왕도가 있을리 없죠. 저도 명심하도록 할게요."
그녀는 멋대로 좋은쪽으로 해석한 모양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자.
"그럼 저도 이만 가볼게요. 렐리길드의 인원으로서 양보해 드릴 수는 없지만... 응원할게요."
세리스는 내게 살짝 미소지으며 응원의 말을 남기고 자신의 길드를 쫓아서 달려갔다. 음...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우스워지는 따사로운 느낌의 그녀였다.
하이레딘은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다. 아마도 1주일은 그들이 5층계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것 같다. 빠르게 돌파하면 1주일이면 5층계까지 내려갈 수 있을거다. 하지만 내게 1주일이라는 시간은 5층계를 제압하기에는 차고도 넘치는 시간이었다.
나는 포탈을 타고 5층계로 순식간에 돌아왔다. 남은 결계용 마법진은 두 개. 다시 싸이클롭스가 지키고있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쾅! 쾅!
하이퍼 오러라는건 정말 무시무시한 성능이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주변의 지형이 변하였다. 뭉쳐있는 몬스터들에게 휘두르면 한번에 3,4마리는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기력이 빠르게 소비되어서 그렇지 오거나 트롤도 한방에 날아가 버렸다.
이것이 바로 마스터의 전투. 죽어라 검을 휘두를 필요없이 여유있게 검을 휘둘러도 적들은 파편이되어 비산한다. 그리고 몸놀림이 엄청나다 싶을정도로 빨라지고, 한번점프에 10m 이상은 뛰어오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길목의 몬스터들은 물론이고, 정상의 싸이클롭스도 여유있게 상대할 수 있었다.
쩌억!
싸이클롭스가 내던진 바위덩어리를 하이퍼 오라베기로 갈라버렸다. 그렇게 빠르고 강격하게 느껴지던 바위던지기가 날아오는 수박을 격파하는 감각으로 변해 버렸다. 나는 놈이 연속적으로 날리는 바위를 격파하면서 천천히 놈을 향해 걸어갔다.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선후 녀석이 날린 바위를 다시한번 갈라버리고는 힘껏 점프하여 놈의 하나밖의 없는 눈을 노리고 하이퍼 오라베기를 날렸다.
"쿠오오오오!"
싸이클롭스의 외눈이 피로물들었다. 나는 순식간에 싸이클롭스의 몸을 난자해 버리고는 3랭크 검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토벌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마스터, 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