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젼헌터-마물헌터 가되 었습니다-59화 (59/110)

00059  1 장 - 와일드포스 야만의던젼 -  =========================================================================

잠시 기억을 떠올려보던 렐리가 순간 기억이 떠오른듯 감탄사를 뱉었다.

"아, 스텐베르크 자작! 분명 프로스트 자작과의 영지전에서 패해서 사망하고, 자작영애는 배상금을 지불하지 못해서 노예로 팔려갔다고 들었는데?"

프로스트 자작? 남작 아니였나?

렐리가 아리를 바라보았다.

"그럼 스텐베르크 영애가 이 아가씨? 지금은 노예고?"

노예라고 확인하는 순간 렐리와 세리스의 표정이 풀린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세계에서 노예의 취급은 상당히 좋지 않은모양이다.

"지금은 아닙니다. 노예문서는 제가 직접 없애버렸죠."

노예가 아니게 되었지만 귀족의 지위를 되찾은것은 아니다. 지금은 그냥 평민일 뿐이다. 내가 노예에서 해방시켜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렐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노예문서를 없애버려? 혹시 이 아가씨에게 연심이라도 품은건가?"

이게 무슨소리야? 왜 그렇게 되는건데? 순식간에 세리스의 눈초리가 무서워졌고, 아리의 볼에 홍조가 피었다.

-이 세계에서 노예에게 자유를 주는건 굉장히 드문일이다냥. 평생을 받쳐서 충성한 늙은 노예에게 죽기전에 자유를 주는 경우나, 아니면... 노예를 신부로 맞이하기 위해서 노예신분에서 해방시켜 주는 경우뿐이다냥. 노예는 결혼을 할 수 없다냥.

그말에 이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고, 나는 당황스러워졌다.

"아니, 그런 의도는 절대 없었습니다. 단지, 제가 개인적으로 노예를 싫어 할 뿐이죠."

내가 왜 이런 변명아닌 변명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은 세리스의 눈매가 약간 부드러움을 되찾았고, 아리의 어깨가 약간 내려갔다. 아니, 이 아가씨들은 오늘 왜 이렇게 온도차가 심한거야?

더 이상 이런 분위기는 사양이다. 애써 잡은 고양감이 사라지기 전에 나는 하이레딘의 부하, 검은수염의 카스트로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하이레딘은?"

"6층계로 내려가셨소.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거요."

카스트로가 나를 바라보는 눈매는 조금 날카로웠다. 주군의 의형제를 베었고(실제로 죽인건 아니지만), 이제는 주군과 직접 검을 맞댈 상대인 것이다. 보는 눈이 고울수가 없겠지.

나는 신호흡을 한번 한뒤에 6계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나를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칸! 힘네세요!"

"강한님! 몸조심 하세요!"

나는 그녀들의 응원소리를 뒤로하고 6층계로 진입했다.

6층계는 생각보다 좁은 공간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회색빛 하늘은 매우 우중충하였고, 바람에는 모래가 섞여있었다. 멀지 않은곳에 약간 높은 지형이 보였는데,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에 하이레딘이 서 있었다.

"이제 오는가? 6계층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있어서 벌써 안으로 들어간줄 알았거늘."

"볼일이 좀 있어서. 그래도 입구를 개방해 놓기를 잘했군."

나는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한발한발 내딛을 때마다 긴장감도 고조되어갔다. 죽을 위험이 없어서 일까, 분명 위험한 승부가 될것이 뻔한데도 두려움보다 흥분감이 더 앞선다. 저 정도되는 강자와의 싸움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않을 흥분과 재미를 줄것이 틀림없다.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하이레딘은 허리춤에 차고있던 바스타드소드를 꺼내어 들었다. 저 커다란 검이 2m에 가까운 신장을 지닌 하이레딘이 드니까 마치 롱소드 처럼 보인다. 나는 진짜 롱소드를 꺼내어 들었다.

"말은 필요없겠지. 와라."

"그럼 사양않고."

객관적인 실력은 분명히 하이레딘이 앞설것이다. 스텟뿐 아니라 검술까지도 하이레딘이 위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것은 약점이 없는 내 신체상태다. 연속공격에 먹히는것만 주의하면서 녀석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오러가 담긴 검을 휘두르자 녀석도 마찬가지로 맞서왔다. 둘다 마스터의 오러다보니 일격을 부딪친 것만으로도 주변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상대를 맞추지 못한 오러가 튀어나가 사방의 지형을 바꾸어 놓을정도였다.

녀석의 공격속도가 나보다 조금빠른 느낌이 들었다. 아마 검술랭크의 차이때문인것 같다. 그래서 나는 녀석보다 앞서는 민첩을 이용해 움직임을 더 많이 가져갔다. 한곳에서 머물며 서로를 공격하다가는 공격속도에서 밀리는 내가 불리해진다. 좌 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연속공격을 피했다.

때로는 피하고 때로는 서로 검을 부딪치며 공방을 이어나갔다. 한방한방의 파워차이가 느껴졌지만 나에게는 공격받았을때 피해량을 줄여주는 아티펙트가 있다. 서로 데미지가 쌓이다보면 유리한것은 나다.

나는 그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최대한 피하지 못하고 검을 맞대게 하기위한 공격을 시도했다. 마스터의 오러공격은 검으로 공격을 막더라도 데미지를 조금씩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대로 간다면 먼저 쓰러지는 것은 하이레딘이다. 아무래도 덩치가 커서 공격을 쉽게 적중시킬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기 때문에 3랭크 검기 오러스트라이크는 사용하기 힘들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체력이 그렇게 높지않은 하이레딘은 자잘한 데미지가 계속 누적되면 오래 버티질 못할것이다.

나는 내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하이레딘이 입을 열었다.

"이정도인가?"

"뭐!?"

녀석이 바스타드 소드를 크게 휘둘렀다. 나를 맞추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틈을 만들기 위한 공격이다. 녀석의 공격이 위력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검을 마주치지 못하고 뒤로 몸을 피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하이레딘이 뒤쫓아오며 공격을 시도했다.

나는 그 공격을 검으로 받으면서 옆으로 몸을 빼려 하였다. 정면에서 맞붙는건 위험하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움직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내가 움직일 방향을 가로막는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점점 내 공격을 피하는 비중도 늘어갔다. 공격이 빗나갔을때 녀석은 여지없이 반격을 하였고, 나는 그것을 방패를 사용하여 막아내었다.

"흠. 방패로 오러공격을 막는것도 신기한데 별로 충격도 받지 않은 모습이군."

방패에 오러를 씌우지 못하는 이상, 오러공격을 방패로 받는것은 미친짓이다. 나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었쨌든 놈의 공격은 방패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마스터의 공격은 흘리기가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검으로 막았을때보다 더 큰 데미지가 들어왔다. 오러공격을 오러로 중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큭!"

상황이 점점 안좋게 흘러가는것 같다. 녀석은 점점 더 내 공격을 쉽게 피하기 시작했고, 나는 녀석의 공격을 막는것도 버거웠다. 전혀 예상못하는 검로를 사용해서 공격을 하기도 했다. 정면을 노리고 공격해오는 녀석의 바스타드소드를 막기위해 검을 들이대면 여지없이 옆에서 공격이 들어온다.

캉!

다시한번 방패덕을 보았지만 점점 더 데미지가 쌓이고 있다. 녀석의 공격은 점점 더 빠르고 날카로워 졌다. 힘의 차이는 여전히 내쪽이 더 약했고, 공격속도도 밀렸는데 여기에 움직임까지 녀석쪽이 한수 위였다. 분명 빠른것은 나인데 놈의 움직임은 낭비가 없고 효율적이였다.

붕!

"몸에서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 특이한 녀석이지만, 공격할때까지 기세가 느껴지지않는건 아니군."

내공격을 아주 쉽게 피하면서 전투중에 이야기까지 할 여유가 있는것같다. 칫! 이러면 재미 없어지는데. 모든면에 있어서 녀석이 우위에 있다는건 지금까지 싸워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게 승산이 없는건 결코 아니다. 내게는 마법도 있고, 부활을 할 수 있는 특성도 존재한다. 체력이 0이 되지 않는한 죽지도 약해지지도 않는다. 아공간에 포션도 잔뜩 쌓여있다. 더 이상 불리해 지기전에 승부를 보아야겠다.

하지만 내가 막 그렇게 결심했을때 하이레딘이 공격을 멈추고 물러섰다.

"여기까지 하지."

"무슨뜻이지?"

녀석은 바스타드소드를 자신의 검집에 완전히 집어넣었다. 저녀석!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는건가? 나는 검을 집어넣지 않고 녀석을 노린채로 외쳤다.

"벌써 끝났다고 생각하는건가? 아직 내게는 여력이 남아있어!"

하지만 녀석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당당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그럴것 같군.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단언하지. 네가 남겨둔 것보다 내게 남은 것이 더 크다."

역시 본실력을 다 발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군.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질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때, 하이레딘이 먼저 이야기 했다.

"기세는 느껴지지 않지만 마스터가 맞는건 틀림없는것 같군. 하지만 반쪽짜리다."

뭐? 설마 6랭크가 되지 못한걸 이야기 하려는 걸까? 내가 녀석을 노려보자 녀석은 내 눈을 마주보았다. 권태롭게도 허무스럽게도 보인다. 확실한건 강자의 눈이라는 점이다. 녀석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그정도까지 강해졌는지 모를정도로 기본이 안돼어있다. 마치 열살짜리 꼬맹이에게 장난감 칼대신 보검을 쥐어준 것 같군."

놈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검술랭크를 포인트로 올리면서 강해지기는 했지만, 직접 수련을 통해 강해진게 아니라서 녀석이 보기에 위화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눈으로만 상대의 움직임과 공격을 파악하더군. 마스터의 싸움방식이 아니야. 아니, 익스퍼트만 되어도 그런 싸움방식은 취하지 않을것이다."

젠장, 이것도 알아들을 수 있는말이다. 세리스 같은 익스퍼트들도 상대의 기세를 감지할 수 있다. 아마도 전투중에 눈만이 아니라 감각으로 적을 파악하는 어떤 방식이 있는 모양인데, 나는 그럴 수 없는 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까지 강하다. 솔직히 흥미가 생기는군."

녀석이 갸우뚱 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내게 질문을 던졌다.

"묻겠다. 시간이 있다면 더욱 강해질 자신이 있는가?"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 시간만 충분히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었다."

6랭크가 되었다면 내가 불완전한 마스터라고 해도, 그걸 실력으로 뛰어넘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 대답에 녀석이 만족하였는지 얉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밌는 대답이군. 그렇다면 시간을 좀더 주기로 하지. 다음에 만날때는 나를 만족 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해져라. 그렇지 못하면 너는 내게 죽는다."

놈은 그런 말을 남겨두고서 나를 지나쳐 가버렸다. 젠장. 두고봐라. 꼭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6랭크만 된다면 넌 끝이야!

나는 녀석의 등뒤에다가 감자를 먹여주었다.

그 자리에 남아있던 나는 하이레딘이 말했던 내 단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기본이 없는 검술. 왕국검술을 익히므로써 어떻게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 어떻게 발을 움직여야 하는지, 어떻게 힘을 조절해야 하는지, 등을 강제로 몸에 주입시켰다. 그러나 그건 완벽하게 익혔다고 할 수는 없는방법이다.

상대의 기세를 파악하는것. 단순히 얼마나 강하고,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은 큐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투에서 단순히 눈으로만 쫓아다닌다면 하이레딘과의 전투처럼 공격을 성공시키지도 못하고 공격을 제대로 피하지도 못할것이다.

몬스터와의 전투라면 이런것들은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하이레딘같은 실력자들과의 전투에서는 그 영향이 큰것같다.

물론 6랭크로 올라서면 공격력도 속도도 움직임도 더욱 좋아질테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낼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 무한히 강해질 수 있는건 아니니까. 내 한계는 검술 6랭크가 끝이다.

좀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하이레딘이 말했던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것같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