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0 1 장 - 와일드포스 야만의던젼 - =========================================================================
하이레딘과 교대하듯이 렐리길드원들과 아리가 6층계로 들어왔다. 아리와 세리스가 가장 먼저 달려와 내 몸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으세요, 강한님?"
"어디 다친데는 없죠, 칸?"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그, 그렇게 몸을 더듬지는 말아줄래? 간지럽잖아.
렐리가 말했다.
"하이레딘이 사지 멀쩡하게 걸어나와서 당신이 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하군?"
"승부가 나기전에 멈췄거든요."
"호오? 녀석이 승부를 멈추고 물러났다라. 당신이 상당히 기대할만 다고 생각했나보군."
렐리는 하이레딘의 성격에 대해서 잘 아는듯 했다. 그녀가 말했다.
"어때? 당신 나와도 한번 겨루어 보지않겠어?"
"지금은 참아주시죠."
하이레딘보다 못하다고 해도 그녀도 마스터다. 하이레딘이 말한 내 결점을 그녀가 간파할지도 모르는일. 내가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제안을 거부하자, 렐리는 깔깔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나중에라도 한번 승부해 보지. 만약 나를 이긴다면 아주 좋은 선물을 줄 용의가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봐."
그녀가 요염한 표정으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그 표정을 보고 나는 매우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성인여성의 색기가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스승님!"
뒤에서 듣고있던 세리스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렐리가 다시한번 깔깔웃으며 내곁을 벗어났다. 음 좋은 선물이 뭘지 궁금해지네.
"베히모스의 처리는 어떻게 하실건가요?"
라냐가 나서서 렐리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이제부터는 던젼의 지배권을 두고 경쟁하는 일만 남은것이다. 렐리가 나에게 말했다.
"세리스와 파를로를 구해준 은혜도 있으니, 선공은 양보하지. 하지만 실패할시에는 바로 우리가 토벌에 들어갈테니까. 그걸로 괜찮겠지?"
던젼의 소유권도 좋지만, 문제는 어쨌든 내가 직접 베히모스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공을 양보해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고맙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베히모스를 상대해 보도록 하죠."
나는 아리를 데리고 렐리길드의 시야에서 벗어나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하이레딘과의 전투에서 소모한 체력과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1랭크의 마법을 몇개 배웠다.
그동안 나는 의도적으로 마법의 사용을 꼭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재해 왔다. 검술도 마찬가지 이지만 마법은 아바타 시스템에 의지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만약 아바타 시스템이 없다면 절대로 사용하지 못하는게 마법이다. 검술이야 몸으로 익힐 가능성이 있다지만, 마법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원리조차 모른다. 그럴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아바타 시스템에 너무 많은 의존을 하는것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이레딘과의 싸움처럼 마법이 꼭 필요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사용빈도는 적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마법만큼은 익혀둘 생각이다.
몇가지의 마법을 익히고 체력과 기력을 완전히 회복한 나는 다시 6층계로 돌아갔다.
6층계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바위산의 정상의 넓은 지역. 그곳에 베히모스가 있었다.
20m에 이르는 거대한 신장과 그에 걸맞는 거체. 거칠어 보이는 갈색의 털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강철과도 같은 날카롭고 강력한 발톱이 매우 위협적으로 보였다. 얼굴은 멧돼지와 비슷했는데 보는것만으로 오금이 저릴정도로 흉악한 형상을 하고있었다.
과연 내 공격이 통할까하는 걱정이 든다. 어쨌든 이 던젼의 주인이자 와일드포스 최강의 신화급 몬스터. 이녀석을 토벌하는데 성공하면 이 던젼은 클리어 완료가 되게된다.
"큐비, 에널라이즈 부탁해."
- 알았다냥.
내 시계에 베히모스의 스테이터스가 표시되었다.
[ 베히모스 ]
체력 920000
기력 ???
힘 130
지력 17
방어 68
민첩 52
저항 39
과연 신화급에 걸맞는 스테이터스이지만, 지금부터 상대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능력치였다. 하다못해 검술이 6랭크였다면 조금은 상대할 기분도 났을텐데, 5랭크로 저런 놈을 상대해야한다니 눈앞이 깜깜하다. 저렇게 높은 방어치를 갖고있는 녀석에게 30만이 넘는 데미지를 뽑아내야 한다. 적어도 3랭크 검기를 한 전투에 2번이상 사용이 가능했다면 조금은 수월했을지도 모르지만, 3랭크 검기는 한 대상에게 한번만이 사용가능한 기술이다.
"그냥 렐리길드에게 맡길까?"
내가 약한 소리를 내뱉자 큐비가 깜짝 놀라서 펄쩍뛰며 난리를 부렸다.(보이지는 않았지만...)
-말도안돼는 소리 하지마라냥! 베히모스는 반드시 강한이 네가 토벌해야 한다냥!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었지만 큐비가 저런식으로 말하면 나는 나도모르게 전의가 불타올라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한다. (최면이라도 걸린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곧 머리속에서 그 생각은 사라졌다.)
베히모스와의 전투는 철저하게 회피위주로 가야 할것같다. 민첩수치가 나보다 조금 높지만 싸이클롭스 킹이 그랬듯이 커다란 덩치때문에 어느정도까지는 회피가 가능할것 같다. 단지 한방맞으면 그 어마어마한 덩치로 인해서 스텟보다도 더 큰 데미지를 입게 될것 같지만 말이다.
전투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아까전에 익힌 보조마법부터 걸기 시작했다.
헤이스트, 실드, 스톤스킨, 블레스마법까지. 모두 1랭크 보조마법이다.
헤이스트는 나의 민첩을 3 올려준다.
실드는 직접적인 물리공격으로 인한 데미지를 15% 줄여준다. 아마도 강철의 혼으로 인한 50%경감이 이루어진 후 거기에 또 15%가 경감되는 식인것 같다.
스톤스킨은 내 방어를 3 올려준다.
블레스마법은 내 공격으로 상대에게 입힐 수 있는 데미지가 항상 최고치가 되도록 해준다.
모두 1랭크 보조마법이라, 중복이 가능했다. 단, 3분이후에는 효과가 없어져 다시 걸어주어야 한다.
나는 검을 빼어 들었다. 내가 산을 오르기 시작했을때 부터 녀석은 내 존재를 눈치챈듯 했다. 그렇다면 기습이고 뭐고 없이 당당하게 맞설 수 밖에는 없다. 그리고 녀석과의 거리가 가까워졌을때 녀석에게도 디버프 마법을 걸었다. 슬로우 마법으로, 적의 민첩성을 3 깍아준다.
녀석이 자신에게 마법이 걸린걸 눈치채고 크게 포효를 질렀다.
"쿠오오오오!"
-앗, 베히모스에게 걸렸던 슬로우 효과가 사라졌다냥!
"큭, 디버프는 못쓰는건가?"
녀석은 힘껏 포효를 내지른 후 시선을 나를 향해 고정하였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양발톱을 곧추세우고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드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내 눈앞에까지 이미 도달해 있었다. 잔상을 남길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헉!"
민첩성을 무시하는 엄청난 이동속도. 그리고 바로 공격이 이어졌다.
휙! 휙!
소름끼치는 듯한 바람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양발을 x자 모양으로 휘져었다. 어떻게든 옆으로 회피하였지만, 놈은 빠르게 방향을 전환시키며 발톱을 휘둘러왔다.
휘익!
내 몸통보다 더 큰 녀석의 발톱은 모든 것을 갈기 갈기 찟어버릴 듯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녀석의 공격으로 닿지도 않은 바닥이 거칠게 파여졌다. 발을 휘두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피하는게 고작이었고, 반격은 시도 하지 못했다.
녀석의 시선을 피해서 멀리 이동하여 뒤를 돌아가 보았지만, 녀석은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하여 다시 내게 발을 휘둘러왔다.
"크윽!"
직접 놈의 발톱에 당하지는 않았지만 놈의 공격으로 인해 바닥의 파편이 튀어올라 나를 덮쳤다. 위력이 큰건 아니지만 시계가 가려져 움직임이 제한되었고, 놈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공격해 들어왔다.
퍽!
방패로 막았지만 순식간에 체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뒤로 한참을 날려보내졌다.
쾅!
공격당한 충격에 균형을 바로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쳐박혔다. 잠시 뒹굴며 신음을 흘리다가 잽싸게 몸을 일으킨후 오른쪽을 향해 달렸다.
쿵!
그리고 내가 있던 자리에는 베히모스가 떨어져내려 엄청큰 구덩이를 만들어 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공간에서 포션을 하나 꺼내어 입에 넣었다. 녀석이 도망간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게 보이는 순간, 다시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그 무시무시한 발톱을 휘둘러왔다. 덕분에 나는 포션을 다 마시지도 못하고 다시한번 날려져야 했다.
퍽!
"푸학!"
조금이라도 회복이 된게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이 일격에 체력이 0이 될뻔했다. 하지만 여전히 위기인건 마찬가지라 재빨리 일어서서 있는힘껏 달렸다. 그러면서 다시하나 포션을 꺼내어 마셨다.
"쿠오오오오!"
이번에는 바로 달려들지 않고 있는 힘껏 포효를 내지르는 베히모스! 그 포효소리에 잠시 내 다리가 풀려버렸다. 녀석보다 약한 놈들을 대상으로 몸을 마비시키는 일종의 피어공격인것 같다.
"크윽! 가지가지 하네!"
녀석이 포효를 마친 후 있는 힘껏 점프를 했다. 당연히 목표는 나이겠지.
"움직여! 움직이라고!'
나는 필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이기 위해 시도해 보았지만 아직 마비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쾅!
녀석의 거체가 떨어져 내리고 그 주변은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되었다.
"크아아아... 진짜 죽을 뻔했네."
나는 녀석이 떨어져 내리기 직전에 겨우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고, 간신히 몸을 내 던져서 놈의 추락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단지, 추락할때의 충격파로 인해서 사정없이 몸을 뒹굴어야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정말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지금까지 정신 없이 밀리고 있었다. 마법도 모조리 풀려버렸지만 다시 한번 걸어줄 여유조차 없었다. 단지 헤이스트만 간신히 다시 걸어두었다. 녀석의 이상할 정도로 빠른 이동공격을 피하기 이해서는 높은 민첩은 필수였다.
녀석의 이동속도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순수하게 몸을 움직이기 보다는 일종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느낌이다. 분명히 이동전에 이쪽을 바라보고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났다. 아마 시선을 따라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것 같다. 그렇다면 녀석의 시선을 가릴 수 만 있다면 저 빠른 이동을 봉쇄하는것이 가능할 것 같지만...
녀석이 나를 쳐다보았다. 뒷목이 쭈빗거리는 감각과 함께 나는 놈의 발톱공격을 피하기위해 몸을 날려야 했다.
"이대로는 안돼! 죽이되던 밥이되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보아야지!"
나는 어쨌던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기로 했다.
"라이트닝볼트!"
파지지지지!
나의 초전자포가 녀석을 휩쓸고 지나갔다. 전격계 특유의 마비증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데미지는 들어갔을것이다.
-850의 체력을 깍았다냥.
약간 따끔하고 말았겠구나. 나의 초전자포는 녀석의 신경을 건드린 결과를 나았고 녀석의 강력한 보복을 받아야 했다.
쾅!
녀석이 휘두른 발톱이 땅위에 엄청난 상혼을 남겼다. 나는 그 공격을 간신히 피해내고는 새로운 마법주문을 발동시켰다.
"브라인드!"
디버프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브라인드 마법은 2랭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해 본것이다. 통하지 않는다고 해도 틈은 만들 수 있을것!
"쿠오오오오!"
갑자기 시야가 가려진 녀석이 다시한번 포효소리를 내 질렀다. 나를 마비시키기 위한 피어공격이 아닌 디버프를 해제하기 위한 포효였다.
나는 놈이 곧 디버프를 해제할거라고 생각하면서 그 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브라인드 마법이 여전히 유지되고있다냥!
그렇다면 2랭크 디버프는 해제할 수 없다는 소리구나!
나는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를 실어서 녀석의 엉덩이에 하이퍼 오러베기를 먹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