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젼헌터-마물헌터 가되 었습니다-74화 (74/110)

00074  2장  - 정글포스  탐욕의 던젼 -  =========================================================================

세리스와 벨이 시선을 부딪치는 순간 눈에서 스파크가 튀는듯한 환상을 보았다. 상대의 기세를 느낄 수 없는 내가, 두 사람으로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기운을 느끼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좋지 않다. 나는 서둘러 세리스에게 벨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정이 있어서 신변을 맡게 되었어. 아리와 마찬가지야."

"아리와... 그렇군요."

노예 신분에서 해방해주어 조수로 삼고 있다는 뜻으로 이야기해 준 것이다. 세리스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눈에 담긴 기운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세를 더해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세리스가 벨에게 말을 걸었다.

"사정은 알겠는데, 여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나요?"

"그럴 리가요. 칸님에 대한 저희의 역할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적절한 것 같은데요?"

"... 그게 무슨 뜻이죠?"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식사 시중, 목욕시중, 그리고 잠자리 시중 등등... "

마지막 말은 세리스를 향해서 입 모양만으로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세리스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나를 사정없이 째려보는 모습에서 그렇게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을 거라는 추측은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가 계속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서둘러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파를로의 부상은 전부 회복된 모양이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동이 불편해 보였던 파를로였다. 그런데 던젼공략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것인가?

벨과 눈싸움을 계속하고 있던 세리스가 내 말을 듣고는 파를로를 슬쩍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부에 남아있으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들어서요. 아직 완치된 것도 아니면서."

"세리스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까. 괜찮아. 이 정도면 충분히 싸울 수 있어."

벨과 세리스의 대화를 듣고 나서는 파를로의 나를 보는 시선에 혐오의 감정이 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리스, 여기서 더 지체할 필요 없잖아? 저 사람은 우리 길드와는 관련 없는 사람이야. 오히려 던젼공략의 장해물이지. 더는 엮일 필요 없어."

듣는 사람 짜증 나게 하는 말투를 구사하는 파를로였다. 세리스가 발끈해서 파를로를 몰아붙였다.

"파를로! 그게 무슨 소리니? 칸은 너에게도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잊었니?"

"그건 이미 길드 차원에서 보상을 한 거로 아는데? 사부님이 직접 저자에게 던젼공략을 양보했으니 충분하잖아. 너도 책임을 느낄 필요 없어."

마치 나 들으라는 듯이 힐끔 쳐다보면서 말한다. 그리고는 세리스의 팔을 잡고 던젼 안쪽으로 이끌었다.

"가자! 저번 던젼 탐색에 전혀 소득이 없었던 거 잊은 건 아니지? 이번에는 반드시 성과를 올려야 해. 저런 자와 이야기 나눌 시간은 없어."

"파를로! 알았으니까, 이거 놔. 칸, 그럼 나중에 시간을 내서 천천히 자세한 이야기 나누도록 해요!"

세리스도 길드의 이야기가 나오자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내게 인사하고는 파를로와 함께 던젼 안쪽으로 들어갔다.

떠나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벨이 말했다.

"저 파를로라는 분, 느낌이 별로 안 좋네요. 계속 강한님을 노려보고 있었고."

"아무래도 세리스님께 연정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리가 벨의 말을 받았다. 아리가 보기에도 파를로가 세리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연애감정이라고 보이는 걸까?

"아하, 그래서? 헤에... 그럼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협력자가 되어줄 수 있는 거네요?"

"벨...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야."

아리가 벨의 말을 부정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두 사람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야. 나는 더는 감당하기 힘든 대화가 이어지기 전에 두 사람을 데리고 포탈을 타고 탐색을 다시 시작하였다.

정글에서 상대하기에 바실리스크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수풀 속에 숨어서 기습해오는데 육안으로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 두 시 방향에서 온다 냥!

큐비가 방향까지 지적해 주었지만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도 발견이 어려웠다.

"샤악!"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녀석의 공격을 벨이 훌륭하게 커버해 내었다.

캉!

그리고 벨의 방패에 공격이 막힌 바실리스크를 끝장내는 나.

벨의 커버가 늦었다면 틀림없이 대미지를 입어야 했을 것이다.

"고마워, 벨."

"뭘요. 이게 제 역할인걸요."

그렇지만, 정말로 성가신 녀석들이다. 카멜레온도 아니고 왜 이렇게 보호색이 뛰어난 거야?

큐비가 경고를 해주면 나는 녀석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게 찾아낼 만한 은신이 아니었다. 겨우 있는 곳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수풀에서 튀어나와 공격을 해왔다.

그렇게 100여 마리가 넘는 바실리스크를 상대할 때쯤 되니까, 기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이상한 감각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느껴지면, 그곳에서 바실리스크가 튀어나왔다.

"이상한 감각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니. 설마 이게 기세를 느낀다는 건가?"

아주 가까이에 무엇인가 있다! 라는 수준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을 알아차린다든가, 그 대상의 강함을 파악하는 수준은 못되지만, 이 느낌이 기세를 파악하는 능력을 얻는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내가 내뿜어내는 오러로 부터 느껴지는 감각과 지금 느끼고 있는 미묘한 감각을 계속해서 신경 쓰면서 바실리스크를 사냥해 나갔다.

바실리스크 자체의 민첩성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녀석들의 기척을 느끼기 시작한 뒤로는 기습을 허용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오히려 수풀에서 튀어나오는 녀석들을 향해 카운터공격을 먹일 수 있게 되었다.

"샤악!"

공격해 들어오는 녀석의 주둥이를 피해서 옆으로 살짝 움직이며 지나쳐가는 바질리스크의 목을 노리고 오러가 깃든 검을 휘두른다.

스삭!

기습에 실패한 녀석들은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허용해야 했고, 결과는 단 일격에 저세상에 직행이었다. 차라리 꼬리를 이용해서 공격해 올 때가 더 성가셨다. 꼬리 공격이 위력적이라 쉽게 틈을 찾아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가시기는 해도 상대 못 할 수준은 아니므로, 방패로 꼬리를 쳐내면서 한순간에 바실리스크의 목에 검을 찔러넣으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다.

아무튼, 상대의 기세를 감지하는데 작은 성과도 얻을 수 있었고, 바실리스크에대한 대처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탐색은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되었고, 우리는 어느새 중간구역으로 생각되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형을 고려해 보면 이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곳은 이곳 한군데뿐이라는 말이지."

눈앞에 보이는 고갯길의 양옆으로는 상당히 험해 보이는 산맥이 가로막고 있었다. 입구에서도 볼 수가 있었던 거대한 산맥이다.

그리고 그 산맥 사이의 유일하게 나 있는 길목을 바실리스크의 무리가 가로막고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수십 마리는 되어 보였다.

"우리끼리도 어떻게든 돌파할 수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렐리길드와 연합해서 공략하면 더 쉽게 공략이 가능할 것 같은데, 어때?"

나는 아리와 벨의 의견도 물어보았다.

"저는 찬성이에요. 세리스님이나 파를로님이 함께한다면 칸님의 부담이 덜하실 테니까요."

아리는 렐리길드와의 협력에 찬성하는 견해였다. 하지만 벨은 그것이 불만인듯했다.

"굳이 그들에게 지분을 양도할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조금만 고생하면 될 것 같은 걸요."

벨이 자신의 방패를 들어 보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끼리 돌파를 시도하게 된다면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벨이다. 그녀가 저기 모여있는 바실리스크들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괜찮겠어? 수가 많아서 힘들 텐데?"

"문제없어요! 아리 언니가 회복을 책임져 주실 텐데요. 그렇죠, 아리언니?"

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최선을 다할 거야."

렐리길드가 이곳까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그전에 우리끼리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힘이 들 벨이 저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니, 원하는 데로 우리끼리 한번 공략해보기로 했다.

"만세! 되도록 렐리길드의 세리스라는 여자와 강한님을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잘됐어요, 언니!"

"그건 그렇지만, 정말 괜찮겠어? 몬스터의 수가 많은데."

"걱정 없어요. 언니의 회복마법과 저의 몸빵이 있으면 무서울 것 없답니다."

아리와 벨이 두 사람끼리 만 소곤소곤 거렸다. 조금 소외당하는 기분인데.

"그럼 일단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서 준비를 마치고 공략에 들어가자."

"네!"

이왕 우리끼리 공략하기로 정했으니, 철저한 태세를 갖추고 공략을 시도해 보아야겠다.

선두에는 벨이 섰다. 그 벨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 아리가 위치하였고, 아리의 호위를 위해서 오크로드를 소환해 두었다. 그리고 나는 벨을 공격하는 바실리스크들을 열심히 사냥하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준비됐어?"

"언제라도."

"맡겨주세요.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아리와 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 볼까!

내가 신호를 보내자 벨이 앞을 향해 달려들면서 외쳤다.

"덤비세요, 닭대가리 도마뱀 분들! 모두 한꺼번에 기름에 튀겨드리겠어요!"

"샤악!"

도발에 걸려든 바실리스크들이 일제히 벨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놈들을 향해 나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삭! 삭! 삭!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돌격해 오는 바실리스크의 목을 날려버리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무리 벨의 방어력이 뛰어나고 아리의 회복이 받쳐주고 있다지만, 포위를 당하게 하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벨의 앞으로 몰려든 바실리스크들이 벨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고, 강력한 꼬리를 휘둘렀다. 벨은 방패와 창을 이용해서 그 공격들을 잘 막아내면서, 포위당하지 않기 위해서 몸을 이리저리 계속해서 움직였다.

아리는 벨의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쉴 새 없이 회복마법을 걸어주었고, 도발에 걸리지 않은 바실리스크가 아리를 공격하는 일이 있으면, 호위로 붙여둔 오크로드가 그 바실리스크를 상대했다. 그리고 아리가 공격받지 않을 때에는 원거리 도끼 공격으로 벨을 도와주었다.

스삭!

바실리스크들의 수는 많았지만, 기력이 떨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길목을 막고 있던 약 30마리의 바실리스크를 제거했을 때 더는 남아있는 녀석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바실리스크의 목을 잘라낸 후 검에 뭍은 피를 털어내고는 검집에 집어넣었다.

"두 사람 다 수고했어. 생각보다 쉽게 중간구역을 점령할 수 있었네. 점점 더 실력이 좋아지는 느낌이야, 두 사람다."

피데미지를 반으로 줄여주는 아티펙트 덕분인지, 3계층의 몬스터의 공격도 쉽게 쉽게 받아내는 벨이었고, 그런 벨의 체력을 책임져 주는 아리가 있었다. 이 정도라면 4 층계 까지도 두 사람의 힘으로 쉽게 공략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 이상은 결국 내가 굴러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중간구역 점령 기념으로 선물을 주세요!"

벨이 빙긋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아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래, 그럼 원하는 걸 말해봐."

무리한 요구를 할 리가 없는 두 사람이다. 그런 두 사람의 요구 정도는 쉽게 들어줄 수 있겠지. 벨이 외쳤다.

"냉동파티! 편의점이라는 곳을 탈탈 털어주세요!"

음…. 몸에 안 좋을 텐데…. 아무래도 입맛을 잘못 들이게 한 것 같다.

============================ 작품 후기 ============================

비축분이 필요합니다 ㅠㅜ

v*****************************************************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