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6 2장 - 정글포스 탐욕의 던젼 - =========================================================================
"강한님!"
먼저 돌려보낸 아리와 벨이 내게로 달려왔다. 결과를 알 수 없었을 테니, 걱정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아리는 거의 울먹거리며 매달려왔다.
"괜찮아, 걱정 많이 했지."
"정말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강한님."
듀라한이라는 놈. 5 층계 이후에 마주쳤다면 이렇게 도망치는 일은 없었을 것을. 하필이면 힘에 제한을 받는 가운데 마주친 게 너무나 분했다.
"일단은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야겠지. 그나저나 큐비도 탐지가 불가능한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
언데드의 특성인지 큐비가 놈을 발견 못한 것이 뼈아팠다. 미리 발견했다면 이 고생 할 필요 없이 도망쳤을 텐데 말이다.
"앞으로 탐색하는 동안 또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하죠?"
벨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언제나 자신이 넘치던 그녀도 한번 호되게 당한 것이 컸는지 녀석을 무서워했다. 사실 부활을 했으니 다행이지, 한번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을 겪었다. 무섭지 않으면 그게 이상할 것이다.
"괜찮니, 벨?"
나는 뒤늦게나마 그녀의 정신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자칫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을 겪은 것이다.
"네? 아, 물론이죠. 정말로 죽은 것도 아닌걸요?"
하지만 예상외로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는 벨이었다. 자신이 한번 죽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트윈엔젤의 영향인가? 그렇다면 다행이고.
"최대한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야겠지만…. 큐비가 탐지할 수 없는 상황이니, 대책은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혹시라도 5 층계 이전에 놈을 다시 마주치더라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
벨의 장비가 완전히 망가지는 바람에 차원상인 폴을 불러내어 장비를 새로 맞추었다. 벨의 장비는 서포터 전용장비로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는데, 원래 1랭크 장비가 슬레이브 시스템으로 인해서 강제로 랭크업 되는 방식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가격은 1랭크 장비의 가격이지만, 성능은 5랭크 장비의 성능인 것이다.
그렇지만 벨은 정말 미안하다는 듯이 내게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강한님. 귀중한 장비를 망가트리고 쓸데없는 지출을 하게 만들어서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벨만 무사하다면 그런 장비 100개라도 부셔 트려도 상관없어. 그런 것들 보다 벨이 훨씬 중요해. 알겠지?"
"강한님!"
벨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내게 안겨들었다.
"너무 좋아해요, 강한님!"
"지, 진정해, 벨! 알았어, 알았으니까 조금 떨어져 줄래?"
아니, 이왕 안겨올 거면 갑옷을 벗고 안겨오던가…. 벨의 두꺼운 갑옷 때문에 전혀 느낌이 살지 않았다. 조금 아쉽네.
듀라한은 5랭크가 해제되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로는 방치가 정답인 것이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마주치게 될 일이 생길까 봐 틈을 만들어낼 마법을 찾아내었다.
바로 언데드 파괴 술이라는 3랭크의 마법이다. 성직자들이 사용하는 터닝이라는 신성 마법과는 달리 그렇게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야말로 틈을 만드는 데는 제격이다. 상대가 언데드라면 말이다.
사실 베히모스를 쓰러트리고 개방시킬 수 있었던 시야 내 공간이동 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지금 현재로는 너무 많은 포인트를 요구하고 있어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뭐, 이 정도면 도망 다니는 건 충분하겠지. 전멸만 피하면 되는데, 녀석에게는 우리를 한꺼번에 몰살시킬만한 기술은 없는 것 같으니까. 그렇지 큐비?"
-그렇긴 하다 냥. 공격력도 강하고 빠르기도 하지만, 광역 기는 없다 냥. 마법도 사용하지 못한다 냥.
그리고 큐비에게 부탁해서 다른 길드들의 소재를 확인해 주길 부탁했다. 혹시라도 듀라한과 마주칠 수 있으니, 미리 경고해 주기 위해서였다.
이미 던젼 안으로 들어간 길드들은 내가 직접 움직여서 만나보도록 하고 새로 들어오는 길드에 대해서는 루이스에게 맡기기로 했다.
"듀라한 입니까? 위험한 녀석이 돌아다니는군요. 알겠습니다. 새로운 길드가 던젼에 들어오게 되면 경고를 해 주도록 하지요."
루이스는 항시 던젼입구 근처에서 몬스터 사체를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새로운 길드가 들어오면 바로 마주치게 된다. 그런 길드들은 루이스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나는 이미 들어온 길드들을 찾아다녔다.
"세상에, 듀라한이 3 층계에서 돌아다니는 건가요? 괜찮아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나요?"
세리스와 렐리길드는 저번 던젼에서도 규격 외 몬스터와 마주친 적이 있었으니, 그 무서움을 잘 알겠지.
"흥,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당신이 걱정하지 않아도 우리끼리 잘하고 있으니 참견하지 마시죠."
삐딱선 모드의 파를로가 삐딱하게 말을 해왔다. 이 녀석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건가?
"파를로! 너 대체 왜 그래!"
"흥!"
사춘기도 아니고, 다 큰 녀석이 왜 이러는 건지. 세리스만 아니면 한 대 쥐어박았을 텐데, 세리스가 옆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니 그냥 마음속으로 묻어두기로 했다.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받아내 주마, 파를로.
아르헨과 브로틴 길드에게도 경고를 해 주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그 정도까지 해줄 의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듀라한에 대한 대책을 끝마치고 다시 탐색을 시작하기로 했다. 듀라한 무섭다고 탐색을 중단할 수는 없는 일 이니까.
전에 듀라한과 마주쳤던 곳에 포탈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포탈에 진입해 보았는데, 그곳에 듀라한은 없었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 시간이 지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 모양이다.
"또 마주치지 않게 신중하게 진행하자."
"알겠어요."
아리와 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도 듀라한과 다시 마주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남은 기력을 항상 신경 쓰면서 조심스러운 탐색을 진행해갔다. 정말, 하필이면 언데드계열의 몬스터가 규격 외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탐색을 하면서 3층계 후방지역을 공략해 나갔고, 듀라한과 마주치는 일 없이 엔트런스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3 층계의 엔트런스는 3 층계의 다른 구역과의 차별적인 특성이 없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빛무리가 아니었으면 이곳이 엔트런스인지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위치도 그동안의 엔트런스가 주로 위치했던 2시 방향이 아닌 10시 방향에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가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구분되고 있었다. 바로 플로어 마스터의 존재감이다.
"저건…. 닭인 것 같은데? 엄청나게 커다란 닭."
"닭이네요. 바실리스크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닭과 닮았네요."
내 말에 벨이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보이는 녀석은 황소만 한 크기의 커다란 닭이었다.
-코카트리스라는 녀석이다 냥.
그리고 알아서 에널라이즈 화면을 보여주는 큐비.
[ 코카트리스 ]
체력 52000
기력
힘 52
지력 11
방어 33
민첩 38
저항 22
공격력이 뛰어난 편이고 민첩도 지금의 나보다 더 높다. 그렇다고 상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주변에 몰려있는 바실리스크 때문에 조금 귀찮을 것도 같다. 코카트리스는 몰라도 바실리스크는 초반에 잡고 시작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리, 벨. 잠깐 이리로 모여볼래?"
"네, 강한님."
나는 두 사람에게 대 코카트리스전의 전술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지?"
"네!"
벨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리는 조금 자신 없는듯한 태도를 보였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직 한 번도 경험을 해 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럼, 아리를 위해서 일단 후퇴하자. 아리가 그것에 익숙해 질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죄송해요, 강한님."
아리가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죄송하기는. 익숙하지 않은 일인데 당연한 거지. 자, 놈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서 후퇴하자."
우리는 엔트런스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왔던 길을 조금 돌아가서 아직 탐색을 마치지 않은 곳을 찾아보았다. 다행하게도 금세 바실리스크가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 이걸 받아, 아리야."
나는 내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아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바로 라이트닝 볼트가 담겨있는 아티펙트였다.
"아, 고, 고맙습니다."
단순히 아티펙트를 넘겨주었을 뿐인데 아리가 부끄러워하니 조금 야릇한 분위기가 되었다.
"아~아. 부러워라. 나도 강한님에게 반지를 받아보고 싶어요."
옆에서 벨이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더욱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흠흠. 아무튼, 사용법은 간단해. 목표를 가운데 넣고 스위치, 가 아니고 라이트닝 볼트! 라고 외치면 돼."
아리는 마력이 제법 높은 편 이기 때문에 라이트닝 볼트 반지를 이용하면 높은 대미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해, 해볼게요!"
아리가 반지를 손으로 꽉 쥐고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그럼 벨! 녀석들에게 도발을 걸어줘."
"네, 강한님."
큐비의 탐색으로 발견한 바실리스크 3마리를 상대로 벨이 도발을 걸었다.
"닭대가리 도마뱀 분들, 여기 먹잇감이 찾아왔어요!"
"샤악!"
3마리의 바실리스크가 벨의 도발에 걸려들어 일제히 벨에게 달려들었다.
"아리, 타이밍을 잘 맞춰봐."
"네!"
아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나의 하나의 동작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럼, 간다! 라이트닝 볼트!"
반지 대신 포인트를 주고 구매한 2랭크 마법 라이트닝 볼트를 3마리의 바실리스크의 가장 오른쪽의 녀석을 향해 쏘아 보냈다.
파지지지!
그리고 녀석에게 명중되자마자 팔을 돌려서 나머지 2마리의 바실리스크도 공격 범위 안에 집어넣었다. 번개에 명중 당한 바실리스크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감전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첫 번째로 명중시킨 바실리스크에게 흐르던 전류가 사라지기 직전에, 내가 아리에게 신호를 주었다.
"라이트닝 보올트!"
잔뜩 긴장하고 있던 아리가 내 신호를 듣고는 가장 오른쪽 바실리스크를 향해 라이트닝 볼트를 발사했다.
파지직!
내가 사용하는 라이트닝 볼트보다 약간 전류의 세기가 약한 번개가 바실리스크를 적중시켰다.
"그 상태로 팔을 왼쪽으로 천천히 돌리면 돼."
아리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방향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사실 엄청난 위력에 번개를 내뿜는 와중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리는 겨우겨우 팔의 방향을 바꾸어 나머지 녀석들에게 번개를 맞추는 일을 성공했다.
"라이트닝 볼트!"
그리고 아리의 라이트닝 볼트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내가 바실리스크를 향해 라이트닝 볼트를 날려 보냈다.
파지지지직!
"샤악!"
3마리의 바실리스크의 체력이 순식간에 0이 되어 사라졌다.
"좋아. 잘했어, 아리야."
"하아 하아... 네에, 가, 감사합니다, 강한님."
아리가 처음 라이트닝 볼트를 사용해 본 후에 지쳤는지 숨을 들썩였다. 처음 사용해 보는 기술이라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전에 책에서 읽었던 것을 기억해 내고 한번 사용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위력이 괜찮은 것 같다. 이거라면 코카트리스주위에 있는 바실리스크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더 연습해보고 휴식을 취한 다음에 바로 실전에 들어가 보자."
"네!"
잠시 숨을 가다듬었던 아리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른 바실리스크를 찾아내서 한 번 더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을 한 후에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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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입니다. 오늘은 많이 써보도록 할게요. 추천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