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젼헌터-마물헌터 가되 었습니다-92화 (92/110)

00092  3장  - 데드포스  암야의 던젼 -  =========================================================================

렐리시티를 떠난 후 서쪽으로 3일을 이동했을 때 히타레스트산맥의 초입에 도착했다. 이 히타레스트산맥이 바로 프레슬런트지방의 서쪽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산맥이다.

이 히타레스트 산맥을 따라서 남쪽으로 7일간 더 내려간 끝에 드디어 프레슬런트 지방이 첫 번째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프레스텐이라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렐리시티는 커녕, 그 인근의 마을만큼도 못한 도시가 프레스텐이라는 도시였다. 다른 마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드워프제 물품들이 이곳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너무 낙후된 것 같아요. 이런 곳을 발전시키려면 무척 고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벨이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고생은 제럴드가 다 해줄 테니까.

척박한 환경의 프레슬런트 지방에는 그나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 세 군데에 인간의 도시가 세워져 있다. 바로 이곳 관문도시 프레스텐. 그리고 이 도시의 동쪽으로 펼쳐진 사막의 한가운데, 오아시스에 세워진 도시 유피아노. 마지막으로 프레슬런트 지방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레오니아다.

도시가 세 개나 있지만, 세 개의 도시에 사는 인원을 전부 합해도 렐리시티보다 더 적은 인구만이 살고 있다고 한다.

제럴드가 내게 설명했다.

"저는 우선 수도 레오니아와 나머지 2개의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을 만들어 상인들의 왕래를 유도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생필품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관문도시인 프레스텐을 통해 외부에서 생필품을 사들이고, 레오니아와 유피아노에서 얻을 수 잇는 자원과 특산품을 프레스텐으로 옮겨와 외부에 판다면 충분히 경제적인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을 끊은 제럴드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다만 도로를 완성하고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초기자금이 소모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거기다 돈 문제 뿐만이 아니라, 워낙에 변방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쌓인 문제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골치 아픈 문제는 전부 제럴드에게 떠넘기기로 마음을 정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 없이 말했다.

"천천히 하나씩 해결해 나가도록 하죠. 급할 건 없잖아요? 일단 돈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몬스터 사체와 장비품 판매로 벌어들인 수입과 던전 2개를 독점하면서 생긴 이득이 어마어마 하므로 자금 면에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이 돈으로 제럴드가 앞으로 문제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길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제럴드는 이대로 수도인 레오니아를 향해서 남하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 쉰 다음에 새로운 던젼을 찾아서 출발할 생각이다.

이왕 이곳까지 온 김에 수도에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 큐비가 한사코 반대했다.

-목적을 잊지 마라 냥! 바로 근처에 목표인 던젼이 있는데 시간 낭비는 허락할 수 없다 냥!

그래서 내 영지에 영주인 내가 방문도 못 해보고 시장인 제럴드만 보내기로 한것이다.

마차는 제럴드에게 양보했다.

시장으로 취임하게 되는 제럴드가 터덜터덜 걸어서 영지로 방문하는 건 폼이 안 서니까 말이다.

영지에는 왕국에서 파견한 관리도 있고, 이곳의 토박이 행정관들도 있을 것이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도록, 제럴드에게 영주의 인장을 넘겨주고, 용병도 고용하여 호위를 맡겼다.

처음 용병들을 고용하기 위해서 용병 길드를 찾아갔을 때, 몇몇 용병 놈들이 상당히 거칠고 거만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나의 아리를 음흉한 시선을 흩어보기에 용병 길드를 완전히 엎어버렸다.

아닌 밤중에 오러마스터의 난동을 맞게 된 길드는 난리가 나버렸고, 길드장까지 나와서 사과를 해왔기에, 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준 뒤에 쓸만한 용병을 골라서 제럴드에게 붙여줄 수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뒤에 있으니, 용병들이 아무리 거칠어도 딴 맘 먹고 제럴드를 해코지 하지는 못하겠지.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서, 영주 님이 방문하실 때 즈음에는 영지로서 손색이 없는 곳으로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제럴드는 던젼 탐색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제럴드에게는 미안하게도 던젼 탐색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야만의 던젼도 클리어 하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 밖에는 걸리지 않았고, 탐욕의 던젼은 그 기간이 더 짧았다.

이번에 목표로 삶은 던젼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제럴드가 생각하고 있는 기간보다는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때는 제랄드의 저 자신만만한 얼굴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조금 기대가 되었다.

제럴드를 남쪽으로 떠나 보내고, 우리도 하루 도시에 머무른 뒤에 프레스텐 북동쪽에 있다는 던젼을 찾아서 출발했다.

이번 던젼 역시 결계로 인해서 다른 길드들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던젼이라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큐비가 고르는 던젼은 모두 미공개 던젼 뿐이었다. 내가 가서 결계를 풀어야지 그나마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던젼들과도 차이가 있는 특이한 던젼들 이었고 말이다.

프레스텐을 떠나서 이틀가량 짐마차를 타고 이동했을 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데드포스가 지배하고 있는 던젼 이다 냥. 결계 안으로 들어가면 던젼 공략을 완료할 때 까지는 나올 수 없다 냥. 지금 들어갈 것 냥?

언제 나와 똑같은 이야기였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다시 되돌아갈 필요는 전혀 없었다.

"아리, 벨. 준비는 되었지?"

"네, 강한님."

"저도요!"

나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큐비에게 결계를 열어 줄 것을 부탁했다.

-알았다 냥. 결계에 틈을 만들겠다 냥!

아무것도 없던 공간이 이그러 지면서 구멍이 하나 생겼는데,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비치고 있었다.

"잠깐….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은데?"

일단 어두웠다. 여기는 한낮에 햇볕이 따가울 정도인데, 저쪽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무엇보다 칙칙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결코, 사람 살기 좋을 듯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데드포스는 언데드가 주를 이룬다냥. 그들이 좋아하는 환경은 어둠이다 냥. 그래서 이 던젼 역시 언제나 어두운 상태를 유지한다 냥.

영 꺼림칙한 분위기였지만, 이제 와서 물러날 수도 없는 일이고, 어쩔 수 없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암야의 던젼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베이스캠프를 생성합니다.]

우리가 결계를 뚫고 던젼안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베이스캠프가 만들어졌다.

"이제는 이곳이 집인 것 같은 기분이에요!"

벨이 베이스캠프 안으로 들어가면서 팔을 쭈욱 피며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사실 여관보다도 베이스캠프가 익숙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서둘러 아공간에 담아둔 물자들을 꺼내 놓았고, 아리와 벨이 그것들을 가져가서 베이스캠프 안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베이스캠프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건 처음 알았네."

던젼안은 낮과 밤이라는 개념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이제껏 베이스캠프에 전등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신기하게 생긴 불장대예요."

아리가 가로등을 보면서 말했다. 드워프의 기술로 만들어진 도시의 가로등을 불장대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그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인식을 한 모양이다.

"이런 것이라도 없으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 같아요. 왠지 기분도 꺼림칙하고요."

벨이 말한 대로 별로 기분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생리적인 혐오감이 느껴져 왔다. 주변이 어두워서 더욱 그 느낌을 강하게 해주는 듯 했다.

하늘은 별도 없이 깜깜했다. 오직 하나의 빛이 바로 엔트런스의 위치를 알려주는 빛무리였다.

"탐색할 때 고생 좀 하겠어."

그래도 탐색을 안 할 수는 없는 일. 우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이 던젼의 1 층계의 탐색을 시작하였다.

"라이트!"

1 랭크의 빛 마법을 사용했다. 적어도 주변 20m까지는 영향을 미치는 빛의 덩어리가 우리 일행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이런 마법이 있으니까 참 편리하단 말이야.

주변이 밝아지면서 눈에 안 들어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주변에 자욱하게 안개가 피어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베이스캠프에는 이런 안개가 없었는데, 탐색을 나서자마자 안개를 만난 것이다. 이러면 라이트로 주변을 밝혀도, 시야의 확보가 어렵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둡고 안개가 자욱한 것을 제외하면, 주변의 지형은 특별할 것이 없는 일반적인 지역이었다. 물론 아셀탄트에서의 일반적이라는 것이지만. 사실 멀리 떨어진 지역은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어두운 곳이라 시야 확보가 힘드니, 탐색은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탐색에 목적지는 역시나 하늘의 떠 있는 빛무리였다.

어둠을 뚫고 조심스럽게 이동을 하고 있을 때, 선두에 서 있던 벨이 흠칫하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벨?"

"자, 잘은 모르겠는데,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 들어서요…."

그때 아리도 나서서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했다.

"저도 그래요, 강한님. 너무나도 불길한 기운이 느껴져요."

나도 이 던젼에 들어오고 나서 그런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지만, 이 두 사람이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니, 내가 느꼈던 그 느낌을 지금에 와서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다.

몬스터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해왔던 나이기 때문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고 생각해보면, 이 두 사람이 지금에 와서 그런 기운을 느꼈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 근처에 그 기운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큐비, 주변에 무언가 있는 거 아니니?"

-글쎄다 냥, 적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냥. 하지만 상대가 언데드라면 탐지가 어려울 수 있다 냥. 조심해서 손해는 없을 거다 냥.

그렇군. 이 던젼이 데드포스의 영역이라면, 그 세력의 몬스터들은 전부 언데드 몬스터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감으로 녀석들을 찾아내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데드 몬스터가 내뿜는 기운은 살아있는 인간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고 하니,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기분 나쁜 기운이 바로 언데드 몬스터가 뿜어내는 기운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스삭스삭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경계하던 내 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인가가 서로 스치면서 내는 기분 나쁜 소리.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강한님!"

벨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방패를 들고는 경계자세를 취했다. 아리도 몸을 긴장시키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뭔지 모르겠지만, 던젼안에서 다가오는 것이라면 좋은 건 아닐 거다. 인간이 아니라면 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파이어 에로우!"

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불화살 하나를 날려 보냈다.

불이 붙은 마법의 화살이 어두운 공간을 환하게 비추면서 날아갔다.

쾅!

그리고 그 불화살이 지면에 맞으면서 그 주변을 잠깐 환하게 비추었다.

그때 보인 광경은 난생 처음 보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분명히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피부는 썩어 문드러졌고, 눈알은 파여져 있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한 체 다리를 질질 끌면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좀비!"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벨이 소리를 질렀다.

이미 죽은 시체들이 일어나서 이쪽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무슨일이 있어도, 완결까지 갑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