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3 3장 - 데드포스 암야의 던젼 - =========================================================================
파티의 두 여성은 온몸으로 좀비들의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얼굴도 시퍼렇게 질린 상태로 뒷걸음질 치면서 비명을 질렀다.
"징그러워요, 기분 나빠요!"
"꺄악! 뭐예요, 저거!"
두 사람은 아셀탄트의 주민이면서 좀비는 처음 보는 모양이다. 인간이라면 언데드에 혐오감을 품게 마련인 데, 여성이라 그 감정이 더 심한가 보다.
억지로 탐색에 데려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두 사람에게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것인지 물어보았다.
아리와 벨은 잠시 고민을 하였지만, 생리적 혐오감을 이길 수는 없었는지 돌려 보내달라고 말했다.
"죄송해요, 강한님.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저도요, 저건 생리적으로 무리예요!"
나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도 두 사람이 저런 녀석들과 얽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아리가 저런 녀석들의 공격을 받는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시스템! 귀환! 아리, 벨"
눈앞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자, 이제 저 혐오스럽게 생긴 좀비들을 상대해 볼까.
녀석들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빠르게 달라지는 못했다. 하지만 도저히 검을 들고 가까이 붙어서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를 않았다.
게다가 나는 지금 능력에 제한이 걸려서 1랭크 검술만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
기초 검술의 수련으로 제한이 걸렸어도 웬만한 몬스터들은 가볍게 상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러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데드 포스중에서 가장 약한 좀비들이라고 해도, 전혀 피해를 보지 않고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거기다 좀비들의 수가 무척이나 많았다.
1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어림잡아 100마리는 훨씬 넘어 보였다. 물론 빛으로 비춰본 것뿐이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글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기분이 나빴다. 도저히 저놈들의 몸에다가 검을 꽂아넣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나는 아이에 검을 뽑아들지 않았다.
"파이어 에로우!"
다시 한 번 불화살을 좀비들을 향해 날려 보냈다.. 불화살에 적중당한 좀비가 온몸이 불에 휩 싸여서 타버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불에 약해 보이는 모습. 파이어 에로우로 한 마리씩 잡기에는 수가 너무 많았기에 나는 생리적인 혐오감을 억지로 참아내면서 녀석들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구어어어!"
나는 되도록 시야가 확보되는 곳으로 녀석들을 끓고 다녔다. 금방 좀비의 무리가 나를 향해 모여들었고, 나는 이리저리 피하면서 녀석들을 끌고 다녔다.
크게 원을 돌면서 이동하는 나를 따라다니는 좀비들의 행렬이 기차처럼 길게 줄을 지어서 이어졌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가장 앞에서 다가오는 좀비의 발밑에다 디그 마법을 발동시켰다.
"디그!"
파삭
순식간에 땅에 깊숙한 구멍이 하나 생겨났고, 열심히 나를 쫓아오던 선두의 좀비가 그 구멍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오던 좀비들도 선두의 좀비가 넘어지자, 연쇄적으로 걸려서 넘어지기 시작했고, 금세 눈앞에는 좀비의 산이 만들어졌다.
나머지 좀비들이 그 산을 피해서 양옆으로 흩어져 돌아 나오려고 했지만, 이미 나는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는 한곳에 엉켜버린 좀비들을 향해서 강력한 불의 마법을 날려주었다.
"파이어 볼!"
쾅!
엄청난 폭발과 함께 불붙은 좀비들의 파편이 여기저기 튀어 올랐다. 그리고 눈앞에 쌓인 좀비의 산은 캠프파이어의 장작처럼 화려하게 타올랐다.
"잘 탄다. 저런 혐오스러운 녀석들이 불타버리는 순간을 보니 가슴이 다 후련해지네."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좀비들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그 웃음은 곧 멈추어질 수밖에 없었다. 불이 붙은 지역을 아무 주저함 없이 통과하면서 다가오는 불붙은 좀비의 무리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기괴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 모습이구나."
불붙은 좀비들이 자신의 몸이 타오르고 있는 것도 무시한 채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그 재수 없는 녀석들을 피해서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쉴 새 없이 파이어볼을 날려주어야만 했다.
1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진절머리나도록 많은 수의 좀비가 가는 곳 마다 몰려나왔다.
어떤 곳에서는 민가로 보이는 건물 안에 수십 마리 좀비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경우도 있어서, 멋모르고 문을 열어보았던 나를 기겁하게 하였었다.
물론 그 건물 채로 그 안에 있던 좀비들까지 몽땅 불태워 버렸다.
주변이 너무 어두운 탓에 멀리 있는 좀비들을 발견하지 못했고, 고작 20m 거리를 비추어주는 라이트 마법으로 인해서, 매우 가까이 까지 좀비들의 접근을 허용해야 했다.
녀석들이 내뿜는 기분 나쁜 기운도, 이미 던젼 전체에 퍼져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탐색은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긴장감 속에서 나는 제법 쓸만한 마법을 발견했다. 바로 언데드 파괴마법.
전에 듀라한을 상대하기 위해서, 익혀 둔 마법인데, 이게 나를 중심으로 반경 30m의 공격 범위를 갖기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은 이곳에서 언데드를 견제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일정 거리를 걸을 때마다, 이 언데드 파괴마법 사용했다. 반응이 없으면, 탐색을 계속했고, 이 공격에 당해서 비명을 지르는 좀비 놈들이 있으면 멈추어서 파이어볼 폭격을 먹여주었다.
그런 식으로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탐색을 계속하는 중에 주변과 비교해도 훨씬 더 기분이 나쁜 지역으로 들어섰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는데, 특이하게도 그곳에서만은 달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은은한 달빛이 비추어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서는 밝은 편이었지만, 분위기만은 굉장히 싸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곳이 특히나 분위기가 음산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바로 공동묘지였던 것 같다. 수많은 무덤이 나란히 만들어져 있었고, 무덤마다 묘비가 새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공동묘지라면 당연히 좀비도 바글거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쿠어어어!"
역시나, 내 예상대로 내가 공동묘지에 발을 들여놓자, 땅 밑에 숨어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수백 마리의 좀비가 땅속에서부터 몸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곳이 중간구역으로 보였기 때문에 엔트런스로 향하기 위해서는 할 수 없이 이곳을 통과해야만 했다.
"현실에서 머신건 이라도 한대 가져오고 싶어지는 광경이네."
차라리 머신건으로 좀비들을 상대하면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녀석들이 뿜어내는 기분 나쁜 기운 때문에 녀석들을 박살 낸다고 해도 기분이 그렇게 상쾌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머신건이 없지만, 나에게는 마법이 있지. 무조건 마법을 난사해서 빨리 이 기분 나쁜 구역을 통과해야겠어."
이런 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그야말로 마법을 난사했다. 모든 기력을 아낌없이 소모하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언데드 파괴마법 주변의 좀비들을 밀쳐낸후, 밀쳐진 좀비들을 향해 파이어볼을 날려 버렸다.
쾅! 쾅!
주변으로 좀비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나는 거침없이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갔다.
그러면서 쉴 새 없이 언데드 파괴마법을 사용해서 견제하고, 파이어 볼로 마무리를 지었다.
두 마법의 조합으로 인해서 나는 별다른 피해 없이 중간 구역을 통과할 수 있었다. 중간 구역에는 아직 많은 수에 좀비들이 남아있었지만, 더는 저 기분 나쁜 놈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남아있는 녀석들을 뒤로하고 탐색을 진행했다.
중간 구역을 통과한 이후에도 좀비 무리의 습격은 계속 이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놈들을 상대하지 말고, 이대로 엔트런스를 향해서 달려가고 싶지만, 시야가 너무 안 좋았다.
무턱대고 달려나갔다가 좀비들에게 포위라도 당하면,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무척이나 기분 나쁜 경우를 당할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언데드 파괴마법 주변의 좀비가 있는지 확인 하면서 신중하게 걸어나갔다.
도중에 기력을 채우기 위해서, 자주 베이스캠프를 들락날락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반겨주는 아리는 이 기분 나쁜 던젼에서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옆에서 함께 매달려오는 벨도. 뭐, 솔직히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조금씩 벨에게도 마음이 기우는 것이 느껴져서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이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 전에 서둘러 정비를 마치고, 탐색을 재개하였다.
지긋지긋하게 덤벼오는 좀비들을 마법으로 날려버리면서 전진한 끝에 하늘의 빛무리가 가리키는 곳, 엔트런스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엔트런스는 하나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을이 어떤 상태인지는 살펴보지 않아도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좀비들로 가득 차 있겠지."
생리적으로 혐오감이 드는 녀석들과 오랜 시간 실랑이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서둘러서 1계층을 클리어 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였다.
"파이어 볼!"
마을 입구를 향해 다짜고짜 마법을 날렸다. 속전속결로 마을을 가로질러 이곳에 있을 플로어 마스터를 찾아서 움직였다. 녀석만 처리하면 남아있는 좀비들은 알아서 물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언데드 파괴마법으로 좀비들을 밀어내면서 전진했고, 마을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다른 좀비들과 명백하게 다른 좀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굴 ]
체력 32000
기력
힘 29
지력 6
방어 12
민첩 19
저항 5
1 층계의 에너지 제한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능력치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나는 속전속결로 플로어 마스터인 돌연변이 굴을 상대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구우오오오!"
녀석은 보통의 좀비와는 달리, 재빠른 몸놀림을 보이면서 달려들었다. 물론 좀비치고는 재빠른 편이지만,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다 내게는 보조 마법이 있다.
보통 때라면, 웬만해서는 마법사용을 자제하고 검으로 승부를 볼테지만, 저런 기분 나쁜 녀석은 빨리 처리해 버리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로우!"
일단 녀석의 민첩성을 떨어트리는 마법을 걸었다. 좀비답지 않게 뛰어다니는 녀석이지만, 슬로우 마법에 걸린 이상은 제대로 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
"데스트로이 언데드!"
이어서 언데드 파괴마법으로 녀석과 동시에 다른 좀비들도 내게서 멀리 밀어냈다. 마력이 부족하지만 않았어도, 이 마법으로 일반 좀비들을 말 그대로 파괴할 수 있었을 텐데, 마력스텟에 제한이 걸려서 밀어내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뒤이은 마법은 제한을 받은 상태에서도 좀비들 정도라면 일격에 날려버리는 강력한 위력을 보여준다.
"파이어 볼!"
쾅!
언데드 파괴마법에 의해 밀려난 좀비들을 마법으로 날려버린다. 역시나 돌연변이 굴은 파이어볼 한방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태도로 온몸에 그을음을 단체로 내게로 달려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정말로 저런 기분 나쁜 언데드와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다시 한 번 녀석을 밀어냈다.
"데스트로이 언데드!"
"구우오오오!"
자자자작
사정없이 뒤로 밀리는 돌연변이 굴. 거기에 또 한 번의 불덩이가 날아들었다.
쾅!
돌연변이 굴은 여전히 몸에 불을 붙인 상태에서도 내게 달려들려고 하였지만, 다른 좀비들은 계속되는 파이어 볼을 얻어맞으며 그 수가 줄어들어 갔다.
전투는 어떻게 해서든 내게 접근하려고 악을 쓰는 돌연변이 굴과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나의 싸움이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