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4 3장 - 데드포스 암야의 던젼 - =========================================================================
만약에 이 던젼이 내가 도전하는 첫 번째 던젼이었다면, 공략하기 굉장히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저기서 내게 다가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돌연변이 굴은 검으로 상대하기 께름칙한 녀석이다.
일단 고통을 느끼지도 않는듯하다. 파이어볼에 적중당해 온몸에 불이 붙어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내게 다가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저 손톱. 살이 문드러져서 뼈가 드러날 정도인데, 손톱은 아주 멀쩡하다 못해서 보기만 해도 섬뜩 한색을 띄고 있다. 아무래도 저 손톱에 할퀴어지면, 중독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녀석이 내뿜는 언데드 특유의 기운이, 인간에게는 엄청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초반의 쿠크다스 멘탈을 보유하고 있던 내가 상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녀석이었을 것이다.
뭐, 지금은 마법도 있고, 저런 녀석에 대한 내성도 생겨서 이렇게 쉽게 상대하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언데드 파괴마법에 이어서 파이어볼을 날려 보냈다. 과연 플로어 마스터 답게 벌써 몇십 번의 공격을 당했는데도 녀석은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 기력의 최대치는 이미 2개의 던젼을 돌파하면서 상당한 상승을 이루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마법을 사용했지만, 아직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별다른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대로 마법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이기는 것은 분명히 나일 터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변수가 생겨버린 모양이다.
-돌연변이 굴의 체력이 25% 밑으로 떨어졌다 냥. 흉포화를 조심해라 냥.
녀석의 체력이 25%밖에 남지 않은 건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흉포화되면 조금 귀찮아 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놈은 흉포화의 영향인지, 언데드 파괴마법에 더 이상 밀리지 않았고, 파이어볼의 불꽃에 휩싸여도 내게로 달려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슬로우 마법도 해제된 모양인지, 달려오는 속도 역시 매우 빨랐다.
그렇지만 조금 귀찮아 질 뿐, 내가 위험해지는 일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녀석의 체력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검을 꺼내어 들었다. 마무리 정도는 검으로 해주도록 하지.
달려들어 오던 녀석이 내 앞에서 힘차게 뛰어올라 날카로운 손톱을 나를 향해 휘둘러 왔다.
나는 그 공격을 방패를 앞으로 밀어내듯 막아내면서 녀석의 균형을 흐트러트렸다. 공중에서 균형이 무너진 놈에게 순식간에 몇 번의 검격을 먹여주었고 마무리로 녀석의 목을 잘라내었다.
쿵!
목이 잘린 녀석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언데드라 목이 없는 상태에서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녀석의 움직임을 주시했지만, 지금의 공격으로 남은 체력이 0 이 된 모양이었다.
[ 1계층 플로어 마스터 돌연변이 굴의 토벌에 성공했습니다.
-스테이터스가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
"이제 와서 1계층 플로어 마스터에게 고전한다면, 그게 더 웃기는 이야기겠지."
영구적으로 올라간 체력과 기력, 그리고 스테이터스가 있고, 마법도 있다. 무기도 최고랭크이기 때문에, 아무리 스테이터스에 제한이 붙는다고 해도 저 층계에서 고전한다는 이야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고했다 냥. 그럼 서둘러 던젼의 봉인을 풀어라 냥.
봉인을 풀게 되면 이 칙칙하기 그지없는 환경도 달라지려나?
나는 서둘러서 검은색 돌조각을 찾아서 손을 얹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던젼의 봉인이 풀리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척이나 상쾌한 아셀탄트 특유의 풍경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앞으로 그 칙칙한 던젼을 탐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급격하게 우울해졌다.
나는 봉인이 풀려 아름다움을 되찾은 환경을 한번 눈에 담아두고는, 2계층으로 향했다.
1 층계에 있던 베이스캠프는 던젼의 봉인이 풀림과 동시에 2 층계의 입구로 옮겨와 있었다.
그리고 던젼탐색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탓인지, 아리와 벨의 서비스는 평소보다 더욱 각별했다.
덕분에 1 층계 탐색으로 쌓인 피로가 완전히 풀렸다.
좌측의 아리와, 우측의 벨이라…. 왠지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베이스캠프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계층 탐색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언데드를 상대하기 위한 마법을 몇 가지 추가로 익혔다. 이미 상당한 양의 마이너스포인트를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저랭크의 마법은 구매에 부담이 없었다.
마법보다는 검술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마법에 의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주로 상대하는 것이 언데드이다 보니, 호불호에 상관없이 무조건 빨리 던젼을 클리어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무조건 효율 중심으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언데드로부터는 부산물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루이스에게는 따로 연락해서 이곳으로 오지 말라고 전했다.
결국, 이 던젼에서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던젼 그 자체뿐이니, 무조건 빠른 공략이 필요할 뿐이었다.
쓸만해 보이는 마법들을 몇 개 구매한 후, 다시 던젼 탐색에 나섰다.
2 층계 역시, 1 층계와 다름없이 무척이나 어둡고, 칙칙했다. 기분 나쁜 기운이 퍼져있는 상태도 여전했다.
"여기는 어떤 몬스터들이 추가 되는 거니?"
-아마도 스켈레톤이 돌아다닐 가능성이 크다 냥.
스켈레톤이라면, 판타지에 단골이라고 할 수 있는 해골 병사들을 말하는 거겠지?
-스켈레톤은 그 수가 무척이나 많고, 가루를 만들어 부수지 않는 이상은, 머리를 잘라도 부활한다 냥.
생각보다 귀찮을 것 같다.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데, 쉽게 가루로 만들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역시나 마법의 의존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나는 탐색에 앞서 라이트 마법으로 주변을 밝혔다. 역시나 너무나 어두운 곳이어서 라이트로 밝힐 수 있는 범위는 무척이나 좁았다.
나의 한숨과 함께 2 층계의 탐색이 시작되었다.
스켈레톤은 좀비들의 비해서 접근을 눈치채는 것이 훨씬 쉬웠다. 일단 소리가 특이했다.
끼걱끼걱
움직일 때마다, 녹슨 철마냥 이상한 소리를 낸다. 저게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인가?
거기다 회색의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고 있지만, 뼈는 흰색이라서 라이트 마법의 빛에 쉽게 반사되었다. 그래서 제법 거리가 떨어진 곳에 있어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다만, 좀비와 비교하면 월등히 빠른 속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좀비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언데드 파괴마법은 필수였다.
"데스트로이 언데드!"
파삭!
나는 접근해오는 스켈레톤 무리를 향해 언데드 파괴술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마법이 좀비들 보다, 스켈레톤에게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좀비들은 언데드 파괴마법을 맞으면 뒤로 밀려나는 정도였지만, 스켈레톤은 뼈마디가 분리되면서 그 자리에 와르르 무너졌다. 물론 이걸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곳 부활하겠지만 그래도 다시 뼈를 맞추고 일어서는 데는 틀림없이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파이어 볼!"
그 틈에 사방을 향해 파이어 볼을 날렸다. 스켈레톤의 뼈 무더기들이 화염폭발에 휘말려 사방으로 날려져 버렸다. 이거라면 부활하는 일도 없을 테지.
모여드는 몬스터는 스켈레톤뿐만 아니라 좀비들도 있었지만, 마법으로 처리해 가면서 탐색을 서둘렀다.
2 층계의 중간 구역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군대의 진영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목책이 쌓여 있었고, 망루가 세워져 있었다.
숙영지로 보이는 텐트가 늘어서 있었고, 취사장과 세면장도 갖추어진 곳이었다.
다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몬스터 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보니 시설들이 매우 낡아서 도저히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되지 못했다.
"중간 구역인 것 같기는 한데, 안으로 들어와도 아무런 반응이 없네. 원래 비어있는 곳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냥.
"알았어."
주위를 경계하면서 진영의 중간 부분까지 걸어갔어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정말로 비어있는 구역인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때쯤에 갑자기 진영 전체가 황금색의 장막으로 둘러싸여 졌다. 뭐지?
-결계다 냥!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빠져나갈 수 없는 특이한 방식의 결계다 냥!
"조건? 뭔지 알겠어?"
-아직은…. 앗 언데드 몬스터 들이다 냥!
땅속에 잠들어 있었는지, 수백 마리의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녀석들은 내가 서 있던 곳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나를 삥 둘러싸 버렸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수많은 스켈레톤뿐이었다. 녀석들은 약간의 틈도 남기지 않고 나를 빽빽하게 둘러싸 버렸다.
-이곳에 있는 모든 스켈레톤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결계는 풀리지 않는다 냥.
"이 녀석들을 남겨두고 떠날 수 없다는 소리구나."
모두 처리하기 귀찮으니, 길만을 뚫을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섬멸을 목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던 스켈레톤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달려 들어왔다.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원래 언데드 계열 몬스터들이 인해전술을 잘 사용한다 냥.
이런 대규모의 몬스터와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오러가 필요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은 2 층계라서 아직 오러를 사용할 수 없었다. 역시 마법밖에는 길이 없는 모양이다.
"데스트로이 언데드!"
나를 중심으로 넓은 범위에 언데드 파괴마법이 펼쳐졌다. 선두에 서 있던 스켈레톤들이 자신의 뼈들을 유지하지 못한 체 와르르 무너졌다. 하지만 뒤에서 다가오던 녀석들은 범위 밖이었는지 피해를 당하지 않고 그대로 전진을 계속해왔다.
언데드 파괴마법은 데미지를 주는 방식의 마법이 아니기 때문에, 몇 번 중복해서 사용한다고 해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내 마력이 언데드의 체력 이상의 효과를 내어서 한 번에 쓰러트린다면 몰라도 말이다.
그래서 언데드 파괴마법을 연달아서 사용하는 대신, 새롭게 익힌 마법을 사용했다.
"월 오브 파이어!"
나를 중심으로 약 15m 떨어진 거리에 원을 그리면서 불의 장벽이 생겨났다. 언데드 파괴술 보다는 범위가 좁았지만, 이건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방식의 마법이었다. 데미지와 함께 접근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끼릭끼릭
스켈레톤 녀석들은 역시나 언데드 답게 눈앞에 불의 장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주저함 없이 뚫고 들어왔다. 몸에 불이 붙어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불도 붙지 않았고.
하지만 대미지는 확실하게 들어갔을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마법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불의 장벽의 마법이 아닌 또다른 새로 익힌 마법이다.
"아이스 스톰!"
불의 장벽을 뚫고 나온 스켈레톤에게 강력한 한파가 몰아쳐 졌다. 시베리아의 혹독한 바람을 훨씬 능가하는 폭풍!
불에의해 달궈졌던 스켈레톤의 몸체가 이번에는 차가운 바람에 의해서 꽁꽁 얼어붙었다.
파지직
그리고 체력 이상의 대미지를 받게 된 스켈레톤들이 그 몸을 유지하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무너졌다.
순식간에 내게 접근해 오던 많은 수의 스켈레톤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이 마법들이 있으면 별로 어려울 것 없이 정리할 수 있겠어."
나는 아무리 많은 수의 동료들이 쓰러져도, 겁 없이 몰려드는 스켈레톤들을 불의 장벽과 얼음 폭풍의 콤비네이션을 이용하여 계속해서 막아냈다.
땅에서는 끝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스켈레톤이 계속해서 튀어나와서는 나를 향해 덤벼들었고, 나는 계속해서 마법을 날려주어야 했다.
그리고 기력이 거의 다 떨어져 갈 무렵, 드디어 스켈레톤의 출현이 멈추었다. 남은 것은 고작 몇십 마리의 스켈레톤이 전부인 상황.
"짜증 나는 순간은 지난 것 같군. 이제는 이쪽이 스트레스좀 풀어야겠다!"
나는 남아있는 스켈레톤들은 검을 꺼내 들어 직접 한마리, 또 한마리 부셔나갔고, 모든 스켈레톤을 처리했을 때 드디어 진영을 둘러싸고 있던 결계가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