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젼헌터-마물헌터 가되 었습니다-107화 (107/110)

00107  종장  =========================================================================

6 층계의 입구를 개방시켜 나의 온전한 힘을 모두 되찾은 후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다.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바로 이 던젼의 주인에게 도전할 생각이다.

그 전에 아리와 벨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나는 두 사람을 불러놓고 이야기를 했다.

"이제 한 층만 더 공략하면 이 던젼도 끝이야.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두도록 해."

벨이 투정을 부리듯이 말했다.

"그런데 이번 던젼에서는 저희가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오히려 공략은 훨씬 빨랐던 것 같아서 왠지 억울해요!"

나는 그런 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하하, 지금은 너희가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걸."

"우와~ 강한님도 그런 말을 할 줄 아세요?"

"그게 내 진심이니까. 부끄러워할 필요 없지."

정말이었다. 평상시의 나라면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을법한 느끼한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그만큼 그녀들이 존재가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던젼을 공략하고 나면, 영지로 향하실 건가요?"

아리가 내게 물어보았다. 나는 아리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었다.

"응. 제럴드에게 모두 맡겨두는 것도 영주로서 못 할 짓이니까. 그래도 내가 있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되지 않겠어? 그리고 부활한 스텐베르크영지에 하루빨리 아리를 데려가고 싶어."

"스텐베르크…."

아리 자신에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이름에 감정이 동한 듯, 아리의 눈동자에 물기가 어렸다. 나는 그런 아리의 눈가를 살며시 닦아주고는 내 품으로 끌어당겨서 안아주었다.

"아앗! 강한님, 저도요!"

"그래, 너도 이리와 벨."

나는 뛰듯이 안겨오는 벨 역시 부드럽게 받아서 품에 안아주었다. 어느새 내 마음속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존재들. 나는 그녀들의 소중한 체온을 느끼면서 잠깐의 휴식을 만끽했다.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있어 음습한 기운이 맴돌았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인골이 발에 밟혀 부스러졌다. 마치 인골로 만들어진 길을 걷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걸어 내려간 길의 끝에는 이 던젼의 주인. 데드포스의 최강급 몬스터.

본 드래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본 드래곤은 드래곤의 사체로 만든 언데드 몬스터다 냥. 드래곤의 강력한 육체를 지녔지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지능이 없기 때문에, 실제 드래곤보다는 훨씬 약하다 냥. 하지만, 언데드인만큼 살아있는 존재는 이 본드래곤 앞에서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된다 냥.

큐비가 본드래곤에 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본 드래곤은 정말 압도적인 크기를 보여주었는데, 싸이클롭스 킹의 높이에는 못 미치지만, 덩치만은 너무나 커다래서 과연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그래도 진짜 드래곤도 아니고, 뼈다귀 드래곤에게 질 수는 없는 일이지."

진짜 드래곤이 나타난다고 해도, 무서워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내게는 드래곤을 이길 수 있는 충분한 힘과 경험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상대해온 몬스터들의 수도 절대 적지 않다. 그중에는 베히모스나 히드라같은 드래곤과 거의 동급의 몬스터들도 포함되어 있다.

하물며 뼈밖에 남지 않고 지성도, 의지도 갖추지 못한 시체 따위에게 질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이긴다. 그리고 아리와 벨에게 돌아간다."

나는 검을 쥐어 들고는 검에 오러를 주입했다. 검을 벗어날 정도의 넘치는 오러블레이드는 필요가 없다. 한정된 크기로 절제된 오러는 제어가 안 된 오러블레이드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나는 본 드래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본 드래곤과의 승부는 일순간에 갈려졌다. 나는 이곳 죽음의 던젼의 각 층계를 돌파해 오면서, 수도 없이 많이 핵을 직접 공격하는 기술을 연마해 왔다. 이제는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핵을 직접 가르는 것이 가능해졌다.

본 드래곤은 강력한 몬스터다. 하늘을 날아서 이동하는 녀석을 쫓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힘 역시 강력하다. 죽어서 시체가 되었어도 드래곤은 드래곤.

그렇지만 승부에서 승리한 것은 바로 나였다.

압축된 오러 블레이드는 본 드래곤의 단단한 뼈조차 도 가루로 만들었고, 바로 이어서 모든 오러를 쏟아부은 강력한 검격에 본드래곤의 핵은 휩쓸렸고, 그대로 본드래곤은 다시 시체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히 녀석은 쓰러졌다. 아니, 내가 터무니없이 강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내 오러블레이드가 가르지 못할 것은 없었고, 핵을 가르면 상대가 아무리 강력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버티질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나였다.

-푸, 풀파워!

본 드래곤을 쓰러트리자, 녀석의 시체에서 역시나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내게로 흡수되었고, 그때 큐비가 괴상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 풀파워?

"왜 갑자기 호들갑이야?"

-드, 드디어 풀파워가 되었어! 설마 단일객체가 이 정도까지 에너지를 모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수고했다, 강한!

그때 나는 이상한 위화감을 큐비에게서 느꼈다. 냥냥거리는 말투가 아닌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느낌 자체가 달랐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이날이 오게 되었군요."

"헉!?"

나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갑작스럽게 뒤에서 거대한 핵의 존재를 느꼈기 때문이다. 정말 갑자기 나타났다.

"폴!?"

그는 폴이었다. 차원상인 폴. 토끼의 얼굴을 가진 인간.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폴은 절대 아니었다. 이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당신 누구야."

내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검을 치켜들었지만, 그는 빙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검은색 구멍이 생겨나더니, 그 안에서 갑자기 흰색 털의 새끼고양이가 튀어나왔다.

"큐비!?"

새끼고양이가, 폴의 옆으로 다가서면서 말했다.

"이분이 바로 나의 마스터. 너에게 빌려준 아바타 시스템의 개발자."

"뭐라고!?"

그냥 상인은 아닐 거로 생각했는데 설마 아바타 시스템을 만들어낸 장본인일 줄이야.

어떤 식으로든 아바타 시스템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마이너스 포인트를 이용한 거래라든지, 무기 시스템이라든지, 아바타 시스템과 연관된 것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웃고만 있던 폴이 입을 열었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껏 수많은 사람과 계약을 맺어왔지만, 당신처럼 혼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모은 사람은 처음입니다. 덕분에 원하던 에너지를 모두 모을 수 있었어요."

에너지? 설마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얻는 마이너스 포인트를 이야기하는 건가?

"수고해주신 답례로, 이대로 조용히 당신의 세계로 돌려 보내드리도록 하지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가 팔을 들어 올려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 순간 내 의식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끈이 끊어져 버린 꼭두각시처럼 그 자리에 쓰러져버리는 김강한을 바라보는 차원상인 폴의 얼굴은 회안으로 가득했다.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정말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끝내 나는 목표를 이루었다. 그토록 오랜 기간 기다려온 그 순간이 드디어 온 것이다."

"경하드립니다. 마스터."

고양이 큐비가 예의 바른 모습으로 자신의 마스터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큐비를 폴이 흐뭇한 미소를 띠며 바라보았다.

"너도 그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다. 네가 아니었다면, 목표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지."

"마스터의 힘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하얀색 새끼고양이가 만면의 미소를 띠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잠시 후 고양이의 몸에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올라 오기 시작했다. 모든 연기가 빠져나온 후 고양이 역시, 김강한과 마찬가지로 지면 위에 쓰러졌다.

그리고 빠져나온 검은 연기가 김강한의 몸으로 모여들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세상은 새로운 신의 탄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

폴이 격정에 겨운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신이 된다!"

그리고 폴에 몸에서 영혼상태의 어떤 사람이 스르륵 빠져나와 강한의 몸으로 옮겨 갔고 폴의 몸이 풀썩 땅바닥에 쓰러졌다. 강한의 몸에 영혼이 정착한 순간, 강한의 감겼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강한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가만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아직 기운이 정제되지 않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극적인 변화가 없다. 우선 모든 기운을 정제해야겠어."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강한의 몸에서 어두운 기운이 조금씩 빠져나와 강한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나는 황당한 기분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내 상태는 뭐랄까, 영혼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었다. 날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전혀 나에 대해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어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지금의 나는 영혼만 이 세상에 남아서 녀석의 행동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자기 자신을 신이라고 부르는 과대망상증 환자에게 뒤통수를 맞아버린 건가?"

솔직히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생각이 부족했던 것도 같다. 조금 시간을 들여서 큐비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는데, 큐비도 저렇게 가버렸다. 뭐야, 이거.

"그나저나 이 할아버지는 왜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야? 설마 그동안 내 머릿속에 들어오던 메시지가 모두 내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건 아니겠지?"

그러면 정말 큰일 난다. 나는 지금까지 그 메시지만 믿고 행동했던 건데, 만약 그 할아버지가 나타나지 않게 되면 어쩌라는 말인가. 아리와 벨은?

점점 걱정으로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할 때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말게나. 결코, 망상 같은 건 아니니까 말일세."

나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영혼인 상태로 보이는 처음 보는 어떤 할아버지가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나는 분명히 이 할아버지를 알고 있었다. 이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역시 내 머릿속에 이상한 메시지를 계속 남겼던 게 당신이었군요."

"녀석의 감시망을 피하려고 고생을 좀 했지."

"일단 설명을 해 주시겠어요? 저, 지금 머릿속이 아주 복잡하거든요?"

"걱정하지 말게나.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설명해 줄 생각이었으니."

그 노인이 검은 돌의 기운을 흡수한 사내를 바라보면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페레인. 마법사일세. 그리고 저 녀석은 내 제자인 스레인이라는 녀석이지."

그리고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그가 평생을 바쳐서 이룩하려 노력했던 어떤 일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