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젼헌터-마물헌터 가되 었습니다-109화 (109/110)

00109  종장  =========================================================================

원래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그건 그렇겠지. 아바타 시스템이 없는 이상은 다시 저 육체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전처럼 이곳과 지구를 왔다 갔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구에는 내 가족들이 있고, 친구도 있다. 소중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음…. 부모님께는 정말 죄송하고, 친구들에게는 면목이 없지만, 이곳에는 더욱더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 그것도 둘씩이나.

"한 가지만 확인할 수 있다면, 전 미련없이 이곳을 선택하겠어요."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페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페레인이 싱긋 웃으면서 선수 쳐서 말했다.

"알고 있네. 자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이야."

그가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 위에 두 개의 보석이 떠올랐다. 하나는 파란색, 하나는 붉은색의 보석이었다.

"미리 손을 써 놓았다네. 바로 자네의 소중한 사람들을 봉인해둔 보석일세."

나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그 말은 저 보석 속에 아리와 벨이 갇혀 있다는 소리인가? 설마 내가 다른 선택을 못 하도록 인질을 잡아놓은 거란 말이야?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게나. 순전히 선의로 그녀들을 보호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내가 미리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들은 저 스레인 놈에게 빼앗겼을 텐데? 그래도 괜찮았겠나?"

"고맙습니다, 영감님!"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 다행이다. 솔직히 엄청나게 불안했다. 그녀들은 아바타 시스템에 묶여있는 상태. 그게 저 스레인이라는 놈의 손에 있었으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흘흘흘. 알았으면 됐네. 자, 그럼 선택을 하게나. 이곳에 영원히 남겠나, 아니면 고향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잠깐만요. 그런데 이 보석에 그녀들이 봉인되어 있다면,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거죠? 설마 푸는 방법은 세상 어딘가에 있고, 설마 그것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당연히 푸는 방법이 있지. 그러려면 우선은 저 육체를 되찾아야 한다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미 그녀들을 위해서 이 세계에 남기로 한 이상은 말이다.

"당연히 이곳에 남을 겁니다. 그러니 방법을 알려주세요."

"신중하게 생각하게.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될 테니까 말일세."

이미 내 결심은 확고하다. 두 사람을 두고 이 세계를 떠날 수는 없다. 절대로!

"남겠습니다."

"좋아. 그럼 방법을 알려주지. 내가 지금부터 자네를 저 육체에 되돌려 주도록 할 것이네."

페레인이 지금 스레인이 차지하고 있는 내 육체. 정확하게는 내 육체를 기반으로 만든 아바타의 신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녀석이 마이너스 에너지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저러고 있는 지금이 유일한 찬스일세. 그 뒤에는 이 세상 그 누구도 저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네."

뭐, 정말로 신이라도 될 수 있는 에너지라면 당연히 저걸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스레인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되겠지.

"단, 지금 스레인 녀석이 저 육체를 차지하고 있으니, 간단히 되찾을 수는 없을 것이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저 육체 안에 들어가서 스레인 녀석과 싸워서 이기면 되네. 만약 지게 된다면 자네의 영혼은 영원히 소멸하게 될 것이네."

그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언제든 부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죽어버린다는 뜻이다.

"싸운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 싸운다는 말이죠?"

"심상의 공간에서 스레인과 대결을 하게 될 것이네. 그 안에서는 자네의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서 승부가 갈리게 되는 것이네."

"마법사를 상대로 정신력으로 승부하라는 겁니까?"

스레인은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의 능력을 지닌 마법사다. 아바타 시스템의 힘을 빌려서 파이어 에로우나 날리는 그런 짝퉁 마법사가 아니고, 그 아바타 시스템 자체를 만들어낸 진짜배기 마법사.

"글쎄? 나는 자네가 스레인에게 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데?"

"무슨 근거로요?"

나는 조금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어보았고, 펠레인은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네가 잘하는 기술이 있지 않은가? 본 드래곤 조차 한 번에 쓰러트렸던 기술이."

"설마 영혼 상태에서도 그 기술이 통한다는 말인가요?"

"영혼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았나? 어차피 핵이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인 기관은 아니지 않은가?"

그게 가능한 건가? 왠지 불안한데.

"정신력 싸움에서 자네가 저놈에게 밀린다는 건 뭐, 분명한 사실일세. 하지만 그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믿음.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일세. 그리고 절대 질서없다는 투지. 이 두 가지만 반드시 기억하고 있다면, 자네의 그 기술로 분명히 저놈을 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아무래도 페레인은 내가 그 기술로 스레인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모양이다. 나보다 오히려 더 나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의심해서는 안 되겠지. 어차피 나에게는 반드시 녀석을 꺾고 그 몸을 돌려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소중한 두 사람과 함께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저, 하겠어요!"

나는 페레인의 능력으로 원래 내 육체, 뭐 사실은 아바타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이제부터는 진짜 내 육체가 되어줄 육체에 전이됐다. 영혼상태에 불과하면서도 재주도 많은 늙은이다.

내 육체 안은 상당히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혀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다.

기괴하다고 할까 이상하다고 할까, 형태가 갖추어지지 않은 알 수 없는 물체들이 두둥실 떠 있고, 형형색색으로 사방이 물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기이한 공간에 스레인의 모습이 보였다. 놈은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상을 하는 수도자로 보일 뿐이지만, 저것이 지금 마이너스 에너지를 자기에게 흡수를 시키고 있는 행동이라고 페레인은 말했다.

만약 저 힘을 온전히 흡수해 내게 된다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스레인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 상태로도 이미 충분히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놈을 제압하기 위해서 이렇게 정신세계로 들어와 있는 것이고.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녀석이 마이너스를 사용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스레인이 내 존재를 눈치채고, 감았던 눈을 조용히 떴다. 그리고는 나를 직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건 예상외군. 어떻게 네가 이곳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이지?"

폴일때의 말투와는 역시 전혀 달랐다. 이게 진짜 저 녀석의 모습이겠지.

"뻔하잖아. 이게 원래 내 몸이었으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군. 좋아, 그건 그렇고 이곳에서 네놈이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네 놈을 없애버리고, 내 몸을 되찾아 가겠어."

스레인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바타 시스템으로 잠깐 힘을 가져봤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이군. 그것이 정말 네 힘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스레인에게서 압도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곳에서는 실제 힘을 사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저것이 바로 정신력이라는 것이겠지. 과연 마법사의 정신력은 대단해서 내 영혼이 단숨에 갈기갈기 찢어져 나가버렸다. 아마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나는 이대로 소멸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웃을 수가 있었다. 아주 확실하게 녀석의 핵의 존재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갈기갈기 찢겨나갔던 영혼이 원래대로 복구가 되었다.

핵의 존재를 느꼈다. 그리고 이곳은 정신의 세계. 의지만으로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 나는 마음의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검으로 녀석의 핵을 갈랐다.

"이…. 게, 무…. 슨, 말도, 안…. 되는…."

스레인의 황당해 하는 표정이 잠시 보였고, 곧이어 그에 존재가 이 공간에서 서서히 지워져 갔다. 영혼이 사라지고 존재 자체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신이라도 될 수 있다는 힘을 손에 넣은 자의 말할 수 없이 황당한 최후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