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참았다.
녀석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참았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이 자식...
안심했는지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전력을 다하라고. 전력을 다해도
이기지 못했을 때
가장 큰 절망감을 맛본단 말야!!’
내 재미를 위해서 설치게 놔두는 것이었기에, 베지터의 방심은 내겐...
용납되지 않는 것이었다.
“전력을 다해. 안 그러면, 죽어!”
그리고 나는 녀석에게 경고의 의미로 일격을 가했다.
“크허억!”
복부에 강하게 한 대 맞은 베지터...
죽으려고 그런다. 지금의 녀석을 보니...
“어이, 손속에 사정을 뒀으니 일어나라구.
좀 더 날 즐겁게 해줘야지.”
“이... 이 자식..”
“하급전사의 아들 녀석에게 당하니깐 어떠냐?
기분 참 안 좋지?”
“닥쳐!”
“안 좋아도 할 수 없지. 네 녀석은 나보다 약해.
그건 이 지구가 폭발한 뒤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콧대만 높은 사이어인의 왕자님아...”
“크으으윽!!!”
복부의 고통 따위는 예전에 사라졌다.
지금의 베지터에게 참을 수 없는 것은 고작 하급전사 나부랭이의 아들에게 일격을 받고서는 일어설 수 없는 자신이었다.
“크아아아!!!”
“자식, 놀래키지 마!!”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녀석의 눈빛을 살폈다.
‘진심인 모양이군. 이래야 재밌지...크큭!!’
그리고 다시 2회전이 시작되었다.
“피..피콜로 아저씨...”
“조금 있으면 오공이 올 것이다.
오공이 오고나면, 사정을 들어보자.”
“네...”
전투력이 1000을 넘나든다고는 해도 오반의 나이는 이제 다섯 살...
유치원에 다니면서 이불에 지도를 그릴 나이다.
“뭐야, 사이어인은?”
그리고... 내퍼와의 일전...
이라기도 뭣한 싸움이었지만 여튼,
일전을 치른 뒤에나 나타난
야무차, 천진반, 차오즈...
“뭐야, 너희들 이제 온거야?
사이어인이라면 없어.”
“무슨 소리야 크리링?”
그중 제법 크리링과 친한 야무차가 말을 꺼냈다.
“지구를 지키려는 사이어인이
그들 중 하나를 없애고 지금
다른 하나도 없애려고 싸우는 중이야.”
“에?”
크리링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야무차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설명을 요구했고, 곧 크리링의 장황하고도 감정이 약간 담긴 설명을 들은 야무차는 납득을 하였다.
“그럼 우리는...”
“도와주러 갈까?”
지금 이 말은 기절한 자신 앞에서
부르마를 강간한 나를
끝없이 원망했던 크리링의 말이었다.
“아니다. 오공이 오면
다들 같이 가는게 좋아.
지금 상태로 가기만 하면 방해도 되거니와, 자칫하면 녀석에게 당할 수 있어!”
냉철한 피콜로 어르신...아니 아가씨의 말씀이었다.
“왜 그래 피콜로.. 착한 녀석이잖아.
지구를 지켜주겠다고 우리 대신 싸우고 있다고...”
“넌 저 사이어인이 누군지 잊어버렸단 말이냐!!”
“피콜로 넌 만난 적 있어? 난 오늘 처음 보는데...”
역시... 신룡의 소원은 정확했다.
그녀의 어이없는 대답에 의아한 피콜로였으나, 아직은 손오공 일행과 관계가 소원한만큼 그렇게 신경쓰지는 않기로 했다.
오반이 아니었다면 저들과는
아직도 적이 되었을 것이기에...
“아무튼 오공이 오기를 기다리자.”
“그래...”
그렇게 그쪽은 오공이 온 뒤에 사정을 듣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룰룰루... 뭘 먹지? 손오공? 부르마? 크리링?
녀석도 조금만 살갑게 굴면 알아서 따라올테니...
흐음... 좋아 새로운 녀석으로 결정이다!”
평상시에 들었다면, 성을 모르는 어린애는 부르마니, 손오공이니 하는 요리를 먹으려는 사람의 흥얼거림으로...
알 거 다 아는 어른은 야한 거 잔뜩 밝히는 에로변태 젊은이의 헛소리로 치부할 소리...
하지만 그 소리가 들리는 곳은 지구의 운명을 놓고, 두 명의 전사들이 치열하게 혈투를 벌이는...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고원지대였다.
“내가 그렇게 우스운가!!”
“어.”
“크윽!”
베지터 역시 전력으로 싸우고 있음에도 내게 손톱만치의 상처를 입히지 못하는 사실에...
분해하고 있었다.
2만 대 2만 2천 500...
고작 2천5백의 차이지만...
농부의 산탄총 전투력이 5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베지터와 나의 차이는 무려 산탄총 500자루나 되었다.
‘그 정도면 일개 대대급이군...’
군인 500명분 전투력 차이를 베지터는 실감하고 있었다.
‘녀석... 여자로 만들면 어떤 맛일까...’
목숨을 거는 혈투에서는
순간의 방심이 큰 화를 부른다고는 했지만, 나와 베지터의 실력차는 분명했다.
가끔 분노게이지가 높아져
2만을 넘는 전투력을 낼 때는
2배의 계왕권으로 맞상대 해주었다.
베저터... 그에게 있어서 나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갤릭포도 소용없었지...’
드래곤볼 베지터와 손오공의 명승부에서 반드시 나오는 3배 계왕권 가메가메하와 갤릭포의 맞대결...
베지터의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었던 갤릭포도 아무렇게나 날린 내 기공포에는 밀려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손오공보고 가메가메하나 알려달라 그래야지.’
아무래도 폼이 나지 않았다.
주인공이면, 명색이 ‘무슨무슨 포’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