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188)

자기가 욕망에 몸을 맡겼으면서, 그럼 당연히 소리가 날 것임을 알면서도 애써 잠옷을 물어가며 신음을 막아내는 치치...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먹이에게까지 측은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내 철저한 자기신념을 가지고 있던 나였기에...

거침없이 그녀에게 다가갔고, 

오공의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가지고 온 유리병의 마개를 조용히 열었다.

‘역시... 유명한 발명가를 장인으로 둔 게 다행이라니깐...

뭐든 뚝딱 만들어주시니 말이야...’

간단히 말하자면 미혼약... 더 간단하게 말하면 춘약을 향수형으로 개발한 부르마의 아버지...

이 역시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 부르마의 아버지에게..

요새 부르마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을 핑계로 받아온 약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조법을 비롯하여, 여자들 50명분에 해당하는 약까지 받아왔으니...

한 번의 관계를 끝으로 효과가 사라지는 약이지만 상관없었다.

제조법도 아는 이상, 다시 만들어버리면 그만이기에...

사담은 이정도로 그치고, 

본격적인 치치 공략전에 들어가기로 한 나는 치치가 눈치채지 못하게 마개를 연 이 미혼약을 그녀의 코에 가져다 대었다.

낮이었다면 단번에 들킬 터였지만... 지금은 밤...

내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눈치챌 리는 없었다.

“흐응...하아, 하아...”

‘드디어 반응이 오는 건가?’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는 미혼약...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치치는 그것을 들이마셨고,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그녀를 찾아왔다.

‘하아...하아... 이, 이상해... 점점 내 몸이... 내 몸이...’

그녀는 느꼈다.

평소보다도 더 느껴오는 자신의 몸을...

그리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원하는 자신의 몸을...

그런 그녀 앞에 아주 잠시지만 달빛이 비춰왔다.

그리고...

오공의 동생이라는 그 남자를 보았다.

“형수님, 어디 편찮으신가요?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그는 말하고 있었다.

미세하게나마 들어오는 달빛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그를...

무슨 이유에서였는지는 몰랐다.

단지 그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그의 품에 안겼다.

“저, 저기 형수님...”

“자..잠시만이라도 좋아요...잠시만..잠시만...”

“............”

‘어이쿠 이런... 벌써 약효가 들기 시작하는 건가?

하하... 역시 미혼약이 직빵이라니깐 이런 일에는...크크크’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단은 안심시킬 필요가 있음을 알고 있는 나였기에 

치치를 조심스럽게 안아서는 

안방에서 나와 마루로 향했다.

“이..일단 쇼파에 앉아계세요. 형수님...”

잠시 안정을 취하도록 만드는 나...

제3자가 보기에는 자상해 보이는 도련님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약효가 빨리 돌도록 

약간의 시간을 두고자 함이었다.

‘단순히 미혼약을 썼다 그래서 덤비는 놈들은 미련한 거지.’

여타 게임에서도 미혼약을 쓰자마자 덤벼들었다가 기가 센 여캐릭에게 된통 얻어맞았다는 기억을 떠올린 나는 그 때의 교훈을 되살려, 약효가 돌때까지 그녀를 가만히 두기로 했다.

“하아....이, 이제는 괜찮은 것 같....흐응!!”

“무, 무슨 일인가요 형수님? 예?”

한없이 순수해보이기만 한 시동생으로 연기하고자...

나는 무진장 노력하고 있다.

여자는 내 사람이 되기 전에는 항상 그 경계심을 허물어주는 것이 중요하니깐...

그게 가상현실 속이건, 현실이건 말이다.

“도...도련님”

“말씀해주세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저...저...도련님...”

“??”

여기서 잠시 운을 띄운다.

그녀가 욕망에 더욱 몸부림치도록...

그리고..

“저, 저를 안아주세요....”

“네?”

여기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연기한다.

갑작스럽게 형수가 시동생을 안는다니...

그것도 단순한 욕망으로....

그녀에게 약간의 수치심을 느끼도록 의문을 표한 채로 얼굴을 약간 굳힌다.

“저..저... 이러면 안되는 것을 알지만...

오공씨는....오공씨는...흑흑...”

눈물로 호소하는 여인... 하지만, 

‘아직이다.’

내 마음속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여자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와도 아직은 내가 안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형수님...하, 하지만 그래도 누님이 계시는데...”

“도련님도 아시잖아요. 오공씨는 이제 여자인걸...”

“그래도 이번에 나메크성으로 다녀오면 남자로 돌아오실 겁니다.”

“그...그래도...그래도...”

‘그 긴 시간동안 혼자서 버틸 수 없다...

그렇게 말할 생각이겠지...’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초지일관 묵묵부답이었고...

결국 그녀는 최후의 수단이라도 되는 듯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저...도련님이 좋아졌어요.

도련님의 것을 가지고 싶어졌어요...

도련님...도련님...제발 저를 안아주세요...

제발...”

‘좋아...이 정도의 매달림이라면...’

역시 조강지처 타입이라서 그런가?

부르마는 날 유혹하려고만 했는데...

이쪽은 정으로 호소하는 것이... 무언가 달랐다.

그렇다... 부르마와는 다르게 무언가 

누군가가 칠해놓은 그림을 

내 색으로 덧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예...그, 그러니 제발...”

“하아...형수님...”

“제..제바...흐읍?”

무드있게...욕망은 감추고, 

서서히...서서히...그녀에게 다가간다.

그것이 여성편력으로 다져온 나만의 공략법이다.

그녀의 입을 맞추고는 부드럽게 혀를 굴리는 나...

먹는 것과 싸우는 것 외에는 

관심없는 남편을 뒀던 치치인지라...

이런 분위기에는 더 약할련지도 몰랐다.

“흐읍...으음...으우...”

점점 그녀의 입술은 나를 탐해왔고, 내 혀를 받아들이고는 서서히...

쾌락의 늪으로 자신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손을...그녀의 깊은 곳으로 진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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