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188)

현재 그 기체 안에는 한명의 인영이 있었다.

뒷모습을 보면 체구가 약간 아담하고 굴곡이 있는게 한눈에 봐도 여성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손오공...

그녀가 지금 이 기체에 오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걸 타고서 가라고?

다른 애들한테 가는거 아니었어?”

“우리는 따로 할 일이 있어.

그러니깐 누나는 오르기만 해.”

“그, 그치만 크루비츠...”

“그쪽은 베지터가 알아서 잘 보호해줄 거야.

그러니깐 걱정하지 말고... 응? 먼저 출발하도록 해.

조금 있다가 나도 뒤따라 갈테니깐... 알았지?”

“우음....그래. 알았어.”

“하아...”

그 때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아무 영문도 없이 기체에 올라타는 오공...

“조금 좁네... 근데 이거... 배고프면 어떻게 하지?

음식도 없는거 같고...쩝, 그냥 잠만 실컷 자야겠구나.”

본디 이 둥근 기체들은 강한 전사들이 타고 다닌다.

그들의 힘이 워낙 출중하기 때문에 우주선을 크게 만들 필요도 없었고, 전투에 최적화 되는 몸만 만들면 될 뿐, 기타 잡스러운 물품들을 담을 이유도 없었다.

행여나 수련등을 목표로 우주선에서 애쓸 필요도 없는 것은 물론이다.

하나의 전사가 행성의 일부분을 파괴할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더 강해져서 뭣하겠는가... 수련장은 본부에 있으니, 그곳에서 해도 상관없었다.

뭐, 그런고로... 이 기체는 이런 모양으로 설계되었다.

“이제 이러고 있으면 되는건가?”

자리에 앉고 문이 닫히자마자 나오는 기체가스...

수면과 함께 식욕등을 억제하고 신체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체인 그것을 마시자...

오공은 곧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잠이 들자마자 그 구체는 어딘가로 향해 날아올랐다.

“그럼 출발해보도록 할까요 크루비츠?”

“그렇지만 부하들이 전부 죽었는데...

죄송합니다만 전 우주선을 다루는 솜씨가...”

“후훗... 별을 분석하는 용도가 아닌 이상...

부하들이 없어도 우주선은 자동으로 움직인답니다.”

지구보다도 과학기술이 발달한 프리저의 우주선...

자동운항 정도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그럼 출...어라? 기뉴 대장의 우주선이...”

“무슨 일이죠 프리저님?”

“둘만 있을 때는 존칭 생략하기로 했잖아요...

그보다... 흐음, 제가 잘못 본 걸까요?”

“그게 무슨 말이지?”

존칭생략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반말을 하는 나...

하지만 프리저는 그리 개의치 않는가보다.

“기뉴대장의 우주선이 대기권을 탈출하는 걸 봤는데 말이죠...

흐음, 제가 잘못 본 것이겠죠?”

관계를 맺은 이후 기뉴는 장렬히 전사했다고 말을 한 나였다.

그리고 그걸 믿고 있는 프리저이기에...

기뉴의 우주선이 대기권 밖으로 탈출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그녀이기도 했다.

“흐음... 잘못 본거 같은데? 설령 지구에서 온 쥐새끼들이라 해도 자기들 우주선을 타고 가지 그 우주선을 탈 이유가 없지 않겠어?”

“으음... 그렇겠죠? 그럼... 가보도록 해요. 본부로...

그곳에 어머니가 계시니깐 이 기회에 인사시켜 드릴게요...”

“인사...라, 그럼 난 장모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크루비츠도 참...”

“후훗... 사랑해. 프린...”

“저도 사랑해요... 크루비츠...”

“그런데 우린 나메크성에 왜 온거지?”

“그러게 말이야... 여기 온 목적을 모르겠어.”

“드래곤볼을 찾으러 간 거였는데 말이야...

근데 피콜로가 죽은 것도 아니니, 지구 드래곤볼이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급박한 소원이 있던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어차피 1년만 기다리면 다시 소원을 빌 수 있으니 우리들 원래대로 바꿔달라고 그랬으면 되는데...”

“뭐긴 뭐야... 다 그, 크루비츠씨 때문 아니겠어?”

“하긴... 크루비츠는... 뭐랄까, 오공과는 많이 다르더라.”

“천성적으로 사기꾼 기질이 있는 거 같아.”

“게다가 아빠보다 더 강하구요...”

왁자지껄... 한참 전에 나메크성의 궤도에서 이탈한 다음의 우주선 안 그녀들의 대화였다.

“뭐, 뭐라고?”

“뭐야 베지터... 무슨 일이야?”

“그, 그 드래곤볼이라는 게...

딱 한 번만 소원을 들어주는게 아니었나?”

“그거야 당연한거잖아. 뭐... 여기 나메크성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지구에서는 1년을 주기로 소원을 다시 들어준다구.”

“그런데 너희들은 왜 이곳까지 온거지?”

“우리들은 작은 아버지가 여기로 가자고 그러셔서 왔어요.”

베지터가 같은 편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돌려서인지...

터놓고 대화를 하는 오공 친구들과 베지터...는 아니고 오공 친구들만... 그런 거 같다.

“무슨 꿍꿍이로 여기 온 거지 크루비츠...

지구의 드래곤볼은 1년만 지나면 다시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굳이 이곳까지 올 필요가 없지 않았나?”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달...까?

작은 아버지 말만 들었을 때는 가지 않으면 지구가 멸망할 정도였는데 꼭 생각해보니 그런 것 만은 아니였죠? 크리링 아저씨...”

“맞아... 오공이나 나나, 오반이...

대부분 사람들의 성별을 다시 바꿔달라는 건 지구에서 빌었어도 문제없었잖아?”

그걸 이제야 알다니... 참 이용해먹기 쉬운 애들이었다.

모름지기 사람을 상대로 할 때는 말빨만큼 중요한게 없다고 했던가...

그닥 어려운 소원도 아니었고, 충분히 1년만 버티면 지구에서 이룰 수 있는 소원이건만 나의 화려한 말빨로 나메크성까지 오게 된 녀석들...

이제 와서야 그것을 눈치채는 걸 보니...

참 앞으로도 자주 애용해야 될 거 같다.

“그래도 괜찮지 않았어요 크리링 아저씨?

조금이지만 강해지기도 했고...”

“이봐 이봐. 난 사이어인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그렇게 취급하지 말아줘. 오반...”

“그래. 전투민족 사이어인이 아닌 지구인 따위는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뭐야!!”

“죽이지는 않더라도 한번 손은 봐줄 수 있는데 말이야...

덤빌 테냐?”

현재의 베지터 상태...

나한테 속아서 기뉴에게 열라 얻어터졌다.

1년 주기로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볼인 줄도 모르고 괜히 나메크성 갔다가 프리저 미움만 샀다.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조무레기들을 보호해야 된다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뭐 이건 둘러댈 핑계가 없어서 지가 만들어낸 거지만...)대충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현재 분노게이지는 MAX를 향해 달리고 있는 터였다.

지금 이 상태에서 내 당부만 아니었다면 크리링은 잔혹하게 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크으... 칫 관두자 관둬... 되지도 않는 싸움 해서 뭐하게...”

“조용히 닥치고 있어라.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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