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7/188)

“천진반의 낙승이겠어.”

“아직은 섣부른 판단을 하기 어려워. 크루비츠...”

“흥! 그래봐야 애송이들의 싸움이지...”

“이번만큼은 베지터의 말에 동감하고 싶네요.”

나를 비롯한 손오공, 베지터, 프리저의 감상평이었고, 사천왕 및 인조인간들의 반응 역시 평이했다.

피콜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크리링 저녀석... 인조인간에 대비해서 수련을 한다고 하더니... 고작 저 실력으로 어쩌겠다는 건가... 그에 비해서 천진반은 제법 숙련된 검의 느낌이 나...

칼날이 아주 잘 서 있어.’

겉으로는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렇게 경기평을 내고 있는 피콜로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감상평을 낸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으니...

‘그래도 나한테는 안되지만 말이야.’

이것이었다.

그에 비해...

“저, 저게 사람의 몸놀림이야?”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저런 몸놀림을 보일 수 있지?”

“어쩌면...정말로 어쩌면 크루비츠보다도 더한 격투가의 등장일지도 몰라.”

사탄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반인들 평가는 이러했다.

‘하긴... 내가 보여준 거라고는 상대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보여준 한방 그것 뿐이었으니깐...

이젠 1회전에서부터 내 한방 전설이 깨지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겠지...’

나름대로 한방 전설을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긴 했으나...

어차피 다른 동료들과 만나면 깨어질 전설...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속편했다.

‘그나저나...무지하게 지루하군. 아직 내 경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그늘에서 낮잠이나 자야겠어.’

그리고는 프리저에게 내 경기 때 되면 

깨워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저 멀리 나무그늘에서 잠을 청했다.

물론 프리저는 그 전에 경기가 있었지만...

별 무리없이 끝날 것이기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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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사탄! 사탄! 사탄! 사탄!”

“으으음....으아아아 시끄러워!”

제길... 프리저에게 부탁을 했었는데, 짜증나게 군중들의 소리로 잠에서 깨어버렸다.

경기결과 따위는 궁금하지 않아서 경기시간 전까지 다시 눈좀 붙일 생각이었지만...

‘저렇게 시끄러워서야 원... 다시 잘 수 있겠냐고!!!!’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프리저와... 매스컴 상 내 적수로 인정되는 사탄의 대결을...

“듣자하니 당신이 크루비츠씨의 부인이라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그런데... 왜 그러시는 거죠?”

“아니요...뭐, 집안일이나 하시던 분이 나올 곳이 아니라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어서요. 오호호호호!”

역시 광오하기 그지없는 사탄이다.

하지만,

“후훗... 그런 건가요? 남편의 말을 듣고서 한번 출전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 같군요.”

미소를 한껏 담아내면서 사탄을 바라보는 프리저...

‘안돼... 이거 잘못했다가는 살인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는걸?’

싸울 사람이 없어서 출전하기도 했지만, 모처럼의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보라는 취지도 있었다.

딱딱한 지구인의 풍습...

그것도 전형적인 현모양처, 

치치의 품에서 자란 오반이 가르쳐준 문화를 고스란히 담습하는 통에... 우주정복을 꿈꾸던 그녀는 가정주부로 그 자신의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처음 해보는 집안일...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 이것을 풀어주는 거라고는 나와의 잠자리, 그리고 대련정도밖에 없었다.

그나마 대련의 경우는 일종의 

육체적 노동이라고 볼 수 있는만큼...

그녀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고 볼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반증으로 잠자리에서 해오는 요구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화를 낸다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대신 오공이나 베지터가 죽어나갈 뿐...

원작대로라면 슈퍼사이어인이 된 이들을 절대 이길 수 없는 프리저...

하지만 종족상으로는 사이어인보다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덕에 

사이어인들보다 높은 전투력 상승을 할 수 있는 그녀이기에...

사천왕이나 오공, 베지터가 전투력 상승을 경험할수록 그녀 역시도 피나는 훈련으로 그 이상에 달하는 전투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때문에 오공과 베지터의 전투력이 아무리 높아져도 프리저에게는 어림도 없었고, 그 결과 원작과는 판이하게 다른 3천만의 전투력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약간 논점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프리저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집안일, 그리고 각종 예법으로 인해 프리저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웃음으로 끝났고,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녀는 웃음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재주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 사탄을 향해 내비치는 웃음이 바로...

그 살기를 띈 웃음...

겉으로 보기에는 언뜻 비웃는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내막을 알고 있는... 그리고 기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 이것을 봤을 때는 십중팔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생각을 품게 될 정도로... 그녀의 웃음은 무시무시했다.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 지금 그녀의 행동을 약간 제지할 필요가 있었다.

“프린!!!!”

“.......크, 크루비츠...”

“시합 전에 내가 했던 말... 절대 잊어서는 안돼. 알았지?

아무리 상대가 허접해 보이고, 깝죽대도, 절대 그 상대를 죽여서는 안된다. 알고 있지?”

‘다시 한 번 이 말을 상기시켜야만... 살인을 면할 수 있다.’

이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프리저를 향해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 프리저 역시 내 말을 듣고서는 웃음속에 감돌던 살기를 깨끗이 지웠다.

이로써 사탄의 죽음은... 또 한참 뒤로 연장되는, 사탄으로써는 내 발 아래 엎드려서 절을 해도 모자를 판인 기우가 따랐지만...

현재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울그락불그락 했다.

“그렇게 나를 무시해도 되는 건가요?

아무리 전 대회 챔피언이라지만 너무 하는거 아닌가요!!!”

그에 편승해서 관중들도... 약간이지만 동조하고 있었고, 곧 그 동조는 아우성이 돼서 내게 날아왔다.

“아무리 챔피언이라도 선수를 모욕해서는 안되는거 아닌가?”

“사탄이 당신보다는 못하더라도 나름 준우승을 한 여인이라고...

그렇게 무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봐.”

하지만... 다음에 울려퍼진 내 한마디에 관중들의 분위기는 숙연... 그리고 폭소로 이어졌다.

“부부싸움은 아내가 이긴다고 하지요.

세계 최강의 사나이도 마누라 앞에서는 벌벌 떠는 쥐신세입니다.

최강의 사나이를 떨게 하는 여인 앞에서...

고작 준우승자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상황은 그것으로 종료되었다.

“맞아맞아. 아무리 남자가 강해도 부부싸움만 하면 여자가 이기지.”

“아무렴! 부인을 당해내는 남편이 어디 있겠어.”

“후훗, 사탄... 그냥 기권하고 내려오는 게 어때?”

결국에는 이렇게까지 되어버렸고, 사탄은...

“...................”

얼굴을 붉히면서 얼른 시합 개시 사인이 들어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일단은 저 년의 면상에 주먹을 날려주겠어.’

뭐 이게 그녀의 생각인 듯 하지만...

잠시 뒤에는 그 생각도 깨끗이 접어야 될 것이다.

“자, 그럼 시합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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