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나 역시도 보통 공격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태양권!!”
일단은 시각적인 차단효과...
그리고,
“프리저에게 배운 이 기술...
시험삼아 써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둘째 손가락으로 기를 집중시켜, 적의 심장부를 향해서 쏘는 기공파...
그렇다.
그것을 난 계속해서 날릴 생각이었다.
물론
“왼손에는 기원참을 날릴테니...
재주가 좋다면 알아서 피해보도록.”
베리어를 깨뜨릴 수 있도록 양쪽 다 거대한 에너지를 응축시켜가면서 태양권으로 인해 벌은 시간을 차곡차곡, 기를 모으는 것에 할애하고 있었다.
“크으으... 이 자식! 내 눈을 가린다고 해서, 베리어까지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애초에 그럴 생각은 없었어.
그냥 난 이런 기술도 할 줄 안다고 뻐긴 거지...”
“제 잘난 맛에 사는 녀석이군.”
“그렇지 않으면 이런 허접한 애들 데리고 쌈놀이 해서 돈 벌기 힘들어.”
태양권의 효과가 끝나가는 동안 나는 지속적으로 녀석에게 답변을 해주었다.
행여나 내가 다른 꿍꿍이를 쓰지 않는다고 믿을 정도로...
자유로운 두 발을 사용해서 계속 베리어를 두들겨주면서 말이다.
“허튼수작이다! 내 눈이 안보인다 해서, 베리어마저 깨뜨릴 수는 없어.”
“지금 네 녀석과 딱 맞는 말이 있거든? 가르쳐줄까?”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그리고...”
이 다음 말을 잇기 전 17호는 눈을 뜰 수 있었다.
“분수를 알아라... 그럼 아디오스!”
뭐, 뜨자마자 기원참을 선물로 얻게 되었지만...말이다.
“이런!”
차마 대응을 하기도 전에 기원참은 베리어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리고...
경고의 의미로써, 녀석의 오른쪽 볼에 가도록...
일부러 각도를 틀었다.
당연하게도 녀석의 오른쪽 볼은 칼에 베인듯한 상처가 생겼고, 그 상태에서 차마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내 둘째 손가락은 17호의 머리 앞에 다가가 있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워워... 자칫했다가는 머리에 바람구멍 날거야. 조심하라구.”
“겨우 그까짓 기공파로 날 뚫을 수 있다고 보는가!”
“그까짓 기원참으로 네 베리어도 찢어발겼는데?”
“제길....”
“항복해라. 얌전히 공격에 당했었다면, 이런 치욕적인 말을 입에 담을 필요까지는 없었겠지만...
다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으으으으....”
애초의 목적이 손오공이었던 이상 17호는 물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게 ‘항복’을 말하는건 치욕적이라 생각하는 17호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대치전선을 계속 이어나갈 나도 아니지만 말이다.
“끄아아아악!”
“그 이마에 둥그런 구멍이 생기기 전에 어서 말하는게 좋을거야. 안 그러면 서서히....
서서히 네 이마에 인두질을 할테니...”
“항복해라. 17호!”
“저, 저 녀석이!!!”
끝까지 화를 자초하는 17호 앞에 나선건 16호...
과묵하기로 소문난 캐릭터인 16호였다.
“우리의 목적은 손오공을 없애는 것! 그냥 항복해라!”
“닥쳐! 이 17호가 고작 이런 녀석에...끄아아아아아”
“워워! 입버릇이 나쁘니...
손이 뻗는 속도를 조금 빨리 해주지.”
“17호!!!!”
“크으으으...제길!!!”
역시 자존심이 강한 녀석은 꺾을 때의 기쁨이 배가 된다.
“내가 졌다!”
결국 이번에도 손쉽게 2회전을 따낸 나였다.
“크윽!”
“승자는 크루비츠 선수... 의료진은 어서 들것을!!”
전체적인 타박상 이외에도 이마에 생긴 둥그런 상처...
상치이기를 떠나 다른 면에 비해 깊숙이 파인 그곳은...
가까이에서 보면 끔찍할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이군. 경기를 중지시키기 전에 기권을 해서 말이야...’
물론 그 전에 계속되었던 내 협박은 사회자가 들을 수 없었기에... 현재 사회자는 자칫 경기중단으로 이어질뻔한 경기를 스스로 기권해준 17호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봐. 크루비츠... 이번에는 조금 심했다구.”
“후훗, 뭐 간단한 경고차원에서 끝낼 생각이었는데...
녀석이 계속 버티더라고...”
“그래도 크루비츠...”
“네 녀석의 이름이 크루비츠인가?”
내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려고 온 손오공...
그런 손오공의 뒤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인...
그는 16호, 방금 전 17호에게 기권을 권유한 녀석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네 녀석을 이길 수는 없다.”
“안다니 다행이야... 그래서, 뭐 계속 한판 하겠어?”
“아니다. 지금은 손오공을 죽일 수도 없을테니...
일단은 기권하고 돌아가도록 하지.”
“현명한 판단이야...하지만, 그전에 한가지 조건이 있어...”
자동적으로 준결승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음에도 나는 조건을 하나 제시했고, 그것을 들은 16호는...
“들어줄 수 없다!”
단호히 거절했다.
‘당연하겠지... 조건의 내용이 18호를 1년간 내게 맡기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아무리 유대관계가 옅어도 동료는 동료다.
동료를 사지에 내모는 것은... 그것도 1년간 내모는 것은 16호 심성으로는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내가 16호의 의견까지 들어줄 이유는 없지.
“네 녀석들의 느닷없는 출현으로 내 계획이 대략적으로 수정되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게 힘을 낭비했어.
너라면 아무 대가없이 적을 보내주겠나?”
무리한 조건을 내세운것 치고는 논리에 타당성이 있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8호를 네 녀석에게 넘길 이유는 없어!”
“워워... 그 연구소에 돌아가봐야 캡슐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