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력이 높다고 해서 승패와 직결되는 건 아니다.’라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몸으로써 깨우친 듯, 수련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4천만이라도 근래 최후의 대결이 수백 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계왕신...
그에 비해 3천만밖에 안되어도, 하루도 지나기 전 훈련을 빙자한 극한 대결을 경험한 수련...
더욱이 3천만이 맘만 먹으면 현재 자신이 이룬 경지의 수십 배를 더 나아갈 수 있는 상황...
그럼 말은 다 한거다.
처음의 내 말을 숙지한 듯 4천만으로 돌진한 계왕신에게 이리 저리 몇 대 맞아주는 수련...
신이라면 특유의 통찰력으로 상황을 꿰뚫고 있어야 정상이건만...
상대가 자신보다 낮은 전투력으로 나오는 데다, 더욱이 초반부터 계속 맞고만 있으니... 신에게만 주어지는 특유의 통찰력은 아무 소용없게 되어버렸다.
오히려 통찰력을 넘어서는 엄청난 자만심이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신과 신이 아닌 존재를 유일하게 구분지어주는 뛰어난 통찰력...
그것을 전부 잃어버린 채, 그녀는 수련에게 도전하고 있었다.
실전경험 전무에 가까운 실력으로...
‘모름지기 대결은 암만 갓난아기 대 성인의 대결이라도 스펙터클하게... 아슬아슬하게 이겨야 보는 묘미가 있지.
수련, 넌 1000만이라는 제약을 걸어둔 대신, 우리들에게 뻔한 경기에서 흥분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어. 역시, 내 수족답다.’
드래곤볼은 단순히 놓고 보면 전투력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투력이 높은 녀석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게 드래곤볼의 전통적인 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드래곤볼엔 이상한 룰이 또 한가지 있다.
‘전투력만 높다고 해서 필승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프리저 전에서는 전투력이 모든 것을 갈라놓았다.
하지만, 셀 전... 에네르기파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그 시점부터, 드래곤볼에서 존재한 전통적인 룰은 큰 변화를 갖게 된다.
외팔밖에 쓸 수 없는 손오반이, 뒤에서 베지터를 비롯한 피라미 수 명이 달려붙은 상황, 거기에 단순히 계왕 등딱지에 대고 텔레파시를 보내는 손오공의 말만으로 슈퍼 셀을 없애버리는 장면...
여기에서 드래곤볼은 단순한 분노만으로 갇혀있던 수십 배의 전투력을 끌어올린, 분노파워의 소년만화에서 벗어나... ‘다굴엔 장사없다.’는 새로운 방정식을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마인부우 전 역시... 전투력으로만 보면, 절대 상대도 되지 않는 부우를 상대로, 각종 다굴과 편법을 사용... 마지막엔 수십억의 인간들 힘을 빌려 만든 원기옥에 드래곤볼 힘으로 치사하게 혼자서 피채운 손오공의 아듀 인사로
‘무적다굴’의 신화를 이어나갔다.
‘주인공의 분노파워 = 승리’로 직결되는 기존의 소년만화에서 ‘주인공 분노%3C다굴’로서 한 단계 진화를 보여준 드래곤볼...
전투력이 높다 해서 절대 이기는 게 아니란 것을...
맞짱 능력을 수치화시킨 전투력, 그걸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걸 알려준 효시...
그렇다. 셀 전 이후의 드래곤볼은 이러했었다.
‘다굴... 드래곤볼이 내놓은 대표적인 해결책이지만, 적어도 이 게임 내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경험이 전투력을 뛰어넘길 새로운 해법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줄 시합이, 바로 내 눈 앞에서...
그것도 지금 펼쳐지고 있었다.
계속 얻어터지기만 하던 수련이 계왕신의 주먹을 막아내고 반격을 가하는 이 시점에서부터...
분노파워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경험...
이 두가지를 믹스시키면, 기적이라는 이름에 탄생되는, 비과학적인 소년만화 논리가 성립된다.
천부적인 재능도, 노력하는 천재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비정상적인 성장력으로 커버되면서 그와 동시에, 이상하게 해석되어 적용되는 주인공의 불행한 과거 및 노력에서 따라온 고통스러운 모습들이 분노로 바뀌면서 수치를 완전 무시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년만화들은 경험보다 분노파워를 더 중시한다.
결국에 승리하는 것은, 예전부터 꾸준하게 정상을 지켜온 악당이 아니라, 순간 소년파워(분노 %2B 경험)로 승리하는 주인공이라는 것...
수치를 맘껏 무시해놓고선 툭하면 나오는 소리...
‘만화에서는 뭐든지 다 이루어진다.’
이게 싫어서 7살 이후 소년만화엔 손도 대지 않았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 생길 소년만화스러움마저 제거할 수 있는 무결점의 계획을 짜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착함을 버렸다.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성격이 이 게임에서도 반영되면서,
소년만화 정석으로 불리는
드래곤볼 스토리도 엄청나게 바뀌어버렸다.
지극히 현실적인... ‘전투력이 곧 승리... 대신 전투력은 그에 못지않을 실전경험을 갖추었을 때야 가능’의 세계가 되어버렸다.
‘기적을 버리는 대신, 최고의 현실을 이루었다.
이게 내가 바라는 이상향... 철저한 실력주의로 이루어진 꿈의 세계가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마치기 무섭게... 전투력만으로 무장한 4천만의 신이, 실정경험까지 갖춘 3천만의 사이어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단순히 신의 굴욕차원이 아닌, 크루비츠에, 크루비츠를 의한, 크루비츠를 위한 세계의 입구가 확짝 열리는... 기적이 현실에 무릎꿇은 대표적인 사건으로 현재 상황은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았다.
WTVSUCCESS=TRUE&WTV382229=1264495990&WTV1471013=395700182&WTV1392781=30654393&WTV1357910=293774&WTV1357911=2786621&WTV246810=142&WTV2571219=187&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4. 마지막 악마 부우... 새롭게 펼쳐지는 크루비츠 전기&WTV9172643=“자아... 이제 계왕신계로 안내해주실까?”
“크, 크윽...”
신이 내 앞에 무릎꿇었다.
드디어, 착함의 가면 따위에 감춰진 것이 아닌...
순수한 힘에 의해 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선 신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봐. 맞은 걸로 따지면 수련이 더 많이 맞았다구?
아픈 척 그만 하고 빨랑...”
“아, 알았다구... 크윽, 약속대로 제트스워드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
대신 너만 갈 수 있다.”
“호오? 무슨 소리야. 나만 갈 수 있다는 조항은 사전에 없었는데...”
“너만 가야 된다는 조항도 없지 않나?”
“크음... 사전에 계약조건을 상세히 명시할 것을 그랬어.”
녀석... 꼴에 신이라고 머리 좀 쓰는 모양이다.
‘그래... 한 명만 데리고 간다면, 설사 볼 일이 다 끝나서 날 죽이고, 순간이동을 한다손 쳐도, 계왕신계엔 절대 발을 들일 수 없을거다.
계왕신계만 있고, 내 뒤를 이을 계왕신이 다시금 나타나만 준다면... 설사 저 괴물에 의해 우주 전체가 멸망하더라도, 새로 복구할 수 있어.’
쯧쯧... 아무래도 나 혼자만 계왕신계에 떨궈두고, 자신이 죽든 살든 다시는 계왕신계에 발이 닿지 못하게 할 생각인 모양이다.
그래봐야 상관없지만 말이지...
“뭐, 좋아. 계약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지.
다른 사람들은 전부 우리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줘.
금방 돌아올테니깐...”
“크루비츠...”
“걱정 마. 누나... 그리고 프린도?”
“흥! 명색이 세계 최고의 사나이자 내 남편인데, 내가 왜 걱정을 해요?”
“후훗... 칭찬 고마워.”
그렇게 이별인사를 마치는 사이, 수련은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난 계왕신에게 선두를 먹였고 체력이 회복한 계왕신의 어깨를 잡으며, 계왕신계를 향해 순간이동을 했다.
물론 순간이동은 계왕신이 한 거지만...
“여기가 계왕신계... 네 녀석이 살던 지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크고 신성한 구역이다.
은하계에서 이름있는 신조차도 여기에 방문한 적은 없지.”
“염라대왕은?”
“저승을 관장하는 자 역시, 여긴 올 수 없다.
대계왕이나 내 허락을 받고 올 수 있을 뿐...”
쯧쯧... 영토낭비, 아니 행성낭비다.
계속되는 계왕신의 자랑을 듣고있자니...
전 우주 그 어떤 행성보다도 큰데다가, 전 우주 그 어떤 행성보다도 살기 좋은 환경이라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렇게 넓은 행성에서 꼴랑 다섯이서 살다가, 이제는 한 명...
겨우 한 명 사는데 이렇게 넓어? 정말로 낭비다.’
세계 경제계를 장악하고 있는 우리 집도 따져놓고보면, 무식하게 크기만 하진 않다.
수천 명의 메이드와 수십 명의 집사 및 비서...
집안일 이외에 하는 것들이 전부 회사의 극비사항과 직결되는 만큼 최상의 시설이 개인주택이라는 껍데기 안에 숨어있었고, 첨단 사무시설 못지않게 외관적으로 가상현실을 뛰어넘을 정도의 경관을 제공함으로써, 직원들 복지에도 힘쓴... 아발론과 같은 곳이라 할 수 있었다.
단순무식하게 큰 집만 고수하는... 그런 바보...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안에는 없다.
드래곤볼 내에서도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내 저택...
이 역시도 프리저의 우주선을 숨김과 동시에, 엄청난 면적 안에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저 계왕신이라는 녀석은, 신이라는 이름하에, 쓸데없는 토지낭비를 하고 있었으니...
“이제 설명은 됐으니깐, 제트스워드 있는 곳으로 안내나 해.”
“신을 존경하는 마음은...”
“꿈에도 없으니깐, 그냥 닥치고 가라구.”
공식적인 내 아내 프리저 역시 계왕신 못지않게 콧대가 높다.
유일하게 인정한 사이어인인 나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아주버님(?)인 손오공, 형님인 치치, 기타 다른 사람들에게 도도하다.
자신은 사이어인이나 인간보다도 훨씬 뛰어난 종족임을 프리저는 계속해서 표면상으로 드러내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 못지않을 힘이 있다.
그에 비해 계왕신은...
‘힘도 없으면서 콧대만 높은 유형...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지.’
때문에 똑같이 콧대가 높은 여자라도, 대하는 대우는 천지차이인 것이다.
뭐... 외모상으로도 계왕신이 프리저에 밀리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실력도 없는 주제에 콧대만 높인다면, 암만 외모적으로 초절정급 미인이라도 사양이다.
“여기 절벽 위에 꽂혀있다.”
“흐음... 그냥 저 절벽을 부수면 간단한 거 아닌가?”
“그런 망발을 하다니... 신성한 계왕신계의 자연은 그 누구라도 파괴해선 안된다. 설령 나라고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