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5화 (165/188)

‘이거야 원...’

치치의 장례식은 의외로 빠르게 흘러가는 듯 했다.

게임속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죽었다 해도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을 뿐이라, 실제처럼 하루가 일년같고 일년이 하루같은... 뭐 그런 느낌 때문에 빠르게 흐른다는 뜻이 아니라, 제작자의 의도대로 곡소리로 한없이 지루하게 흘러갈 플레이 영상을 빠르게 넘기기 위해 자연스럽게 장례를 일찍 손보고 있는 거 같았다.

문제는 이제...

‘오공을 어떻게 할까나...’

지금이 만약 최고난이도의 미션을 완성시킨 단계라면 서슴없이 마신계로 초대했을 터였다.

거기에서 약간의 잔학함만 보여준다면, 손오공 특유의 정의감으로 내게 도전할 테니깐...

하지만 아직 나만의 공간을 만든지 채 몇 개월도 되지 않는 상태...

이제 막 반란을 제압하고 본격적인 성장기에 도입하려는 상태에서 손오공의 눈치를 보게 된다면, 50년도 모자를 것이다.

손오공의 눈을 속여가면서 우주를 정벌하는 것만 해도...

때문에 나는 손오공을 위해 섣불리 나서지 않았고, 이를 간단하게 해결해준 사람이 치치의 아버지 (뭐 순수하게 나와 오천 치치와의 관계로만 놓고보면 장인어른으로 표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인물) 우마왕이었다.

“아마 치치도 이걸 바라고 있을 거다. 나와 같이 살자꾸나.”

“할아버지...”

“..............”

그의 제안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오반...

그리고 묵묵히 치치의 영정사진만을 바라보는 오공...

한참을 사진을 쳐다보던 오공은 갑자기 시선을 내게 돌려 지그시 나를 바라봤다.

‘이 정도 시간을 주었으면 무언가 할 말이 있지 않느냐.’는 듯한 무언의 시선...

하지만 그 시선에도 난 말을 잇지 않았다.

아직 그녀를 데려오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시기이니깐...

그렇게 한참을 나만 바라보던 오공은 곧 결정을 내렸다.

“그러지 말고 오반! 아빠랑 둘이서 계속 살자.”

“...아버지...”

“오공, 그러지 말고 내 집에서 편히 지내는게...”

“아니야. 아무래도 이게 제일 나은 거 같아. 치치도 바랄 거 같고...”

그러면서 평소의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간 오공...

장인어른인데도 서슴없이 반말로 대화하는 손오공의 대화법에 대해서야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녀의 결정 역시도 아무도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당사자인 우마왕 역시도 손오공이 진지하게 한 거절 한 마디에 긍정의 표시를 했으니...

어쨌든 손오공 부녀(?)의 거취가 결정되고 치치의 장례가 끝나서 묘를 안장하고 난 뒤 나와 프리저는 다시 마신계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프리저는 태교랑 기타 이유를 들어 침략활동을 중지했고, 그걸 백번 이해한 나는 그녀의 자리에 장례식 기간동안 완벽하게 내 종이 된 개조 부우를 투입함으로써 전선에는 큰 차질이 없게끔 만들어두었다.

크루비츠력 1년...

그 1년 중 3개월은 이렇게 파란만장하고도 엄청난 일들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뭐, 몇 년 쯤 지나면 나아지겠지...

(오랜만에 갖는 넋두리 시간이로군요.

흐음... 그런데 달리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ㅋㅋㅋ

설문조사에 포함시켜놓고서 치치를 죽인 처사에 대해 몇몇 분들이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흐음... 일단 그것에 대해선 노코멘트입니다.

정상적으로 제가 생각해왔던 스토리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컨셉이니까요.

나중에 생각이 좀 정리되면 설명드리죠.

뭐 그건 그렇고, 크루비츠 연대기...

나름 재미가 있으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암만 그래도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인데 말이죠...

흐음, 넋두리는 이 정도에서 접고 다음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WTVSUCCESS=TRUE&WTV382229=1264496005&WTV1471013=442022981&WTV1392781=30971490&WTV1357910=293774&WTV1357911=2815433&WTV246810=157&WTV2571219=187&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5. 마신(魔神) 크루비츠의 최후 50년&WTV9172643=“자자! B-27 행성의 특산물, 블러드 다이아입니다.

다들 골라보세요~”

“해수면이 98%25를 차지하는 T-3 행성이 명산물 루비 참치입니다. 맛이 최상급이니 다들 저녁 찬거리로 장만하시는게 어떠실지요.”

마신계의 수도 크루비치아가 독자적으로 거느리는 위성도시들 중 하나인 프리안... 전 우주의 모든 상인들이 포탈을 이용하거나, 마신계 한쪽에 마련된 교역소를 통해 들여온 최상급의 물건들이 속속들이 거래되고 있는 곳...

크루비츠력 3년 7월...

전 우주가 마신계의 손에 들어간 지도 어언 2년만에 일개 위성도시에 지나지 않던 프리안은 우주에서 제일로 번영하는 도시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런 도시를 위성도시로 거느린 수도 크루비치아 역시 전 우주인이 우러러볼 만한 만인의 수도로서의 품격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전우주의 심장으로 군림한 마신계의 존재를 모르는 것은 오로지 지구에 사는 인류 뿐...

이미 마신계에 복속되어 절대적인 힘에 신봉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신계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마신의 정벌 속에서도 유일하게 침공을 당한 일이 없는 행성이다.

하지만 이제 전 우주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기 시작한 마신의 눈은 하나 남은 지구를 향해 번뜩이고 있었고, 그의 눈길을 받은 이상 지구에 사는 인류는 종전과 같은 생활을 더는 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가 손에 넣겠다고 공언한 것은 단 한번도 그의 손아귀에서 나온 일이 없으니깐...

(창세기 3 : 7 크루비츠)

그날의 장례식 이후 프리저는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보통 지구인들이 10달 걸리는 것에 비하면, 15개월이라는 기나긴 임신 기간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아이는 무사히 잘 나왔고, 난 그 아이에게 내 이름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라는 뜻으로 크루비츠의 이름을 그대로 주었다.

때문에 사람들에겐 주니어 크루비츠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이 아이는 얼마 전에 돌 잔치를 마치고 아기세계에서 성인을 나타내는 증표인 걸음마를 이제 막 떼기 시작했다.

프리저보다는 나를 더 많이 닮은 탓인지 지구인들 대부분이 가진 피부색에 꼬리 역시 원숭이 꼬리였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저를 닮아서 논동자가 붉은 색이라는 점...

타고나길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군주의 상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이 녀석은 요새 이유식을 먹으면서 제법 옹알이도 하는 편이다.

언제쯤 내게 ‘아빠’라는 말을 하게 될지...

내게 반기를 드는 행성들은 모두 정벌했고, 그 행성들에 남아있는 주민들을 토대로 기타 문명도가 낮은 행성을 정벌한 탓에 현재 우주에서는 내게 반기를 드는 녀석들이 없었다.

간혹 생기더라도 나보다 더 빨리 달려가서는 있는대로 부수고 없애는 셀과 브로리 덕분에 Jr. 크루비츠를 보는 시간에서 따로 정벌시간을 할애할 일도 없었다.

플레이어의 최대 전투력은 마인부우 이후 15억까지 늘릴 수 있다는 설명서를 확인하고 난 뒤지만, 새로 탄생한 아이 때문에 훈련같은 것에 신경쓰지도 않게 되었다.

이미 충분히 강했고, 프리저 임신기간 중 짬을 내어 틈틈이 훈련을 거듭한 끝에 마신의 최종단계...

슈퍼사이어인5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전투력, 11억까지 만들어 두고 그 뒤엔 줄곧 육아에 힘써왔다.

정치, 사법, 경제, 사회, 문화...

이 모든 것도 내가 신경쓸 필요없이 잘 굴러가고 있었다.

특히 환원각이라 하여 모든 우주에서 통용 가능한 화폐로 다이아몬드를 체택하고, 마신계에서 찍힌 날인만이 사용가능하도록 전 우주에 공표한 뒤부터는 날이 갈수록 환원각 창고에는 날인을 기다리는 다이아몬드가 산을 이루었고, 오직 마신계에서만 생산되는 새로운 화폐체계 때문에 상인들이 북적거리면서 자연스럽게 경제는 활성화 되었다.

정치도 내가 임명한 쿠크안 아킨이 제법 선정을 펼치고 있고, 사법기관 로티노 역시 내가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질서유지에 좋은 법률을 마구마구 만들어내고 있었다.

‘신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세상’에서 바야흐로 

‘신이 설쳐도 망하지 않는 세상’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마신계...

여하튼 마신계의 내부에서는 문젯거리 하나 생기지 않는 터라 아들의 육아일기도 손수 써줄 수 있을 정도로 난 시간이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크루비츠, 크루비츠!!”

“으응?”

“우리 하나만 더 가져요.”

“후훗... 오늘은 나 피곤한데...”

“아앙~~ 그러지 말구요. 난 얼른 우리 아가한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구요!!”

프리저도 자신에게서 나온 자식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비록 자신과는 닮은 곳이 거의 없어 보였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는 판박이로 닮은 그녀의 아이...

시도때도 없이 울다가도 방긋 웃어주는 그 미소가, 지난날 별을 침략해서 팔던 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프리저는 시도때도 없이 내게 그런 말을 해왔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라도 하듯 아들 녀석은 프리저의 품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렇게 잘 웃고 조용할 수가 없다.

귀여운 녀석...

“자자! 이 사람들이 다 네 작은 어머니야.”

“바부부바?”

“옳지 올지!!”

셀과 마인부우, 브로리를 부르고 다시 한 번 가족관계를 상기시키는 나...

작은 어머니라고는 해도 내 동생의 부인을 뜻하는 작은 어머니가 아닌, 둘째 부인 셋째 부인을 뜻하는 작은 어머니이지만... 이제 막 돌 지난 아들 녀석이 깨우칠 리는 없겠지...

그러고 보니 문득 드는 생각...

‘이제 손오공을 여기로 불러들여도 되지 않을까?’

우주정복이 완벽히 끝난 순간, 이제는 손오공을 불러도 된다는 생각이 문득 내 머리를 스친다.

내가 전 우주를 정복한 일대기는 내 사관인 바르카스 이외에는 절대 발설도 하지 말라는 법안을 이미 통과시켰기 때문에 들킬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손오반에게 새로운 세상을 구경시켜 준다는 거...

지난날 천계에서 위대한 전사로 분류되어 육체를 새로이 얻고 수만 년 동안 수련을 쌓아왔던 전사들이 바글바글 거린다는 말을 하면 알아서 오게 될 거라는 것...

(그래봐야 다들 내 종일 뿐이지만...)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휘젓는다.

달리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손오공을 불러들여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경각심이랄까?

어쨌든 그 생각이 딱 들고나니, 방긋거리는 아이의 웃음에 따라 웃으면서 손오공 부녀를 받아들이는건 후일로 자연스럽게 미루어졌다.

그리고 그 대신...

‘비델을 슬슬 건드려 볼 때가 된 거 같은데...’

프리저에 의해서 백합의 세계에 눈을 떴을 뿐...

내게 완벽히 안긴 적이 없는 최후의 히로인...

내가 마신계에 사탄 부녀를 데려온 것도 솔직히 비델 때문이 아니던가...

우주정복도 다 끝났고, 지구정벌은 아주 먼 훗날로 미뤄둔 이상, 남은 건 그것뿐이라는 일념에 아들 녀석을 그들 중 그나마 순하다고 판단되는 셀에게 맡기고 사탄의 거처로 발을 옮기는 나였다.

WTVSUCCESS=TRUE&WTV382229=1264496007&WTV1471013=445122340&WTV1392781=30991268&WTV1357910=293774&WTV1357911=2817230&WTV246810=158&WTV2571219=187&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5. 마신(魔神) 크루비츠의 최후 50년&WTV9172643=“결국에는 데려온 건가요? 그 아이...”

“미안해 프린...”

“하아... 어쩌겠어요. 당신이 여자를 좋아한다는건 전 우주가 다 아는 사실인데...”

“어어? 그동안 남편을 그렇게만 생각해온 거야?”

“물론!!”

처음에 봤을 때는 그렇게 반대하던 프리저도, 이제는 많이 누그러진 듯 비델을 데려온 것에 대해 여타 트집을 잡거나 그러진 않았다.

눈꼬리 살짝 올라가긴 했지만...

“아부부바?”

그런 프리저의 품에서 자다가 깬 아들 녀석은 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앞에 서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듯 조목만한 손으로 비델을 만지려고 막 팔을 뻗어댔다.

하지만 엄마(?)가 그 팔을 막고 다시 자장가를 불러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드는 크루비츠 녀석...

‘으음, 크루비츠인 내가 아들에게 크루비츠라고 부르는게 약간 부조리가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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