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아들 녀석이 다시 잠들 수 있도록 요람마냥 조금씩 조금씩 흔들어주는 프리저를 두고 난 비델과 함께 내 방으로 들어갔다.
“자, 긴장한 거 같으니깐 이것 좀 마시겠어?”
당연히 내가 준비해둔 미혼약을 다량 함유한 오렌지 주스를 메이드를 통해 비델한테 건넸고, 비델은 어색한 이 공기가 많이 불편했던 듯 그 주스를 거절하지 않고 단숨에 들이켰다.
‘이제 시작이로구나~~’
한껏 들뜬 기분으로 의자에 앉을 것을 권유한 뒤 방 안에 따로 마련된 샤워실에서 목욕제계한다고 비델에게 말했다.
순간 얼굴이 홍조로 물드는 비델 녀석...
21살이나 되었지만, 18살 이후부터는 지구가 아닌 이곳 마신계에서 지냈기 때문에 또래 여자애들처럼 제대로 된 연예 한 번 하지 못한 비델 녀석...
18살에 이미 내게 처녀를 상실한 오반과는 달리, 꽤나 요염해지고 성숙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비델을 보니, 정말로 나도 모르게 덮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지금은 뜸을 들여야하는 단계...
천천히 몸을 씻는 것으로 약효가 도는 시간을 떼우고 있는 나...
그리고 역시나랄까...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소리를 조금만 줄이고 귀기울이니 들려오는 비델의 신음...
조금 있으면 더는 참지 못하고 그곳에 손을 댈 것임이 분명했다.
“룰루~~ 몸은 항상 깨끗해야 되는 거니깐~~”
분위기에 취하고 시간에 취해서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있는 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가 비델을 안을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지고 있고, 당장 덮칠 정도로 인내심이 없는 바보는 아니다.
그런데...
“저, 저도 같이 해도 될까요?”
‘허걱!’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는 것도 모자라서 굴러오는 도중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여 스스로 갈라지기까지 하는 사태가 지금 내게 일어났으니...
약발에 더는 찾지 못한 모양인지 비델이 스스로 내게 와서 같이 샤워해도 될 지를 물어본다.
이런 횡재가~~
샤워를 같이 하는 것 만으로도 횡재, 거기에 지금 비델의 진짜 목적이 단순한 샤워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 수 있는 건 더 큰 횡재~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실례할게요.”라면서 옷을 다 벗어제끼고 들어서는 비델을 보니...
괜히 버티고 버텨서 침대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실이 그렇게 좁은 것도 아니고, 이미 이 안에서 프리저와 같이 관계를 맺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기에...
조용히 내 등 뒤에 다가선 비델을 끌어안으면서 거칠게 그녀를 탐하는 나...
그에 걸맞는 소리를 내주는 비델과 우리 두 사람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차단시켜주는 샤워기 물소리까지...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춰지면서 아름다운 한 편의 정사가 완성되었다.
“아...빠?”
“그래그래 아빠다. 아빠... 하하하 녀석...”
비델을 안은 그날로부터 정확히 1달 뒤에 아들 녀석이 처음으로 내게 ‘아빠’라 말해주었다.
뭐라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이 기쁨...
아직 20대 중반 근처도 가지 못한 나이지만...
그래도 아빠 소리가 무조건적으로 싫은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세계속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성에게서 나온 아이이기에...
다른 누군가의 아내와 나온 아이가 아닌, 순수한 내 아이...
그 아이가 아빠라고 불러주는 것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고, 그 소리를 수십 번 듣고난 뒤에도 계속해서 불러주길 바라는 나 자신을 보면...
정말로 기쁘다.
그런데...
「도련님! 회장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제길 하필이면 아이 볼때 부르셔가지고는...’
아버지가 부르는 이상 바로 달려가봐야 한다.
때문에 게임을 저장하고 종료하려는 순간 나오는 멘트...
‘캡슐에 플레이를 임의로 맡기고 종료하시겠습니까?’
그 밑에 물음표를 건드려보니, 스토리 진행에는 전혀 방해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뭐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가 외출한 동안, 지구를 침략한다거나 아니면 신세계를 없애고 망명한다거나 이런 거 하지 않고 평소와 똑같은 패턴을 반복적으로 하게 냅둘 것인가 이런 말이다.
Skip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될까?
어차피 50년이나 해야될 거라면 몇 년 정도는 걸러도 될거라는 생각에 그 선택지를 누르고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한 나...
아마 아버지한테 다녀오고 나면 크루비츠는 6살이 되어있겠지?
이런 생각은 어쨌든 뒤로 팽개쳐둔 채 서둘러 캡슐기에서 일어나 아버지가 계신 서재로 향하는 나...
그리고 그 뒤를 조용히 미진이가 뒤따라왔다.
도련님 시중이라는 명목아래...
WTVSUCCESS=TRUE&WTV382229=1264496007&WTV1471013=448353129&WTV1392781=31019890&WTV1357910=293774&WTV1357911=2819831&WTV246810=159&WTV2571219=187&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5. 마신(魔神) 크루비츠의 최후 50년&WTV9172643=“에에?”
“내가 한 말 못들은 거냐? 다시 한 번 이 애비가 일러주리?”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싫습니다. 아버지”
역시나... 1년 안에 약혼자 구해오라고 말씀하신 건 아버지면서 채 1달도 되지 않아서 자신 스스로 구해오신 아버지...
그런데 그 신붓감이라는게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나마 최적이라고 판단하신 모양이지만, 내겐 최악의 베필감이었다.
메이드장 수련...
메사추세츠 주 H대학 경영과를 나왔으니 학벌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미스 유니버스 4년 연속 당선이 되었으니 외모가 불만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수련의 부모는 우리 집안에 비해서는 잘 사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유복하게 사는 편이고, 원체 돈에 대한 욕심이 없기 때문에 나랑 혼인한다고 해서 수련이 친정을 위해 우리 회사를 뜯어먹으려고 할 필요도 없거니와 우리 회사에 대한 사애심이 높아서 회사 자산을 다른 곳으로 빼돌릴 위인도 못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수련은 기가 무진장 세다.
메이드이면서 나보다 머리는 잘 돌아가서 딱히 수련을 공략할 수 있는 공략법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이 여자와 결혼하는 순간, 난 잡혀산다고 할 수 있겠다.
제 친정을 위해서 남편 뜯어먹으려고 덤비는 여자들보다야 낫긴 하지만, 이래서는 더 이상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서질 않는다.
때문에 난 이렇게 반대 의견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우리 아버지가 물러설 위인이 아니지...
“박비서에게 부탁했던 네 약혼녀 조건, 나도 들어서 알고있다.
그 조건에 비추어보면 수련이야 말로 최상의 신붓감이라고 이 애비는 생각한다.
그런데도 왜 반대하지?”
철저히 논리적인 아버지...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이유를 들어 수련이 내 약혼녀가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음을 밝히고 계셨다.
이에 난, 여자에게 잡혀살 수는 없다며 항변했지만, 요새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는 그게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그렇게 말하는 아버지 역시 티격태격 어머니랑 사이가 안 좋지만 결국에는 어머니한테 잡혀사신다.)그리고 수련이 기가 쎈 만큼 공식회견 같은 곳에서 고위층 부인들에게 꿀릴 게 없으니 오히려 더 좋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아버지...
하긴, 선상 파티같은 데에서 집안이 후지다는 말 하나에 벌벌 떠는 겁쟁이보다는 팔팔 날아다니는 왈가닥이 낫지만... 그래도 이건 좀...
‘이대로 밀렸다가는 내 자유분방한 결혼 생활이 없어진단 말이다!!!’
이에 내가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생각한 마지막 카드...
“수...수련이는 저한테 마음이 없을 거 아니에요.
상류층의 결혼이란 게 사랑으로 하는게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서로가 좋아하는 마음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호오... 그럼 수련이가 널 사랑한다고 그러면 군말없겠지?”
“무..물론입니다!”
수련 이 녀석이 날 좋다고 할 리 없었다.
그래, 이거 하나만큼은 확신한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보다도 더 명확한 확신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다.
녀석은 나를 절대로...
“얘가 그렇다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이제부턴 회장님이 아니라 아버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전 도련님을 사랑하니까요.”
“허걱!!!”
‘서, 설마 우리 회사를 노리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자만 앞서도 얘기했듯 우리 회사, 특히 우리 자택 내에서는 박 비서님과 더불어 가장 충성심이 높은 것이 메이드장 수련이다.
돈 때문에 일부러? 라고 하기에는 메이드장의 연봉 자체가 고액이기 때문에(일반 메이드의 경우는 1년에 10억이지만 메이드 장의 경우는 간부급으로 처리되어 100억은 기본, 거기에 성과수당이니 뭐니 들어오는게 쏠쏠해서 욕 먹어가면서까지 회사를 노릴 생각따윈 할 이유가 없다.) 돈도 논외대상, 그렇다면 정말로...
끔찍한 상상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믿기 싫은 현실이지만, 수련이 진짜 날 좋아해서...?
“모처럼 수줍게 얘기한 고백인데 그런 반응이시라니...
아버님! 전 눈물이 날 것만 같습니다.”
“저런... 이 시아버지가 단단히 혼을 내주마.”
“흐흑, 감사해요. 아버님...”
‘저런... 왜 저렇게 둘이서 죽이 잘 맞는 거야!!!’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차마 뱉을 수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이제 내가 대항할 수단은 단 한 가지도 남아있지 않는 바...
이대로라면 정말로 나는 수련과 결혼을...
‘어? 잠깐... 달리 수련하고만 결혼할 필요는 없잖아?’
생각해보니 우리집에 있는 메이드 전원이 잘나가는 학벌에 넘치는 외모 소유자...
파티같은 곳에서 귀부인들에게 꿇릴 소심한 겁쟁이만 아니면, 다들 내가 찝어줘도 문제 없었다.
물론 수련처럼 미스 유니버스 대회 4년 연속 수상은 안해봤어도,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 정도는 쉽게 해본 경력자들...
‘그래 이걸 어필한다면!!!’
마침 뒤에 내 시중을 명목으로 따라온 미진이도 있겠다.
어떻게 해서든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면...
“아버지, 수련과는 아직 장래를 논한다거나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할 수 없구나. 메이드가 마음에 안든다면, 그냥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으로 고려해서...”
“솔직히 수련이 아니더라도 우리 집안의 메이드들 전부 제 약혼녀 자격조건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씀드리면, 꼭 수련이 아니어도 이 중에서 약혼녀를 고를 수 있습니다.”
“호오... 그럼 네 뒤에 있는 저 아이와 약혼이라도 할 생각인 거냐?”
“아, 아니 저 회장님... 저, 저는...”
“물론이지요! 미진이가 전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