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에게 소원을 빌어도 살릴 방도가 없어요. 오공씨...’
덴데에게 찾아가서 드래곤볼로 소원을 빌면 나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수명이 다해서 죽는 것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뇌일 뿐이다.
“크루비츠씨가 가져가신 드래곤볼은 주인이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래? 그럼...”
덴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크루비츠의 기를 찾기 시작하는 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기를 찾아내고는 재빨리 순간이동을 했다.
“하악, 조.. 좀더 강하게... 강하게!”
“프린, 그렇게 보채면 그만둘거야.”
“후으응... 그, 그치만 별을 정복하러 간 동안 당신을 볼 수 없었단 말이에요.”
“후훗... 바보같으니...”
“그러니깐 좀더... 좀더!! 절 많이 안아줘요.”
“그래, 알았어.”
눈치가 없다고 해야할지... 치치 때문에 급박한 상황이라 황급하게 순간이동을 해서 크루비츠에게 갔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옛날이었다면 아무 상관없이 들어가서 크루비츠에게 말하겠지만, 지금은...’
크루비츠와 어울리면서 동시에 이런 관계를 하는 도중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게 예의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오늘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내일... 되도록 이쪽 시간으로는 오전에 올 수 있도록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기, 기가 느껴지질 않아.”
어제만 해도 순간이동을 통해 갈 수 있던 곳인데 갈 수가 없었다.
매개체인 크루비츠의 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탓...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의 기를 느껴서 순간이동을 해봤지만, 어제 있던 곳에서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거나 한 탓에 그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 그렂고 보니 포탈이라는게 만들어졌다고...”
크리링의 말이 불현듯 생각이 나서 크루비츠의 옛집에 가봤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쪽 별 소속원으로 보이는 사내의 대답을 듣고는 절망했다.
분명 드래곤볼은 수명이 다해서 죽는 사람은 살릴 수 없다는 조항이 붙어있다.
이건 나메크성인의 드래곤볼 역시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아무리 크루비츠를 만나서 사정사정한다 해도 이뤄지지 않을 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왠지... 크루비츠라면 이 상황을 타계해 줄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리를 해서 동생의 행방을 찾는게 당연하다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파오즈 산으로 향하는지도 모르겠다.
“혀...형수님께서 어떻게 이럴 수가...”
“드래곤볼로 살릴 수 있지 않아요?”
“아니, 나메크 성의 드래곤볼도 지구, 그리고 우리 마신계에 있는 드래곤볼도 수명이 다한 사람의 생명을 되살릴 수는 없어. 차라리 신룡에게 소원을 빌어 그 사람에게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달라고 그런다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크루비츠는 답을 알고 있었다.
수명이 다해서 죽는다면, 그 수명을 늘리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를 입히면 되는 문제인데...
그런데 난 그걸 전혀 생각을 못했고, 그 답을 크루비츠를 통해서만 얻으려 애썼다.
누나인 내가 보기에도 항상 명쾌한 답만 내놓고, 어려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려고 애쓰는 동생의 모습에 너무 맹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치치가 아픈 중간에 한 번만이라도 지구에 찾아왔었다면...
그래서 그 모습을 보기라도 했다면 지금 치치는... 치치는...’
사람이 죽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을 매일 해왔지만, 친엄마의 손을 부여잡으면서 우는 오반과, 그 옆에서 혼자 남은 사내 녀석이라고 애써 눈물을 참는 오천을 보니, 수명이 다해서 죽은 것임에도 동생 때문에 죽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억측마저 내 머릿속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난 동생을 이런 눈으로밖에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오천은 네 친자식이 아니야. 트랭크스도 그렇고...”
“정말이야 카린님?”
“물론이지. 트랭크스는 신룡의 힘으로, 오천의 경우에는 죽은 네 아내와 입을 맞춘거야. 크루비츠 네 동생 녀석이...”
“그, 그런... 말도 안돼 카린님... 크루비츠가 왜 그런 짓을 해?”
정말로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기까지 한 녀석의 성격상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피워올랐지만, 그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카린님이 지금껏 내게 거짓말을 한 게 타오파이파이를 없앨 때 초신수라고 속인 맹물을 준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생각해보니, 점점 더 머릿속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정말로 크루비츠가? 그렇다면 말이 안돼.
신룡으로 트랭크스가 자신의 아이였다는 기억을 지워버렸다면, 오천 역시도 그래야 되는거잖아?
카린님 역시도 그럼 그 기억을 모르고 있어야돼.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그 녀석이 그럴 리가 없어.’
몇 번을, 몇 십번을 부정해보았지만,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소리도 쳐보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의심은 더욱 커가기만 했다.
그러는 와중 한 편의 기억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만약 내가 죽고나면 오공씨는 서방님한테 가세요.’
‘크루비츠한테?’
‘네. 당신과 오반은 다 컸지만 어린 오천 혼자서 파오즈 산에서 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런데 크루비츠가 받아줄까?’
‘후훗... 서방님이라면 반드시 받아줄거에요.
그럴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런 말을 하는 치치가 엄청 수상했지만,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넘겼던 단편적인 기억...
하지만 그 기억과 카린님의 말을 대충 끼워맞추고 나니...
‘아니다.’라는 대답 대신 ‘그럴 수 있어.’라는 대답이 새롭게 내 마음속을 지배했다.
“일단은 크루비츠를 만나야 겠어.”
“안된다. 오공, 괜히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널 없앨 수도 있어.”
“난 그 녀석 친누나야! 아무튼 기다려 카린님...”
그리고 크루비츠의 기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라지지 않은 크루비츠의 기...
그 기에 집중해서 순간이동을 하고 나니
‘저 아이가 크루비츠의 아이? 그리고 저 여자애는...
분명 미스터 사탄인지 뭔지하는 사람의 딸인데...’
어깨를 부여잡고, 가끔 허리를 능숙히 안는 것을 보니 심상치 않은 관계로 보였다.
누나로서 크루비츠가 얼마나 호색한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순간이기는 했지만, 오반과 함께 사랑을 나눈 적도 있으니...
그때는 무슨 기분에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동생에 대해서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으로 비추어보면 동생은 엄청난 호색한이었다.
‘근데 왜... 왜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거지? 주사를 맞을 때 빼고는 단 한 번도 나지 않은 눈물이 왜... 어째서...’
크루비츠와 지금 파오즈 산에서 어미없이 지내는 오천이를 매치시키고 나니, 순간적으로 눈물이 치솟아올랐다.
하지만 괜히 내색을 했다가 크루비츠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원래 크루비츠를 만나 오천이 친아들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위해서 온 것이지만, 꺼낼 수 없었다.
아니, 꺼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한참을 크루비츠를 바라본 뒤 카린탑으로 다시 순간이동을 한 나...
그리고는 카린님한테 여타 말도 하지 않고 파오즈 산으로 돌아와버렸다.
‘아버지’라며 반기는 오반과 오천...
그런 두 아이들에게 파오즈 산을 버리고 떠날 것을 조용히 말한 나는 이유를 묻는 오반을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쏘아보고는 잠자코 그 집에서 중요한 물건 몇가지만 싸고 어딘가로 향했다.
‘모르겠어. 내가 지금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하지만, 하지만 더는 여기 있을 수 없어.’
이미 천국행으로 판정받고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 치치의 얼굴을 그리면서 발걸음을 돌리는 나...
할아버지가 있던 그 정든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마음이 원래대로라면 굉장히 쓰라리고 아팠겠지만, 지금은 홀가분했다.
왜 그런지는 그때의 나도, 한참이 지난 지금의 나도 알 수 없다.
그냥, 그때의 기분은 그러했었다.
WTVSUCCESS=TRUE&WTV382229=1264496011&WTV1471013=463160108&WTV1392781=31067421&WTV1357910=293774&WTV1357911=2824147&WTV246810=164&WTV2571219=187&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5. 마신(魔神) 크루비츠의 최후 50년&WTV9172643=“그러니깐 이 별에서 너와 관계를 맺은 여자들 전원에게 영원한 생명과 젊음을 달라는 건가?”
“물론, 이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겠지?
명색이 네 주인이 나니깐 말이야.”
“흐음... 한꺼번에 영원한 생명을 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잠시간의 정적을 요구하는 신룡, 그리고...
“이루어졌다.”
그렇다. 결국 신룡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이다.
단순히 내게 안겼던 여자들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하면 손오공과 지구에 사는 크리링, 손오반까지도 영원한 생명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주고픈 마음은 전혀 없었다.
손오반은 아직 20대, 손오공은 사이어인이기에 늙는 기간이 엄청나게 늦고, 크리링은 그냥 평범한 인간여자로서 살게끔 하고 싶었기 때문에...
뭐 일일이 개인적인 이유를 나열하면 그러했고, 솔직한 내 마음으로는 머지않아 지구를 수호한다는 명분아래 내게 반항할 녀석들을 괜히 불사신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루 20시간 이상의 맹훈련속에서 우주에서 선별한 85만의 정예병의 실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최하의 전투력을 가진 사람이 이젠 10만 단위에 이를 정도로 무자비하게 굴려왔지만, 그래도 손오공이나 베지터, 하다못해 야무차와 1대 1 대결을 해도 한 방에 나가떨어질 실력이기에...
그런 악조건 속에서 손오공 휘하 몇몇들을 불사신으로 만든다면 그만큼 최악인 상태도 없다.
물론 손오공을 비롯한 불사신들에게 미혼약을 먹인다면, 그래서 내 종으로 삼는다면 문제는 사라지겠지만, 그래서는 재미있는 엔딩으로 몰고가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