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3화 (173/188)

“명진이 오빠... 변태!!”

제길... 모처럼 현실로 나오자마자 이런 오해나 받게 되다니...

그나저나 미진이 녀석이 뛰쳐나가는 걸 잡으러 가자니...

“흐끅 다, 다녀오세요... 전 혼자서 쓸쓸히 청소나 마저 끝내야죠...”하면서 애처로운 고양이눈을 한 채 날 바라보는 수련이 있고...

말려드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반응할 수밖에 없는 몸의 사정을 고려해보자니...

‘아 씨, 이대로 그냥 두었다가는 변태로 낙인찍힐텐데...’

라고 연신 외치는 머리가 신경쓰이고...

이거 참, 초장부터 난관에 부딪히니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아, 인기많은 남자의 비애여...

“바보...바보바보!! 그런 거나 좋아하고, 그래도 오빠는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오빠도 똑같은 변태 오타쿠야!!!”

거대한 주택 안에 있는 넓디넓은 복도를 달리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녀는 메이드 복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울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왜 뛰고 있는 거지?’

일단 뛰어는 보았지만, 눈에서 나오길래 흘려는 보았지만 달리 도망칠 이유도, 눈물을 흘릴 이유도 그녀에겐 없습니다.

오빠라고 지칭하는 그 남자가 여자와 뒤엉킨 장면을 본 것도 아니고, 단지 변태 오타쿠들이 말하는 성역의 일부분인 고양이귀를 장착한 여성을 봤을 뿐이니까요.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뛰는 것을 멈출 수 없습니다.

자아 지금이 바로!!

“내가 잡아줘야할 타이밍이군.”

그렇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아무 일도 아님에도 달리고 있다.

멈춰야하는걸 알고는 있지만 

차마 멈출 용기가 나지 않아서 계속 달리고 있다.

이날의 달리기로 인해 무다리처럼 변신할 종아리 근육이 보고싶지 않다면, 가녀린 팔, 바비인형과 같은 다리를 계속해서 보고 싶다면 이쯤에서 잡는 것이 정답입니다.

“미진아!!!”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나레이션 소리대로 일단 미진이를 잡고 보는 나...

물론 그 순간은 고양이귀의 마력과 더불어 울고있는 여자의 컨셉마저 과감히 떨치고 달려온 내가 있기에 가능한 순간이었다.

보통의 사내라면 가당치도 않을 일이겠지만...

자화자찬은 이쯤에서 대충 마무리 짓고 어찌 되었든 계속 달리려는 미진이를 완력으로 멈춰세운 뒤 뒤에서 끌어안는 나 때문에 미진이는 쓸데없고 필요성 전무한 달리기를 그만둘 수 있었다.

“왜... 왜 도망쳤는지 모르겠어요.”

“..........”

“오빠는 아무짓도 안한건데... 그냥 메이드장님께서 쓰고 계신걸 보기만 한 것 뿐인데...”

“.....알아주니 다행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뛰어야 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알려고 하지마...”

“머리랑 몸은 멈추라고 하는데... 그런데도 계속 달렸어요.

힘들어 죽을 거 같았는데도 그냥 달렸어요.”

“알아. 그 기분...”

“이거, 질투...라는 녀석인거죠?”

“....그럴걸?”

당연히 질투다.

그런 바보같은 질문따위나 하다니...

내가 강압적으로 시킨 것도 아니다.

단지 수련이 고양이 셋트를 착용했을 뿐이고, 그 상태에서 내가 좋아하는 코스프레라는 말을 했을 뿐이다.

수련을 강제적으로 벗기거나 

뜨거운 밀회를 가진 것도 아닌, 순수한 대화(?)였을 뿐...

그럼에도 이렇게 무작정 뛴다는 것은 100%25 질투인 것이다.

‘이놈의 인기란... 하루도 수그러들지 않는다니깐~’

“재벌집 아들로서가 아닌 인간 박명진을 사랑하는건 안되는 건가요? 오빠...”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후훗,”

그러면서 뒤에서 껴안은 내 두손을 꼬옥 잡는 미진이...

이대로 클로징 멘트를 날릴 차례인건가...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신참에게 뺏겨야 한다니... 그건 싫은데?”

뒤에서 날 따라 뛰어온 수련...

하지만 왠지 자신이 끼어야할 자리가 아니라는 느낌에 참견하지 않고 멀찍이서 지켜보는 것만을 할 뿐이다.

그날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꺼내면서...

WTVSUCCESS=TRUE&WTV382229=1264496015&WTV1471013=477968842&WTV1392781=31112257&WTV1357910=293774&WTV1357911=2828218&WTV246810=169&WTV2571219=187&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5. 마신(魔神) 크루비츠의 최후 50년&WTV9172643=눈부신 햇살에 비추인 나무결들 사이로 흙먼지를 가지고 노는 두 명의 어린 인영이 비추인다.

“너 원래 여기 살아?”

“아니, 잠깐 놀러왔어. 비행기 타고”

“비행기? 와아~~”

원래는 꽤나 정갈한 정복으로 추정될 남자 아이의 때 묻은 검은색 옷은 파리에서도 손꼽히는 장인 샤르데나 코에리의 전세계 50벌 뿐인 수제 양복 중 하나로, 그의 50년 장인역사상 처음으로 만든 아동용 수제 슈트였다.

하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어차피 옷장에는 같은 장인이 만들어준 옷이 5벌이나 더 있을뿐더러, 자신의 옷이 더러워졌다 해서 혼을 내줄만한 사람 하나 없기 때문에...

“새옷 사줄테니깐 그옷 당장 벗거라.”

“차기 총수로서의 위엄은 항시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거지꼴은 용납 못한다!”

단 한번도 제 어미가 빨아준 옷을 입어본 일이 없는 소년...

아니, 그걸 다 떠나서 새옷이 아닌 옷을 입은 일조차 전무한 소년...

태생이 그러했으니, 최고장인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카와 가격을 같이하는 옷이 흙먼지에 더러워져도 그냥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겠지...

어쨌든 명인의 손길을 거친 옷은 지금 소년에게 아무런 행동제약을 주지 못했다.

메이드나 어머니, 파티에서 보게 되는 또래의 여자아이들...

하지만 제 어미 못지 않게 품격을 강조하는 여자아이들 이외에 처음 보는 예쁜 여자아이와 흙놀이중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무 의도없이 뱉은 비행기 소리에 탄성을 질러주는 

또래 여자아이의 모습 때문에

어린 마음의 소년은 소녀 앞에서 더 활동적이고 대단해보일 필요가 있었다.

“너 비행기 많이 타?”

“그럼! 이~~따만큼 많이 타봤어.”

“좋겠다!”

“넌 안타봤어?”

아무리 이용료가 많이 내리고, 아무나 탈 수 있는 것이 되었다 해도 비행기가 자가용만큼 많이 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전락하진 않았다.

게다가 캡슐의 보급화가 그 어떤 시대보다 잘 되어있는 지금, 캡슐기에 몸을 싣기만 해도 현실에 못지않는 절경이 생생하게 펼쳐지는데 누가 생고생하면서 비행기를 타고 직접 그곳에 가겠는가...

쓸데없는 사치에 돈낭비로 전락한 비행기 탑승인식 탓에 현재 어린아이들은 비행기에 대한 체험이 한없이 적었다.

물론 이 소녀도 마찬가지다.

“응! 엄마가 그런거 타봐야 돈낭비라고...”

“우리 엄마는 비행기를 많이 타봐야 어른이 된다고 그랬는데...”

“암튼, 좋겠다!”소녀는 진심으로 그 사내아이가 부러웠다.

하지만 이렇게 부러워해도 그 아이가 해본 것을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 하진 않는다.

이미 소녀에게는 떼쓰고 졸라도 들어줄 부모는 없었으니깐...

머지않아 소녀에겐 꽤 유복한 가정의 양부모가 생기긴 했지만, 어쨌든 당시의 소녀는 혼자였다.

애초에 비행기를 언급하지 않아도 소녀에게 있어서 사내아이는 부모가 있다는 것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걸 알 턱이 없는 사내아이는 조잘조잘 자신의 잘난 점을 마구 떠들어대고 있을 뿐이지만...

흙장난이 지겨워질 때까지 붙어지낸 소년과 소녀...

아까까지만 해도 말이 많았던 소년이지만, 슬슬 자기 집안 자랑하기도 지겹거니와 보고싶었던 여자아이의 탄성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역시 침묵했고, 계속되는 소년의 자랑에 자신을 떠나간 부모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피어오른 소녀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묵만을 원했다.

그러던 중...

“흑..흑흑, 엄마...”

결국 그리움과 원망이 뒤섞인 채 침묵을 고수하던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내렸다.

“왜 울어?”

“엄마...엄마!! 엄마 보고싶어!!!”

그렇게 말해봐야 사내 아이가 뭘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소녀는 그렇게 마음속 말을 외침으로써 격한 감정을 더 드러내고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울어도 자신을 감싸줄 사람 하나 없으니깐...

이젠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가진 아이들 속에서 새로운 가정을 찾을 때까지 부대껴야 되는 거니깐...

그런데 한참을 울 예정이었던 소녀의 눈앞에 최고급 수제 손수건이 주어졌다.

“흐끅..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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