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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스 시티에 존재하는 무기점 중 가장 고급의 장비를 파는 곳은 백화점이었다. 무기, 방어구, 악세사리, 스크롤 등 이름 답게 다양하고 고급의 물품들을 구비하고 있는 곳이었기에 근처의 유저들이 애용하는 곳이었다.
키리안은 처음 오는 백화점의 모습에 조금은 흥분한 듯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반 걸음 뒤에서 함께 걷는 아리에 덕분에 시선을 꽤 사긴 했지만 현실에서도 거의 가 본 적이 없는 백화점이란 곳을 구경하는 중인 그는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아리에. 일단 무기점부터 가보자."
아리에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는 발을 옮기고 있었다. 아리에는 별 말 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어서 옵쇼!"
우렁찬 무기 상인의 목소리. 키리안 역시 활기차게 그에 대답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최고급의 무기로 팍팍 추천해 주세요!"
"오호, 그렇다면 이 녀석은 어떤가?"
상인과 키리안의 업(UP)된 분위기 속에 등장하는 은빛의 번쩍거리는 검 하나! 그것은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그레이트 소드(Great sword)였다.
'켁!'
길이만 해도 자신의 키는 훌쩍 넘어버리는 그야말로 '괴물'이 등장한 것이다.
"자자!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순도 100%의 철로 만들어진, 수많은 오거들을 베었던 '오거 슬레이어(Oger Slayer)'란 것이지! 어때? 검사로서의 혈기가 팍팍 끓어오르지 않는가!"
"하하하…"
키리안이 그저 머리통에 커다란 땀방울을 달고 어색하게 웃을 때였다.
"거추장스럽고 무겁기만한, 무.식.한. 철몽둥이. 그 이상도 이하도 못되는 녀석이잖아."
아리에의 그 거추장스럽고 무겁기만한, 무.식.한. 철몽둥이를 단숨에 베어버리는 듯한 평이었다. 무기 상인은 그대로 그레이트 소드를 저 멀리 던져 버렸다. '쾅-!'하는 불길한 소리가 들렸지만 무기 상인은 무시해 버렸다.
"에이이잇! 오거 슬레이어를 그런 식으로 평가하다닛!! 그럼 어떤 걸 원해?"
"길이는 1m 정도, 블레이드의 폭은 3cm 정도. 롱소드와 레이피어의 중간 형태의 검."
상인은 아리에에게 물었지만 답은 키리안이 했다. 무기 상인은 키리안의 대답에 고개를 돌려 호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곤 다시 아리에를 봤다. 대답을 원하는 모습이었다.
"그냥 적당히 기다란 레이피어 하나."
"성의 없게 대답하지 마!"
상인이 버럭 소리쳤지만 아리에는 그저 고개를 휙 돌려 버릴 뿐이었다. 결국 그는 됐다는 듯이 무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키리안의 '비싸고 좋은 것으로 주세요!'라는 말이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삐져 있었을 것이다.
"자, 찾았다!"
상인은 용케도 키리안의 주문에 딱 맞는 검을 내놓았다. 솔직히 그냥 반 기대, 반 장난으로 말했는데 상인은 정말 키리안의 주문과 거의 흡사한 검을 꺼내놓았던 것이다. 더불어 척 봐도 비싼 느낌이 들만큼 좋은 검 같다.
"우오오, 멋진 검이군요!"
"그렇지? 캬하하하. 이거 이래봬도 상당히 비싼 검이라구! 그리고, 어이 처자! 이거면 되겠수?"
그는 키리안의 칭찬에 크게 웃다가 아리에를 볼 때는 심통이 난 표정으로 왼손에 들려 있던 푸른빛 검집의 레이피어 하나를 던졌다.
아리에는 그것을 집어들고 훑어 보더니 검날을 살짝 살펴 보았다.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깨끗한 검날. 온통 푸른색의 것이라 아리에와 정말 잘 어울렸다.
"괜찮군."
"후후. 그렇지 그렇지."
"…싸구려이긴 하지만."
"크아아아아악!!!"
검을 칭찬하는 말에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상인이었지만 뒤에 나온 아리에의 평에 기어이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키리안이 기겁하며 붙들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날 뻔 했다.
"헥헥. 어, 얼마에요?"
"허억허억. 30실버 50페이."
"여, 여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키리안과 상인이 헐떡이며 계산을 하고 있었다. 둘 모두 예정에도 없던 운동을 하느라 스테미나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아리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이 위시 에이전트를 오른쪽 허리에 차고 레이피어를 왼쪽에 찼다.
"자, 그럼 다음은 방어구점이다."
키리안은 처음과 달리 힘이 빠진 모습으로 아리에와 함께 방어구점으로 향했다.
30분이 지난 후. 키리안과 아리에는 둘 다 경갑을 착용하고 새로산 무기를 찬 상태로 백화점을 나왔다. 아리에는 복장만이 달라진 상태였지만 키리안은 거의 쓰러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리에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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