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0화 (1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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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안은 아리에가 준 엄청난 데미지가 대충 회복되자 다시 사냥터로 가려 했다. 형이 도착하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레벨을 올려둘 참이었다. 뭐, 그것이 아니더라도 '삐까뻔쩍'한 새 장비들의 성능과 아리에의 전투 능력을 보는 것 등 갈 이유는 충분했다.

"자자, 그럼 다시 사냥터로 가보실까나~"

아리에는 의욕 100%의 모습으로 걷는 키리안의 어깨를 잡았다. 그가 곧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한다.

"설마 핑핑 따위를 잡으러 가는 건 아니겠지?"

키리안이 아리에의 물음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럼 뭘 잡아? 뭐 대충 경험치 오르는 거 보고 안 오른다 싶으면 다음 필드로 가면 되잖아?"

아리에는 키리안의 대답에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혹시 이거 말고 다른 온라인 게임 해 본 적 없어?"

키리안이 씨익 웃었다. 자신의 자랑거리 중 하나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인 결과, 무언가 의심스러운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푸하하하. 잘 물었어 아리에!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했던 게임마다 단시간내에 초고수에 근접한 고수의 반열에 들곤 했던 아주 대단한 몸이란 말이지!"

"…그때도 이런 식으로 사냥했어?"

아리에의 물음에 키리안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알 만 하군. 너 사냥만 죽어라 해댔지?"

키리안이 움찔한다.

"돈도 딸리고 아이템도 허접했지?"

이번엔 고개를 푹 수그린다.

"기껏해야 자랑이랄 수 있는 건 사냥 실력뿐이었지?"

키리안의 배경이 어둡게 물들어 간다. 정곡을 너무나 확실히 찔려 버렸다.

"이, 이잇! 어떻게 니가 그런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냐아아!!"

자신의 쓰라린 약점을 이렇게 잘 꼬집어 내다니! 키리안은 남자였다면 일단 멱살부터 잡고 짤짤 흔들 듯한 기세로 아리에에게 소리치듯 물었다.

"…너 같은 유형을 생각보다 많이 만났었기 때문이지. 레이도 그랬고 말이야."

"엥? 레이? 그게 누구야?"

아리에의 입에서 유저의 이름이 나오자 키리안이 물었다. 아리에는 키리안의 물음에 포커 페이스가 깨지며 당황하며 말했다.

"알 필요 없어!"

약간 높은 톤으로 잘라 버리듯 말하는 아리에. 키리안은 그녀의 차가운 행동이 본래의 모습이 아닐 거라는 짐작을 했다. 둔할 땐 둔하지만 일단 실마리를 잡으면 날카로워지는 것이 키리안이다.

아리에는 조용히 자신을 응시하는 키리안이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

"일단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넘어가고, 본론으로 돌아가지."

키리안은 그녀의 말에 그저 싱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다시피, 넌 그저 '단순노력파'일 뿐이야. 그러니 이 몸이 살짝 도움을 주도록 하지. 이래뵈도 꽤 많은 여행을 했었으니까. 잘만 따라와 준다면 일주일 안에 1차 전직 레벨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평균 시간의 1/2 정도지."

"오, 오오!"

키리안이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보통 실력의 유저가 디 앱솔브를 플레이할 수 있는 한계인 7시간 동안 열심히 사냥한다는 전재 하에 50레벨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이주일이다. 한데 아리에는 그것을 반으로 줄여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뭐 폭렙이라면 폭렙이기에 실력이나 스킬 숙련도가 부족해질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해결해 주도록 하지."

아리에는 흥분한 듯한 키리안의 재촉에 앞장 서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려는 곳은 쿠루족이 있는 여덟번째 필드였다. 드워프를 닮은 듯한 작은 키와 우락부락한 모습을 지닌 몬스터들로, 초보들에겐 잡는 것이 요원한 존재들이었다.

일부 실력 좋고 아이템 좋고 씰 좋은 초보 유저들이나 겨우 파티를 이뤄 사냥하러 가는 곳인 그곳에 가겠다는 아리에의 말에 키리안은 '으엑!'하는 소리를 냈지만 아리에는 자신의 레벨을 상기시켜 주는 것으로 그의 걱정을 단숨에 소거했다.

키리안과 아리에는 순식간에 핑핑이 있는 첫번째 필드에 도착했다. 아리에는 귀여운 모습의 그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키리안을 끌고 다음 필드로 워프할 수 있는 마법진으로 걷기 시작했다. 키리안이 '앞에 있는 것만 잡으면서 가자아~'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가볍게 씹어 드시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꾸준히 걸은 결과 꽤 커다란(초보들이 많으니까) 첫번째 필드를 벗어나 두번째 필드로 가는 마법진이 눈에 보였다. 키리안은 이곳마저 처음 와보는 곳인지라 달라진 주변의 풍경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법진 위에 올라서자 밝은 빛이 뿜어지며 둘을 감쌌다. 그리고 다음 필드로 워프시켜 주었다.

파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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