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2화 (12/140)

6

파아앗-!

이번에도 빛무리가 마지막 몸부림처럼 강렬하게 자신을 알리고 허공에 흩어졌다.

"음, 조금 변했네?"

키리안은 무성했던 풀들 대신 작은 키의 풀들과 나무들만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몬스터들도 달라졌지. 일단 마법진 앞으로 가자. 이쪽에서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키리안과 아리에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걸리지 않아 몬스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핑핑 정도는 아니지만, 세번째 필드, 여섯번째, 일곱번째 필드에서도 몬스터들이 꽤 많아. 게다가 떼거리로 몰려다니기 때문에 초보들은 그곳에서 많이 게임 오버 당하곤 해. 모르긴 몰라도 죽을 때 아이템이 떨어진다면 그곳은 '황금지대'가 되었을 걸? 뭐, 가장 많이 죽는 곳은 네번째 필드지만 말이지…."

"그렇구나. 근데, 왜 네번째 필드에서 가장 많이 죽어?"

키리안의 질문에 아리에는 시선을 몬스터 쪽으로 돌렸다. 동그란 얼굴에 입은 마치 포구(砲口)와 같이 튀어나와 있고 다리는 개구리의 것을 닮아 있었다. 물론 그 굵기나 튼튼함은 개구리의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일단 저녀석들을 처리하자. 마법진에 도착하면 알려줄 테니까."

"예썰!"

스르릉-

활달하게 대답한 키리안이 스페셜 노비스 소드를 빼들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검을 보자니 의욕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차앙-!

아리에 역시 레이피어를 뽑아 들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속도를 보이며 검을 뽑아드는 모습이 웬만한 고수들조차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의 완숙한 발검(拔劍)이었다.

"둘러싸이지 않도록 조심해. 페니라는 녀석은 그 숫자와 포위 덕분에 등급에 맞지 않게 위험해. 거기에 공격력까지 높으니까 초보들에겐 더욱 위험하지. 꽤 레벨 높은 마법사 하나가 이 녀석들에게 포위 당해서 몸으로 버티다가 게임 오버 당해버린 우스운 이야기도 있으니까 포위는 피하도록 해."

"예썰!"

다시 힘차게 대답한 키리안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곧 페니들 역시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펑펑-!

"으요! 이 정도론 소용없다!"

페니들의 입이 불룩 솟아 오른다 싶더니 검은 포탄이 키리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대충 그 모습을 보고 공격 방법을 짐작했던 키리안이기에 몸을 숙여 여유롭게 그것을 피했다.

슈악-!

포탄을 피해내고 빠르게 페니의 앞에 달려든 키리안이 검을 올려쳤다. 곧 페니 하나가 종이처럼 베이며 흐릿하게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간의 딜레이. 멈칫하는 키리안에게 다시 검은 포탄이 날아 들었다.

"으아앗!"

키리안이 기겁하며 몸을 굴려 그것을 피해냈다. 그리고 소리쳤다.

"뭐, 뭐야! 왜 굳어 버리는 건데!"

억울해하는 목소리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거기서 연계되는 검술은 키리안의 장기 중 하나인 '연환검(蓮環劍)'이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검술의 모습은 가히 환상이다. 저번 게임에서 그가 검사로서 최고의 명성을 날릴 수 있게 했던 것이기도 했다.

팟-!

소리치는 키리안의 옆을 은청색의 머리카락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리에였다. 그녀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페니를 베어버리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냐. 모습으로 봐서 고급의 움직임을 보이려는 것 같았는데, 현재 너의 수준을 생각하라구. 겨우 레벨 5짜리의 검사가 그런 고급의 움직임을 따를 수 있을 거라 믿은 거야?"

"으, 윽! 그러고 보니…"

키리안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리에의 말이 맞다. 그는 전 게임에서처럼 최강의 검사가 아니다. 지금 이곳에서 흔하디 흔한 초보 검사 중 하나일 뿐이다.

"멀뚱히 있지 말고 몬스터나 잡아!"

"네네."

약간은 건들거리며 대답하며 키리안은 검을 고쳐잡고 아리에의 곁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가상현실게임에서 하나 난감한 점이 있다면 그 움직임의 적응을 들 수 있다. 저번 캐릭터에서 베였던 버릇이 새로운 게임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은 근접 전투 클래스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고급 검사의 움직임, 고급 도적의 움직임 등을 들 수 있는데, 키리안의 경우는 전자에 속했다. 너무나 격차가 큰 캐릭터의 능력. 키리안은 무의식적으로 저번 게임에서의 고급 기동(起動)을 시도하려 했고 그때마다 캐릭터가 멈칫거려 아리에가 수고를 하게 만들었다.

"으, 으아아! 짜, 짜증나려고 그래!"

"…고수들의 비애지."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한 아리에가 레이피어를 집어 넣으며 짧게 말했다.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키리안이 소리쳤지만 아리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무섭게 말했다.

"너. 때.문.에. 나.도. 심.하.게. 약.해.졌.어."

"죄, 죄송합니다!"

살벌한 그녀의 목소리에 키리안은 바보 같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해 버렸다.

'하, 순진하잖아.'

아리에는 그런 그의 웃긴 모습에 속으로만 살짝 미소지었다.

레벨 업, 레벨 업!

으음 ㅇㅅㅇa;;

하나 말하자면..아리에를 그냥 씰로 보시면 낭패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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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hree - 레벨 업, 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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