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네번째 필드는 꽤 황량했다. 군데군데 엄폐물이라 할만한 바위와 나무들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허허벌판을 보는 듯 했다.
"최악이구나."
"그렇지."
길가는 자는 뻔히 노출되고 저격자는 철저히 숨을 수 있는 지형이다. 그래도 여러 게임을 접해본 키리안인데 이 정도도 눈치 채지 못하면 참으로 난감하다. 사냥 실력 하나는 알아주는 유저니까.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몸을 날려. 놈이 근처에 있으면 내가 조치를 취하긴 하겠지만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예썰!"
짧은 대화 이후에 둘은 걷기 시작했다. 키리안은 거의 막히다시피한 감각이라도 곤두세우며 걷고 있었고 아리에 역시 페니크가 있나 싶어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전방에 몬스터 넷. 페니야. 레벨업이 가까운 듯 하니까 잡고 가자. 이번에 레벨업하면 일단 유니크의 등급에 들어설 테니 통과하기가 더욱 수월해질 거야."
"예썰."
키리안은 대답과 함께 스페셜 노비스 소드를 뽑았다. 검명과 함께 드러나는 맑고 날카로운 빛의 검신(劍身). 그리고 예의 페니가 네 마리 나타났다.
"간다아~!"
키리안이 바로 몸을 날려 페니들과의 거리를 줄여갔다. 곧 날아오는 검은 덩어리들. 키리안은 몸을 왼쪽으로 틀어 그것을 피하곤 대각선으로 페니들에게 파고들어 검을 날렸다.
푸욱-!
그대로 몸을 관통 당한 페니가 흐릿해지며 사라진다. 그야말로 기초 중의 기초인 몬스터가 회피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싸움은 시시하게 종결되었다. 그리고…
[띠딩-! 레벨이 6으로 상승하였습니다.]
키리안의 몸이 연하고 밝은 붉은빛에 휩싸이며 레벨 업의 안내어가 그의 귀에 들렸다.
[띠딩-! 연환격(蓮環擊)을 배웠습니다.]
"우오오! 드디어 기술을 배웠다!"
기쁨에 찬 그의 목소리. 키리안은 레벨 6이 되면서 드디어 검사의 첫번째 스킬인 '연환격'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키리안의 레벨이 6이 됨으로써 아리에 역시 평균 레벨제에 따라 레벨이 153으로 올랐다. 그녀는 키리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룰루랄라하며 막 능력치 분배를 끝내고 있었다. 이제 겨우 레벨 6의 유저. 그녀의 본래 힘의 반의 반조차 제대로 끌어낼 수 없는, 본래의 경우 절대로 자신과 같은 씰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존재다.
키리안이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게임 생활 4년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보네. 아니, 누군들 겪어봤을까 이런 상황을.'
디 앱솔브의 유저들이 만약 지금의 상황을 모조리 알고 있다면 모두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이제 겨우 레벨 6이 된 그야말로 생초짜가 최강의 씰인 자신의 주인이 되다니. 그야말로 만화 같은 상황이 아닌가.
'레이. 정말 재미있게 되지 않았어?'
아리에는 옅게 미소지었다. 너무나 엷어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가버릴 듯한 미소. 키리안은 그녀의 미소에 얼굴을 붉혔고 아리에는 그런 그의 모습에 조금 더 진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레벨 업, 레벨 업!
길게 갈라나요- -;;
아무래도 제가 겪었던 것에 픽션이 살짝 더해진 것이니까 확실히 현실적이 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