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6화 (1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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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어찌어찌해서 네번째 필드를 벗어날 순 있었다. 그 '어찌어찌'속엔 여러번 죽음의 위협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키리안은 스테미너 고갈과 마나 고갈, 체력 저하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아리에의 수호검기로 놈들과 거리를 벌리는 것엔 성공했지만 페니 몇 마리밖에 죽이지 못했고 페니크들은 모두 건재했다. 분노한 페니크들은 바로 검은 마력 덩어리들을 팡팡 쏘아댔고 키리안은 그것에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던 것이다. 수호검기 한 방으로 마력이 그대로 바닥나버린 키리안이었기에 아리에도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아이고오…."

그대로 뻗어버린 키리안을 보며 아리에는 포션 시리즈들을 좀 사올걸, 하고 후회했다. 순수하게 육체적인 전투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을 정도로 마나가 부족한 키리안을 데리고 오면서 포션 하나조차 사오지 않았다니. 이런 불찰이 또 어딨을까.

아리에는 바위에 기대 축 늘어진 키리안을 보면서 말했다.

"회복하면서 들어. 아무래도 지금 네 레벨로 쿠루는 무리일 것 같아. 포션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적자만 날 테고 취향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곳에서 가트를 사냥하면서 레벨이 조금 되면 쿠루를 잡도록 하자."

"가트?"

"그래. 네 레벨엔 역시 엄청나게 강한 검 계열 몬스터지만 쿠루에 비해서 체력도 적으면서 경험치는 초보에게 꽤 좋은 편이지. 레벨 13 정도까지는 여기서 사냥하도록 하자."

"예썰!"

키리안은 대답 후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역시 초보답게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하나 주의할 것은, 마법사로 보이는 녀석은 건드리지 말라는 거야. 원거리인데다가 데미지도 너에겐 치명적이거든. 검이라면 어떻게 피하겠지만 마법은 속도도 빨라서 네가 피하는 건 무리지."

"알았어. 알았어."

아리에의 주의에 키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쉬이이익-!

파지지직-!

무언가 초록빛의 날카로운 것이 키리안에게로 날아들었다. 아리에는 페니크의 마력 덩어리를 막아낼 때와 같이 사이 배리어를 전개해 그것을 막아냈다.

"벌써 나온 건가."

아리에는 얼굴을 찌푸리며 푸른 눈동자로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벌판 군데군데 박힌 바위와 나무들. 그 어느 한 곳에 검은색의 해괴한 모자를 쓰고 검은 망토를 두른 몬스터 하나가 있었다. 늙은 외모와 손에 든 나무 지팡이가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이었다.

"키리안. 마법 잘 피해."

아리에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움직여 가트 마법사와의 거리를 줄여 나갔다. 가트 마법사는 아리에를 향해 다시 한 번 마법을 사용했다.

쉬이익-!

초록색 나뭇잎을 닮은 날카로운 기운들이 아리에에게 몰아쳤다. 그녀는 그대로 점프해 그것을 피해내며 아래로 하강했다. 빗나간 마법은 고스란히 키리안을 덮쳤다.

"으갸갸갸!"

사이 배리어는 커녕 조잡한 나무 방패도 없는 키리안은 살기 위해 열심히 몸을 굴리고 날렸다. 그 노력 덕분에 여기저기 긁히는 정도로 그것을 피해낼 수 있었다.

"쿠우우!"

가트 마법사는 마법이 무용지물이 되자 다시 한 번 마법을 시전하려 했지만 늦었다.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 마법사에겐 그야말로 순간일지 모르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아리에에겐 하품 나올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오라 블레이드(Aura blade)."

그녀가 검을 크게 가로로 휘두르자 초생달 모양의 백색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가트 마법사에게 날아갔다. 아무리 약해졌다 해도 최강이었던 그녀가 쏘아낸 검기를 겨우 가트 마법사 정도가 준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막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서걱-!

가트 마법사는 그대로 검기에 두 동강이 나며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띠딩-! 레벨이 7로 상승하였습니다.]

"나이스으~"

막대한 경험치. 어디까지나 초보이기에 가능한 15%라는 막대한 경험치(유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한계 경험치이기도 하다. 고수는 받을 수 없는 경험치[이 정도 경험치 주는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벤트 몬스터 제외].)에 키리안은 단숨에 레벨이 오른 것이다.

체력, 마력, SP 모두가 회복되었다. 그리고 능력치 상승. 초보는 그 성장의 폭이 상당히 크다. 그만큼 아리에의 행동 범위도 넓어진다. 물론… 지금 정도론 제대로 움직이기엔 택도 없지만 범위가 넓어져 간다는 것이 어디인가.

'드래곤 때려 잡던 시절은 언제 오려나….'

그 옛날 광검 위시 에이전트를 들고 드래곤들을 때려잡던 시절과 페니크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비교하자니 또다시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자자, 아리에. 그럼 또 전진이다!"

힘차게 걷는 키리안. 아리에가 그 뒤를 천천히 걸었다.

레벨 업, 레벨 업!

냐냐냐냐.

한 편 더 올리고 영원의 아세리아 해보렵니다 ㅇㅅㅇ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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