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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사냥 실력은 분명히 괜찮지 않았어?"
아리에는 노비스 시티 분수로 이동되자마자 리스타트한 키리안에게 나직히 물었다.
"아하하…. 여기서는 초보라구우. 그러니 너그럽게 이해해 줘."
"그래도 기본적인 실력 자체는 어디 가지 않았을 거 아냐? 어떻게 그렇게 무식하게 돌진할 수가 있는 거야?"
키리안이 그녀의 물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그게 말이지이. 나는 정보부터 수집하고 꼼꼼히 분석한 뒤에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최소한의 것만을 안 뒤에 그대로 게임에 돌입해 몸으로 알아내는 타입이라…. 뭐 그렇게 하면서 그 게임에 대해 경험이 쌓이면 척 보고도 '아, 어느 정도니까 어떻게 움직여야 겠다'라고 짐작을 하는 거지."
'…그래서 내 레벨을 보고도 무덤덤했던 거였군. 더불어 이렇게 정보에 대해 깡통이고 말이지.'
아리에는 키리안의 대답을 들으니 그제서야 그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쩐지 행동이 노련한 듯 하면서도 정보에 대해 너무나 깜깜해 언밸런스하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였던 것이다.
"뭐 오히려 잘 됐다고 해야 하나? 주인님. 일단 백화점으로 가자."
"…응? 왜, 왜에?"
그녀의 입에서 '백화점 가자'라는 말이 나오자 키리안의 얼굴색이 좋지 않게 변했다. 사냥 가기 전 겪었던 그때의 그 일을 다시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키리안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지만 아리에는 살짝 무시해주며 이유를 말했다.
"포션 좀 사가자구. 아무래도 맨 몸으로 가는 건 미친 짓 같아서. 포션이 있었다면 네번째 필드에서 페니크 때문에 도망치지 않아도 되었을 거야."
"으음. 그냥 가면 안되지?"
"물론."
아리에는 키리안의 마지막 저항을 단호하게 끊어 버렸다. 결국 키리안은 마지 못해 '…예썰.'이라 답하며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커다란 백색의 5층 건물. 노비스 시티 중심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건물 중 하나. 키리안과 아리에는 다시 한 번 그곳을 찾았다.
'그러니까 포션을 파는 곳이… 2층이구나.'
키리안은 작은 지도창을 열어 포션 파는 곳을 알아내곤 1층의 무기 주인들을 피해 아리에를 끌곤 후다닥 2층으로 향했다.
"요, 요호~ 엄청 많네?"
키리안은 계단 위로 올라서자마자 보이는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진열장과 그 진열장을 가득 채우는 여러가지 색깔의 포션에 감탄했다. 적어도 수천 개는 되어 보일 듯 하다. 과연 백화점 다운 모습이랄까?
아리에는 먼저 붉은색의 액체를 담은 포션병들이 가득한 곳으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그렇듯 HP 회복 포션이다. 성능에 따라 구분해서 정렬 시켜 놓았기에 더욱 편리하다.
"가장 하급으로 열 개, 중급으로 다섯 개, 상급으로 다섯 개.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헤에,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냐?"
한 모금만 마시면 충분히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포션이다. 하지만 마시는 족족 체력이 차는 게 아니라 단지 회복 속도를 상승 시켜 줄 뿐이었기에 굳이 많이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마나 포션, SP 포션, 스테미너 포션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인님."
"응?"
"그냥 시키는대로 사. 내가 생각 없이 이 정도로 사겠어? 후후."
키리안은 웬지 모르게 위험한 느낌에 그 '생각'을 물었다. 어째 처음의 그 차갑고도 다가가기 힘들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불안함이 자리 잡은 느낌이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사는 건데?"
"후후. 무한 물약 사냥이라고 들어는 봤겠지? 물론 대부분의 게임에서야 그런 짓은 못하게 포션의 효과를 지금과 같이 조정했지만 그래도 완벽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 지속적으로 차오르는 체력, 마나, SP. 이 정도면 충분히 효과가 있지 않겠어?"
키리안의 뒷통수에 커다란 땀방울이 맺힌다.
"하. 하. 하. 그러니까 무한 물약 사냥이란 말이지?"
'노가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정상일 것이다. 고수에겐 마실 시간이 없기에 그저 몬스터를 다 잡고 짬을 내어 마시는 수준이지만 일단 초보인 키리안에겐 충분히 포션을 마실 시간이 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아리에는 키리안이 뻣뻣해지자 자신이 손수 포션을 장바구니(네이밍 센스가 상당하다)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마나 포션과 SP 포션 역시 10, 5, 5의 수에 맞춰 샀고 스테미너 포션 또한 하 10, 중 10개를 챙겼다.
꽤나 묵직한 장바구니를 들고 카운터에 서자 점원이 활달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30실버 되겠습니다~!'라고 소리 친다. 초보에겐 입 쩍 떨어지는 가격이었지만 아리에에겐 우스운 가격이다. 드래곤 잡고 놀던 유저의 씰이었으니 오죽할까.
"우우…"
키리안은 그 엄청난 가격에 신음성을 흘리면서도 은화(銀貨) 주머니를 내밀었다. 십자리가 넘으면 자동으로 주머니가 생성되어 그 안에 동전이 들은 형식으로 인벤토리에서 나온다. 점원은 그것을 받아들곤 '감사합니다~!'라고 역시 기분 좋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포션을 인벤토리에 챙겨 넣은 키리안은 머리를 긁적이며 백화점을 나왔다. 어찌되었든 초보를 벗어나는 것은 빠른게 좋겠지, 하며 자신을 위로 했다.
다시 사냥터로 향하는 키리안. 그때 전음이 들렸다. '귓속말'의 기능을 하는 전음. 그에게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히 자신에게 앱솔브를 소개해 줬던 카디안이었다.
{음음. 어, 있네? 여~ 하현아. 할 만 하냐?}
반가운 형의 목소리에 키리안이 기분 좋게 답해 주었다.
{헤, 원래 접을까 했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은 거 같아. 근데 형, 지금 어디야?}
{여기? 가디언즈 센터야. 새로운 스킬을 배워야 해서 들렸지~ 그러고보니, 너 씰은 받았어?}
카디안의 물음에 키리안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훗. 자랑하고 싶었었다.
{캬하하하하하! 듣고 놀라지나 마라! 이 몸이 말이지~ 엄청난 씰을 얻었다구!}
"…잠깐."
막 아리에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차에 자랑의 대상이 될 아리에가 제동을 걸었다.
"왜?"
"내 레벨에 대해서는 감추도록 해. 니가 주인인데도 레벨이 150을 넘는다고 하면 모두가 거품을 물 거야. 알면 좋을 거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그냥 30 정도라고 해."
"흐응… 그래?"
키리안은 일단 그녀의 말에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아리에? 근데 어떻게 전음을 들은 거야?"
"씰은 유저와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니까. 모든 씰은 자신의 주인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 수 있어. 전음 등도 들을 수 있고 말이지. 하지만 그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으니까 모두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그래?"
'함부로 전음도 못하겠군.'
그녀에 대해 험담할 일은 전혀 없으니 커다란 걱정은 없다. 키리안은 '어이, 뭐해?'라며 생존을 묻는 카디안에게 대답이 늦었음을 떠올리곤 재빨리 답해 주었다.
{아, 잠시 무슨 일이 있었어. 음, 나 말이야~ 레벨 30의 씰을 얻었다구!}
{뭐, 뭐? 레벨 30? 설마 받은 게 레벨 30이란 말야? 너 레벨은 몇이야?}
카디안이 키리안의 대답에 놀라며 물어 왔다. 기대했던 반응에 키리안의 기분이 더욱 업 된다.
{음, 받은 건 아니고 어쩌다가 좋은 검을 얻었는데, 그거랑 교환했어. 그리고 나는 레벨 7이야.}
{그, 그래? 엄청 운 좋았나보네. 자식, 벌써부터 그런 좋은 씰을 얻다니. 근데, 말은 잘 들어 주냐? 레벨 차이가 23이나 되는데.}
{음, 뭐 그럭저럭 괜찮아. 그럼 일단 가디언즈 센터로 내가 갈께~}
{알았다.}
대화가 끝나자 키리안보다 아리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키리안. 거기 가면 일단 씰을 얻도록 해."
"응? 왜? 니가 있으니까 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키리안의 대답은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에게 있어선 아리에만 해도 과분한 상태인데 굳이 하나 더 얻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리에는 대충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틀려. 일단 나와 너는 격차가 너무 커. 제대로 된 도움을 주기 힘들다는 거지. 무조건 내가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적당히 도와주려 해도 마나의 제한 때문에 이것도 어중간 해. 그러니까 너와 비슷한 수준의 씰이 필요한 거야."
"으음. 그렇구나."
듣고 보니 그런 듯 해 키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자, 그럼 가자!"
키리안은 게임 내에서는 처음 보게 될 형의 모습을 기대하며 아리에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두번째 씰 유하(幽荷)
랄라라..-_-
영원의 아세리아..대략.-_- 씨디 주문해 버릴지 고민 중-_-
그러고보니 통장도 하나 만들까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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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Four - 두번째 씰 유하(幽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