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21화 (2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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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안은 다시 네 번째 필드를 밟고 있었다. 이번엔 물약도 일행도 든든하기에 불안함은 거의 가신 상태였다.

"아아, 페니크? 알지. 그 극악한 녀석. 내가 쿠루족 사냥터에 갈 때 가장 이가 갈리는 녀석이었지. 정말 이가 갈리는 운영자들이라니까. 그런 녀석을 겨우 네 번째 필드에 배치하다니 말이야."

쿠루족을 초보 때 사냥했던 대부분의 유저들은 한 두 번 정도는 페니크에게 게임 오버 당했던 기억이 있었다. 카디안 역시 마찬가지인 듯 키리안이 페니크에 대해 말을 꺼내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페니크 녀석들에게 죽은 기억이 있는 유저들은 레벨이 좀 높아지면 여길 지나갈 때 일부러 페니크들을 찾아서 죽여놓고 가곤 해. 뭐, 나도 마찬가지고."

카디안이 말을 마치자마자 카리나가 갑자기 오른쪽 바위 더미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그녀가 움직이자 바위 더미에서 검은 마력 덩어리가 쏘아졌다. 페니크의 것이었다.

"흥!"

카리나는 그 모습에 코웃음을 치곤 몸을 낮춰 그것을 피해내고 점프했다. 그리고 왼쪽 허리에 감고 있던 채찍을 꺼내 들었다. 혈뢰(血雷)의 채찍. 그녀의 전용 무기다.

촤아악-!

붉은 채찍이 허공에 그 빛을 남기며 바위 더미를 강타했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황소 울음 같은 비명 소리. 페니크가 사망하며 내는 비명이었다.

"요오, 세네요."

키리안의 감탄에 별 거 아니라는 듯 카디안이 웃는다.

"후후후. 너도 레벨 30쯤 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별 거 아냐. 후후훗."

잘난 척하는 카디안의 모습에 아리에가 아니꼬운 얼굴을 한 채 전음으로 말한다.

{겨우 한 마리 가지고 잘난 척은. 내가 본래 힘만 찾는다면 드레이크도 한 방이라구.}

"하하핫."

키리안이 웬지 귀엽다는 감정을 내포한 웃음을 짓자 카디안이 왜 그러냐는 듯 물었다. 설마 자신을 향한 웃음일 리는 없고….

키리안은 주변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 다만 아리에만이 슬쩍 표정을 구길 뿐이었다.

"자자, 계속 전진 합시다아~"

키리안의 재촉이 있고서야 일행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걷는 동안 몇 번 더 페니크를 만나긴 했지만 별 다른 활약도 못하고 생명을 마감해야 했다. 특히 아리에가 꽤나 열성적인 모습으로 페니크들을 갈라 놓았기 때문에 더욱 빨리 전진할 수 있었다. 다만…

'우, 마나 포션 아까워.'

만약 아리에가 이런 키리안의 생각을 알았다면 주인이고 나발이고 드래곤 때려잡던 스킬을 날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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