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26화 (2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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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이제는 익숙해진 쿠루족들의 필드가 보인다. 그의 옆에는 언제나와 같이 아리에와 유하가 서 있었다.

"여~ 오늘이다 드디어!"

"그렇지. 그동안 잘 따라와 주었다."

"…축하 드려요."

군대에서 고참이 신참의 훈련을 마치기 직전 해주는 대사와 비슷한 느낌의 말을 하는 아리에. 그리고 그저 축하한다는 한 마디를 해주는 유하. 그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스테이터스 창을 띄웠다.

[ 레벨(경험치) : 50(95) ]

다른 것은 제쳐두고 경험치만을 눈에 둔다. 역시나. 이제 레벨은 50이며 경험치는 95퍼센트다. 8일 동안 아리에, 유하와 함께 무한 물약 사냥이라는 시련을 뛰어넘어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이젠 막바지에 이르렀다. 스무 마리 정도만 잡으면 레벨 업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 그럼 출발이다!"

키리안은 멋드러지게 검을 뽑았다. 그의 장비는 아직도 그때 그대로다. 크게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하나 아리에 역시 장비를 맞춰주곤 바꾸지 않았다.

현재 그와 유하의 레벨은 같다. 함께 레벨 51이 되면 51 이상의 고수(그에게 있어선)용 장비로 바꿀 생각이다. 아리에의 경우엔 던전에 있다는 던전 스토어(Dungeon store)에서 짱짱하게 맞춰 줄 생각이다. 듣자하니 거기엔 드롭되는 아이템도 좋은 게 많다니까 문제 없을 것이다.

'요호! 쿠루 발견!'

생각을 단숨에 정리하고 튀어나갔다. 이젠 굳이 아리에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 쿠루의 숫자는 셋. 아리에가 하나 정도는 맡아 줄 것이다.

팟-!

생각대로 빠르게 달려나가는 아리에. 그녀는 가볍게 쿠루 한 마리의 팔을 긋고 지나갔다. 광분하며 달려드는 쿠루. 그리고 따라가려는 둘을 막아서는 키리안. 놈들은 동시에 두 방향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어림도 없다아! 오라 크로스(Aura cross)!"

그가 소리치며 기력(SP의 다른 명칭)을 검에 집중시켰다. 곧 검이 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비스듬한 십자가를 그렸다. 좌우 대각선으로 검을 그으며 쿠루 두 마리의 중심을 스쳐 지나간 키리안. 곧 허공과 스펀지를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달려들던 쿠루 두 마리는 흐릿하게 변하며 사라져갔다.

아리에의 경우엔 전과 달리 레벨 50이 되면 배울 수 있는 근접 공격 계열 클래스의 기술 중 하나인 '콘센트레이트 오라(Concentrate aura)'를 이용해 기력을 모아 단숨에 쿠루를 날려 버렸다. 과연 키리안이 성장하니까 아리에 또한 그 힘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

저쪽에서 또 쿠루 몇 마리가 보인다. 찔끔찔끔 한 마리씩 유인하며 싸웠던 고달픈 시절은 갔다! 일행은 단숨에 무리 사이로 달려 들었다. 실력이 있으니 포위도 두렵지 않다.

"자, 유하야!"

"속박의 술, 산(散)!"

키리안과 아리에의 보호 속에 있던 유하가 손을 바닥에 대며 외쳤다. 곧 끈끈한 마나가 거미줄처럼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속박의 술을 대인 모드로 펼친 것이다.

마나의 속박에 의해 움직임이 둔해진 쿠루들. 끈덕지게 달라붙는 마나의 거미줄에 놈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한 마리도 벅차했을 유하였지만 이젠 달랐다.

"그럼 간다!"

키리안이 검에 기력이 모여 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쏘아지는 초생달 모양의 검기들. 쿠루들은 낫에 짚단 베이듯 썰려 나갔다. 아리에 역시 예전에 보여줬던 '오라 블레이드'라는 기술로 검기들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레이피어의 특성 때문에 총알과 같은 모습이었다.

숭숭 무너져 내리는 쿠루들의 포위. 그리고 이어지는 근접전. 키리안은 달려드는 네 마리의 쿠루를 상대로 여유만만하게 검을 들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팔들. 몸을 푹 숙여 그것을 피해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가로로 세워진 검에 허리가 숭덩 잘리는 쿠루 하나.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이어지는 공격에 대비했다. 먼저 정면에서 날아오는 오른 주먹을 한 발 움직여 피했다. 그리고 뒤에서 날아오는 주먹. 이번엔 몸을 슬쩍 숙였다.

퍽-!

같은 동료의 팔꿈치를 친 쿠루가 당황한다. 그 사이 검에 기력을 모아 주먹을 내뻗은 녀석의 비어버린 복부를 갈랐다.

"오라 스플리트(Aura split)!"

뼈와 살을 갈라버리는 무서운 스킬. 검날에 기력을 담아 예기를 높여 단숨에 적을 가르는 스킬로, 막는데 상당한 에로사항이 꽃피는 기술이었다.

파악-!

쿠루는 단숨에 베여버렸다. 그리고 팔꿈치를 격타 당한 녀석이 다른 팔로 등을 노렸고 나머지 하나도 옆구리를 노리고 치고 들어왔다.

그는 단숨에 몸을 앞으로 움직이며 왼발을 축으로 돌아 검을 가로로 그었다. 달려오던 녀석 하나가 그대로 베여진다. 엄청난 타이밍. 과연 사냥 실력 빼면 시체다운 모습이랄까? 더불어 검이 수직으로 팔꿈치를 맞은 쿠루의 명치를 가르키자 전진하며 검을 찔러 들어갔다. 전진하며 내리찍은 발이 힘을 더해주어서 한 방에 절명 시킬 수 있었다.

"음핫핫핫!"

키리안은 멋지게 포즈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유하가 그의 면상을 향해 적화(赤火)의 시(矢)를 날렸다.

'헉?'

설마 유하가 아니꼬운 주인님이 마음에 안 들어서 화살을 날렸단 말인가?! 키리안은 엄청나게 놀라서 고개를 젖혔다. 화살은 조금 크게 빗나가며 그를 지나쳤다. 그리고 '푸욱-!'하는 소리.

"…아레?"

뒤를 보니 몽둥이를 든 채로 쿠루 하나가 목이 뚫려 흐릿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아, 다행스럽게도 유하는 아직까지 주인님을 나쁘게 보지는 않는 모양인지 고맙게도 목숨을 구해 주었다.

"유하야 고맙다."

그는 감격에 차서 같은 나이로 보이는 유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유하는 그런 키리안에게 작게 미소 지어 주었다.

"얼씨구나. 남은 열심히 싸우는데 거기서 놀고 있단 말이지?"

놀고 있는 키리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아리에가 쿠루 몇 마리를 키리안 쪽으로 끌고 왔다. 그는 아리에가 배달해 준 쿠루를 보며 헤헤 웃고서는 기력을 모았다.

"적화의 시."

먼저 유하의 붉은 화염의 화살이 날아가 쿠루들의 정신을 흐트려 주었다. 더불어 몇 마리는 그것을 맞아 불타오르고 있었다(무언가 어감이 안 맞다).

"오라 스플리트, 오라 크로스!"

검의 날카로움을 극대화하고 이뤄진 십자 베기! 쿠루 두 마리가 단숨에 베어진다. 그리고 볼 것 없이 몸을 옆으로 회전시켜 내리쳐진 몽둥이를 피했다. 놈은 뒤에서 아리에가 레이피어를 찔러 처리해 주었다. 사냥 끝.

[띠딩-! 레벨이 51로 상승하였습니다.]

[띠딩-! 유하의 레벨이 51로 상승하였습니다.]

검을 딱 집으로 돌려보내자 들려오는 목소리. 레벨 업을 알리는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더불어, 그것이 일차 전직이 가능한 레벨이라는 것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젠 초보 딱지를 뗄 수 있는 것이다!

"좋았으!!"

이젠 지긋지긋한 초보자의 딱지와 쿠루들을 저 멀리 날려 버릴 수 있다. 이젠 자신도 던전에서 화려하게 보스를 잡으며 놀 수 있는 것이다. 혼자 던전에 가서 룰루랄라하고 있을 카디안과 함께 사냥갈 수 있다.

키리안은 먼저 이 낭보(朗報)를 카디안에게 전했다(카디안 뿐이다).

{형형! 나 드디어 레벨 51을 달성했어!}

대답은 바로 날아왔다.

{오오, 그러냐? 그럼 어서어서 전직하고 던전 1층으로 달려와라! 함께 사냥하는 거다!}

{옛썰!}

대화가 끝나자 키리안은 바로 인벤토리에서 귀환 스크롤을 꺼냈다. 가끔 마을을 왔다갔다해야 할 때가 있는데 걸어서 왕복하자니 시간도 걸리고 귀찮았기에 구해 둔 것이다.

"자, 그럼 마을로 간다!"

"예."

유하의 대답을 들으며 그는 귀환 스크롤을 찢었다. 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와 두 씰을 뒤덮었고 공간을 넘어 노비스 시티로 인도해 주었다.

던전을 향하여!

요호-_-;;

키리안은 고수가 아니랍니다. 초보들에겐 '오오 멋지다!'라는 말 들을 수 있을 지 몰라도=_=

음. 일단 아직까진 초보입니다. 그래도 중수 소리 들으려면 레벨 100은 넘어야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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