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27화 (27/140)

3

하늘을 향해 비산하며 옅은 무지개를 그려내고 있는 노비스 시티의 분수 앞. 빛은 일행을 분수의 앞으로 인도해 주었다. 키리안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미니맵을 키며 전직 건물을 찾았다. 전 직업 모두 공통의 건물을 사용하는지 전직 건물은 하나 뿐이었다.

"좋았으! 가자!"

키리안은 바쁜 발걸음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일차 전직… 일차 전직… 일차 전직… 일차 전지이이익! 마음 속이 빠르니 발걸음은 더욱 빠르다. 꾸준히 빠른 속도로 걸은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건물 앞에 설 수 있었다.

3층으로 이루어진 세련된 은빛 건물의 앞엔 커다란 간판이 놓여 있었고 '전직 도와 드립니다'라는 멋진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맑은 방울 소리가 일행을 반겨 주었다. 1층엔 카운터와 유저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소파 등이 전부였다. 생각보다 유저는 많지 않았고 대기하고 있는 NPC는 많았기에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카운터 앞으로 갈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편안한 목소리로 묻는 NPC에게 키리안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직이요!"

"음… 현재 소드맨(Swordman)이시군요. 전직 가능한 직업을 보여 드리겠으니 결정해 주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키리안의 눈 앞에 작은 메모창이 뜨며 전직 가능한 직업이 주르르 뜨기 시작했다. 상당한 양이었다. 하지만 키리안은 다른 건 보지 않았다. 자유 기사(Free knight), 그것이 그가 원하는 직업이다.

"자유 기사로 하겠습니다."

"자유 기사, 예 알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키리안님은 자유 기사가 되셨습니다. 필요한 장비는 2층의 상점에서 모두 팔 것입니다."

[띠딩-! 축하합니다! 자유 기사(Free knight)로 전직하셨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추가 되었습니다.]

일차 전직은 상당히 간단했다. 그저 NPC에게 말하면 끝이다. 하지만 이차 전직부터는 다르다. 그때부턴 따로 퀘스트를 준다. 그때부터 정말 어려워지는 것이다. 뭐, 지금 키리안에게 그것은 관심 밖의 것이니 넘어가자.

"감사합니다아! 나 그럼 잠시 스킬 좀 확인할게."

새 스킬을 배웠으니 당연히 확인을 해줘야 한다.

"스킬창!"

일단 스킬창을 띄우고 일차 전직 스킬창으로 넘어갔다. 그리자 보이는 몇 개의 새로운 스킬들.

[스피어 마스터리(Spear mastery) : 창의 숙련도를 나타낸다.

해머 마스터리(Hammer mastery) : 둔기의 숙련도를 나타낸다.

라이딩 마스터리(Riding mastery) : 말 등의 동물을 탈 수 있게 해준다.

실드 마스터리(Shield mastery) : 방패 사용의 숙련도를 나타낸다.]

일단 기본적인 것은 위의 네 가지였다. 다만…

"미, 미치겠다. 쓸만한 스킬은 하나도 없잖아?!"

그랬다. 기사의 가장 대표적인 스킬들은 키리안의 마음에 하나도 들지 않았다. 창? 키리안은 온리 검(Only 劍)이다. 해머? 키리안은 기술파다. 육체파가 아니다. 라이딩? 그나마 낫긴 하지만… 말 타는 것엔 별로 흥미 없다. 실드? 방패 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갸, 갸아아악!!"

절규하는 키리안. 유하는 걱정스레 발작하는 그를 살폈고 아리에는 드디어 주인을 갈아치울 때가 된 건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이어이, 주인님. 뭐가 쓸만한 스킬이 없어? 기사라면 파괴력과 방어력 둘 다 쓸만한 캐릭터인데."

아리에의 물음에 키리안이 어두운 목소리로 답한다.

"새로운 스킬들… 모두다 마음에 안들어… 이를 어째? 자유 기사는 그래도 경갑 정도만 차서 속도 중시, 파괴력 중시형이라고 들었는데, 그랬는데, 스킬이 전부 마음에 안 들어……."

"끙. 바보 주인님. 그러면 그냥 소드 마스터리 같은데다가 스킬 포인트 투자하면 되잖아. 주인님이니까 말해주는 건데, 후에 기검술사(氣劍術士)가 될 수 있거든? 그러니까 남는 건 매직 마스터리(Magic mastery) 쪽으로 좀 투자해. 그러면 대단할 거야."

"기, 기검술사?"

처음 들어보는 직업 명칭에 키리안이 되물었다.

"그래. 막강한 마력을 검에 두르고 싸우는 거지. 범위를 넓히면 나도 기검술사 쪽이야. 뭐, 씰들에겐 딱히 전직이란 개념이 없지만서도……."

"그, 그렇구나. 알았어."

키리안은 절망을 멈추고 다시 본래의 '에헤~'모드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하며 2층으로 향했다. 어찌되었든 장비는 바꿔줘야 하니 말이다.

2층은 예상했던대로 상점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스킬북(스킬을 배울 수 있는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각 직업에 맞는 엄청난 양의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번쩍번쩍하는 새로운 아이템들의 모습에 키리안의 표정이 좀 나아졌다.

"조오았으~ 그럼 장비를 찾아 보실까나!"

키리안은 장비들의 바다에서 즐거워하며 이것저것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리에의 말에 따라 그녀와 유하의 아이템도 함께 골랐다. 던전의 것도 이것과 성능이 비슷비슷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고른 것이 키리안은 기사의 검(Sword of knight)과 백련정강(백 번 제련한 철)으로 만든 경갑이었고 아리에의 경우엔 레드 슬레이어(Red slayer)라는 강력한 공격력의 얇고 긴 롱소드와 키리안의 것과 같은 여성용 백련정강 경갑이었다. 유하의 경우엔 마력을 높여주는 마력의 반지 두 개, 파사(破邪)의 무복(巫服)을 샀다. 퇴마봉의 경우엔 그녀가 처음 쥐고 있던 그것 빼곤 쓰지 않으려 했기에 제외했다.

그렇게 장비를 다 맞춘 뒤엔 스킬북을 샀다. 키리안이 배워야 할 것은 콘센트레이트 오라(Concentrate aura)와 브레이브(brave)이다. 콘센트레이트 오라는 쿠루를 사냥할 때 아리에가 썼던 것으로, 오라 스플리트보다 집중되는 기력의 범위를 좁혀 엄청난 파괴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스킬이다.

브레이브의 경우엔 데미지에 따른 캐릭터의 능력 하락을 줄여주는 것으로, '치명타'의 경우가 아닌 이상 움직임의 지장을 상당수 줄일 수 있다.

유하의 경우엔 따로 스킬북을 사 배울 것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레벨 업하며 배우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아리에는 이런데서 배울만한 것은 다 배운 상태. 이제 남은 것은 스페셜 스킬(Special skill)뿐이다.

"음, 스페셜 스킬이란 말이지……."

"그래. 스페셜 스킬. 내가 보여줬던 오라 블레이드나 수호검기 등을 말하는 거야. 일명 레어 스킬(Rare skill)이라 불리는 것들보단 떨어지지만 마나대 성능비는 최고에 달하지. 어떤 면에선 레어 스킬보다도 유용한 것이야. 51때 처음 배울 수 있고 50 단위로 레벨이 높아질 때마다 하나씩 더 배울 수 있어. 중복으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한데 세 번이 최고야. 그 능력이 더욱 강해지지."

"그렇구나아."

아리에의 설명에 키리안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주인님. 웬만하면 이글 오브 라이트닝을 배우도록 해. 기검술사가 될 거라면 말이지."

"왜?"

"이글 오브 라이트닝은 기력을 응집시켰다가 한 방에 터뜨릴 때 그 진가를 발휘하지. 그 터뜨린 것 자체로 일단 일차 데미지를 주고 흩어진 기력들은 부메랑처럼 주변의 적들에게 날아들어 이차적으로 데미지를 줘. 이펙트도 화려하지만 데미지도 엄청나지. 기검술사에게 있어서 레어 스킬보다 유용한 것이 이글 오브 라이트닝이야. 뭐, 기검술사는 몇 없지만 말이지."

"헤에, 그렇구나. 오케이! 그럼 이글 오브 라이트닝을 배워야겠다. 아, 근데 아리에. 넌 뭐뭐 배웠어?"

키리안이 결정을 한 뒤 이렇게 설명을 잘 해주는 그녀는 어떤 스페셜 스킬을 배웠을지 궁금해 졌다.

"수호검기, 오라 블레이드, 사이 배리어, 이글 오브 라이트닝이야."

"그렇구나아."

궁금증을 모두 푼 키리안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스페셜 스킬을 파는 상점에 들려 '이글 오브 라이트닝'을 주문했다. NPC는 금빛 수실이 달린 붉은 책자를 찾아 그에게 건네 주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뒤 키리안은 바로 그것을 배웠다.

[띠딩-! 이글 오브 라이트닝을 배웠습니다.]

스킬창을 열어보니 따로 스페셜 스킬이라는 메뉴가 생기며 이글 오브 라이트닝의 스킬이 생성되어 있었다. 어서 던전에 가서 시험해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음, 유하의 경우엔 어떤 걸 배우는 게 좋을까?"

키리안은 자신의 것이 끝나자 유하를 보며 아리에에게 물었다. 박학다식한 아리에라면 충분히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유하라면… 아무래도 '파사(破邪)의 태도(太刀)'가 좋겠어. 아베스 던전엔 변종 언데드 녀석들이 서식하는 걸로 기억하고 있거든."

"헤에, 파사의 태도? 엄청나게 멋진 이름이네. 내가 배울 스킬 중엔 그런 거 없어?"

무지무지하게 멋진 스킬 이름이었다. 딱 키리안의 취향이다. 아리에는 그런 그의 모습에 살짝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소드 앱솔루터 쪽으로 갈 거라면 '천태세(天太勢)'나 '승룡천검세(昇龍天劍勢)'를 배울 수 있겠지만 기검술사라면… 그래, '기검지세(氣劍之勢)'라는 녀석이 하나 있어."

"헤에, 그럭저럭 들을만 하네. 하지만 소드 앱솔루트 쪽이 더 멋진걸?"

"이봐 주인님. 기검술사 제대로 키우고 내가 보조해주면 공격력, 방어력 모든 면에서 최강이라구. 드래곤도 상대가 안 돼. 이름만 찾지 마."

누가 들으면 거품을 문다. 드레이크도 아니고 드래곤이 상대가 안된단다. 누가 들으면 '푸하하 니가 마스터 랭커라도 되냐?!'라고 물을 대사다. 뭐, 키리안은 뭘 모르니까 그냥 '헤에~'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약간의 대화 끝에 키리안은 '파사의 태도'를 다시 주문했고 이번에도 NPC는 수북히 쌓인 책자를 뒤적거리더니 아까의 것과 같은 모양의 책자를 건네 주었다.

"자, 유하야 받아."

키리안은 그것을 유하에게 건넸고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 눈을 살짝 감았다. 그러자 손에 들려있던 책자가 금빛을 발하더니 서서히 그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띠딩-! 유하가 '파사(破邪)의 태도(太刀)'를 배웠습니다.]

"됐다아!"

키리안이 좋아라하곤 박수를 친다. 이걸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던전 행(行) 이동 스크롤을 사는 것 뿐이다(귀환 스크롤은 아직 몇 개 남았다).

"참. 아리에, 혹시 텔레포트 쓸 수 있지 않아?"

그녀는 검도 쓰지만 마법에도 능통했다. 마법사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텔레포트 아니겠는가. 키리안은 혹시 아리에가 텔레포트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에게 질문한 것이다.

"아, 그렇군."

키리안의 말에 아리에가 잊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에에? 정말 있었어? 그럼 왜 그동안 안 쓴 거야?"

키리안이 무책임한 그녀의 말에 살짝 경악한다. 일단 텔레포트를 배웠다면 가봤던 곳은 그곳의 텔레포트 포인트의 좌표를 알아둔다면 후에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키리안은 모르지만 아리에는 대부분의 장소로 텔레포트가 가능하다. 초반에야 모르지만 그럭저럭 키리안의 마력이 되는 지금은 얼마든지 텔레포트가 가능하다.

"미안해. 잊어먹고 있었어. 텔레포트는 거의 레이가 했거든."

"헤에, 레이가 누구야?"

웬지 전에도 이런 대화가 오갔던 느낌이었다. 아리에는 '신경 쓸 거 없어!'라고 살짝 소리 높여 대답하곤 회피하듯 텔레포트 주문을 외웠다. 아베스 던전으로 이동하기 위한 것이다.

"자, 그럼 아베스 던전으로 간다."

아리에의 말에 키리안이 고개를 끄덕였고 유하는 대답 대신 키리안의 옆으로 붙었다.

"텔레포트(Teleport) - 그룹(Group)."

아리에가 시동어를 말하자 일행의 몸이 귀환 스크롤을 사용할 때와 같이 빛에 휩싸였고 그것에 의해 공간을 넘었다.

파아앗-!

던전을 향하여!

냐아..집에 도착입니다.

책이 왔군요..a

****

0